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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감각 - 이상하고 가끔 아름다운 세계에 관하여
미시나 데루오키 지음, 이건우 옮김 / 푸른숲 / 2024년 8월
평점 :
<잡화감각>이라는 제목만 보고 나는 어이없게도 여러 가지 잡화의 유래에 대해 들려주는 가벼운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은 어엿한 자기만의 이름을 단 전문점에서 팔리던 물건들이 잡화점의 한 코너로 옮겨지고 있으며, 또한 온라인 상거래의 활성화로 인해 모든 상품이 잡화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어 정보로만 볼 수 있게 되는 등의 변화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의 변모상을 짚어보는 색다른 시각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잡화감각은 무엇인가? 이 책 20쪽에 의하면 어느 한 물건을 잡화라고 생각하는지 아닌지를 정하는 개념을 말한다고 한다. 일례로, 책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면 잡화인 것이고, 지식을 얻을 목적으로 읽는다면 ‘책’이라는 본래의 개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제는 잘 팔리는 제품이 되려면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이런 것을 잡화감각이라고 한다.
'잡화감각'이라는 말이 다소 알쏭달쏭하게 들리겠지만, 현재 잡화점의 운영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미시니 데루오키가 들려주는 일본의 여러 잡화점의 등장 및 변천사를 듣다보면 그 의미가 이해가 된다. 그런데 그가 물건에 바라보는 관점이 재미있다. 특히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인용한 잡화의 존재에 대한 표현이 그렇다. 122쪽에 ‘자본의 큰 물결 속에서 사람들이 갖고 싶은 물건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 최신 물건을 계속 사는 소비부터 소비를 덜 하기 위한 소비까지 최근 10년간 여러 잡화 트렌드가 계속 바뀌어 가며 개발되었다.’라고 나온다.
책의 초반에 예전 잡화점의 모습이 묘사되는데 내가 어렸을 때 봤던 잡화점이 떠올라, 잡화점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와 아울러 정말 내 주위에 너무나 많은 물건들이 생겨났고 변해 왔는데, 그런 것에 관심을 둔 적이 없어서 이 책의 내용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잡화점의 변화상을 통해 세상의 변모를 느껴볼 수 있다니 흥미로웠다. 책의 부제처럼 '이상하고 가끔 아름다운 세계'에 다녀온 느낌이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