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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소리 - 위기의 고려, 불을 품은 마을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41
박윤규 지음 / 다른 / 2024년 5월
평점 :
책제목 ‘불매소리’는 모내기를 하면서 노동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부르는 노래처럼 쇠를 만들 때 힘을 북돋는 노래를 말한다. 이 책의 배경은 고려시대에 충주 지역에 있던 다인철소다.
철소는 철을 다루는 하층민 거주지를 말한다. 고려의 특수 지방 행정단위였던 향, 소, 부곡(鄕, 所, 部曲)중의 ‘소’를 말한다. 향, 소, 부곡은 군현의 통제를 받고 그들처럼 세금을 부담했지만 차별대우를 받았던 사람들의 거주지를 말한다. 향과 부곡의 주민들은 대부분 농경에 종사했고 소의 주민들은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특정한 물품을 생산하여 공급했다. 도자기를 만드는 자기소, 먹을 만드는 묵소, 금을 생산하는 금소, 소금을 생산하는 염소 등이 그것이다. 이 책 덕분에 이런 것도 조사해봤다.
내용은 다인철소의 거주민인 소녀 달래와 소년 망치, 모루, 세 아이가 몽골의 침입을 당한 시기에도 자기 꿈을 지키면서, 대몽 항쟁기에 몽골 장수 살리타이를 죽인 승려 장군 김윤후 등의 지휘에 따라 지역민들과 합심해서 몽골군을 물리친다는 것이다.
작가 박윤규는 이 이야기의 힌트를 <고려사> 지리지에 나오는 ‘다인철소 주민들이 몽골군을 방어하는 데 공을 세웠으므로, 고종 42년에 소를 익안현으로 승격하였다’라는 한 줄 이야기에서 가져왔다고 작가의 말에 적어 놓았다. 신분제가 엄격했던 그 시대에 철소의 주민들이 당시로서는 세계 최강이었던 몽골군을 이기고 신분 상승을 이뤄냈다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긴 이야기가 그 한 줄의 역사 기록에서 나왔다는 것에서 작가에게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덕분에 자세히 몰랐던 고려의 대몽 항쟁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어 유익했다. 그리고 글자도 배우고 가야금 연주자를 꿈꾸는 달래, 부단한 노력 끝에 희망하던 군인이 된 모루, 철소에서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몽골과의 전투를 통해 철 장인의 중요성을 깨달아 철 장인의 꿈을 가지게 된 망치, 이 세 아이를 통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배울 수 있다.
이처럼 <불매소리> 책은 이야기도 아주 재미있고 조선사에 비해서는 덜 친근한 고려사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기에 많은 이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