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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ㅣ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평점 :
그동안 이꽃님 작가의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어서 이 책도 매우 기대가 됐는데 역시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감동도 듬뿍 준다. 이꽃님 작가는 책제목도 흥미롭게 감각적으로 잘 짓는 것 같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도 읽고 싶은 마음이 퐁퐁 샘솟게 하는 제목인데다 정겨운 시골 마을의 한여름 풍경인 표지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야기의 배경은 정주라는 가상의 도시에 있는 ‘번영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올림픽의 유도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사람이 코치로 있는 유도부가 유명한 번영고등학교가 있고, 유도부에 대한 마을 주민의 관심과 성원도 대단하다. 이 학교에 미혼모의 딸로서 엄마를 지켜주기 위해 유도를 배우기 시작한 여고 1학년생 하지오가 전학을 온 뒤에 생긴 일을 다루고 있다.
이곳에서 지오는 화재로 부모를 잃어 할머니와 살면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지만 귀에서 이어폰을 떼지 않는 유찬, 폭력을 휘두르며 자녀를 돌보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홀로 두 동생을 돌보면서 악착같이 유도 훈련을 하는 새별, 유찬과 새별, 그리고 지오 사이를 잘 이어주고 지오가 이 마을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도와주는 유도부 친구 주유가 나온다.
지오, 유찬, 새별은 모두 결핍이 있고 큰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런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의 상처 치유를 돕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데에는 주위 어른들의 사랑과 지역민의 도움이 큰 역할을 한다.
이 책에서 많이 나오는 단어는 ‘선택’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도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우리 인생은 우리가 선택한 결과의 집합체다. 늘 옳고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책에서도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돼 결정했지만 그것이 꼭 옳은 선택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선택 때문에 실패하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머물러 있지 많고 적극적으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많은 이의 관심과 소통이 필요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유난히 덥고 길게 느껴졌던 올 여름도 지나갔다. 점점 추워질 일만 남았다. 이럴수록 주위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더 필요하다. 유찬이는 유찬이대로, 또 새별이는 새별이대로, 그들의 가슴 아픈 사연 때문에 눈물도 난다.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나도 살펴보면서 따뜻한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이야기다. 소통하고 배려하면서 함께 한다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있음을 느껴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