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전 시집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전 시집
백석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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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를 통해 백석을 알게 되었지만 그의 시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52쪽에 실린 <수라>. 더 숨은 내용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에 이 시는 방에 들어온 거미라는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의 생이별에 대해 읊었는데, 그 내용이 마음을 찡하게 하면서 기발하게 느껴졌고, 제목도 거미라고 하지 않고 거미에게는 그 상황이 생지옥처럼 느껴졌을 테니 아수라의 수라라고 한 것도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나는 그와 김영한의 이야기를 간직한 서울 성북구의 길상사에도 다녀왔고 그의 일생을 다룬 연극을 관람한 적도 있지만, 사실 그의 시를 제대로 읽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 책 <백석의 전 시집>을 보게 되어서 기쁘다.

이 시집은 그의 첫 시집이자 유일한 시집인 <사슴>에 실린 시를 담은 1부와 해방 이전의 시를 담은 2, 해방 후 북에서 창작한 시를 담은 3부로 구성돼 있다. 특히 시집 <사슴>1936120일에 100(국판 69쪽짜리) 한정으로 자가 출판된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동안 나온 백석의 시집 중 그의 시를 가장 많이 싣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그의 널리 알려진 1부의 시뿐 아니라 해방 이후에 창작된 시도 볼 수 있어 좋으나 사실 3부의 시에서는 혁명, 공산주의, ‘당에 감사등의 이념적인 단어나 표현이 있어 내 마음에는 들지 않았고 별 감흥도 없었다.

사실 백석의 시는 읽기 쉽지는 않다. 우리 시대의 사람도 아니거니와 평안도 사람이라 시에 고어나 사투리가 많아 주석이 없으면 읽기가 힘들다. 다행히도 이 책은 주석이 잘돼 있다. 그러나 이런 불편함 때문에 자연스럽게 책을 소리 내어 읽게 되는데, 읽다 보면 노래 같은 느낌이 들어 재미있다. 그리고 잘 읽어 보면 내용이 어렵지 않다. 상징적인 단어나 은유를 사용해 함축적인 의미를 담기보다는 이야기하듯이 쓴 산문시가 많으며 생활의 한 장면을 묘사한 시가 많아서 시의 내용이 저절로 영상으로 연상된다. 50쪽의 <머루밤>처럼 영상뿐 아니라 소리와 냄새도 들리는 듯한 시도 있다.

그의 많은 시가 정겹고 소박한 느낌을 주어 마음을 깨끗하게 만든다. 2부의 경남 남부를 여행하고 쓴 남행시초나 평안도와 함주를 각각 여행하고 쓴 서행시초함주시초도 재미있다. 간략하지만 그가 봤던 풍경이나 풍속을 느낄 수 있다.

곧 가을이다. 시 읽기 좋은 계절이다. 백석의 시를 읽으며 작은 것, 평범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욕심내지 않고 사는 삶의 즐거움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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