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밖으로 나온 필로와 소피 - 공자부터 롤스까지, 동화로 읽는 13가지 철학 이야기
이진민 지음, 김새별 그림 / 지와사랑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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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철학을 어렵게 배워서인지 나는 철학책은 어렵다는 편견이 있다. 그런데 요즘에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대상으로 쉽게 쓰인 철학책이 많이 나와 있어 나 같은 이들도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철학책이 많아져서 좋다. 특히 이 책처럼 동화를 통해 철학 개념을 설명해 주는 책은 재미도 있고 이해도 잘 돼서 아주 좋다.

이 책은 롤스의 정의의 베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내가 학창 시절에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외웠던 홉스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도 쉽게 설명해 주며, 마르크스의 소외와 착취, 보부아르의 2의 성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이 밖에도 플라톤, 몽테스키외, 마루야마 마사오, 루소, 푸코, 공자, , 주디스 슈클라, 장자, 13명의 철학자가 주장한 개념을 소개해 준다. 이들 중 마루야마 마사오주디스 슈클라는 이름도 처음이어서 너무나 궁금했다.

마루야마 마사오 편에서는 억압의 이양에 의한 정신적 균형의 유지라는 난해한 제목의 철학을 소개하는데, 그 결론은 불의와 혐오를 방치하면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의미란다. 이렇게 어려운 개념도 쉽게 설명해 준다. 또 주디스 슈클라는 하버드대 정치학과 최초의 여교수로 정의를 주장한 롤스와 치열하게 논쟁했던 사람으로, 롤스와 달리 불의에 집중한다. 인간은 정의보다 불의에 더 잘 반응하므로 불의한 일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이렇듯 이 책은 다른 철학책에서는 별로 다루지 않은 철학자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표지가 동화책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제외하면 이 책은 정말 대만족이다. 철학자를 등장 연대순으로 설명하는 철학사를 소개하는 형식이 아닌 점과, 동화에 삽화도 있어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으며, ‘친구들과 함께 생각해 봐요라고 해서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열린 질문을 제기하는 페이지와 어른들과 함께 읽어요라고 해서 해당 개념을 종합 정리해 놓은 페이지가 있어서 개념 이해를 확실하게 돕는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저자가 너무 궁금해져 책날개의 작가 프로필을 읽어 봤다. 저자 이진민은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정치철학을 전공한 사람인데, 철학을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바꾸는 일에 관심이 많고, 철학을 두부처럼 부드럽고 먹기 쉽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다 동화를 떠올렸다라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성공이다. 철학이 두부처럼 읽히니 말이다.

저자가 이들 철학자의 순서를 어떤 기준으로 정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려면 모두가 가져야 하는 중요한 가치 순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요즘 정의롭지 못한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서 내게는 정의가 우리 사회가 실천해야 할 최고의 가치처럼 느껴진 것도 그 한 이유다. 이렇게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가 되려면 어떤 가치를 공유하고 실천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하여 학생들이 이 책을 통해 철학 공부의 필요성을 깨달았으면 좋겠고, 이런 철학책들이 인성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하게 됐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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