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이 돋는다 - 사랑스러운 겁쟁이들을 위한 호러 예찬
배예람 지음 / 참새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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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겁이 많다. 그래서 밤도 싫어하고 무서운 영화도 못 보며 공포소설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 <소름이 돋는다>를 보게 된 것은 ‘사랑스러운 겁쟁이들을 위한 호러 예찬’이라는 부제 덕분이다. 겁쟁이들을 위한 호러는 어느 수준일까 궁금했다.

그런데 이 책은 겁쟁이들을 위해 공포의 수위를 낮춘 공포 소설이 아니라 공포를 소심하게 즐겼던 저자가 공포물을 쓰는 작가가 된 이야기와 저자 배예람이 접했던 다양한 공포영화나 게임 등을 소개하면서 나름대로 공포물을 분류해서 안내하는 책이다. 그래서 나 같이 공포물 기피자지만 적당한 스릴은 즐기는 독자에게 여러 공포물을 접할 수 있게 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특히 1장의 ‘겁쟁이여도 괜찮아’가 너무나 재미있었다. 소심하게 공포물을 즐기는 모습이 내 모습 같았고 비명만 꽥꽥 지르느라 무엇을 봤는지도 모르는 귀신의 집에서의 추억도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파라노말 액티비티>, <컨저링> 같은 하우스 호러 콘텐츠와 밀양의 아랑의 전설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장 안전할 것 같은 집을 배경으로 한 하우스 호러물에 나름의 공통된 법칙이 있다는 것과 우리나라에 처녀 귀신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처녀들이 억압된 삶을 살아 한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 73쪽에 “귀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곧 현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는 뜻이다. 귀신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들이 결국 현실의 부조리함에 대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억압과 차별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런 사회적인 의미로 공포물을 대한다면 공포물이 덜 무서워질 것 같다.

이렇게 공포물에 대한 의미 외에도 저자가 나름대로 분류해 놓은 괴물의 종류에 대한 설명과 잔혹 무비(고어 슬패셔물), 항간에 떠돌았던 규칙 괴담과 게임자가 공포 상황을 직접 헤쳐 나가야 하는 공포 게임에 대해서도 말해주며, 우주나 물(바다)이 주는 공포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더불어 무엇보다도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이야기도 한다.

한 마디로 이 책은 나같이 공포물을 두려워하는 이에게는 여러 공포물을 개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안내서였고, 공포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과 잠시나마 더위를 식혀주는 역할을 했다. 아무쪼록 저자의 바람대로 공포가 괴담으로 끝나는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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