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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하재영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12월
평점 :
나는 집 꾸미기에 소질도 없고 관심도 없는 편이다. 내게 집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주지 않고 쉬기에 충분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동안 집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며 살았었다.
그런데 얼마 전 평소 즐겨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낡은 지하 방에 세 들어 살면서 그런 공간에서는 삶의 응원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셀프인테리어로 집 안팎을 싹 바꾸는 것을 보며 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순원의 소설 <아들과 함께 걷는 길>에서 엄마의 책상에 대한 이야기도 읽게 되었다. 보통 집에 아빠와 자녀의 책상은 있지만 엄마의 책상은 없다는 이야기를 하며 엄마의 책상이 얼마나 필요한 가구인지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무척 공감했고, 늘 갈망하는 부분이지만 내 방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가 에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이 책의 저자 하재영은 자신이 나고 자란 집에서부터 성인이 되어 여동생과 분가해서 살던 집, 이후 여동생과도 독립해서 완전히 홀로 살던 집과 신혼집, 이후 장만한 자기 집에 이르기까지 그가 출생 후 거쳐온 집들을 통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그 집들과 관련해서 했던 여러 생각을 들려주는데, 삶을 집과 연관 지어 이렇게도 들려줄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며 너무나 흥미로웠다. 재개발지역 근처의 집과 재개발 지역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와 여동생에게 더부살이처럼 살았던 이야기는 마음이 아팠고, 진정한 독립을 이루기 위해 일산에 집을 마련하고 이후 결혼하고 자기 집을 장만하기에 이른 이야기는 내 일처럼 기뻤다.
이 책 135족에 “내가 자기만의 방을 소망할 때 나는 무엇을 소망하는가?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 나의 고유함으로 자신과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일 것이다.”라는 글이 있는데, 집은 바로 그런 존재이기에 많은 이들에게 좋은 집을 찾고 멋지게 꾸미려고 애쓰는 것 같다. 즉 집은 자존감의 표상인 것 같다. 특히 그녀가 자기만의 독립된 공간을 갖고 결혼을 꿈꿨던 것을 보면 공간을 주는 힘이 대단한 것 같다. 나도 앞으로는 집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내게 힘이 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