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사계절 1318 문고 127
정명섭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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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기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좀비를 다룬 영화 <세계대전Z><나는 전설이다>를 봤다. 둘 다 이름 모를 바이러스에 의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게 됐고 극소수의 생존자가 백신을 찾기 위해 애쓴다는 내용이었는데, 현재 우리 시대도 코로나 백신 개발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어서 두 영화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그런 차에 역시 좀비를 다룬 이 책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를 보게 돼서 더 흥미로웠다. 저자인 정명섭 작가는 그동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역사소설이나 추리소설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들려주어 특히 관심이 갔는데, 이번에는 고3과 좀비를 잘 연결해서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를 내셨다.

내가 최근에 좀비 영화를 봐서 그런지 줄거리 자체는 새롭지 않았다. 앞서 말한 영화의 내용과 비슷하게 많은 사람들이 복용하던 각성제의 부작용으로 좀비 바이러스가 발현되고 이것 때문에 세상이 황폐해지지만 극소수의 미감염자들이 살아남아 캠프를 만들어 생을 이어가던 중에 백신 연구자를 찾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영상을 많이 본 덕분에 이야기가 바로바로 영상으로 떠올라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게 된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뻔한 줄거리임에도, 각성제가 좀비 바이러스를 발현시킨다는 점과 당장에 증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19세 생일이 지나면 좀비가 된다는 설정은 우리 학생들의 현실을 반영한 매우 예리한 발상 같아서 무척 흥미로웠다. 지금도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면서 졸음을 쫓기 위해 각성제를 복용하는지는 모르겠다. 몇 년 전에 각성음료가 문제가 됐던 것이 기억나긴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커피를 많이 마신다고 들었는데, 내가 학교에 다닐 때에는 시험 전에 각성제를 먹는 아이도 있었다. 그런 개연성 있어 보이는 설정과 우리나라 고3들은 자신들을 좀비처럼 느낀다고 하는데, 그런 점도 반영한 것 같아 참 좋았다. 이 책에서 처음 좀비가 되는 이도 전교 1등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각성제를 과용했지만 시험을 망친 민욱이다. 오죽했으면 좀비가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이 아픈 내용이었다.

, 처음 발현자 주위의 아이들을 학교에 격리하지만 정작 학교 밖의 어른들이 슈퍼전파자가 된다는 설정과 이것이 단순히 각성제의 부작용으로 빌어진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탐욕을 극치를 달리는 인간들의 음모였다는 것을 통해 어른들의 이기주의를 꼬집었을 뿐 아니라 고급 정보와 엄청난 자본을 가진 탐욕스런 인간들을 경계해야 함도 들려준다.

이렇듯 이 책은 여러 사회 문제와 더불어 주되게는 우리나라 고3들의 현실을 좀비를 빌어 우회적으로 잘 그렸다. 어쨌든 결말은 해피엔딩이어서 다행이다. 우리 고3들도 힘든 시간이 지나면 밝은 미래가 있음을 생각하고 좀비가 아니라 인간처럼 살았으면 좋겠고, 그렇게 될 수 있게 어른들이 빨리 교육 환경을 개선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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