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한 근거 없는 악의

악의 ㅣ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 그의 여러 작품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 작품 역시 손에 꼽을 정도의 재미를 준다.

  베스트셀러 작가 히다카 구니히코가 자기 집의 작업실에서 살해된다. 사체의 발견자는 그의 젊은 아내와 그의 친구이자 아동문학가인 노노구치 오사무다. 이 사건의 수사관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단골 형사인 가가 교이치로다. 그는 형사로 전직하기 전에 노노구치와 같은 중에 근무했던 경력이 있다.

  노노구치는 이 사건을 소설로 써가며 그 내용을 가가에게 읽게 한다. 가가는 그의 글과 수사를 통해 범인이 노노구치임을 밝혀내는데, 이 과정이 너무나 흥미롭다.

  나는 노노구치가 써가는 사건에 대한 글을 통해 히다카와말로 천하의 나쁜 놈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이런 것이 노노구치가 노린 목표였다. 히다카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갖게 함으로써 자신은 히다카의 협박에 못이겨 그의 고스트라이터를 할 수밖는 없는 상황이라고 주위 사람들을 믿게 만들었다. 히다카의 작품이 모두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며 자신은 동정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보이도록 했으나, 그 꼼수 이면의 진실을 가가가 모두 밝혀낸댜.

  이 이야기를 통해 히가시노는 학교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해자 학생에게 왜 폭력을 가했는지 묻자 단지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고 이유를 말햇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가 폭력의 근거다. 이 책에서도 보면 노노구치는 자신에게 누구보다 친절했으며 심지어 자신을 아동문학가가 되게 도와준 히다카에 대해 근거없는 악의를 갖고, 열등감과 질투심을 품는다.

  우리 사회에도 근거 없이 타인에게 악플을 다는 이가 없다. 싫으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되는데 쓸데없이 관심을 가지며 헐뜯는 말을 쓴다. 이런 근거 없는 악의는 타인을 죽음에 이르게 할 뿐 아니라 자신부터 망치게 됨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