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 2 - 탐욕 뱅크 2
김탁환 지음 / 살림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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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탁환 작가의 <방각본 살인사건>을 비롯해 이어지는 소위 '백탑파 시리즈'를 매우 흥미롭게 읽어서 김탁환 작가의 책이라면 믿고 본다. 그런데 이 책은 김탁환 작가가 저자일 뿐 아니라 개항기의 인천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더욱 관심있게 봤다. 인천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이라서.

  인천은 1876년에 운요호사건의 해결을 위해 체결된 강화도조약에 의해 부산, 원산에 이어 1883년에 개항을 한다. 이 때  일본국 조계가 설정되고 그 후 청국조계, 각국조계가 자리잡는데, 현재 일본국 조계 안에 있던 당시의 일본 은행 지점 세 곳(제일은행, 18은행, 58은행)이 남아 있다.

  이 책의 주요내용은 일제 식민지시대 때의 자본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다. 자본주의가 유입되기 시작한 그때에 자본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우리 민족을 일제에게 수탈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 상단에서 상권을 장악하고 금융업을 처리했지만, 금융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일본 은행들이 개항지 조계에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상단의 이익과 신뢰 구조가 붕괴된다.

  개항으로 인천에 진출한 일본상권에 대항하기 위해 개성상인, 한양상인, 인천상인의 힘을 규합하고자 하는 과정에, 개성상단과 인천상단의 행수는 죽음을 맞이하고 자본의 속성을 일찍부터 간파한 야비하고 폭력적인 권혁철 같은 자가 득세를 하게 돼 인천 개항지를 대표하는 자본가가 된다.

   1편에서는 개성상단의 행수 아들이었던 장철호가 아버지의 죽음 후 송상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온갖 고생을 한 뒤 인천상단의 행수에게 의탁하러 왔다가 권혁철과의 폭력 사건 때문에 감리서에 투옥되는 것으로 끝이 난다.

  2편에서는 철호가 출소 후 어려서부터 좋아했고 인천 감리서를 다스리는 부사의 딸인 최인향과 인천상단을 재기시키기 위해 대형 화물선을 구입하지만 출범식 때 배의 폭발로 실종되었다가 다시 나타나서 대한천일은행 개성 지점대리로 복귀한다는 내용이다.

  철호가 이렇게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된 데에는 자기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권혁철뿐 아니라 친구이자 라이벌이자 연적인 박진태와의 악연 때문이다. 2권은 실종됐던 철호의 등장으로 진태와 결혼하려고 했던 인향이 결혼식날 철호로 찾아와 사라지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3편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하다. 아마 3편에서는 제목인 뱅크처럼 은행을 통한 철호와 진태, 혁필의 자본을 통한 싸움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 같다.

  아무튼 이 책은 이 책 소개글에 있는 인용문처럼 자본으로 인해 새로운 계급이 형성되고 부가 재편되는 과정, 자본의 추악한 속성들을 보여준다. 나는 특히 금융업의 속성에 대한 이야기가 남는다. 상업을 하는 이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상업을 하다가 망하면 그것으로 끝이 나지만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준 은행은 전혀 밑질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이윤 추구가 주된 목적이지만 의리를 지키면서 상업을 했던 상단의 전통의 붕괴도 아쉬웠지만, 돈줄로 사람의 생명줄을 조정했던 금융업의 속성을 상기하게 돼 씁쓸했다.

  이때에 민족 자본 형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대한천일은행 등 내국 은행을 설립하는 노력이 있었음을 알게 된 것만 해도 기쁘다.(그 사실여부를 떠나서). 암튼 내겐 세상을 읽을 줄 아는 눈이 없기에 이렇게 시대적 고찰에 대해 들려주는 책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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