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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사 - 연꽃 죽음의 비밀
정명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5월
평점 :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안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내 기억으로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말이 나오면서 이 직업명도 나왔던 것 같다. 이런 색다른 직업명이 제목이기도 하고, 저자가 최근 역사를 배경으로 한 청소년소설이나 추리소설을 열심히 내고 있는 정명섭 작가여서 읽게 되었다.
주인공 화연은 동부승지였던 아버지가 사도세자가 뒤주에서 죽은 임오화변에 관련돼 있고 정조 즉위 후 있었던 역모에 연루됐을지도 모른다는 의혹 때문에 관직을 박탈당한 채 집에 있다가 살해당하는 일을 겪는다. 화재가 같이 일어났던 이 사건에 목격자도 없고 증거도 없어서 포도청에서는 수사를 중단한다. 이에 화연은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고자 직접 수사하기로 한다.
이에 이 사건을 담당했던 남완희 포교는 우포도청의 포도대장으로 들은 바가 있어 화연에게 직접 수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만류하나 화연은 듣지 않는다. 이런 화면을 위해 남 포교는 죽은 여자들을 위한 유품정리 일을 도와주면 나중에 아버지의 죽음도 파헤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약속한다.
이 일을 하면서 화연은 자살로 꾸며진 억울한 죽음을 여럿 보게 되고 몸종인 곱분, 남 포교, 수돌 등의 도움을 받아 진상을 파헤진다. 아울러 아버지의 죽음에는 더 큰 세력이 가담했음을 알아낸다. 결국 화연 아버지의 죽음은 정조를 살해하고자 햇던 존현각 사건과 연루가 돼 있었다. 정조만큼 이야기거리가 많은 임금은 없음을 것 같다. 왕위에 등극하기까지, 또 왕이 되고나서도 사건이 얼마나 많은가?
이처럼 이 책은 유품정리사 연화가 여러 여성들의 죽음의 진실을 찾아내는 추리소설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조선 시대 억압받았던 여성들의 삶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양반가의 과부 여성은 가문을 위해 수절하는 물론이고 열녀문이 세워질 수 있도록 죽어야 햇으며, 생계를 위해 장사를 해도 드러낼 수도 없었다. 또 평민의 아내여도 아내는 남편의 재산과 다름없는 신세로 취급되었다. 허난설헌처럼 재능 있는 시인이라도 시집도 출간할 수 없지 않았는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할 말 많은 죽음들의 속이야기를 찾아서 들려준 연화가 고맙다. 이 책을 보니 유품정리사는 우리 세상에 꼭 필요한 것 같다. 연화처럼 사랑과 책임감이 있는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