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 생명 과학 기술의 최전선, 합성 생물학, 크리스퍼, 그리고 줄기 세포
송기원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가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가끔 실험한 내용을 들려준다.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이해하지만 내가 워낙 생명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거나 건성으로 듣게 경우가 많다. 이왕이면 자녀와 학문적인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이 책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를 보게 되었다.

게놈은 유전자(gene)와 세포핵 속에 있는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염색체에 담긴 유전자를 총칭하는 말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보다 쉽게 말하면 한 생물이 가진 '유전 정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 게놈 앞에 포스트가 붙었으니 유전 정보가 밝혀진 이후의 생명과학의 동향에 관한 내용일 거라고 책 내용을 짐작해 본 뒤 읽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생명과학 지식도 게놈 지도 완성까지였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이 책은 이미 밝혀진 유전 정보를 토대로 유전자를 합성하는 '합성 생물학'과 그 합성 방법으로 주로 이용되고 있는 'CRISPR(크리스퍼)'라는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어보는 나같은 이에게는 다소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저자 송기원이 쉽게 설명해서 이해할만했다.

저자는 CRISPR 기술을 지퍼가 고장 났을 때 이빨이 나간 부위만 잘라내고 새로운 지퍼 조각을 끼우듯이 특정 유전자만 잘라내고 다른 유전자를 끼우는 원리라고 쉽게 설명해 준다. 이 기술은 자신의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를 절단해 그 정보를 자신의 유전체 내에 저장해 가지고 있다가 다음에 다시 같은 유전 정보를 갖는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저장된 정보로부터 침입한 DNA 염기 서열을 인식해 잘라 버려 무력화하는 CRISPR(간헐적으로 반복되는 회문 구조 염기 서열 집합체라는 뜻이란다)라는 유전자를 포함한 세균의 면역 반응 시스템에서 유래했다. 이 기술 등장 이전에는 제한 효소, 징크 핑거 가위, 탈렌이라는 유전자 가위 등이 사용됐었는데, 2012년부터 CRISPR가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해 지금은 생물의 유전체를 변형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주는 혁신적인 기술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은 이 CRISPR 기술이 등장하기까지의 유전자 가위 기술의 발달 과정과 이 기술을 사용한 여러 연구에 대해 들려준다. 아직까지도 치사율이 높은 말라리아모기나 에이즈 또는 유전병 치료를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며, 이 기술을 활용한 슈퍼돼지의 생산에서 심지어는 맥주 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응용 연구 상황에 대해 들려준다.

하지만 이런 생명과학 연구가 가진 생태계 교란의 위험성과 생명 윤리 문제도 지적해 놓았다. 일례로 유전자 가위 기술로 말라리아모기의 유전자를 편집해 말라리아모기를 인간에게 치명적이지 않게 바꿔 놓을 수는 있지만 여러 세대가 지났을 때 그것이 또 어떤 위험을 초래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함부로 그 기술을 생명체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실험 대상이 되는 생명체에 대한 윤리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GMO 식품의 유해성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영향력을 쉽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지적했듯이 유전자 가위 기술의 영향력은 더 클 것이며, 그런 만큼 결코 쉽게 적용할 기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저자가 이런 책을 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혁신적인 생명과학 기술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안내하는 목적 외에도, 과학자들이 올바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일반인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경종의 의미에서 말이다. 아무튼 나의 독서 습관상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은 아니었으나 생명과학적 연구에 관심이 커진 요즘 누구나 한 번 쯤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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