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길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텔레비전 방송은 먹방 전성시대이다. 단순히 맛집을 찾아가 요리를 먹어보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인 요리사들의 요리 경연 외에도 전문 셰프들의 요리 대결까지 그야말로 요리를 못하면 안 될 것 같은 위축감을 줄 정도이다. 한 동안 노래가 그렇더니. 사실, 주위에 음식을 잘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들은 맛있는 음식을 차려 놓고 집에 주위 사람들을 초대해서 대접하면서 즐거운 대회 자리를 마련해 주기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인기가 좋다. 참 부럽다. 나 역시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지만 요리를 잘 수 있게 노력하기가 쉽지 않다. 하여 전에는 요리를 잘 하는 것을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사회적인 관계망을 구축하는 데 있어 제1의 방법이라고 생각할 정도가 되었다.

이 책은 요리 전성시대에 읽기에 흥미로운 소설이다. 주인공 모로는 어려서부터 요리를 좋아해 친구들을 위해 요리를 할 정도이지만 요리를 직업으로 꿈꾸지는 않는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돈이 궁할 때마다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여전히 경제학을 공부한다. 하지만 막상 경제학 석사를 딴 뒤에 요리로 진로를 바꾼다. 어려운 요리사 직업 시험에 통과해 정식 셰프의 길을 걷는다는 내용이다. 모로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음식 이야기도 알 수 있고 요리사의 도제 같은 세계도 얼핏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사실 모로 같은 사람은 타고난 요리사인 것 같다. 텔레비전 요리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를 볼 때에 탤런트 홍석천이나 웹툰 작가 김풍을 볼 때도 그들이 타고난 요리사라고 생각했는데 모로도 그런 것 같다. 모로는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요리사 직업 시험도 통과하고 망해가는 음식점을 인수해 되살려 놓는다. 사실 그래서 조금은 화가 난다. 열심히 노력해도 안되는 사람도 있는데...

일반 소설처럼 대반전이나 스릴은 없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대해, 그리고 우리 삶에 대해 잔잔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우리 소시민의 삶도 이처럼 한 편의 이야기로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미식의 나라인 프랑스의 다양한 음식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어 즐거웠다.

이 책에서 특히 따뜻하게 느껴졌던 점은 모로가 친구들을 불러 함께 장을 보고 직접 음식을 나눠서 먹는 부분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여유를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로가 요리는 여전히 좋아하는 것 일뿐 그걸 직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다고 하면서 자신이 희망하는 경제학을 열심히 공부하다가, 그것도 석사까지 공부하다가 그것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잘 하던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되는 부분이다. 인생이 긴만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함을 알려 주어서 좋았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모로가 부단히 노력했다는 점이다. 모로는 좋아하는 것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기차를 타고 가는 중에서 열심히 요리 책을 보고,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실력을 쌓았던 것이다.

모로처럼 음식을 잘 해서 많은 사람들을 배부르게 하고 먹는 즐거움을 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저마다 잘 하는 것이 있는 만큼 요리를 못한다고 비관하지는 말자. 작가도 요리보다는 글을 잘 쓰니 이 책을 썼을 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