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시대가 온다 - 성큼 다가온 초개인의 시대, 직장인의 내일 준비법
서준렬 지음 / 와이즈베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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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시대는 이미 와 있다. 사람들은 어차피 바뀌어야 할 새로운 사회가 코로나 때문에 빨리 찾아온거라 말하고 있다. 언택트, 온라인, 원격, 재택근무, 공유경제, 3D 프린터 제조 등. 반년 사이에 뉴노멀, 뉴 애브노멀(시장의 변동성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아 불확실성이 캐우 커진 상황)에 완벽히 적응했다고 하겠다.

 

팬데믹이 불고 온 개인의 시대는 스마트한 기계와 더불어 개인화를 부추긴다. 슈퍼을인 프리랜서, 슈퍼 비정규직이 탄생하고 있다. 이런 프리랜서들이 비즈니즈 세상의 판도를 바꾼다. 소비에도 개인의 시대가 온다. 가치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그 선두에서 있다.

 

90년대 생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그들에게 필요한 공정, 평등의 가치를 지행한다. 따라서 든든한 신뢰가 있다면 눈치 보지 않고 각자 개성 있는 '나'가 모여 '나들'이 되는 비즈니스를 환영한다. 그야말로 경제구조, 소비 방식, 기술발전, 전문성을 가진 노동자의 신분 변화 등. 완벽한 개인의 시대가 도래했다.

 

개인은 그동안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불렸던 수많은 선을 넘고 있다. 3D 프린터로 만드는 제조업, 지식과 정보, 인플루언서 홍보마케팅, 네트워크 등 마수를 뻗지 않는 분야가 없다. 개인이 자유롭게 일하면서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이여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힘과 자유를 누리려면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먼저 개인의 역량을 갖추는 게 우선시 되어야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신경 써야 한다. 개인의 시대는 개인으로 고립된 시대가 아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는 차이의 연대, 느슨한 연대가 필요하다. 각자도생이면서도 함께 연대해야 한다. 내가 부족한 점과 네가 가진 것의 상호보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력'을 어필할 줄 알아야 한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매력이란 상대방을 대하는 방식이다. 첫째, 상대방을 소비하는 대상이라 느끼지 않게 한다. 자꾸만 이용당하는 느낌, 필요에 의해 만나는 거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함께 하게 되어 기쁨다는 매력을 발산한다. 둘째, 부정적인 기운을 내뿜는 사람이어서는 안된다. 그런 기운은 쉽게 전염된다. 타인에게 내 매력이 반감되기 쉽다. 셋째, 사심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계산적인 사람, 욕망을 불어넣는 사람은 피곤하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사람이 내 복잡하고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해 줄 거란 기대감이 들기만 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다.

 

끝으로 저자는 준비하지 않고 무턱대고 퇴사하지 말 것을 권한다. 회사에서 준비하고, 공부할 것들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충분히 돈, 커리어, 업무 스킬, 인맥 등을 만들고 나서 프리랜서를 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한다. 퇴사를 준비한다면 5년 정도 앞서 내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개인의 시대가 왔지만 준비 없이 맞이한 시대는 고통과 실패뿐이다. 좀처럼 미래를 내다보기 힘든 때, 급변하는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버틸 의지는 꼭 만들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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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티튜트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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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사건들도 경첩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로 방향이 바뀔 때가 있다." P26, P442

 

 

 

 

이 말은 1권의 소설 초반과 끝에 반복되는 수미상응 문구다. 킹 옹이 그냥 넣었을 리 만무하다. 반드시 떡밥이 될 것이다. 읽으면 읽을 수로 엑스맨이 떠올랐고,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화된 또 하나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인스티튜트(INSTITUTE)'란 교육기관의 설립이란 뜻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에서는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모아두고 비인도적인 실험을 저지르는 비밀기관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들에게는 밖은 전쟁 중이고 조국을 위해 특별한 일을 할 적임자라 말한다.

 

 

 

 

《캐리》, 《샤이닝》, 《닥터 슬립》의 초능력과 《그것》의 아이들을 주제로 설정한 무한 이야기보따리가 다시금 풀렸다. 어른들이 망쳐 놓은 세상을 아이들이 바로잡는다는 설정이 키덜트의 흥미를 유발한다. 나이가 들어도 킹옹의 정신연령은 여전히 소년 감성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 속 이야기는 열두 살 천재 소년 루크가 갑자기 납치되며 또래의 아이들만으로 이루어진 어느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곳은 철저히 비밀에 붙혀져 있다. 설계자, 관리자, 기술자, 의사, 요리사, 경비 등. 각자 맡은 역할이 분업화되어 있다. 그러나 외부와의 소통은 불가하고 바른길로 인도되지도 않는다. 말을 잘 들으면 토큰을 듣지 않으면 체벌이 기다리고 있다. 귀에는 GPS가 심어져있고 보상으로 주어지는 토큰으로는 술, 담배 등 유해한 것들을 제약 없이 탐닉할 수 있다. 아이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수용소에서 유일한 낙이 유해한 성분이라는 아이러니다.

 

 

 

 

한편, 납치된 아이들은 TP(텔레파시)와 TK(염력)로 구분되고 점주사를 맞고 여러 실험에 이용된다. 점주사란 눈에 점이 보이는지를 판단하는 주사로 정체불명이나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붙어 TP와 TK 둘 다 양성인 아이를 골라내는 척도가 된다. 일정 시간이 된 아이들은 다른 기관으로 송환되나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된 건지 소식조차 알 수 없다. 첫날부터 이상함을 직감한 루크는 자신의 능력이 진화했음을 깨닫지만, 결코 티 내지 않는다.

 

 

 

 

이곳을 졸업해 특정 임무를 수행하며 최장 6개월까지 머물 수 있고(말은 그렇지만 3개월이 최대치였다), 6개월 동안 임무 후 기억을 삭제되어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거짓말로 안심시킨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납득되지 않는 통제와 체벌 속에 버티고 있다. 하지만 루크는 이들이 부모님을 살해하고 자신이 그 용의자로 지목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어른들은 양심과 윤리가 제거된 인간 군상들이다. 아이들을 임상실험체로 쓰면서도 한낱 죄책감도 갖지 않는다. 아파하고 힘들어해도 상품 그 이상도 이하로도 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괜찮은 어른인 모린 아줌마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루크는 '아들'이라고 상냥하게 대해주는 모린 아줌마의 속마음을 읽고 도와줬기 때문이다. 엄청난 사건도 사소한 경첩이 풀리며 방향이 바뀌는 법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루크의 이야기로 통일되나 전반부는 경찰 출신이나 한적한 마을의 야경꾼으로 취직하는 팀을 통해 2권에서 일어난 사건의 복선을 제공한다. 팀이 괜찮은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지키고 구할 수 있을지 기대되면서도, 루크에게 어떤 역경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역시나 이야기의 제왕답게 떡밥이 한껏 제공되었다. 인트로의 '사사기 16장의 삼손이 블레셋 사람들에게 벌이는 복수는 탈출에 성공한 루크가 벌이는 초능력 복수의 복선으로 추정된다.

 

 

긴 장마가 지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는 요즘 시간 순삭 소설, 코로나 창궐 본격 집콕 도서를 찾는다면 추천한다. 단, 당신의 순삭 시간은 보장할 수 없다. 스티븐 킹은 당신의 머리맡에서 교묘히 마수를 뻗는다. 이 책을 읽으라고, 이야기에 귀 기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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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1 펭귄클래식 46
브램 스토커 지음, 박종윤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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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1987년 초반 발매 이후 21세기까지 200년 가까이 사랑받고 있는 고딕소설 고전이다. 그는 1847년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 병약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극복하고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해 운동선수로 활약, 역사 학회 및 철학 학회장으로 활약한다. 그야말로 인싸중의 인싸였던 것.

 

그 후 더블린 성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했는데 틈틈이 써 내려간 연극 평론으로 작가의 꿈을 키운다. 사무직으로 답답하고 억눌렸던 무엇을 소설 쓰기로 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당대 유명했던 연극배우 헨리 어빙의 찬사를 담은 글을 '더블린 메일'에 기고했고, 이를 계기로 헨리와 친분을 쌓고 런던 라이시엄 극장의 비즈니스 매니저로 새로운 직업을 갖는다.

 

 

공무원에서 극장 매니저라는 획기적인 경력 전환은 헨리와 함께 상류사회 인입을 이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그중 《드라큘라》는 그의 작품 중에 가장 성공한 작품이다. 지금까지도 공포의 원형으로 남아 연극, 영화, 소설, 드라마, 뮤지컬 등으로 재해석 되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즉, 드라큘라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란 소리다.

 

개인적으로는 드라큘라를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로 초등학생 때 접한 후 심각한 트라우마를 얻었다. 에로틱하며 사악하고 공포스러운 미장센과 분위기를 초딩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 다행히 최근 재관람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했었지만 여전히 '드라큘라'는 나의 최고의 무섭고 섹시한 괴물이다. (나의 목을 깨물어 줘)

 

 

하지만 당시에는 불순하고, 천박하며, 매우 저속하다는 평단의 엇갈린 평가를 받았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카리스마 넘치고 섹시한 마성의 드라큘라 백작과는 거리가 먼 괴물의 이미지가 강해서였으리라 싶다. 또한 (드라큘라를 제외 한) 등장인물의 편지나 일기, 신문 스크랩, 타자기로 활자 화환 축음기 녹음 내용을 주된 형식으로 하는 탓에 구성과 내러티브가 엉망이란 평가를 받는다. 지금이야 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쓰는 형식이지만 당시에는 파격적이면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형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무의식, 어떤 금기를 건드린 퇴폐적이고 에로틱한 소설의 분위기는 악마, 퇴마, 괴물, 성교 난장판, 피 탐닉, 근친상간, 부관참시 등의 온갖 해괴하고 괴상망측한 짓의 교본을 대중들은 즐긴 듯하다. (역시 센 게 통한다)

 

 

원작을 읽어보면 영화에서 많이 각색된 것을 알 수 있다. 소설을 읽는 행위는 각색되고 편집된 원작을 통해 영화와 비교하며, 숨겨진 정보로 풍성하게 탐닉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영화에 다 넣을 수 없던 사소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체득할 수 있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루마니아 귀족께서 영국에 땅을 사 이사하고자 한다. 이는 서구권에 대한 동구권의 복수로 종종 읽힌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이때 조너선 하커가 백작 집에 찾아온다. 그를 포로로 잡아두어 이것저것 도움을 얻는다. 아마도 조너선 하커는 브램 스토커의 분신일 것이다. 그를 통하여 백작의 기괴한 행동을 관찰하고 서술하는 캐릭터인 동시에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된 이야기꾼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으로 따져보니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에서 영국 휫비로 이동해온 부동산 재벌의 이야기로 해석해 봤을 때 꽤 흥미로웠다. 이때 동네의 흙을 끌고 오는 것은 필수다. 은신처 흙에 파묻혀 낮에는 잠을 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설 속 등장인물처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코로나19처럼 직접 접촉을 피해야 했다. 아무리 절친 루시라도 미나는 거리두기를 했어야 화를 면하지 않았을 거다.

 

 

그렇게 백작은 조너선(키아누 리브스)의 아내가 되는 미나(위노나 라이더), 미나의 친구 루시를 공격해 종족을 퍼트린다. 이 소식을 듣고 반 헬싱 교수는 흡혈귀 사냥꾼을 대동하고 응징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일단 1권 밖에 안 읽어봤기 때문에 영화로 본 결말과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영화에서는 백작의 전생에 미나와 얽혀 있는 것을 각색되었다. 좀 더 드라마틱 한 캐릭터 구성이다. 드라큘라 백작은 사랑하는 아내 엘리자베스를 두고 교회를 위해 십자군 전쟁에 나서 싸웠다. 무자비하고 잔인하기로 유명한 그는 승전보를 들고 돌아왔으나 터키군의 오보 계략으로 아내를 잃는다. 돌아와 깊은 슬픔에 잠긴 드라큘라는 분노해 교회를 파괴하고, 스스로 피를 탐하는 악의 화신으로 거듭난다.

 

 

때문에 영국으로 오려는 이유가 확고해진다. 사랑하는 여인이 환생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당시 19세기 영국은 과학이 태동하던 시기라 매우 혼란스러웠다. 퇴마사인 반 헬싱(안소니 홉킨스)이 나타나 시체의 목을 자르는 등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행동들도 용납하기 어려웠던 시대로 묘사된다.

 

 

1권에서는 반 헬싱 교수가 이미 드라큘라의 하수인이 된 루시의 시신을 꺼내 목을잘라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끝난다. 빨리 2권을 읽어보고 싶다.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천천히 즐기면서 변태처럼 야금야금 읽을 것이다. 흡혈귀의 음탕하고 서늘한 습성처럼 말이다.

 

 

참고로 드라큘라가 더 궁금하다면 '루크 에반스' 주연의 영화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이나 '휴 재맨' 주연의 <반헬싱>을 추천한다. 드라큘라 하면 떠오르는 '게리 올드먼'을 넘어서긴 힘들지만 그냥저냥 즐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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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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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허지웅 작가 글을 처음 접했던 건 씨네 21 이었다. 평론가, 작가, 방송인 등 그 밖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던 그가 돌연 병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했었다. 그래서 더욱 예전의 칼칼하던 청양고추의 매운맛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아직도 까칠하고 날카로운 필체의 허지웅이 반가웠다. 과연 악성림프종으로 힘들었던 그 시간 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책은 그 궁금증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전반부는 병을 그야말로 '견디며' 보낸 시간을 써낸 힘든 고백서다. 읽는 사람도 고통이 그대로 느껴지는 기묘한 체험이었으며, 온전히 아픔을 나눌 수 없지만 한 스푼의 공감이 잠시나마 삶과 죽음을 생각하도록 만든다. 현재는 병을 이겨냈지만 재발하면 다시는 치료를 받지 않을 거란 말이나, 오기로 버틴 요가 수업, 같은 병을 앓는 환자의 병문안 (이 에피소드는 두번에 걸쳐 자세히 다룬다) 등. 허지웅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에피소드를 읽는 것도 즐거웠다.

 

가장 좋았던 것은 다시 영화와 소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언급된 작품을 보고 읽지 않아도 궁금함을 유발한다고나 할까. 존 허트와 김영애 배우에 관한 애도문을 읽고 영화가 무척 궁금해졌다. 영화제목은 데이빗 린치의 《엘리펀트 맨》과 고영남의 《깊은 밤 갑자기》다. 얼굴에 종양을 달고 있어 코끼리 맨이라 불리는 기구한 사연의 한 남성을 연기한 존 허트와 김기영 감독의 《충녀》 만큼이나 섬뜩한 모습의 김영애를 만나보고 싶다. 영상자료원에서 봐야지 하고 체크해 두었다. 사람으로 인정 받고 싶은 남자와 점점 미쳐가는 여자가 궁금해졌다.

 

미시마 유키오와 다자이 오사무의 자살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실존에 환멸을 느낀 두 사람이 선택한 극단은 충격적이기도 하고 일본 특유의 고립감이기도 했다. 여러 차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허지웅에게 이 두 죽음은 비슷한 점을 찾아보는 계기기도 했을거다. 슬픔과 예민함을 가진 쪽으로 기우는 어쩔 수 없는 일. 다자이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가려 했던 미시마의 고백이 허지웅에게도 잘 어울린다 생각 들었다.

 

그 밖에도 <라라랜드>, <쓰리 빌보드>, <공동정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은 이미 본 영화를 다시 떠올려 깊게 생각해 볼 기회를 주었다. 무엇보다 제노모프를 중심으로 <에이리언> 가계도를 정해준 통찰, 자신의 최애 영화인 <스타워즈> 정리도 무척 감사했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인용해 구세대와 현세대의 반복되는 충돌과 지금 세대에 대한 연민과 충고도 적절히 버무려 준다. 속이 다 후련해 진다.

 

그리고 젊은 세대를 걱정하기도 한다. 권력을 가진 꼰대가 청년의 무모함과 젊음을 속박해도 아나킨 스카이워커에서 다스 베이더로 타락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제다이가 말하는 마음의 평정 포스를 회복하고 객관성을 유지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버틴다면 반드시 당신의 날이 찾아올 거라 응원하다. 역시 허지웅 다운 위로다.

 

잠시 허지웅처럼 니체를 옆에 끼고 사는 것도 퍽 괜찮을 거라 상상했다. 죽음의 가까이에 가본 사람이 해줄 수 있는 종교를 초월한 소중한 무엇. 허지웅은 크게 아픈 후 그 무엇을 발견한 것 같다. 유년 시절부터 괴물을 좋아했다고 한다. (나도 퍽 좋아함) 지금 돌아보니 그들에게 끌렸던 건 연민이었는지 압도였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프랑켄슈타인이나 드라큘라 백작처럼 사람과 섞이고 싶어 했던 과한 행동들과 영웅을 괴롭히는 악당들이 반드시 세상에 필요함을 충분히 설득한다. 악당이 있어 영웅도 대접받고 빛나는 거니까 말이다. 그렇게 괴물 덕후로서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경외도 빠트리지 않는다.

 

누가 성덕 아니랄까 봐 영화에 대한 TMI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가 던지는 살고 싶다는 농담이 마음에 와닿는다. 농담을 가장한 진담인지, 정말 농담인지 모를 글들이 진솔하게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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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본 철학 수업 - 세상을 바꾸기엔 벅차지만 자신을 바꾸기엔 충분한 나에게
전진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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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인간이 되라!" 새빠지게 일해 도 명품백 갖기도 어려운데 명품인간이 되라니. 교장선생님 참 너무하셨다. 그래서 저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랑스로 유학을 간다. 오로지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서다. 학교를 입학한 건 그 후. 2년 어학 코스를 밟고 파리 제1대학 철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한다. 책은 3년 여간의 에피소드와 철학을 공부하며 들었던 생각을 녹여낸 철학 에세이다. 한국과 프랑스의 다른 점과 비슷한 점이 기록되어 있다. 재미있는 주제는 아니니만 관심 있는 주제라 읽게 되었다. 참 대단하다 느낀 것이 나도 처음 듣는 프랑스 고전 영화들이 줄줄이 나온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자기만의 인생>, <내 미국 삼촌> 등등. 나중에 영자원 가서 찾아봐야겠다고 메모하기도 했다.

 

무모함, 객기를 청춘이라 부른다. 그때 아니면 해보지 못할 것들이 있다. 지나고 나면 부끄럽기도 하고 다시 되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나의 스무 살은 어땠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저자의 생각을 읽으면서 나의 스무 살을 생각해 봤다. 참 턱도 없을 나의 스무 살이었다.

 

저자는 제2외국어를 배우며 모국어처럼 정체성을 갖는다. 한국인의 프랑스 자아. 빵 오헤장이 좋고, 철학을 공부한다. 참 어색하고 독특한 두 자아를 갖고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익혔다. 프랑스는 68혁명 이후 누구나 평등한 교육을 받기 위해 등록금을 낮추었다. 하지만 저자가 학교를 다닐 때 등록금 인상 앞에서 외국인 학생에게 16퍼센트나 인상에 항의할 권리가 있다며 투쟁한다. 한국 같았으면 개인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일도 프랑스에서는 가능하다.

 

교육받을 권리마저 부와 가정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평등을 고민하는 사회가 프랑스다. 강남에 살지 못하고 학원을 다닐 수 없는데 수능을 치러 대학에 입학해야 하는 한국의 입시 제도는 부당하다고 느낀다. 비록 결과는 같다고 해도 시도조차 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은 다른 것이다. 한국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며 내가 믿어왔던 관점과 신념, 가치가 다가 아님을 깨닫는다.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은 없고 우물 안 개구리는 밖을 뛰쳐나가야 함을 깨닫는다.

 

철학을 배우는 기쁨을 사실 공감하긴 어려웠다. 내가 개념 정리가 잘 안되었기에 반복해서 읽고 곱씹으며 몇 번씩 되돌아가 읽기도 했다. 하지만 도덕, 윤리, 철학은 인간이기에 갖추어야 할 것들, 알아두어야 할 가치다. 이것들이 무너지는 순간 공동체는 파괴되고 인류 문명은 종말을 맞는다.

 

요즘 미드 [굿플레이스]를 봐서인지, 우유부단한 윤리학 교수 치디가 생각났다. 치디에게 윤리학을 배우는 세 학생들이 된 기분이 이었다.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며 타인과 섞이며 사는 것은 무엇인지 곱씹어 봤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이 말이 인상적이라 인용한다. "타인을 돕는 태도, 편견 없는 시선 등 선한 행동이란 그것이 '좋음'이라는 앎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좋은 삶을 배움으로써 앎을 실천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이것 하나만은 기억할 것 같다. 선한 의지를 당할 자는 없다. 세상은 서로를 돕고 도와 만들어지는 공동체의 운명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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