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티튜트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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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사건들도 경첩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로 방향이 바뀔 때가 있다." P26, P442

 

 

 

 

이 말은 1권의 소설 초반과 끝에 반복되는 수미상응 문구다. 킹 옹이 그냥 넣었을 리 만무하다. 반드시 떡밥이 될 것이다. 읽으면 읽을 수로 엑스맨이 떠올랐고,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화된 또 하나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인스티튜트(INSTITUTE)'란 교육기관의 설립이란 뜻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에서는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모아두고 비인도적인 실험을 저지르는 비밀기관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들에게는 밖은 전쟁 중이고 조국을 위해 특별한 일을 할 적임자라 말한다.

 

 

 

 

《캐리》, 《샤이닝》, 《닥터 슬립》의 초능력과 《그것》의 아이들을 주제로 설정한 무한 이야기보따리가 다시금 풀렸다. 어른들이 망쳐 놓은 세상을 아이들이 바로잡는다는 설정이 키덜트의 흥미를 유발한다. 나이가 들어도 킹옹의 정신연령은 여전히 소년 감성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 속 이야기는 열두 살 천재 소년 루크가 갑자기 납치되며 또래의 아이들만으로 이루어진 어느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곳은 철저히 비밀에 붙혀져 있다. 설계자, 관리자, 기술자, 의사, 요리사, 경비 등. 각자 맡은 역할이 분업화되어 있다. 그러나 외부와의 소통은 불가하고 바른길로 인도되지도 않는다. 말을 잘 들으면 토큰을 듣지 않으면 체벌이 기다리고 있다. 귀에는 GPS가 심어져있고 보상으로 주어지는 토큰으로는 술, 담배 등 유해한 것들을 제약 없이 탐닉할 수 있다. 아이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수용소에서 유일한 낙이 유해한 성분이라는 아이러니다.

 

 

 

 

한편, 납치된 아이들은 TP(텔레파시)와 TK(염력)로 구분되고 점주사를 맞고 여러 실험에 이용된다. 점주사란 눈에 점이 보이는지를 판단하는 주사로 정체불명이나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붙어 TP와 TK 둘 다 양성인 아이를 골라내는 척도가 된다. 일정 시간이 된 아이들은 다른 기관으로 송환되나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된 건지 소식조차 알 수 없다. 첫날부터 이상함을 직감한 루크는 자신의 능력이 진화했음을 깨닫지만, 결코 티 내지 않는다.

 

 

 

 

이곳을 졸업해 특정 임무를 수행하며 최장 6개월까지 머물 수 있고(말은 그렇지만 3개월이 최대치였다), 6개월 동안 임무 후 기억을 삭제되어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거짓말로 안심시킨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납득되지 않는 통제와 체벌 속에 버티고 있다. 하지만 루크는 이들이 부모님을 살해하고 자신이 그 용의자로 지목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어른들은 양심과 윤리가 제거된 인간 군상들이다. 아이들을 임상실험체로 쓰면서도 한낱 죄책감도 갖지 않는다. 아파하고 힘들어해도 상품 그 이상도 이하로도 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괜찮은 어른인 모린 아줌마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루크는 '아들'이라고 상냥하게 대해주는 모린 아줌마의 속마음을 읽고 도와줬기 때문이다. 엄청난 사건도 사소한 경첩이 풀리며 방향이 바뀌는 법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루크의 이야기로 통일되나 전반부는 경찰 출신이나 한적한 마을의 야경꾼으로 취직하는 팀을 통해 2권에서 일어난 사건의 복선을 제공한다. 팀이 괜찮은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지키고 구할 수 있을지 기대되면서도, 루크에게 어떤 역경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역시나 이야기의 제왕답게 떡밥이 한껏 제공되었다. 인트로의 '사사기 16장의 삼손이 블레셋 사람들에게 벌이는 복수는 탈출에 성공한 루크가 벌이는 초능력 복수의 복선으로 추정된다.

 

 

긴 장마가 지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는 요즘 시간 순삭 소설, 코로나 창궐 본격 집콕 도서를 찾는다면 추천한다. 단, 당신의 순삭 시간은 보장할 수 없다. 스티븐 킹은 당신의 머리맡에서 교묘히 마수를 뻗는다. 이 책을 읽으라고, 이야기에 귀 기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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