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르본 철학 수업 - 세상을 바꾸기엔 벅차지만 자신을 바꾸기엔 충분한 나에게
전진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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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인간이 되라!" 새빠지게 일해 도 명품백 갖기도 어려운데 명품인간이 되라니. 교장선생님 참 너무하셨다. 그래서 저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랑스로 유학을 간다. 오로지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서다. 학교를 입학한 건 그 후. 2년 어학 코스를 밟고 파리 제1대학 철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한다. 책은 3년 여간의 에피소드와 철학을 공부하며 들었던 생각을 녹여낸 철학 에세이다. 한국과 프랑스의 다른 점과 비슷한 점이 기록되어 있다. 재미있는 주제는 아니니만 관심 있는 주제라 읽게 되었다. 참 대단하다 느낀 것이 나도 처음 듣는 프랑스 고전 영화들이 줄줄이 나온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자기만의 인생>, <내 미국 삼촌> 등등. 나중에 영자원 가서 찾아봐야겠다고 메모하기도 했다.

 

무모함, 객기를 청춘이라 부른다. 그때 아니면 해보지 못할 것들이 있다. 지나고 나면 부끄럽기도 하고 다시 되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나의 스무 살은 어땠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저자의 생각을 읽으면서 나의 스무 살을 생각해 봤다. 참 턱도 없을 나의 스무 살이었다.

 

저자는 제2외국어를 배우며 모국어처럼 정체성을 갖는다. 한국인의 프랑스 자아. 빵 오헤장이 좋고, 철학을 공부한다. 참 어색하고 독특한 두 자아를 갖고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익혔다. 프랑스는 68혁명 이후 누구나 평등한 교육을 받기 위해 등록금을 낮추었다. 하지만 저자가 학교를 다닐 때 등록금 인상 앞에서 외국인 학생에게 16퍼센트나 인상에 항의할 권리가 있다며 투쟁한다. 한국 같았으면 개인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일도 프랑스에서는 가능하다.

 

교육받을 권리마저 부와 가정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평등을 고민하는 사회가 프랑스다. 강남에 살지 못하고 학원을 다닐 수 없는데 수능을 치러 대학에 입학해야 하는 한국의 입시 제도는 부당하다고 느낀다. 비록 결과는 같다고 해도 시도조차 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은 다른 것이다. 한국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며 내가 믿어왔던 관점과 신념, 가치가 다가 아님을 깨닫는다.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은 없고 우물 안 개구리는 밖을 뛰쳐나가야 함을 깨닫는다.

 

철학을 배우는 기쁨을 사실 공감하긴 어려웠다. 내가 개념 정리가 잘 안되었기에 반복해서 읽고 곱씹으며 몇 번씩 되돌아가 읽기도 했다. 하지만 도덕, 윤리, 철학은 인간이기에 갖추어야 할 것들, 알아두어야 할 가치다. 이것들이 무너지는 순간 공동체는 파괴되고 인류 문명은 종말을 맞는다.

 

요즘 미드 [굿플레이스]를 봐서인지, 우유부단한 윤리학 교수 치디가 생각났다. 치디에게 윤리학을 배우는 세 학생들이 된 기분이 이었다.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며 타인과 섞이며 사는 것은 무엇인지 곱씹어 봤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이 말이 인상적이라 인용한다. "타인을 돕는 태도, 편견 없는 시선 등 선한 행동이란 그것이 '좋음'이라는 앎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좋은 삶을 배움으로써 앎을 실천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이것 하나만은 기억할 것 같다. 선한 의지를 당할 자는 없다. 세상은 서로를 돕고 도와 만들어지는 공동체의 운명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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