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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1 ㅣ 펭귄클래식 46
브램 스토커 지음, 박종윤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1987년 초반 발매 이후 21세기까지 200년 가까이 사랑받고 있는 고딕소설 고전이다. 그는 1847년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 병약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극복하고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해 운동선수로 활약, 역사 학회 및 철학 학회장으로 활약한다. 그야말로 인싸중의 인싸였던 것.
그 후 더블린 성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했는데 틈틈이 써 내려간 연극 평론으로 작가의 꿈을 키운다. 사무직으로 답답하고 억눌렸던 무엇을 소설 쓰기로 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당대 유명했던 연극배우 헨리 어빙의 찬사를 담은 글을 '더블린 메일'에 기고했고, 이를 계기로 헨리와 친분을 쌓고 런던 라이시엄 극장의 비즈니스 매니저로 새로운 직업을 갖는다.
공무원에서 극장 매니저라는 획기적인 경력 전환은 헨리와 함께 상류사회 인입을 이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그중 《드라큘라》는 그의 작품 중에 가장 성공한 작품이다. 지금까지도 공포의 원형으로 남아 연극, 영화, 소설, 드라마, 뮤지컬 등으로 재해석 되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즉, 드라큘라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란 소리다.
개인적으로는 드라큘라를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로 초등학생 때 접한 후 심각한 트라우마를 얻었다. 에로틱하며 사악하고 공포스러운 미장센과 분위기를 초딩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 다행히 최근 재관람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했었지만 여전히 '드라큘라'는 나의 최고의 무섭고 섹시한 괴물이다. (나의 목을 깨물어 줘)
하지만 당시에는 불순하고, 천박하며, 매우 저속하다는 평단의 엇갈린 평가를 받았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카리스마 넘치고 섹시한 마성의 드라큘라 백작과는 거리가 먼 괴물의 이미지가 강해서였으리라 싶다. 또한 (드라큘라를 제외 한) 등장인물의 편지나 일기, 신문 스크랩, 타자기로 활자 화환 축음기 녹음 내용을 주된 형식으로 하는 탓에 구성과 내러티브가 엉망이란 평가를 받는다. 지금이야 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쓰는 형식이지만 당시에는 파격적이면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형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무의식, 어떤 금기를 건드린 퇴폐적이고 에로틱한 소설의 분위기는 악마, 퇴마, 괴물, 성교 난장판, 피 탐닉, 근친상간, 부관참시 등의 온갖 해괴하고 괴상망측한 짓의 교본을 대중들은 즐긴 듯하다. (역시 센 게 통한다)
원작을 읽어보면 영화에서 많이 각색된 것을 알 수 있다. 소설을 읽는 행위는 각색되고 편집된 원작을 통해 영화와 비교하며, 숨겨진 정보로 풍성하게 탐닉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영화에 다 넣을 수 없던 사소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체득할 수 있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루마니아 귀족께서 영국에 땅을 사 이사하고자 한다. 이는 서구권에 대한 동구권의 복수로 종종 읽힌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이때 조너선 하커가 백작 집에 찾아온다. 그를 포로로 잡아두어 이것저것 도움을 얻는다. 아마도 조너선 하커는 브램 스토커의 분신일 것이다. 그를 통하여 백작의 기괴한 행동을 관찰하고 서술하는 캐릭터인 동시에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된 이야기꾼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으로 따져보니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에서 영국 휫비로 이동해온 부동산 재벌의 이야기로 해석해 봤을 때 꽤 흥미로웠다. 이때 동네의 흙을 끌고 오는 것은 필수다. 은신처 흙에 파묻혀 낮에는 잠을 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설 속 등장인물처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코로나19처럼 직접 접촉을 피해야 했다. 아무리 절친 루시라도 미나는 거리두기를 했어야 화를 면하지 않았을 거다.
그렇게 백작은 조너선(키아누 리브스)의 아내가 되는 미나(위노나 라이더), 미나의 친구 루시를 공격해 종족을 퍼트린다. 이 소식을 듣고 반 헬싱 교수는 흡혈귀 사냥꾼을 대동하고 응징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일단 1권 밖에 안 읽어봤기 때문에 영화로 본 결말과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영화에서는 백작의 전생에 미나와 얽혀 있는 것을 각색되었다. 좀 더 드라마틱 한 캐릭터 구성이다. 드라큘라 백작은 사랑하는 아내 엘리자베스를 두고 교회를 위해 십자군 전쟁에 나서 싸웠다. 무자비하고 잔인하기로 유명한 그는 승전보를 들고 돌아왔으나 터키군의 오보 계략으로 아내를 잃는다. 돌아와 깊은 슬픔에 잠긴 드라큘라는 분노해 교회를 파괴하고, 스스로 피를 탐하는 악의 화신으로 거듭난다.
때문에 영국으로 오려는 이유가 확고해진다. 사랑하는 여인이 환생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당시 19세기 영국은 과학이 태동하던 시기라 매우 혼란스러웠다. 퇴마사인 반 헬싱(안소니 홉킨스)이 나타나 시체의 목을 자르는 등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행동들도 용납하기 어려웠던 시대로 묘사된다.
1권에서는 반 헬싱 교수가 이미 드라큘라의 하수인이 된 루시의 시신을 꺼내 목을잘라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끝난다. 빨리 2권을 읽어보고 싶다.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천천히 즐기면서 변태처럼 야금야금 읽을 것이다. 흡혈귀의 음탕하고 서늘한 습성처럼 말이다.
참고로 드라큘라가 더 궁금하다면 '루크 에반스' 주연의 영화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이나 '휴 재맨' 주연의 <반헬싱>을 추천한다. 드라큘라 하면 떠오르는 '게리 올드먼'을 넘어서긴 힘들지만 그냥저냥 즐길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