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 문학상 제정 작가 10인 작품선 대한민국 스토리DNA 15
김동인 외 지음 / 새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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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무진기행》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 문인 10명의 단편18선을 모았습니다. 절제되고 함축적인 표현에서 오는 깔끔하고 강렬한 문장은 단편만의 고유한 매력인데요. 김승옥의 무진기행 말고도 김동인의 감자, 이상의 실화,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 황순원의 독 짓는 늙은이 등 교과서에서 다뤄진 유명한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이 적절히 섞여 있어 풍성한 독서를 이룰 수 있습니다. 특히 《무진기행》은 얼마 전 '알쓸신잡'에서 떠난 순천이 바로  '무진'의 배경임이 알려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누구나 한국 근현대 소설은 입시 때문에 접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것도 전문이 아닌, 시험에 나오는 부분만 단락으로 읽어봤을지도 모릅니다.  필자 또한 입시를 위해 읽었던 그때의 감정과 지적 유희를 위한 독서는 분명 감정의 차이가 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도 안개에 읜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중략)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

P113


 

비로소 안개로 둘러싸여 도망치듯 떠난 주인공의 안식처 무진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염세적인 세계관에 쉽게 동화되어 한동안 빠져나오기 어렵기도 했던 슬픈 느낌은 60년대의 대한민국 근대사와 맥락을 나란히 합니다.  가상의 무진과 서울이란 장소를  뚜렷하게 나눠 섬세한 질감을 보여주기 때문일 텐데요. '안개'의 모호한 불명확성이 당시를 살아가던 지식인과 사회 혼란을 상징하는 장치로 쓰였습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무진이 있다!"​


다짜고짜 아픈 머리를 비우고 싶어 멀리 떠나는 도피처 같은 곳이 가상의 도시 '무진'이죠.  모두 다 근대를 외치며 서울로 상경하는 반면 주인공은 사라지고 싶을 때 무진을 찾죠. 그곳에서는 내가 누구인지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안개처럼 뿌옇게 부유하다가 언젠가 사라져 버려도 이상하지 않는 세계죠. 그곳에서 나는 '인숙'을 만납니다.


1960년대는 소설의 배경이자 중요한 모티브가 됩니다. 60년대는 4.19 혁명이 실패하고 5.16 군사 정변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민주화의 열망이 꺾이던 시대였죠. 경제 개발을 목적으로 독재 정치가 시작되었습니다.  급작스러운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서울로 서울로 향합니다. 그 과정에서 전근대적인 공동체와 가족이 해체되고 부적응하던 주인공은 방황하게 됩니다.

 

단순히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라는 타이틀 말고 언급된 작가들은 모두 문학상을 가지고 있는 작가입니다. 단편이 끝나고 나면 작가의 연보와 상의 의의를 생각해 보는 특별함을 갖춥니다. 10인의 리스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학상의 탄생과 스타일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다시 불어오고 있는 고전 열풍 속에서 고전은 나와 주변의 역사를 알라가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고전은 시대를 초월해 끊임없이 재가공돼 많은 예술 문화의 바탕이 되고 있으니까요. 작가 김승옥은 현재 자택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1980년 절필 선언 후  총 24편의 소설을 썼고, 그 후 성경과 신학에 빠졌으며 세종대학교 국어 국문 학교 교수로 재임했습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재활 치료를 받고 계신 것으로 확인됩니다.


《무진기행》의 매력에 빠졌다면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도 읽어보길 권합니다. 1964년 어느 겨울날, 선술집에서 만난 '안'이라는 인물과 서른여섯의 가난해 보이는 한 사내와의 이야기입니다.  저녁부터 그 다음날 아침까지의 에피소드를 담았으며 60년대의 어두운 시대를 말장난의 언어유희로 풀어낸 감성 소설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 간직한 '무진'은 어떤 모습인가요? 소외와 고독 외로움이 깊어지는 멜랑꼴리한 가을날 읽는다면 쓸쓸한 정취를 담북 이어받을 수 있을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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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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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간에게 언어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내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을 포함해 나의 정체성,  역사, 나아가 다른문화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세종대왕이 만들어준 우리의 글과 말을 빼앗았던 일제시대는 민족말살정책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도 한민족의 정신은  빼앗지 못했죠. 이처럼 언어가 가진 힘은 매우 큽니다.


서양문화의 뿌리가 되는 '라틴어'는 이제는 잘 쓰지 않는 고어(古語)로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언어는 아닙니다.  언어 자체를 배운다기 보다  다양한 이유로 라틴어 수업이 인기인데요.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로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 한국와 이탈리아를 오가며 이탈리아 법무법인에서 일했고, 서강대의 '라틴어 강의'를 맡아 진행했던 한동일 교수의 인기 강의가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네요.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강의'는 타 학교 학생들, 일반인들까지 청강하는 명강의로 이름이 높았는데요. 책으로나마 청강의 기분을 느껴 볼 수 있어 풍성한 탐독이 되었습니다.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라틴어 수업》에서 배웠습니다.  아무쪼록 필자는 《라틴어 수업》을 통해 교양을 쌓고 자기 수련 (자기계발)을 돕는 총괄적인 인생수업이 되었기에 적극 추천하는 책입니다.

 

수업이 인기 있는 이유는  라틴어 실력을 높이기 위한 목표가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수업은 라틴어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고 사고체계의 틀을 만들어 주는데 있죠. 영어나 프랑스어보다도 훨씬 복잡한 문법체계는 쉽사리 도전장을 내지 못할 언어란 어려움도 있고요.

 

라틴어 수업을 듣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영어나 불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를 잘하기 위해 듣거나, 서양 문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알고 싶다거나,  남에게 있어보기기 위한 이유. 참 재미있어요. 천차만별의 이유로 한 수업에서 만나다니. 뭐 이유야 아무렴 어떻니까, 배움의 목표는 그것을 언제든지 빼서 자신을 위해 쓰기 위한 '머릿속의 책장'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책은 한동일 교수의 유학시절의 경험에 기초한 에피소드와 라틴어의 어원, 의미, 변화, 영향을 미친 문화 등 전반적인 것을 교양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라틴어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 그뿐만이 아니라 결국 모든 사상도 인도와 맞다아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나요?  오늘날 거의 모든 유럽어의 모 언어로 알고 있는 라틴어는 세계 언어 분포상 '인도 유럽어계'에 속한다고 합니다. 인도 유럽어는 북인도, 근동, 유럽 전 지역에 전파되어 있는 언어군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18,19세기 역사비교언어학에 따라 언어의 형태뿐만이 아니라 의미 구조에 있어서도 단일한 공통조어에서 파생됐으리라는 가정하게 붙여진 이름입니다.


역사적으로 상고 시대에 인도와 유럽 지역은 유라시아 스텝 지역에서 유입된 유목민족에게 정복당했습니다. 유목민의 대대적인 이주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의 여러 지역에 지각 변동이 일어납니다. 종교와 법률, 언어적인 측면에 변화를 가져왔는데, 서구 사회에서 시작된 '법'의 용어들도 어원은 '종교'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화란 말을 실감하게 하는 사실이 아닐 수 없어요. 위 아 더 월드, 지구촌은 둥글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라틴어'를 배우며 알았습니다.


많은 전쟁으로 정복한 식민지에 라틴어가 전해졌지만 문화와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이유는 바로 '소통'과 관계있습니다. 일상생활에 쓰는 표현 중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은 사실 법률적 표현이고 거슬러 가면 라틴어 표현입니다. '하지 마라', '주의해라'라는 명령보다 조금 더 유연한 행동의 주체를 존중하는 말이 라틴어의 기본이죠. 상대가 나이가 많은 적든, 나보다 지위가 높든 낮든 수평성을 전제로 합니다. 언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어야 타인 관계 관계 형성이 가능한데요, 라틴어는 바로 그런 고상하고 우아한 언어임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Post coitum omne animal triste est.

포스트 콤이툼 옴네 아니말 트리스테 에스트.

모든 동물을 성교 (결합) 후에 우울하다.

-갈레노스 클라우디오스-


 

"그 의미는 열정적으로 고대하던 순간이 격렬하게 지나가고 나면, 인간은 자기 능력 밖에 있는 더 큰 무엇을 놓치고 말았다는 허무함을 느낀다는 겁니다. 즉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개인적, 사회적인 자아가 실현되지 않으면, 인간은 고독하고 외롭고 소외된 실존과 마주해야 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P 134


 

당신의 나이나 성별, 지금의 상태가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열성적으로 고대하던 순간이 격렬하게 지나가고 나면 허무함을 느끼는 동물이죠. 그래서 끊임없이 일거리를 찾아 헤매는 동물인지도 모릅니다. 뭔가를 최선을 다해 해보고 찾아오는 우울감을 느껴보는 것도 다른 일로 진입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어느덧 새파랗게 잎사귀를 드러내던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노랗고 빨간 잎으로 물들이는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벌써 올해도 몇 달 남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빠르지만 붙잡을 수 없어 안타까울 뿐, 우리는 짧은 찰나의 순간에도 살아감을 멈출 수가 없죠. '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 죽음으로써 타인에게 기억을 물려주는 존재입니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란 라틴어 말처럼, 낙엽을 떨어트려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의 죽음의 겸허함을 느껴보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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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하게 쓸모있는 경제학 강의 -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지금 여기 시민을 위한 경제학
유효상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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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미디어에서 떠들어대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 듣긴 들었는데, 감이 잘 오지 않는다고요?  알파고니, 블록체인이니, 비트코인, 카카오뱅크, 랜섬웨어 등  생소한 경제 용어들과 결합하여 아직 먼 이야기 같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눈에 확실히 보이지도 않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도 않는 불투명한 미래를 걸고 도전하는 일은 얼마나 큰 결심을 해야 할까요? 좀처럼 감이 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알뜰하게 쓸모있는 경제학 강의》는 다른 책보다 4차 산업혁명의 기존 개념을 쉽게 풀어쓴 책입니다. 다소 어렵다고 느끼는 과학과 경제학의 콜라보레이션 책이기도 한데요. 경제학과 과학의 초보자를 위한 그러니까, 일반 대중을 위한 쉬운 설명이 4차 산업혁명으로 변하게 될 미래를 피부에 와닿게 정리한 책입니다. 불투명한 미래를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나 하는 식으로 단정하는 예측보다 훨씬 현실적인 구성이 독보입니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은 그동안의 변화와 패러다임을 가지고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도 빠른 변화가 나타나는 지금은 지식인들조차 정확한 미래예측이 불가능합니다. 말 그대로 4차 산업혁명은 불확실성이 큰 분야인데요. 경제용어로는 '블랙스완 효과'이라 부리는데,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해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생겼을 때 쓰는 말이 적용되는 분야입니다.  경제뿐만 아닌 모든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큰 기회로 다가올 수 있는 게 바로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제일 정확한 정의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불확실함 속에서도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점하는 것 즉, 앵커링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시되는데요.' 앵커링 효과'란 한번 닻이 내려지는 앵커링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닻과 배가 연결된 밧줄의 범위 안에서만 사고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와 함께 기존 표준 경제학에 심리학을 더한 '행동경제학(실험경제학)'이 중요한 학문으로 떠오를 겁니다. 사람들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특히 예측할 수 없다면 '디지털 자이언트(세계 시장을 리드하는 ICT 기업.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등이 속함)'의 향후 방향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디지털 자이언트들과  아직 작고 어리지만 디지털 자이언트들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귀찮고 위협적인 존재인 '앵클 바이터'의 방향과 목적을 주시하면 자연스럽게 미래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죠.

 

'디지털 자이언트'도 시장을 바꿔나가기 위해 앵클 바이터(우버, 에어비앤비 등) 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변화를 주도하거나, 주도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변화를 빠르게 인지하고 편승하는 기업만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제2의 노키아, 제2의 코닥, 제2의 아이리버가 되지 않기 위해서  고민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불투명한 시대에 누가 선점하고 누가 앞으로 나아가느냐는 미리 준비한 사람에게만 기회가 옵니다. 우리 모두 지식의 저주에 빠지지 않기 위해 무엇보다 새로운 미래를 적극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은 기업 간부,  공무원, 과학자를 대상으로 만든 책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진짜 필요한 4차 산업혁명의 경제 지식을 담고 있습니다. 최대한 편하고 친절하고 적절한 예와 그림을 가져와 과외하듯이 설명합니다. 미래의 주역이 될 아이들의 교육을 준비하는 학부모, 이직이나 스타트 업을 준비하고 있는 직장인, 혹은  취업 준비생, 정년퇴직이 빨라지는 것을 걱정하는 모든 직장인 등에게 적합한  4차 산업혁명 시대, 가장 쉬운 경제학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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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1. 보온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오리진 시리즈 1
윤태호 지음, 이정모 교양 글, 김진화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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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의 기원을 알아가는 것은, 곧 나를 알아가는 것이다."

 


 

먼 미래 인류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마음껏 먹어도 살찌지 않는 음식,  대신 공부해주고 일해주는 로봇,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바람. 이것들이 어렵지 않게 이뤄진 세상, 하지만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지식의 호기심도 필요 없는 모든 것이 갖춰진 세상, 과연 살아갈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영원히 살 수 있는 세상에서 아이러니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미래의 자화상입니다.

미래에서 온 AI 봉투와 같은 마음으로 배워보는 본격 교양 만화 《오리진》 시리즈는  '저스툰'에서 현재 연재 중에 있습니다. 만화 팟캐스트 느낌으로 사물, 개념, 제도, 사상 등의 기원(ORIGIN)을 찾아  100권을 목표로 10년 치를 구상한 윤태호 작가의 첫 번째 단행본입니다.

첫 주제는 '보온'으로 정했는데요. 보온이 가장 첫 번째 이유인즉슨 사물, 지구, 나아가 우주도 필요한 온도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도 생명에서 왔고 생명은 열이 있는 곳에서 기원 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생명을 지키는 '보온', 온도를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만화가 끝나면 과학적 이론을 쉽게 풀어쓴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의 코멘트가 이어지는데요. 어른과 아이, 문화 이과 모두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일러스트화된 설명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오리진》은 출판사와 함께 기획한 교양 만화로 처음부터 공부하는 마음으로 감수의 감수를 거쳐 탄생한 작품입니다. 이론을 이야기와 이미지의 힘으로 기억하게 함으로써 훨씬 오래도록 각인되는 정보를 전하고 싶었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읽어봤더니 의도한 대로 '보온'에 대한 개념이 쉽게 이해되고,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몸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생각해보기는 계기가 되네요.  우리 몸은 36.5도를 조금만 벗어나도 곧 병이 나고 마니까요. 세상의 모든 생명에도 바로 열이 나면 식혀주고, 추워지면 따듯하게 해주는 적정한 보온이 있어 가능하다는 것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절대 미래에서 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깡통 로봇) 봉투가 체험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흡사 빅데이터를 모으는 인공지능 같기도 하고, 세상을 알아가는 아기 같기도 합니다.  미래에서 온 로봇 '봉투'는 인류의 멸망을 피하기 위해 21세기로 보내진 로봇입니다.

 

21로 보낼 것을 생각한 미래 인류는 최대한 위화감이 없는 외형을 만들고 싶었나 봅니다. 봉투가 가진 외형은 월E 같은 깡통로봇의 모습이라 친근하게 다가오네요. 충전할 때 폭삭 늙는 표정도 자꾸만 떠오르고, 작은 체구에서 나타나는 여러 특징이 놀랍고 귀엽습니다. 그동안 귀여움과는 어울리지 않았던 윤태호 작가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그림체와 아이의 눈으로 설명하는 친절함이  《오리진》의 컨셉인 것 같아요.

 

 

봉투는 기존의 알파 로봇이 가진 문제를 극복하고 세분화된 생각 영역이 필요에 따라 활성과 비활성을 선택할 수 있게 세팅되었습니다. 미래의 과학자는 학습 기능을 극대화하고자 '생각'에서 추상적인 영역은 닫고 논리 영역만 을 활성화했는데요.  워프하는 과정에서 '스페이스 타임 쇼크(시공간을 넘어올 때 충격으로 발생한 오류, 오리진 상 설정)'로 인해  '연민'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봉투가 특별한 로봇이 되는 겁니다.

 

한 달 전 tvN '어쩌다 어른' 유발 하라리 x 윤태호 편을 방청 갔더랬는데요. 윤태호 작가는 유발 하라리에게 세상에 나오지 않은  《오리진》 을 영문으로 급하게 작업해 선물했었습니다.  《오리진》 을 준비하면서 유발 하라리의 책을 접했고, 고무되어 이번  강연까지 승낙하였다고 하더라고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인공지능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대두되고 있는 요즘 관심 있게 읽기 좋은 교양 만화입니다.

 

100권까지 기다리다 현기증 날 것 같은 만화, 봉투의 다음 학습은 무엇일지, 빚쟁이들을 피해 과학자들은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감성과 이성의 적절한 명작 만화가 또 하나 탄생할 것 같습니다.  연재로 만나보고 싶은 분들은 '플레이 스토어'에서 '저스툰' 검색 후 다운로드. 혹은 네이버 검색창에서 저스툰을 검색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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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오후 - 시인 최영미, 생의 길목에서 만난 마흔네 편의 시
최영미 지음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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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짧은 언어의 함축이 만들어내는 문학의 정수 시. 시를 읽는다는 것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 나를 음미하는 일과 일맥상통합니다.  시 읽는 일을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최영미 시인이 고른 마흔네 편의 시. 세계의 명시와 원문, 쓰일 당시와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엮어낸 코멘트는 단순한 해설을 넘어  즐거움이 됩니다.


 [목차]

1부 고통과 시간을 견디게 하는 힘
진실을 찾아 시들어가리 |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 깊게 맺은 언약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그녀에게 장미가 아니라 벼룩을 바친 시인 | 벼룩 / 작별 - 존 던
죽음, 그대가 죽으리라 | 죽음이여 뽐내지 마라 - 존 던
나를 노래하다: 사포의 서정시 | 그는 내게 신처럼 보여 - 사포
모든 정직한 사람은 예언자 | 순수의 조짐 - 윌리엄 블레이크
호랑이여! | 호랑이 - 윌리엄 블레이크
아! 바이런 | 이네즈에게 - 조지 고든 바이런
‘반대’를 위해 태어난 시인 | 어느 개에게 바치는 비문 - 조지 고든 바이런
이 살벌한 세상에서 | 마지막 여름 장미 - 토머스 무어
제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하시기를 |그냥 순순히 작별 인사 하지 마세요 - 딜런 토마스
내가 눈을 감으면 | 미친 여자의 사랑 노래 - 실비아 플라스
영원을 향한 시간의 도둑 같은 전진 | 소네트 77 - 윌리엄 셰익스피어
젊음의 재 |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소네트 73 - 윌리엄 셰익스피어

2부 당신의 입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들
아버지를 위한 대답들 | 나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비가(悲歌) - 마크 스트랜드
만일 세상이 두 번 멸망한다면 | 가지 않은 길 / 불과 얼음 - 로버트 프로스트
가라 내 노래여 | 임무 - 에즈라 파운드
세상은 추하고 사람들은 슬프다 | 바보 같은 - 월리스 스티븐스
우리는 앞을 보고 뒤를 보지만 | 종달새에게 - 퍼시 비시 셸리
그렇게 엮인 사랑은 또 그렇게 풀릴지도 | 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내 속에서 노래했던 여름이 | 어느 입술이 내 입술에 키스했는지 -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먼지처럼 | 그래도 나는 일어서리라 - 마야 안젤루
꽃을 잊듯이 | 잊어버립시다 - 세라 티즈데일
그는 나의 북쪽이며 남쪽 | 장례식 블루스 - W. H. 오든
너무 미리 말하지 마 | 시대가 변하고 있다 - 밥 딜런

3부 예술은 착각이었네. 욕망도 헛것이었네
오래, 오래 뒤에, 어느 참나무에서 | 화살과 노래 -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내가 젊고 대담하고 강했을 때 | 베테랑 / 이력서 - 도로시 파커
완벽한 장미는 없다 | 완벽한 장미 한 송이 - 도로시 파커
황야도 천국이 되리 | 루바이 4 / 루바이 11 / 루바이 15 - 5오마르 하이얌
저 하찮은 진통제들 | 가슴은 먼저 즐겁기를 원하지 / 사랑이란 존재하는 모든 것
- 에밀리 디킨슨
바닷가에서 | 기탄잘리 -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내가 죽거든 | 노래 - 크리스티나 로제티, 소네트 71 - 윌리엄 셰익스피어
사랑의 시간 |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
어떤 조각도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네 | 미켈란젤로의 소네트
황무지 | 죽은 자의 매장 - T. S. 엘리엇
두드러기를 긁지 마라 | 아들에게 주는 충고 - 어니스트 헤밍웨이

작가의 말

시대를 떠나 후대에도 읽히는 고전처럼 시 또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묘한 기시감을 전하는 바탕입니다. 책 속에 전하는 마흔네 편의 시는 당시에도, 지금도 해왔을 고민과 감정을 공감하는 계기가 되죠. 사랑과 죽음은 영원한 시의 주제입니다. 아름다운 꽃 대신  『벼룩』으로 사랑을 고백한 재미있는  '존 던'의 시를 들여다봅니다.  400년 전의  시는 혐오스러운 벼룩을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물로 사용 하는 발상이 엉뚱하면서도 의미심장합니다. 사랑과 벼룩은 은근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이놈은 먼저 나를 빨고, 그대를 빨아 이 벼룩 속에 우리의 두 피가 섞였지요.'라는 구절은 전염성이 강한 사랑을 뜻하는 은유입니다. '두 피가 모여 하나로 된 피를 실컷 먹어 배가 불렀지요.'라는 구절은 사랑의 결실, 임신을 뜻한다고 하네요. 존 던의 시를 알았으니, 이제 사랑 고백할 때 꽃 대신  『벼룩』을 읊어 준다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섹시하고 도발적인 사랑고백에 웃음이 납니다.

그는 내게 신처럼 보여

그는 내게 신처럼 빛나 보여,

네 앞에 마주 앉은 남자,

달콤한 너의 말에 귀 기울이며

너의 매혹적인 웃음이 흩어질 때면

내 가슴이 가늘게 떨리네.

너를 슬쩍 쳐다보기만 해도, 내 혀가 굳어

아무 말도 할 수 없네.


뜨거운 불길에 휩싸여

내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

내 귀가 둥둥 울리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몸이 떨리네

나는 마른 풀처럼 창백해지고

죽을 것만 같아

(중략)

 

기원전 600년경 에게해 동쪽의 섬인 '레스보스(Lesbos)'에서 태어난 '사포'의 시는 2,50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세련된 언어로 다가옵니다. 서정시를 발전시킨 그리스의 여성 시인 '사포'는  서양 문학의 기본이 되는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또한 동성애를 시어로 표현한 특별한 여성이었는데 레즈비언(Lesbian)의 언어를 탄생시킨 장본이기도 합니다. 사포가 태어난 섬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언어기도 하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처럼 빛나 보이는 남자를 바라보는 마주 앉은 여인입니다. 너의 마음을 빼앗은 그를 질투하는 사포의 농밀한 마음을 담은 시죠. 인간의 느낌, 나의 감정을 표현한 시인 '서정시'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사포. 플라톤은 예술을 관장하는 9명의 뮤즈 다음으로 10 번째 뮤즈로 사포를 불러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사랑과 정열을 상징하는 꽃 장미를 주제로 쓴  도로시의 슬픈 시   『완벽한 장미 한 송이』. 최영미 시인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게 아닌 사랑을 저주하는 시라고 말합니다. 일종의 안티(anti) 연애시란 이야기. 달콤한 1연을 지나 복선이 깔린 2연으로 연결되는 복수의 칼날을 겨눈 3연의 완벽한 트릴로지. 후반부의 '리무진'을 향한 다양한 해석이 운운한데 최영미 시인은 리무진처럼 길고 확실하며 현대적인 사랑의 부적을 원하는 확실한 상징,  꽃보다 원하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완벽한 장미 한 송이를 바치는 남자보다 완벽한 리무진을 보내거나 타고 나타나는 남자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의 역설.  이 시를 읽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해지는 이유겠죠. 신데렐라를 꿈꾸는 모든 여성들의 마음을 꿰뚫어 본듯한 사포가 환생한 것 같아  마음에 콕 박힙니다.

 

 

 

'시' 풀어쓰는 소설보다 함축적인 언어로 쓰여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영시는 번역에서 오는 오역과 의역으로 자국어가 갖는 의미보다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시인이 세세히 풀어주는 마흔네 편의 시가 가을의 감성을 제대로 파고듭니다. 

한낮의 작열하는 태양이 조금은 누그러진 오후 4시 같은 시.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만 쉬어가는 시간이 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깊어가는 가을 날 당신의 감성을 자극하는 시 한편. 빽빽한 하루를 유연하게 만드는 시,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비타민 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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