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공룡시대에 산다 - 가장 거대하고 매혹적인 진화와 멸종의 역사 서가명강 시리즈 31
이융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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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잠시 빌려 쓰는 것뿐. 인간은 아주 짧은 시간 살고 있음에도 주인인 것 마냥 훼손하고 오염하고 있다. 각설하고, 인간 이전에는 공룡이 주인이었다. 16천만 년 가장 오랜 지구의 지배자였다. 그들은 유니콘처럼 상상의 동물이 아닌 실존했던 동물이었다. 여전히 발굴되고 있는 화석을 통해 존재가 증명되고 있다.

 

 

책은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이융남 교수가 쓴 쉽게 읽는 공룡 가이드다. '서가명강'은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란 말의 줄임이다. 책은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 중 유익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엄선한 '서가명강'시리즈 중 하나다. '명견만리''세바시' 같은 대중 강연이나 TV 프로그램에서 나온 담론을 담은 책이 인기인 것처럼 과학 문화를 대중적으로 접근하는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는 대한민국 1호 공룡박사로 불리며 한반도 최초 뿔공룡 코리아케라톱스와 반수생 신종 공룡 나토베나토르를 발굴했다. 한국-몽골 국제공룡탐사 프로젝트의 탐사대장으로 고생물학계 난제였던 데이노케이루스의 정체를 밝히는 등 공헌을 인정받았다. 여러 강연과 TV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공룡과 고생물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따라서 책은 깊이 있는 공룡에 관한 주제를 대중적으로 서술해 읽기 쉽고 이해는 빠르게 했다. 공룡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더라도 몽골 사막(배드랜드)에 머물면서 공룡 뼈를 발굴하고 석고재킷을 만드는 과정이라든지. 반대로 알래스카 다날리국립공원(툰트라 지형)을 탐사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2,000미터가 넘는 지형으로 올라가는 경험 등. 코리안 인디아나존스가 따로 없다. 발굴과 복원 과정을 듣는 것도 흥미로웠다.

 

 

 

공룡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오지를 탐사하고, 발굴한 공룡뼈를 암석에서 꺼내기 위해 실험실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수많은 뼛조각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머리를 감싸고, 논물을 쓰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뒤져야 하는 이 모든 과정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p214-215”

 

 

 

 

몽골에서는 은하수, 전갈, 사막 여우 등이 있다면 알래스카에는 곰이 있어 상반되는 경험을 듣는 것도 재미다. 어릴 때 <쥬라기 공원> 영화를 보면서 꿈꿔 봤을 공룡과의 공생과 스펙터클함이 가끔은 아주 힘들고 고된 일임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 추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좋아서'라고 한다. 공룡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무언가를 평생 아끼고 좋아하며 사랑할 수 있을까. 실제 공룡학자는 전 세계에 100여 명 정도뿐이라니, 단순히 공룡을 좋아하는 것을 떠나 사명감을 갖고 목숨을 담보로 일로 승화한 진정한 덕질의 세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과거를 탐구해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다. 46억 년의 지구 나이의 일부만을 알고 있지만 인류의 진화를 궁금해하고 현존하는 이유까지 알고 싶은 철학적인 사람들이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870여 종과 함께 살고 있는 한 종일 뿐이며, 마치 만물의 영장처럼 행동하는 것도 반성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촉구하고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인류는 지구에서 1,000년 안에 사라질 거라고 말한 예언을 깨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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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세계사 -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전쟁과 테러 등 넷플릭스로 만나는 세계사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
오애리.이재덕 지음 / 푸른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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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두 저자는 이 책은 넷플릭스와 무관하다고 밝힌다. 그저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는 20편의 영화. 드라마를 통해 세계 근현대사를 풀어냈다고 했다. 20편의 콘텐츠는 무한한 넷플릭스 바다 안의 20개일 뿐이며 재미와 의미, 정보까지 쌍끌이 하는 만족도 높은 콘텐츠를 찾고 있다면 《넷플릭스 세계사》에 추천된 것들만 봐도 한 달 이용료 이상을 뽑을 것으로 예상한다.

책은 총 5챕터로 분류하고 있다. 인종차별과 저항, 전쟁과 테러리즘, 보혁충돌과 화해, 빈부격차와 분노, 현대사의 특별한 순간들이다. 저번에 읽었던 《내 가게를 위한 브랜딩은 달라야 합니다》로도 충격받았던 콘텐츠의 재해석을 또 한 번 경험했더랬다. 현대사, 세계사를 주제로 한 다양한 나라의 콘텐츠가 많은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실감했다.

20개 중 7개만 봤다니. 봐야 할 목록이 또 늘어난다. 두 분은 넷플릭스를 끼고 사는 것 같다. 아예 관심조차 없던 사건, 콘텐츠를 발견하는 기쁨이 말도 못 한다. 한 달 구독료가 아깝지 않을 것 같은 알뜰한 시청자다. 콘텐츠를 너무 1차원적으로 봤다. <로마>에 한국 교관이 나왔던 것도 몰랐고, <아이리시맨>이 케네디와 대척점에 섰던 호파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아메리카>나 <대부>처럼 아일랜드 이민자와 어두운 마피아의 유착, 배신, 복수에 관한 이야기와 미국의 시대상을 담았다고만 생각했던 거다. <퀸즈 갬빗>으로 체스가 러시가 종주국인 것도 알게 되었다.

역시 책을 읽어봐야 하고 영화도 많이 봐야만 한다. 따라서 어렵고 딱딱한 역사책으로 읽기 보다 영상으로 공부하고 싶은 분, 실화물을 좋아하는 분, 넷플릭스로 세계 여행 떠나고 싶은 분, 다양한 나라의 콘텐츠를 즐기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책에 서술된 정보를 쓰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관심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는 추천도서다.

참고로 책이 2쇄 되면 고쳤으면 좋겠다. <아이리시맨>의 주인공 '로버트 드 니로'를 '로버트 드니로'라 붙여 썼는데, 염연히 '드 니로'로 써야 한다. 이탈리아 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이런 성씨를 쓰며 풀네임은 '로버트 앤서니 드 니로 주니어'다.

소개된 20개의 콘텐츠는 이렇다.

블루스가 쏘아 올린 차별을 향한 저항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흑인은 범죄자'라는 위험한 낙인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미국 원주민 사회의 '불편한' 진실 <너의 심장>

20세기 멕시코의 치열한 역사 <로마>

누구를 위한 싸움인가 <블랙 어스 라이징>

'킬링필드'의 악몽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스파이 '코헨'의 최후 <더 스파이>

IS를 향한 잘못된 환상 <칼리프의 나라>

혼란한 시대, 누가 이 세상을 구원할 것인가 <메시아>

영화 <시민 케인>의 탄생과 배경 <맹크>

그날, 시카고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지적이고 아름다운 공존 <두 교황>

새로운 '불평등'의 출현 <화이트 타이거>

파리 19구에서 탄생한 괴도 '뤼팽' <뤼팽>

아프리카의 굶주림은 '누가' 만든 것인가?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노동계 대통령 '호파' 실종사건의 진실 <아이리시맨>

"체스판은 곧 세상" <퀸즈 갬빗>

'복지 선진국' 우루과이의 투쟁 <12년의 밤>

개인의 '국가 세우기'는 가능한가?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

진짜 '괴물'은 우리가 사는 세계에 있다 <기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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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덕질 - 일상을 틈틈이 행복하게 하는 나만의 취향
이윤리 외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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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덕질》은 《이웃덕후 1호》의 2편이라 할 수 있다. 2호라는 제목으로 갈 줄 알았는데 컨셉은 같고 총 7명의 덕후의 취미를 들여다본다. 매년 열리는가 보다. 미래엔 북폴리오에서 개최한 단편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품집이라 할 수 있다. 내 덕질을 커밍아웃하고 세상에 더 알리고 싶다면 3회 공모전을 도전해 보길!

덕질은 더 이상 숨겨야 할 민망한 취미나 시선을 받을 게 아니다. 소수의 취미를 인정해 주는 분위기, 오랫동안 한 가지에 꽂혀 즐기고 쌓았던 모든 시간과 열정을 존경하는 형태도 있다. 올해 선정된 에세이집의 경향은 취마가 더 다양해졌다는 데 있다. 게다가 필력도 좋아서 읽는 내내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졌다.

단숨에 나를 사로잡은 건 외증조할머니로부터 시작된 SF 사랑이었다. 지구가 아니 우주, 그리고 생명체와 현상에 재미를 붙이고, 과학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는 이윤리 덕후에 관심이 향했다. 의정부에 있는 집안 선산 이야기와 그로 인해 접했던 수많은 해적판 SF 책들. 공각기동대, 블레이드 러너나. 매트릭스. 그리고 심오한 정신세계의 소녀를 짝사랑하면서 내면이 성장하게 된 일. 대학에서 만난 선배와의 실연 후 《그리폰 북스》로 영혼의 상처를 메우고 매우 철학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이제부터 매우 공감했다. 나도 몇 년 전 테드 창을 알게 되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한 챕터는 영화 <컨택트>로 만들어졌으니까. 그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언어학자와의 교류는 충격적이었다.

이후 저자는 아버지의 파킨슨병 발병과 할머니의 치매를 들어 소우주인 나와 가족의 이야기로 마무리했다. 가족으로 열어 가족으로 끝나는 서사까지 완벽 깔끔하다. 가족의 병이 가져온 시간은 힘들었지만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던 누군가를 조금은 알아가기도 한다. 이윤리 덕후의 'SF와 나의 이야기'(그러고보니 테드 창 제목의 패러디?)가 처음인 이유(대상)를 알 것 같았다. 매력적인 글맛이 살아있다. 소설 써 보시는 건 어떨지 싶을 정도였다.


두 번째 최우수상 책덕후 조소영 덕후 사연도 만만치 않았다. 책덕후와 사회성 부족의 연결고리를 화두로 던진다. 사회성이 떨어져 덕후가 되는지, 덕후가 되고 나서 사회성이 떨어지는지. 뫼비우스 띠 같은 논리다. 조소영 덕후는 후자라고 한다. 나도 나름 영화, 책 덕후라고 생각하는데 내향인은 맞지만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안 들어 봤는..; 아무튼, 책과 나만 있으면 된다는 간편하고 쉬운 취미가 독서란 말은 동의한다.


어릴 적부터 친구를 사귈 줄 몰라 집어 든 책이 친구의 기쁨도 알게 해주고 도서관에서 책 정리 일인자로 뿌듯함도 주었다. 목돈 100 만으로 전자책을 샀다니. 대단한 덕심폭발이라 리스펙하고 싶다. 그러다가 드디어 수많은 책의 바다에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성인도서'. 당시 중학생이었던 덕후는 그 책이 버젓이 도서관에 꽂혀있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넘어 신세계로 떠나는 경험을 만끽한다.


나는 중고등학교 땐 그냥 조금 읽다가 대학생, 특히 사회 초년생 때 읽기 시작한 케이스다. 대학생이 되자 당시 연애, 알바, 공부 이 세 요소를 정신없이 돌리면서도 멋진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다. 그때 인도의 성교 책을 보다가 후방 주의를 몇 번이나 맛보았는지 모르겠다. 그때를 생각하니, 덕후가 중학생 때 느꼈을 성욕 판타지의 신세계가 상상되기도 해 또 라떼를 만들어 봤다.


얼마 전 코엑스에서 도서전이 열렸다. 팬데믹 전에는 매회 갔는데 행사가 비슷비슷하고 상업적으로 바뀌어서 안 간지 3년 되었다. 대형 출판사가 도산하고 오프라인 강자였던 교보문고도 희망퇴직을 권고하고 독서인구가 현저히 줄어든 상황에서 도서전이 북적이는 건 아이러니다. 이 기이한 현상을 바라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몇 년 전 책의 자릿세와 비용을 생각해 전자책으로 갈아탔다고 했다. 환경도 생각하고 참 좋은 발상이라 느낀다. 아직 활자 책이 좋은 나는 집 앞 도서관을 이용해 독서 중이다. 사는 동네 시스템이 동네 서점과 연계해 신간을 월 2회나 무료도 대여해 준다. 이렇게 고른 책은 지역 서점을 살리고 나도 키워준다.

세 번째 우수상인 여돌 덕후 김창경 덕후도 재미있었다. 자주 토요일에 한국영상자료원을 가는데 근처에 MBC가 있어서 음악 프로그램 공개방송에 온 팬들을 마주한다. 대부분이 소녀지만 나이 지긋한 중년, 혹은 이모팬도 더러 있어서 신기했다. 주변에 BTS의 초기팬이 있어서일까. 놀랄 일은 아니라고 봤는데 이분은 여성 아이돌 덕후였다.

이분의 덕질 시초는 '하늘땅 별땅'의 '비비'였다. (랩퍼 비비 아님 주의) 당시 H.O.T 와 젝키가 인기있던 시절 비비라니 덕후 체질을 타고나셨다. 비비로 인해 세상과 마주하는 법, 관계 맺는 법, 오늘의 행복을 알았다니. 이런 게 스스로를 성장케하는 덕질의 순기능이다.

덕질장려 화이팅! 이후 유피로 넘어가고 여성 멤버 집에 들러 여러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직장 다니며 씨스타로 넘어가다 휴지기에 들어간다. 이유는 번아웃이 와서였다. 쉬다가 유튜브로 알게 된 게 바로 오마이걸. 곧 마흔 아줌마의 꺼져가던 덕질인생이 재정비 맞는 계기였다.

아이돌 덕후는 사계절처럼 피어다가 지는 아이돌계를 돌아보며 신선같은(?) 말씀으로 마무리하셨다. 힘든 시기를 이겨낼 용기와 응원을 서로 주고받고 성장하는 계기. 선한 영향력이 준 나를 일으켜 준 거름, 그리고 키워준 바탕이 덕질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 앞으로의 나를 위해 오늘도 덕질을 멈추지 않는 덕후들이 있는 한 세상은 한껏 윤택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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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게를 위한 브랜딩은 달라야 합니다 - 초보 사장님을 위한 영화 속 마케팅 공식 15
정나영 지음 / 청림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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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팬톤 2021년 컬러 같아서 마음에 들었던 책. 소상공인, 작은 가게를 위한 브랜딩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마케팅 관점에서 글을 쓰는 방법도 있구나 새삼 배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컨셉이 마음에 들었다. '초보 사장님을 위한 영화 속 마케팅 공식 15'은 15개의 공식에 맞는 영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국제시장>에서는 MD(머천다이징)와 VMD(비주얼머천다이징)를 연결한다. 부산 국제시장의 명물 꽃분이네를 주축으로 명소와 볼거리, 흥미로운 경험까지. 시장 자체를 팔라고 조언한다. <앙: 단팥 인생 이야기>는 노인의 노하우만큼 오래된 스토리텔링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라 한다. 도라야키 가게, 직접 팥소를 만드는 장인을 통해 일본의 문화와 우리나라의 한과를 엮은 점이 흥미로웠다. 식품명인체험홍보관에서 취재했던 갈골산자 최봉석 명인의 수작업 제조 방식이 소개되어 놀랐다.


<극한직업>은 형제치킨의 수원왕갈비통닭을 비유하며 고객이 원하는 메뉴의 종류와 수를 찾아내는 메뉴 엔지니어링을 제안했다. 천만영화에 숨겨진 마케팅 원리를 배워보는 시간이었다. 수사를 위해 위장취업한 치킨집이 오히려 대박나는 아이너리가 재미있는 영화였다.

지금까지 맥 라이언과 톰 행크스의 로코로만 인식했던 <유브 갓 메일>은 거대 자본(대기업)으로 폐업 위기에 놓인 작은 서점이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는 영화였다. 이렇게 보니 완전 다른 영화였다니. 저자는 작은 서점 만의 감정을 파악한 후 고객과 지적인 소통과 교류를 하라고 말한다. 즉 제3의 공간을 만들고 독립서점의 생존 공식 3c(커뮤니티, 큐레이션, 모임 convening)를 기억하라고 했다.

어머니의 오래된 식당을 자신만의 메뉴와 운영 방침으로 꾸려가는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은 단골, 나만의 고객이란 목표 고객 집단을 이해하고 골목상권을 키우기를 권유했다. 마치 '22세에서 60세까지의 교육 수준이 높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회 중산층과 상류층, 사회적 의식수준이 높으며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고객'이 스타벅스의 타깃인 것처럼 말이다.

인류 호텔 출신 셰프가 전국을 떠돌며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파는 <아메리칸 셰프>에는 SNS로 폭망해 SNS로 재기하는 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순기능을 설명한다. 시골의 작은 가게에서 시그니처 초콜릿으로 고객을 끌어 들이는 <초콜릿>은 개인화, 감각 마케팅을 권하며 고객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해 개인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오래된 동네의 생필품을 책임지는 슈퍼 장수마트의 전신 <장수상회>에서는 사라져가는 동네 슈퍼를 살리며 이 책의 주요 목표기도 한 브랜드 마케팅을 설명한다.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 변화하는 시장에 대비하는 재정비가 작은 가게의 브랜드 마케팅의 근간이다.


인적 드문 한적한 바닷가에 오픈한 카페는 어떨까?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은 번화가가 아니더라도 작은 가게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MOT '진실의 순간', '중요하고 결정적인 순간'15초를 주목하라며 심리적 거리를 설명한다.

동네 터줏대감이자 주민들의 결점을 보완해 주는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은 과거와 현재, 미래. 온고지신 정신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쇼핑의 심적 안정 치료 효과인 리테일 테라피의 장점과 고객 감동을 실천하는 양장점 주인만의 비법이 소개되어 있다.

마니아를 위한 음반가게를 소재로 한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는 틈새시장 공략, 니치마케팅을 설명한다. 소수가 모여 다수가 되고 티끌 모아 태산이 되듯 목표로 삼기 좋은 틈새시장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일본에서 먹던 음식을 핀란드 현지 재료로 만드는 <카모메 식당>에서는 두말할 것 없는 힐링과 먹방을 선보여 영화팬들에게도 인생 영화로 꼽힌다. 여기서는 낯선 곳에서 가게 운영 시 현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현지화 마케팅'을 예로 든다.


장난감 가게의 생명체로 혼란을 부르는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은 장난감 보다 경험을 파는 경험 마케팅을 한 수 배울 수 있다. 인적 드문 바닷가에 차린 빙수처럼 <바다의 뚜껑>도 시도하지 않은 것, 깊이 뿌리내린 정체성 등 연대의 고리를 촘촘하게 늘려 작은 가게가 북적이도록 만들라는 교훈도 얻는다.

마지막 <와인 미라클>에서는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크라우드 소싱과 마케팅을 설명한다. 더불어 고객에게 참여의 기회를 팔고 아이디어와 재능을 지속하면서 한배 타는 방법을 알려준다.

15개 중 솔직히 6개만 봤더라.(뭘 봤는지는 안알려줌) 나머지 영화는 빠른 시일 내에 보고 마케팅의 관점을 바라보기로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부제는 '영화 속'이라고 했지만 엄연히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은 4부작 드라마다. 2쇄가 들어가면 정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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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 이성을 넘어 다시 만나는 감정 회복의 인문학 서가명강 시리즈 30
신종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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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너무 감정적이야"란 말을 자주 듣는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MBTI는 INFJ. 내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에도 쉽게 감염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인물이 울고 있으면 거울을 보는 것처럼 나도 울고 있는 상황. 어쩌면 드라마 [이로운 사기]의 과공감증후군이 아닐까 의심한 적도 있다.

유년 시절부터 친구들의 연애 및 삶의 상담은 내 몫이었고, 누군가와 싸우거나 불편하면 혼자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시나리오를 쓰곤 했다. 한 마디로 피곤한 유형이다. 절대 상담사 같은 직업을 찾으면 안 되는 인간이다.

자신을 감정 위에서 파도 타는 법을 알려주는 교육학자라 소개한 '신종호' 저자의 《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는 괜한 것도 분석하길 좋아하는 INFJ가 좋아할 도서다. 시간과 돈이 된다면 심리학을 배우러 대학원에 가고 싶을 정도로 남을 탐구하는데 집착하는 내게 참 유익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했거나 부를 축적한 사람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자기감정을 잘 조절하는 '정서 지능'을 키워야 인간관계, 사회활동, 업무 수행력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자기 정서를 잘 알아야 올바른 행동으로 연결되고, 다양한 상황에서 정서조절에 용이해 건강한 방식이 이루어진다.


책에는 심리학의 다양한 종류, 기질 등이 정리되어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내 주변인, 영화나 책 속 캐릭터를 이해하게 되었다. 정신건강이 중요하다고 믿기에 매우 공감 가는 구절이 있어 소개한다.

"개인이 행복을 느끼는 이유를 분석해 보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선천적인 낙천성이 50퍼센트, 그 사람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같은 배경이 10퍼센트, 그리고 일상생활의 즐거움이 4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의 즐거움이 행복을 경험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P196

제우스를 속이고 지옥에 떨어서 정산의 바위를 올리는 시시포스처럼. 삶은 매일 무거운 바위를 올려 행복에 닿으려 하지만 도달하지도, 머무르지도 못하는 순간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일상의 소중함에 감사하며 너그러운 마음을 유지하려고 해야겠다.

사람 사이에서 자주 떠오르는 질문에 가까운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하지.." 정말 고민했고, 조용히 손절한 사람도 많아서였다. 그 첫걸음으로 나의 정서를 이해해야 했다. 자신의 감정과 정서를 먼저 이해하지 못하면 한계에 직면하게 되고 성장하지 못한다. 만약 잘 이해하게 된다면 삶의 의미나 타인의 이해, 성취감, 행복은 따라온단다. 오늘부터 시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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