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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공룡시대에 산다 - 가장 거대하고 매혹적인 진화와 멸종의 역사 ㅣ 서가명강 시리즈 31
이융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잠시 빌려 쓰는 것뿐. 인간은 아주 짧은 시간 살고 있음에도 주인인 것 마냥 훼손하고 오염하고 있다. 각설하고, 인간 이전에는 공룡이 주인이었다. 1억 6천만 년 가장 오랜 지구의 지배자였다. 그들은 유니콘처럼 상상의 동물이 아닌 실존했던 동물이었다. 여전히 발굴되고 있는 화석을 통해 존재가 증명되고 있다.
책은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이융남 교수가 쓴 쉽게 읽는 공룡 가이드다. '서가명강'은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란 말의 줄임이다. 책은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 중 유익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엄선한 '서가명강'시리즈 중 하나다. '명견만리'나 '세바시' 같은 대중 강연이나 TV 프로그램에서 나온 담론을 담은 책이 인기인 것처럼 과학 문화를 대중적으로 접근하는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는 대한민국 1호 공룡박사로 불리며 한반도 최초 뿔공룡 코리아케라톱스와 반수생 신종 공룡 나토베나토르를 발굴했다. 한국-몽골 국제공룡탐사 프로젝트의 탐사대장으로 고생물학계 난제였던 데이노케이루스의 정체를 밝히는 등 공헌을 인정받았다. 여러 강연과 TV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공룡과 고생물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따라서 책은 깊이 있는 공룡에 관한 주제를 대중적으로 서술해 읽기 쉽고 이해는 빠르게 했다. 공룡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더라도 몽골 사막(배드랜드)에 머물면서 공룡 뼈를 발굴하고 석고재킷을 만드는 과정이라든지. 반대로 알래스카 다날리국립공원(툰트라 지형)을 탐사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2,000미터가 넘는 지형으로 올라가는 경험 등. 코리안 인디아나존스가 따로 없다. 발굴과 복원 과정을 듣는 것도 흥미로웠다.
“공룡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오지를 탐사하고, 발굴한 공룡뼈를 암석에서 꺼내기 위해 실험실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수많은 뼛조각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머리를 감싸고, 논물을 쓰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뒤져야 하는 이 모든 과정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p214-215”
몽골에서는 은하수, 전갈, 사막 여우 등이 있다면 알래스카에는 곰이 있어 상반되는 경험을 듣는 것도 재미다. 어릴 때 <쥬라기 공원> 영화를 보면서 꿈꿔 봤을 공룡과의 공생과 스펙터클함이 가끔은 아주 힘들고 고된 일임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 추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좋아서'라고 한다. 공룡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무언가를 평생 아끼고 좋아하며 사랑할 수 있을까. 실제 공룡학자는 전 세계에 100여 명 정도뿐이라니, 단순히 공룡을 좋아하는 것을 떠나 사명감을 갖고 목숨을 담보로 일로 승화한 진정한 덕질의 세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과거를 탐구해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다. 46억 년의 지구 나이의 일부만을 알고 있지만 인류의 진화를 궁금해하고 현존하는 이유까지 알고 싶은 철학적인 사람들이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870여 종과 함께 살고 있는 한 종일 뿐이며, 마치 만물의 영장처럼 행동하는 것도 반성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촉구하고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인류는 지구에서 1,000년 안에 사라질 거라고 말한 예언을 깨고 싶다면 말이다.
리뷰는 21세기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