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잠 못 들고 있었군요 - 불행하지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은 밤
은종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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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힘들고 불행한 일을 듣는 것만큼 항마력 강한 일이 있을까. 최근 드라마 [이로운 사기]를 보고 있어 과거의 트라우마가 미치는 영향을 깊게 생각해 보게 한다. 드라마는 불우한 집안 환경에서 자라난 영재들이 자신도 모른 채 범죄에 가담해 전과자가 되고 가족과 삶을 통째로 잃어버린 10년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타인에게 과하게 공감하는 게 병인 '과공감증후군'을 앓고 있는 변호사와 얽히면서 고구마 뿌리처럼 줄줄이 따라 올라오는 과거가 충격의 연속으로 진행된다.


드라마 속 한무영 변호사는 이로움과 어릴 적 퀴즈대회에서 만난 적 있는데 이 둘뿐만 아닌 여러 사람이 서로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로 물려 있어 복잡하다. 누가 누구를 쉽게 악인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구조다. 이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내 죄도 밝혀야 하는 이중적인 관계. 이 모든 판을 짠 설계자 회장의 정체가 밝혀지며 드라마는 충격 속에서 허우적 된다. 누가 누를 단죄하고 복수할 수 있을지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된다.

드라마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책 《당신도 잠 못 들고 있었군요》을 읽어보니,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고 이를 해소해 주는 상담가, 정신과 의사 등이 현대사회에 꼭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분들과 대면하지 못할 경우 이러한 책이나 영상으로 간접적으로 도움받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죄책감과 두려움을 평생 안고 살아갈 사람들에게 '너의 잘 못이 아니야'라는 말은 진정을 넘어선 근본적인 치료일 테니까.

그리고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도움을 요청해 보는 거다. [이로운 사기]의 가장 큰 줄기는 이로움과 적목 키드가 인생을 통째로 날린 복수를 하려는 것이지만 변호사, 기자, 검사, 보호관찰관, 정신과 의사 등 다양한 사람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로움 혼자 하려고 했던 일이었지만 한무영의 한 발자국으로 시작되었다.


저자는 7살 때부터 명상을 시작해 30년 넘게 타지를 여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때 만난 사람과 자연, 자신에게 영감을 얻어 회복력의 정수를 탐구했다. 책 속에 담겨 있는 사적인 에피소드는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내일의 나를 위해 다독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나긋나긋한 말투로 이야기하듯 써 내려간 문체는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의 목소리나 처음 보는 사람의 익명성까지 폭넓은 경험에 도달할 수 있었다. 행복은 상대적이라 도달할 수도 이룰 수도 없다고 믿는다. 다만 행복하다는 추상적인 감정에 자주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사는 게 인생이라고 느낀다. 깊어가는 가을 힘들고 어지러웠던 여름을 차분히 정리할 책으로 손색없이 추천한다. 조용히 차분히 흔들리는 내면과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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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 - 오늘도 마음을 노래하는 뮤지션 고영배의 다정한 하루하루
고영배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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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한다.

우리, 가던 길로 천천히 같이 가는 것,

늘 여행하듯 살아가는 것,

밥 먹었는지 챙겨주는 것,

추울까 봐 걱정되는 것,

이 마지막 문장을 읽고 있을 사람을 상상하는 것.

모두 나에겐 기적이고 행복이다.

-에필로그 중-

'행복' 눈에 보이지도 돈으로 살 수도 없지만 누구나 소유하고 싶은 감정이다. 행복을 추구하고 싶으나 뜻대로 되지 않고 그때마다 좌절하고 힘들어하다 보면 행복은 너무 먼 게 아닌지 생각한다. 너무나 뜨거웠던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어느새 약간은 쌀쌀한 바람과 시원한 바람 사이를 지나게 된 날씨가 다가왔다.

시나브로 찾아온 가을처럼 우리 곁에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그의 입담과 재치는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님을 새삼 일깨워 준다. 좋아하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먹고 그 순간을 즐기면 그게 바로 행복인 것이다. 이를 통해 고영배는 오늘도 노래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치고 있다.


책은 밴드 소란의 고영배란 사람을 탐구하는 에세이다. 친근하고 소탈한 노랫말과 음악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소란의 보컬이자 두 아이의 아빠, 남편, 밴드 이전의 고영배를 알아갈 수 있다. 그냥 가수이고 재미있는 말로 분위기를 업시킬 줄 아는 사람으로만 알았는데 진솔한 고영배 한 사람을 A부터 Z까지 알아간 기분이다.

술술 읽히는 쉬운 말과 솔직한 목소리로 한자 한자 꾹꾹 눌러 담은 사는 이야기는 그가 음악을 하기 전과 후를 이해하는데 참 좋다. 공감되는 가사가 유독 많은 소란의 노래를 들으며 읽어가는 짧은 시간이 소중했었다. 시끄러운 세상 속 잔잔한 여유를 선사하는 값진 선물이 된다는 걸 이제라도 알게 된 것 같다. 책을 읽고 좋았다면 주변에 작은 선물로 마음을 전하는 계기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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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를 다시 만나다 - 윤동주 | 소강석 詩 평설 나무평론가선 11
김종회 지음 / 문학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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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윤동주를 향한 존경과 사랑이 가득한 책이다. 일제 강점기 조선의 언어를 말살하려 했던 건 민족의 정신의 정수였기 때문이다. 윤동주는 어린 나이였지만 조국을 향한 마음과 저항, 순수한 문학의 열정을 언어에 담아 시로 승화했다. 그렇게 청년 윤동주는 100여 편의 시를 쓰고 스물아홉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순국했다.

하지만 연희전문들 다니고 한글로 시를 남긴 그를 두고 중국은 거든다. 동북공정으로 따져 조선족의 시각에서 '조선족', 따라서 중국의 소수민족 시인이라는 주장이다. 상반된 인식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저자는 오늘날의 국토와 국적의 개념으로 따져 볼 때 중국 조선족과 중국 정부의 인식을 그저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호 협력과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문화유산을 가꾸어야 한다며 책의 취지를 설명했다. 사실 유연한 사고방식이 어떤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강경하게 대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주변국의 예의 조차 생각하지 않는 중국 혼자만의 왜곡된 주장이다.

덧붙여 윤동주 시의 재조명, 소강석이 바라본 윤동주, 비평 대상을 선정한 시. 이렇게 세 구간을 나누어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금. 윤동주 시를 다시 곱씹어 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각자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윤동주의 시 정신


1. 어린 시절 습작기로부터 그 생애를 일관한 '순수 서정' 정신

2. 인문학적 사고로 자신을 단련하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각성한 '자아 성찰'정신

3. 성장하면서 학습 과정에서 접한 종교적 영향의 '기독 신앙' 정신

4. 민족공동체의 현실에 대한 울분의 내면화, 저항 의지를 담은 '나라 사랑'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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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상인가 - 평균에 대한 집착이 낳은 오류와 차별들
사라 채니 지음, 이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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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정상인가 봐"

정상과 비정상의 시작은 어디일까? 이분법적 폭력은 아마 의학계에서 가장 많이 쓸 것이다. 주류 집단, 평균 수치에서 벗어나면 스스로 부끄럽거나 자괴감을 느껴 또 다른 병을 만들어 낸다. 정상에 속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그렇지 못하면 괴로워한다. 정상의 역사는 배제의 역사와 맞물린다. 계급, 인종, 젠더, 성 정체성, 종교적 신념과 나란히 한다.

'정상'이란 말은 200여 년 전부터 쓰기 시작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는 우생학이 인기를 끌었던 시기다. 정상은 심지어 인간에게 쓰는 말이 아니었다. 정상이란 말은 수학에서 각도와 방정식, 공식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였다는 거다. 정상성에 관한 이야기는 1801년 1월 1일 이탈리아의 사제이자 천문학자인 주세페 피아치가 처음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는 아돌프 케틀러다. 그는 르옴므 모옌(평균인)이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통계 분석을 근거로 평균인이 진정한 인간을 대표한다고 믿었다. 참과 오류라는 천문학적 지식 개념에 기반한 인간 사이의 표준은 평균이자 '옳은 것'이라는 표준을 만들어 냈다.

그 시대에는 그리스 조각처럼 완벽한 비율과 예술적 이상이 과학적 평균치로 생각되었다. 인간 특징을 오차 곡선 위에 그려 넣어 통계적 평균으로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길을 터게 된다. 그가 말하는 평균인인 최초의 정상적인 인간이었다. 천문학계에서는 케틀러가 가우스의 오차 곡선이 보편적 중요성을 지닌다고 주장했다면 의학계의 콩트는 브루세(거머리 사혈)의 의료 인식 체계를 따랐다.

사범 학교를 의미하는 최초의 노멀 스쿨이 1771년 빈에 설립되었고 20여 년 후 파리의 가장 유명한 고등사범학교인 에콜 노르말이 생겼다. 과거에는 모범적인 교육 모델로 여겨졌다. 그 의미는 희석되어 지금의 의미가 되는 기틀이 되었다. 케틀러에서 시작해 브루세, 콩트, 골턴, 피어슨으로 이어진 과학자들의 왜곡이 만든 척도다.


부유한 백인 이성애자 남성이 전 세계의 표준을 형성했다니 우스운 이야기다. 여성은 1945년 열린 조각상(디킨슨, 벨스키이 만든 남성은 노르만)과 신체 사이즈가 같은 여성을 찾는 '노르마 경연 대회'때문에 아름다움의 신격화에 희생되어 왔다. 아이들은 바비 인형으로 아름다움의 이중잣대를 은근히 강요당했다.

200년 밖에 되지 않은 왜곡된 역사가 스스로를 꾸짖고 몸을 혐오하게 만든다. 집단에 어울리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집착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망친다. 저자는 정상의 개념을 '개인적이자 정치적'인 것이라 정의한다. 우리는 각자 다른 역사, 문화, 인종, 사회적 배경에서 살았지만 부유한 백인 남성의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때문에 '자유롭다'는 건 남들과 다름을 드러내야 하는 도전이지 싶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보수적인 한국 사회도 조금은 관대해졌다는 거다. 정상성을 지키는 데 힘 빼는 것보다 나다움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걸 잊지 말길. 보편적이지 않다는 건 특별한 거고 나로서 가치가 생긴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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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 허무의 늪에서 삶의 자극제를 찾는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32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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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지 100년도 넘었지만 여전히 전 세계인의 마음을 훔치고 있는 철학자 '니체', 그를 연구한 박찬국 교수는 니체의 저서 《비극의 탄생》을 토대로 예술과 인간, 세계의 본질을 담은 니체 사상을 서술하고 있다.

니체가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고민한 결과 선과 악의 구도 대신 강, 약 구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약자를 괴롭히는 강한 권력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니체가 말하는 강한 인간이란? 예술을 통해 강건하게 만들어 가는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비극의 탄생》은 니체가 28세 때 쓴 책이지만 고전 반열에 올랐다. 28살에 나는 한창 연애와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비교되는 충격적인 삶이다. 서른이 되기도 전에 삶의 방향을 알았던 니체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28살 청년 니체는 전통 철학과 그리스도교, 기존의 예술이 인간 정신 건강을 해친다고 여겼다.

니체가 혐오한 사람들은 고로 신의 대리인이라고 말하는 그리스도교(기독교를 말하는 듯)와 사회주의자(자유로운 예술을 검열해서?)다. "신은 죽었다"라는 말도 포함, 니체는 기독교를 매우 싫었었다. 그리스신화는 끔찍하게 추종한 걸 보면 인간은 모순 덩어리란 생각이 든다.


이후 니체는 근대인들은 니힐리즘(허무주의, nihilism)과 염세주의를 대면한다. 이 때문에 당시 대표적인 철학자 쇼펜하우어 사상을 토대로 자신만의 생각을 녹여 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비극의 탄생》을 통해 삶의 고통과 고난을 견딜 '환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스도교나 플라톤주의 이원론의 환상도 같은 비극이라고 봤다. 이 환상과 자극제를 인간을 병들고 아프게 만든다고 했다. 이원론 때문에 현실이 비참하게 느껴지고 죄 많은 존재로 각인되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과학을 장려했는데 오히려 죽음과 사후 세계의 두려움, 죄책감을 과학으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과학을 통해서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과학주의는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종교도 과학도 아닌 예술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디오니소스를 찬양했으며 고대 그리스에서 그 힘을 발견하고자 했던 근대 철학자였다.

"오직 예술만이

고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정당화하고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을

불어 넣는다"

-니체-

그래서일까. 지금까지도 예술계에서는 '니체'를 유독 추앙한다. 바카스의 어원이기도 한 바쿠스(로마 이름), 즉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찬양하고 유희를 즐기려고 했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21세기가 되어도 여전히 허무한 인생을 느끼는 사람은 반복되고 있다. 다시 돌고 돌아 근본으로 돌아가 보는 건 어떨까. 현대인의 힘든 삶을 니체와 디오니소스에서 찾을 수 있을지 누가 알까.

책은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철학서를 알기 쉽게 풀어 놓은 대중서다. 그리스 신화 중 비극에 관심 있거나 예술, 인생 등 똑떨어지는 답이 없는 열린 결말을 선호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경쟁, 고통, 위기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고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삶의 영양제로 삼을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가져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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