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 사피엔스 -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하는 신인류의 탄생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4
홍기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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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경제학자가 바라본 인공지능과 챗 GPT(미리 학습된 번역기)에 관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챗 GPT의 탄생 맥락, 사회의 변화 등을 정리했다. 챗 GPT를 응용하고 배우고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을 타깃으로 한다.

경제학자가 AI를 어떻게 알지? 무슨 연관이 있지? 의문스럽다면 지금부터 고정관념을 바꾸는 게 좋겠다. AI는 현대인의 삶 전반에 걸쳐 있으며, 5년에서 10년 주기로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주식이 요동치고 있는 현상을 빗대면 이해하기 쉽다. "이번엔 다르다"라는 말이 나오면 항상 금융 위기가 왔다.

컴퓨터-인터넷-스마트폰-인공지능-알파고-비트코인이 나왔을 때도 그랬다. 특히 '민스키'를 중심으로 하는 AI 연구자들은 비싼 비용과 연구 역량으로 발전 가능성이 낮다고 봤고, '커즈와일' 등 미래학자는 어느 순간 기술 발전에 가속 붙어 결국 모든 기술이 통합되며 시너지를 일으킬 거라 봤다.

결국 금융이든 기술이든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면 처음에는 낙관론이 형성되다가 비합리적인 경제 활동으로 버블이 생기고, 결국 파국으로 이어졌다.

자, 이제는 챗 GPT다. 대화가 가능한 생각하는 AI. 개인에게 맞춰진 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챗GPT다.

챗GPT를 통해 발전하게 될 키워드는 AI 미래 혹은 챗GPT의 범용성, 시너지, 간접성, 맞춤화, 효율성, 연속성 등이다. 향상된 개인과, 자동화 증가, 자율 시스템의 확장, 자연어 처리의 발전, 머신러닝의 지속적인 성장, 양자 컴퓨팅의 개발이 AI의 잠재력이다.

내 직업마저 뺏어갈 것인지, 도움을 줄 것인지 반신반의다. 저자는 두려워할 필요 없이 필요한 정보를 검색창에 검색하는 행위의 업그레이드라고 말한다. 인간의 언어로 묻고 인간의 언어로 대답해 주기 때문에 개인의 맞춤 AI란 소리다.

저자도 챗GPT의 정보가 과정 되어있으며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챗 GPT 거대 검색엔진 이상의 영향력은 발휘하지 못한 것이라 전망했다.

예를 들어볼까?


얼마 전 미팅했던 대표님에게 일자리를 잃게 될 푸념을 털어놓으니 즉석에서 문단을 복사해서 챗 GPT 물어보더라. 비슷하지만 오타나 어색한 문장을 바로잡는 정도를 선보이더라. 이로 인해 스트레이트 기사나 정보 전달 글은 챗 GPT 도움받고 인간은 더욱 창의적인 일을 하면 된다며 긍정적으로 말해주었다.

챗지피티에게 잠식 당하지 않기 위해, 창의성과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독서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 독후감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 자신만의 감상이나 책을 요약하는 것도 좋다. 그것도 어렵다면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문구를 체크해 보는 거다. 한 번 읽고 휘발되어 버리는 정보 보다, 읽고 생각해서 써보는 세 번의 과정이 뇌에 티끌만 한 자극을 줄 테니까.

우울함이 조금의 긍정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결국 아는 것이 힘.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본인의 자리에서 도움받을 것은 받아 발전시키는 되는 거였다. 역시 몰라서 공포가 생기는 거지, 알면 별것도 아니고 대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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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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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는 영화 <말 없는 소녀>의 원작이다. 영화 보기 전 긴 단편 소설인 원작을 읽어봤다. 책도 영화도 길다고 좋은 게 아니다. 시, 단편이 주는 짧지만 강렬한 여운이 아일랜드 소설가 '클레어 키건'의 손에서 탄생했다. 100P가 채 안 되는 소설은 가난하고 형제 많은 집안에서 자란 소녀가 먼 친척 집에 며칠 머물게 되는 이야기다.

1981년 여름, 아일랜드 시골에 사는 가족은 다섯째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다. 그중 위로 둘 언니와 밑에 남동생, 곧 태어날 남동생 사이에 끼인 셋째 소녀는 킨셀라 부부네 집에 맡겨진다. 소녀의 집은 가난해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가르치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늘 피곤에 지친 엄마 곁에서 일찍 철들어 버린 아이들은 말이 없다. 남들 눈에는 조용하고 조숙한 아이로 보일 거다. 손도 많이 가지 않으니까 키우기 쉽겠다지만, 주눅 든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거친 아빠는 부유하지만 자식이 없는 노부부 집에 며칠 소녀를 부탁한다. 처음으로 남의 집에 가보는 소녀는 따뜻한 환대를 경험한다. 첫날 환경이 바뀌어서인지 시트에 실례를 한 소녀를 나무라지 않고 축축한 매트리스 때문이라고 자신을 탓하는 성정을 가졌다.



함께 식사 준비를 하고 구두도 길들여주며, 우편함까지 달리기를 시키며 시간을 재주는 자상한 '존 아저씨'는 무심하고 거친 아버지와는 달랐다. 책 읽는 법, 대답하는 법, 따스하고 맛있는 음식을 내어주는 포근한 '에드나 아주머니'. 집에 있던 남자아이 옷만 입다가 시내에서 예쁜 옷을 사주던 날 우연히 장례식에 갔다가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비밀스러운 부부는 어릴 적 개를 따라 거름 구덩에서 빠져 죽은 아들이 이었고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가던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부부의 딱한 사정을 동정하면서도 멋대로 안줏거리로 삼아 부부와 소녀에게 상처를 준다.


"우리 둘 다 말이 없다,

가끔 사람들이 행복하면 말을 안 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그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

P28


소녀의 이름은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이름 없는 소녀, 다섯 형제 중 셋째. 단식투쟁(영화 <헝거>속 상황) 등 정치적인 상황과 마름 병이 번진 흉작 등 1981년 아일랜드 상황의 어려운 상황이 전개된다. 하지만 소녀는 먼 친척 집에서 생의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여름을 보냈다. 그리고 '조용한 아이'는 결코 흠이 아닌 칭찬임을 알게 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한 번 엎지르면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의 위험성을 소녀의 진중하고 사려 깊은 행동으로 보여준다.

영화도 그렇다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명확하게 이야기해 주지 않아도 전달되는 정서. 이 암시와 열린 결말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상상력을 믿는다는 거다.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목가적이며 느슨하고 아름답다. 고요하고 신비롭기까지 하며, 부부는 <빨간 머리 앤>에서의 커스버트 아주머니, 아저씨가 떠올랐다. 마지막에 "아빠"라고 부르는 두 아빠를 향한 소녀의 이중적 마음이 꽤나 먹먹하게 아파왔다. 원제 'foster'는 위탁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맡겨진 소녀'에서 영화 'The Quiet Girl'로 바꾼 제목도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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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 인간만이 갖는 욕망의 기원
브루스 후드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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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의 한계는 어디일까. 물건은 물론이고 무형의 것, 우주의 것도 소유의 대상이 된다. 언젠가 금싸라기 땅이 될지 모를 달의 땅도 사야 하는 시대니까. 이 책은 개인 '소유욕의 근원'을 파헤치는 책이다. 소유 심리학이라고 부르는 우리를 부추기는 것이 무엇인지 짚어 본다. 저자 '브루스 후드'는 어리석은 본능의 일부인 소유욕을 떨쳐내야 한다고 말하지만, 소유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드물다. 무소유. 미니멀리즘. 말이 좋지 현대사회에서는 쉽지 않다.

소유는 동기를 유발하고 경쟁을 부추기며 성공을 유도한다. 인류사의 진보와 혁신은 경쟁의 결과이며, 문명이 확립되었다. 그러나 지나치면 언제나 화를 부른 법. 부도덕, 비이성적, 환경파괴를 야기하고 이로 인한 피해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영화 <파인더스 키퍼스>에서는 자기 발에 대한 소유권을 통해 아이러니한 상황을 들여다본다. 유명해지고 싶었던 '섀넌 위스넌트'는 경매로 구매한 고기구이 석쇠에서 발견된 왼발을 두고 소유권 분쟁이 일어나게 된다. 발의 주인의 '존 우드' 놀라운 사연은 뒤로한 채 둘은 재판까지 가게 되었고, 법원은 존이 발을 갖되 섀넌에게 5천 달러를 지급하라 했다. 내 발을 주운 사람에게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웃지 못할 소유권의 폐해다.


인간만의 욕망 '소유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돈, 물건을 소유해야만 행복하다고 느끼는 인간.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과시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코자 한다. 많이 비싼 것을 가질수록 훌륭한 존재가 되리라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가장 유용하고 핫한 소유물은 부동산이다. 부동산은 한국의 내수경제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이, 크게, 깊게, 오래 갖고 싶은 마음은 불평등과 불행을 만든다. 빌라왕 사건은 사회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얼마 전부터 부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관심 갖게 된 예술품 재테크는 소유의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드러낸다.


얼마 전 이건희 콜렉션 서울, 과천전에서 봤던 소장품과 소마미술관에서 본 BTS RM의 소장품을 보고 생각했다. 미술계 인플루언서 새싹인 그는 200여 점이 넘는 예술품을 소장 중에 있다는 데, 평소 책과 미술에 관심 많은 것도 한몫하겠지만 안목과 돈이 뒷받침된다는데 놀랐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물건을 덜 가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선물도 물건보다 먹는 게 좋다. 쓰지도 않을 물건을 관리 보관하는 자릿세도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다. 책도 많이 샀는데 처분도 했다. 이제는 되도록 도서관에서 빌리고 정말 필요한 것만 심사숙고해서 산다.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닌, 부담도 함께 커진다.

영화 굿즈도 모았었다. 이제 영화 쪽은 주객전도된 지 오래다. 관객 아니 마니아, 아니 업자(굿즈 되팔이를 비꼬는 말)들이 나타나면서 이상하게 변질되었다. 영화를 보고 얻는 굿즈가 아닌 굿즈를 얻기 위해 티켓팅후 영혼만 보내는 일이 많다. 이 상황은 팬데믹으로 가속화되었고, 영세 영화 수입. 배급. 마케팅 회사를 더 힘들게 한다.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를 주말 동안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영화<거울 속의 외딴성>과 <토리와 로키타>를 보면서 불평등의 차이를 제대로 실감했던 하루다. 원하는 걸 얻었다고 욕망은 끝나지 않으며, 다음번에는 더 큰 목표를 위해 욕심부릴 거라는 것을.

만약 '적당히'를 알았다면 인류가 이만큼 발전하지 못했음을 인정하지만 불평등도 커지고 있기에 심한 공포를 느낀다. 세상이 좋은 쪽으로 발전할 거란 낙관론은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이며, 이대로 가다가는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될 거란 전망을 [택배기사]를 보며 끄덕였다. 저자의 말에 무척 공감했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물건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의 진가를 깨닫는 것이다. (중략) 소유를 좇으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에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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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 - 나를 수놓은 삶의 작은 장면들
강진이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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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때가 있다. 좋은 영화나 책, 그림을 만났을 때인데 최근 따뜻한 것들을 찾아다니던 중 소개하고 싶은 책을 읽었다.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라는 그림 에세이. 알고 보니 제목은 오은의 시 '사우나'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어느 장을 펴도 예쁜 그림과 부드러운 글씨가 마음을 붙잡았다. 비 오는 날, 쨍한 날. 하루 하나씩 꺼내 먹는 사과처럼 값진 하루의 비타민이 되어 주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사소한 일상에서 알아차리는 행복만큼 값진 것이 없다고 느꼈다. 평범한 오늘이 하나둘씩 쌓여 비범한 내일, 나의 역사가 되어가는 거니까.


그래, 맞다! 우리는 너무 큰 욕심을 따라가느라 행복이 바로 옆에 있음을, 어렵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님을 잊고 살아간다. 힘들 때 곁에 와주는 반려동물을 따뜻한 온기, 춥고 배고플 때 컵라면 3분을 기다리는 설렘, 너무 더운 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쭉 마실 때의 시원함. 잊고 지냈던 어릴 적 기억까지 더하면 더할 나위 없는 진짜 행복이다.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되자 더 이상 떠올리지 못할 것 같았던 동심도 책 한 권으로 소환할 수 있다. 어쩌면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 그림일기처럼 느껴지지만 곱씹어 보면 동감되고 공유되는 기억이다. 똑같지는 않지만 "나도 그랬어.."라는 공감은 사라져가는 것의 아쉬움까지 동반하는 것 같다.


강진이 화가는 8년 만의 신작을 펴내며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써왔던 일기의 한 페이지를 그림으로 그린 듯 정겨운 삽화가 지난 기억을 붙잡는다. 책을 읽는 도중 신비한 경험을 했다. 오늘 오랜만에 동창이자 동네 친구를 우연히 동네 커피숍에서 마주했다.

두고두고 생각나겠지.

오늘 이 순간이.

서로 동반인이 있어 오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함께 인사하고 근황을 전하던 몇 분이 소중하게 떠올랐다. 더불어, 잊고 지냈던 그 친구와의 추억도 새록새록 지나갔다. 함께 잡지에 편지를 쓰고 주고받았던 때, 참 귀엽고 어렸는데, 벌써 나이 들어 두 아이의 엄마라니. 친구가 대견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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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것들
앨러스데어 그레이 지음, 이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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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선함은 내가 기준이 될 수 없어, 벨.

나는 너무도 약한 사람이야.

나는 블레싱턴 장군만큼이나 가여운 놈이라고.

우리 두 사람 모두를 경멸할 마음의 준비를 해 둬. "

P318

이름도 독특한 그리스 출신 '요르고스 란티모스'감독의 얼마 만의 신작인가. 참 좋아하는 감독이다. 사람을 참 불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데 과한 서늘함이 섬뜩함이 되기 전 적당히 맺고 끊음을 할 줄 안다. 불분명한 경계를 즐긴다. 불쾌한데 자꾸만 보게 되는 매력. 재작년에 본 단편 <니믹> 이후 괴상하고 이상한 영화를 오래 기다려 왔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서 호흡 맞춘 '엠마 스톤'과 <Poor Things>(푸어 띵스)를 완성했다. '윌렘 데포'가 창조주, '마크 러팔로'가 던컨을 맡았다. 엠마 스톤은 차기작 <AND>(앤드)에도 출연한다. 벌써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3번째 협업이다.

아..기여코 이 소설을 영화화하는구나! 스코틀랜드의 위대한 소설가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기이한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그는 19세기의 문건을 몰래 빼돌려 편집해 재출간한 인물로 소설 속에 등장한다. 전지전능한 작가이자 문서들을 편집한 편집자인 셈. 빅토리아 풍으로 쓴 20세기 패러디 소설쯤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소설은 무척 방대한 지식과 상상력, 형식 파괴를 넘나든다. 다량의 문서는 편지, 일기, 보고서, 인물 소개, 삽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의과생(아치볼드 맥캔틀리)의 회고록이자 한 여성 '벨라 백스터의 사용설명서', 종의 기원, 완벽한 뻥이다.



저자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완벽히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액자식 구조라고 딱 잘라 말하기 힘든 두껍고 깊이 있는 문화인류학 백과사전 같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시체로 완성한 괴물은 사실 이름이 없다. 자기랑 같은 종족을 하나 더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거절하고, 이에 따라 비극이 일어난다.

그러나 벨라는 아름답다는 '벨라'와 종소리 '벨(Bell)'이란 이름을 얻는다. 자신의 아버지 고드윈은 '갓(God)', 정혼자 맥켄들리를 '캔들(Candle)'이라 부른다. 난자와 정자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성장 방법도 특이하다. 계속 남성을 만나면서 언어와 지식을 업그레이드하게 된다. 성인 여성의 몸에 태아의 뇌를 삽입한 탓에 어눌한 말투와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일삼는다. 하지만 놀랄 만큼 성욕이 왕성했는데 주변의 남성들이 희생양이 된다. 성차별, 제국주의, 빈부격차, 계급사회, 공중보건, 신의 유무, 여성참정권, 노동권 등을 논쟁을 체득하며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고전이 비유된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소설의 모티브이자 레퍼런스이며, 에밀리 블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고드윈(갓)과 벨라의 운명을 암시한다. 《폭풍의 언덕》에서 히스클리프와 캐시는 비극을 맞기 때문. 던컨과의 운명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의 악마 메피스토와 젊음을 되찾는 파우스트로 관계로 묘사한다. 결국,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멀리 떠나 실종 상태였지만 벨라는 의사가 된다. 소녀, 엄마, 매춘부를 돕는다. 또한 현대적인 피임법을 알려준다. 괴물이 될 뻔했지만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성장해 사회의 도움이 되는 여성이 된다. 페미니즘의 해설도 가능하다.


-------------------스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맥켄들리가 쓴 허구의 이야기 속 인물일 수 있다. 빅토리아 맥켄들리가 훗날 남편이 쓴 문서에 추후 첨부한 문서(자식들에게 남긴)를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다. 사실 벨라는 동성애자였으며 고드윈을 사랑했지만 유전된 성병으로 육체적 결합을 원치 않아 둘은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이다. (사실은 프랑켄슈타인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존재여서 일 것으로 추측)

그러다가 고드윈을 존경하는 의과대생 맥켄들리를 만나 성적 쾌감을 느낀다. 진정한 사랑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남편으로 맞아들여 대를 이어갔던 것. 중간에 쾌락을 실험해 보고 싶어 웨더번과 밀월여행도 떠난다. 나이가 들어 지금까지의 일과 남편이 남긴 상상을 덧붙여 '믿거나 말거나' 식의 '원스 어폰 어 타임'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전 세기의 문서를 발굴해 편집자의 소개로 소개하는 형식을 읽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기묘한 형식의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야기다. 그로테스크한 삽화 또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인간의 장기, 뼈, 성기 등을 묘사하고 있다. 공개된 영화 스틸과 예고편을 보니 벨라 외모가 거의 엠마 스폰 판박이라 놀랐다. 고드윈의 외모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처럼 묘사한 것도 원작의 오마주로 보인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소설이 소설 속 소설, 소설 속 편지, 문서 등으로 쓰인 게 유행이었던 것 같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도 비슷한 형식이다.

물론 《가여운 것들》은 90년대 쓰였지만 19세기 스타일로 쓴 흥미로운 소설이다. 독특한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재해석, 영화 원작 소설을 원한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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