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 - 나를 수놓은 삶의 작은 장면들
강진이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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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때가 있다. 좋은 영화나 책, 그림을 만났을 때인데 최근 따뜻한 것들을 찾아다니던 중 소개하고 싶은 책을 읽었다.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라는 그림 에세이. 알고 보니 제목은 오은의 시 '사우나'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어느 장을 펴도 예쁜 그림과 부드러운 글씨가 마음을 붙잡았다. 비 오는 날, 쨍한 날. 하루 하나씩 꺼내 먹는 사과처럼 값진 하루의 비타민이 되어 주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사소한 일상에서 알아차리는 행복만큼 값진 것이 없다고 느꼈다. 평범한 오늘이 하나둘씩 쌓여 비범한 내일, 나의 역사가 되어가는 거니까.


그래, 맞다! 우리는 너무 큰 욕심을 따라가느라 행복이 바로 옆에 있음을, 어렵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님을 잊고 살아간다. 힘들 때 곁에 와주는 반려동물을 따뜻한 온기, 춥고 배고플 때 컵라면 3분을 기다리는 설렘, 너무 더운 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쭉 마실 때의 시원함. 잊고 지냈던 어릴 적 기억까지 더하면 더할 나위 없는 진짜 행복이다.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되자 더 이상 떠올리지 못할 것 같았던 동심도 책 한 권으로 소환할 수 있다. 어쩌면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 그림일기처럼 느껴지지만 곱씹어 보면 동감되고 공유되는 기억이다. 똑같지는 않지만 "나도 그랬어.."라는 공감은 사라져가는 것의 아쉬움까지 동반하는 것 같다.


강진이 화가는 8년 만의 신작을 펴내며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써왔던 일기의 한 페이지를 그림으로 그린 듯 정겨운 삽화가 지난 기억을 붙잡는다. 책을 읽는 도중 신비한 경험을 했다. 오늘 오랜만에 동창이자 동네 친구를 우연히 동네 커피숍에서 마주했다.

두고두고 생각나겠지.

오늘 이 순간이.

서로 동반인이 있어 오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함께 인사하고 근황을 전하던 몇 분이 소중하게 떠올랐다. 더불어, 잊고 지냈던 그 친구와의 추억도 새록새록 지나갔다. 함께 잡지에 편지를 쓰고 주고받았던 때, 참 귀엽고 어렸는데, 벌써 나이 들어 두 아이의 엄마라니. 친구가 대견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주말이었다.

본 리뷰는 도서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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