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마지막 정기휴가를 보내고 귀대했다. 복귀하기 전날에 전역이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며 얼마나 환하게 웃던지. 그런 모습조차도 추억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첫째는 휴가를 나와서 동기들, 친구들과 맘껏 놀러다니던 여느 휴가 때와 달리 이번에는 외출을 해도 귀가 시간이 빨랐다. 이유인즉, 추석 연휴가 끝나는 10월 둘째 주에 출발을 목표로 삼아 자신만의 여행 일정을 잡고, 교통편을 비교하고, 숙소를 알아보는 등 여행 계획 때문에 바빴다. 서두르는 마음에 거의 매일 잠을 못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었다. 주초에는 매우 저렴한 영국행 왕복 비행기 티켓을 발권 신청하였다고 했고, 다음날에는 유로스타 패스를 국내에서 대행사를 통해 구입하는 방법과 직접 구입하는 방법으로 이래저래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행 준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 생각이지만, 첫째가 여행 일정과 경비를 꼼꼼히 챙기려 할수록 준비 과정이 생각대로 손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나름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인터넷 검색으로 여행 후기를 찾아내고 선험자들의 노하우를 참고한다지만 현실의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은 저렴한데다 상대적으로 좋아보이기까지 하다. 여행 초보자가 넘기 힘든 고비에 맞닥뜨린 것이리라.

앞서 아들의 여행에 동행을 제안했다가 거절 당하기도 했지만,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다가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나와 함께 여행하자고 슬쩍 말을 건네보았다. 여행사의 장기간 패키지로 함께 여행한다면, 여행 경비를 내가 부담하겠다는 조건을 추가하였다. 아들이 선뜻 응하지 않았고, 이미 한차례 거절한 적이 있기 때문에 나 역시 바로 예스를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부하지 않았다. 아들은 좀더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여행 스케줄 잡기의 지난함 때문인지 나의 파격적인 제안 때문인지 몰라도 아들한테 새로운 돌파구가 제시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내도 옆에서 거든다. 아들한테 적금을 아꼈다가 또 다른 여행 기회를 가져보라고 한다. 그래, 고생해서 모은 돈을 아껴두었다 나중에 요긴하게 쓴다면 좋지 않겠나. 아들아, 잘 생각해보거라. 내가 꿈꿔 왔던 아들과 함께 여행하는 데 그만한 대가를 치루는 것은 얼마든지 감당해낼 수 있겠다. 다시 아들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쯤이야 아무렇지 않다.

나는 아들과 함께 하는 여행을 계속 꿈꾼다. 하루 빨리 꿈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이제까지 어린 아들을 데리고 다니는 여행은 거의 없었다. 앞으로 아들과 함께 다니는 여행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친구와 다니는 여행처럼 편하지 않겠지만, 낯선 장소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추억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둘이 함께 여행하는 그날이 오기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2019-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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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9-23 1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들과의 여행도 쉽지 않은데, 딸과의 여행은 언감생심이겠군요..ㅜㅜ

오거서 2017-09-23 16:09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 님이 따님한테 쏟는 정성을 나중에라도 알게 된다면 따님이 아빠한테 감동을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부디 포기하지 마시길.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

cyrus 2017-09-24 1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대하자마자 친구들이랑 어디 놀러갈까, 놀 궁리만 생각했습니다.. ㅎㅎㅎ 오거서님의 꿈은 꼭 이루어질 겁니다. ^^

오거서 2017-09-24 10:47   좋아요 2 | URL
언젠가 제 꿈이 실현되리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7-09-25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