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라투스트라 님의 강박을 고백하는 글을 읽었다. 좋은 내용이어서 베껴 쓰고 싶은 마음으로 페이퍼 링크를 복사해 둔다.

http://bookple.aladin.co.kr/~r/feed/605295355


넓게 읽어야 한다는, 그리고 한 분야를 파고드는 독서를 하다가 하나의 시각에 매몰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분야의 책을 읽는다고 하였다. 마치 나를 대변하는 듯한 문장이었다. 지금껏 나의 독서 행태가 꼭 문장 그대로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공감한다는 내용으로 댓글을 쓰고 나서 이제까지 나의 변변찮은 책읽기를 되돌아보았다.

마침 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 기행 2>를 읽었다. 읽기 전까지는 잠시 망설였다. 잠시? 당장 읽을지 말지 며칠을 고민했다. 읽을거리를 아껴서 챙겨 두는 심정으로 한 달이나 일 년쯤 뒤에 읽어도 되잖아 하면서. 띠지에서 알려주는대로 “유시민 3년 만의 신작!”을 거들떠 보아야 하는데 선뜻 내키지 않는 것을 어쩌랴. <유럽 도시 기행 1>을 읽으면서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기억 때문일까, 마뜩잖은 복잡한 심경이랄까, 기대감이 커지만 맹신을 경계하는 마음이 작동하였다고 할까. 그런데 북플 이웃분들의 뜨거운 호응을 지켜 보면서 생각을 바꾸었고, 결국 읽었다. 읽고 나니 좋았다. 작가의 여행에 동행한 기분이다. 팬심으로 읽겠다고 하셨던 이웃분이 한편으로 부러웠다.

밑줄 그은 부분을 한 번 더 읽다 보니 <유럽 도시 기행 1>과 약간 다른 느낌이 있는 것 같았다. 작가가 찾아간 오래된 도시의 유구한 역사이면서 현재의 역사이기도 한 건축물에 꽂힌 것 같았고 감성적인 표현에 이끌렸다. 짧게 축약된 소감인데도 전작에서보다 진해진 느낌이 나한테 전해졌다.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이 성당은 룩셈부르크 가문으로 왕권이 넘어간 14세기 초까지 보헤미아를 지배했던 프르셰미슬 왕가의 영묘였다. 920년에 신축한 최초의 건물은 화재 사고로 무너졌고 12세기에 재건축한 것이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다. 원래는 소박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로마네스크 양식이었는데 룩셈부르크 가문이 왕권을 차지한 직후 고딕 스타일로 증축했고 17세기에는 전면부를 화려한 바로크 스타일로 개조하고 얀 네포무츠키 예배당을 만들었다. 성 이르지 성당의 실내 공간은 곡선을 살린 로마네스크 양식이 남아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작가는 한 도시에서 종교건출물은 하나만 본다는 원칙을 정했음에도 프라하성 지구의 황금골목을 찾아가는 길에서 성 비타 성당을 들렀고 내친김에 성 이르지 성당을 들렀다. “마음이 편했다”는 맺음이 주는 여운을 느끼며 잠시 눈을 감았다. 예정에 없던 장소와 그곳에서 건축물의 매력을 포착하는, 또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야말로 여행의 즐거움 아닌가. 유럽 여행하면서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가보면 경이로움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는데 나의 여행이 아닌 남의 여행기를 읽고서 이러는 것은 아이러니 같다.

아무튼! 나의 공감 포인트는 저절로 관심거리를 늘리며 건축물(그리고 건축)으로 확장되고 있다. 건축에 문외한이지만 기웃거림을 자제하지 못하고 입문서를 찾아 보았다. <건축가 아빠가 들려주는 건축 이야기>의 발견은 횡재한 것 같았다. 저자 이승환은 건축사로 일하는데, 건축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7 개 코드를 주제로 구분한 이야기는 모두 유익하였다.

또 다른 책으로 비난트 클라센의 <서양건축사>를 읽을지 고민 중이다. 댓글에 나쁜 평이 있어서다. 이럴 때는 전문가(?) 찬스를 써야지.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첫째한테 도움을 청했다. 학교에서 건축사를 배웠는지부터 물었다. 건축사 시험을 보려면 설계를 알아야하는데 배우지 않았다고. 건축의 역사 말이야. 역시 배우지 않았다는 짧은 답. 알아야 하지 않나. 건물 공사는 설계도면이 중요하지 역사며 양식을 몰라도 상관없다고. 그래도 알면 도움될 텐데. 건축사를 공부하지 않았지만 건축 양식의 변천 순서는 외운다고. 평범한 수준의 대화는 유쾌했다. 무엇이든 시도하면 에피소드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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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2022-08-06 1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클라센 서양건축사는 수업 교과서로 자주 쓰이는 책이니 믿고 읽으셔도 되요 ^^ (건축사 수업 들음)

오거서 2022-08-06 11:47   좋아요 2 | URL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짜라투스트라 2022-08-06 12: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언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거서님의 독서행위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오거서 2022-08-08 19:39   좋아요 0 | URL
짜라투스트라님의 매일 글쓰기가 계속되기를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

2022-08-07 0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08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