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늦은 출근과 늦은 귀가. 첫째와 둘째가 첫 출근하였으니 그들의 새로운 경험담을 집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귀가 후 집안 분위기가 평소 같지 않음을 감지하였다. 아니 평소와 똑같은 것 같아서 이상했다. 첫째도 둘째도 자기 방에 꼭 박혀 있는 것 같았으니까. 첫째를 불러 내고 둘째도 불렀는데 첫째만 얼굴을 내밀었다. 둘째는 저녁 약속에 갔다고 하였고, 나보다 늦게 귀가하였다.
첫째는 오전에 본사에서 사령장을 받고서 자기한테 배정된 근무지로 이동하여 점심 시간을 맞았고 오후에는 향후 업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받았다고. 이해가 지나쳤는지 자신의 근무지에서 (다른 근무지에서 하지 않는) 난이도가 높은 일들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고생길이 열렸다는 걱정을 앞세운다. 그렇구나 하며 나는 듣기만 했다.
(그리고 맥주 한 캔을 땄다.)
둘째가 입사 동기인 친구와 함께 집에 왔다. 그 친구가 전날 가져왔다가 출근길에 맡겨 놓고 간 여행용 대형 캐리어와 자질한 짐을 챙기러 왔는데 본인도 1순위로 지원한 응급실에 티오가 생겨서 들어가게 되었다면서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가족들이 모두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둘째한테는 변고가 생겼다. 오전에 근무 변동을 배정 받았고 오후에 신입 교육을 받는 중에 병동 이동을 요청 받았다는데 내일 오전에 결정된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이 지나기 전까지 너무나 좋았던 마음이 싹 가시고 내일 어느 병동으로 재배치될 것인지 걱정이 커져서 울상이 되어 있었다. 울지 않았다고!
“그러면 내일이 첫 출근이잖아. 오늘 일당은 근무지 아닌 데서 주운 것이고…“
하하하. 지금처럼 웃어 넘길 수도 있으면 좋을 텐데…
(나는 맥주 한 모금 더…)
세상살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 좋은 것을 빼고 나면 나쁜 것만 남는 거다. 하지만 처음에 좋지 않아 보여도 나중에 나쁘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깨우치기도 한다.
내 경험으로도 새로운 일마다 출발이 쉽고 순조롭기만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종종 예상하지 못한 상황 때문에 좌절감을 느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겨내지 못하면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고 다시 출발하여야 한다. 길이 울퉁불퉁 해도 참고 나아간다면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인생에서 외나무길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막다른 길이 아니면 어디든 갈 만하다고 생각한다.
11월 2일 화요일. 새로운 출발을 하기 나쁘지 않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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