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을 갈구하는 이유는 혼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함께 있다고 해도 인간은 홀로이다. 홀로이기 때문에 같이 있을 때도 사랑을 지속할 수 있다. 고독은 혼자인 내가 분리된 또 다른 혼자에게 나아가도록 만든다.



사랑한다는 것은 타인의 고독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

고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랑은 불가능하다.

너라는 고독을 사랑하지 않고 너를 탐닉하는 건

목까지 잠기는 짙은 사랑이 아니다.

발목이나 겨우 잠기는 옅은 사랑이다.

언제라도 대체 가능한 사랑이라는 형식,

사랑의 정의를 사랑하는 것이지

너라는 내용, 너는 존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선승들이 문을 닫아걸고 면벽 수행을 하는 것이나 봉쇄 수도원의 수사들이 침묵과 고독에 투신하는 이유는 자아의 최대치를 만나기 위해서일 것이다. 마음이 작아서 보이지 않으니 다른 잡다한 것들을 지우고 마음만 돌올하게 극대화해서 들여다보려고 그러는 것일 테다.



내용도 좋지만 ‘돌올하다’를 알게 해주어 고맙다.
순우리말인 줄 알았는데 한자어. ^^

돌올-하다[突兀-]
(형)(여) 높이 솟아 우뚝하다. 올돌하다.

- 동아 새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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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13 10: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네요. 돌올하다 라는 단어도 좋고~ 저도 오늘부터 읽어야 겠어요 ^^

오거서 2021-10-13 10:09   좋아요 4 | URL
저는 하루에 한두 장씩 읽어요, 아껴서 읽느라고…ㅎㅎㅎㅎ
새파랑님도 즐독하시길! ^^

프레이야 2021-10-14 2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랑한다는 것은 타인의 고독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 방향성이 느껴지는 좋은 말이네요.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고독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기도 하군요. 돌올하다는 어감이 참 돌올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