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어휘력>(유선경 지음, 앤의 서재) 읽는 중.
책을 읽고 있지만, 진도가 더디다. 책이 재미가 없는 탓이 아니고, 오히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저자한테 감탄하게 된다. 이와 별개로, 분명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유익한 책들이 대부분 재미가 없는 편인데 이 책도 대체적으로 그런 편이다. 재미까지는 아니지만, 말의 묘미를 일깨워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26년 동안 라디오 방송 작가로 일하면서 갈고 닦은 국어 실력을 책에서 유감없이 발휘한다. 서문에 쓰여진 집필 의도에 공감하였기에 페이지를 쭉쭉 넘길 줄로 기대했지만, 책의 1 장 첫 페이지부터 저자의 남다른 어휘력이 주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저자는 맞춤한 낱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데다 페이지마다 독자가 생소하게 여길 만한 낱말을 주석으로 소개한다.
아직 책을 절반도 읽지 못하였는데 읽은 페이지마다 내가 듣도 보도 못한 낱말을 만나게 되니 그 자리에서 멈추게 되고 의미를 확인하고 메모를 하면서는 지뢰찾기(게임) 하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듣도 보도 못한 낱말을 대하고서 좌우고면 하는 심정이 그런 셈이다. 저자는 얼마나 많이 공부하고 자료를 정리하느라 고생을 하였을지. 맞춤한 낱말을 이렇게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짐작 가능하다. 저자한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듣보 낱말을 무시하고 지나치지 못하겠다. 설령 모른 체 한다고 해도 한 문장 건너 하나씩 출몰하는 빈도 때문에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니 책읽기가 무의미해질 것이 뻔하다.
책을 읽는 데 들이는 시간보다 메모하는 시간이 더 걸리다 보니 책을 읽기보다 학습 내지 받아쓰기에 좀더 가까운 느낌이 든다. 이미 서너 번은 그랬지만, 이럴려고 이 책을 읽고자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심기불편한 게으른 자아가 고개를 쳐들기도 한다. 자의식 충돌 상황에서 잠시 쉬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