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날 - 오늘의 일기 보림 창작 그림책
송언 글, 김동수 그림 / 보림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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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 글 / 김동수 그림 / 보림

제목: 내 이름은 구동준
공터에서 딱지치기 하는데 통장 아저씨가 부르셨다.
"구동준, 받아라. 학교에 다니라는 쪽지다."
나는 두근두근 콩닥콩닥 가슴이 뛰었다.

제목: 내 이름은 김지윤

아파트 경비실 아저씨가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를 들고 콩콩 뛰다가 엄마가 날 끌어안았다
"학교에서 김지윤을 보고 싶어 한대!"               (본문에서)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친구들 앞으로 취학 통지서가 나왔지요?
이 책을 읽고나니 작년 규현이 취학통지서를 처음 받았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부모 입장에선 우선 어리기만 했던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니 감격스러운 맘도 일고 한편으론 자기 스스로 할 것이 많아지는 상황에 잘 적응할지 선생님과 친구들과는 어떻게 지낼지 걱정스런 마음도 들더군요.
그렇지만 아이는 스스로를 대견해 하고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새로운 경험들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시대는 달라도 학교 입학을 앞두고 갖게 되는 설레임은 같은데요...
이 책은 '1960년대 구동준'과 '2000년대 김지윤'이 취학통지서를 받고 쓴 일기를 시작으로 이후에 예비소집일이나, 입학식, 학교생활을 하기까지 자기의 일상이야기를 그림 일기형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1960년대의 구동준 일기는 왼편, 김지윤의 일기는 오른편에 실어 과거와 현재의 다른 점을 비교해 보게 되고 당시의 생활상들을 그림을 통해 보여주기 때문에 누가 읽든 자기가 겪은 과거에 대해 할 말이 많아지는 책이랍니다.
물론 입학을 앞두고 있는 예비초등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겐 공감할 요소가 많겠구요..

이 책의 그림은 옷 사이에서 삐죽 나온 오리털을 가지고 시작된 재미난 상상 이야기 [감기 걸린 날]의 김동수 작가가 그렸어요.
그래선지 자꾸 이 책에서 [감기 걸린 날]과 비슷한 것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쓴 듯한 손글씨 제목, 그림과 글이 곁들여진 그림일기 형식의 구성, 그리고 원고지 대신 줄노트에 쓰여진 간결한 생활일기, 우리 생활 그대로를 돌아보게 하는 수수한 그림들과 담백함..
그리고 이 책의 재미는 마지막 지윤이의 일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다음에 커서 선생님이 될 거라던 동성국민학교 1학년 2반 구동준 어린이가 2000년대에 와서 김지윤의 '참 좋은 구동준 선생님'이 되어 있을 줄이야!! 절로 웃음이 나는 대목이었습니다..


규현이는 요즘 학교에서 나눠 준 팽이치기에 열심이에요.
숙제에도 팽이치기 연습이 있어서 아주 세월 만났는데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에 친구랑 팽이를 쳤다며 그걸 그리겠다 하더군요.
워낙 단순하게 그리고 쓰는 규현이라 기대를 안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또 단순미를 살리는 모습에 마음은 쿵덕쿵덕~~ㅠ.ㅠ

유주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의 내복이 세 번 보인거라 하네요.
내복이 보인다고 말을 해주었는데도 자꾸 내복이 보여서 옆에 친구들이랑 키득키득 웃었다고요..


12. 21 눈 제목: 팽이 결투

종명이랑 팽이를 했다.
나는 이기는 방법을 안다.
엉덩이를 열심히 치는 거다. 열심히 치니까 내가 이겼다.
기분이 좋았다.

"줄도 좀 반듯하게 긋고 배경에 다른 친구들도 좀 넣지??" 했더니 이렇게만 해도 되는거라며 당당합니다.
그리곤 [학교 가는 날] 그림책에서처럼 자기도 한쪽에 작게 '이겼다'그림을 그렸다면서 무지 대단한 걸 한 양 으쓱해 했어요.
 


유주는 그림과 글을 적어놓고는 '오늘의 일기'도 써놓았어요.
12. 21 날씨  제목: 김종우땜에
오늘은 종우가 내복이 보였다.
내복이 세번이나 보였다.
하연이는 눈이 화났다.

유주가 쓴 글을 보고 규현이가 "야! 하연이 이야기는 여기에다 적는 게 아니야. 제목에 맞지 않은 이야기잖아~"하며 가르치고..
"오빠나 잘 해!!" 유주의 한 마디에 규현이 그 후로 조용했습니다.^^
유주는 그림 그리다 말고 다른 친구가 놀다가 하연이 얼굴을 쳐서 하연이가 무척 화가 나 있는데 자기들이 웃을 적에 하연이가 옆에 있어서 그렇게 그린거라 설명을 했어요. 

아빠에게 심사를 맡겨 일기를 잘 쓴 사람에게 스티커를 주기로 했는데 아이들 그림을 본 규현아빠가 스티커를 둘 다 줄 수 없다고 했어요.
규현이는 그림과 글 모두 좀 더 보충해야 되겠고
유주는 제목이랑 상관없는 글을 썼기 때문이라고 아빠가 설명하면서 다시 한 번 수정할 기회를 주겠다 했는데
둘 다 스티커엔 욕심이 없는지 그냥 그대로 끝나 버렸습니다.  

규현이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 오늘 첫 겨울방학을 했습니다.
이제 규현이 학교 가는 날은 1월 30일 개학식날입니다. 
규현군, 방학동안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ㅠ.ㅠ
아무래도 일기쓰기는 정말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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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레에게 일어난 일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티너 모르티어르 지음, 신석순 옮김, 카쳐 퍼메이르 그림 / 보림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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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레에게 일어난 일]은 주인공 마레가 할머니의 치매와 할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그것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또 살아가며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비춰주는 책입니다.
그야말로 책 제목 '마레에게 일어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가까운 가족의 질병이나 아픔, 죽음 등은 어른들에게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고 현실적인 상황 앞에서는 부정하고  회피하고 싶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는 오죽할까요?

이 책에 등장하는 마레에게도 할머니의 치매와 할아버지의 죽음은 충격이고 이로 인한 상실감은 무척 큽니다.
마레에게 할머니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엄마보다 더 가까운 특별한 존재였으니까요..

하지만 마레는 할머니의 그런 상황을 이해하고 할머니와 소통해 나가면서 슬픔을 감당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갑니다.
이 책은 마레에게 일어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아이들 스스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현실을 받아들여 슬픔을 이겨내고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마레는 태어날 때부터 참을성이 없었고 태어나 여섯 달이 되어서는 정원을 이리저리 돌아다닐만큼 성격이 급했어요.
그리고 늘 배가 고파 마레가 처음으로 했던 말도 엄마나 아빠가 아닌 '과자'였지요.
마레의 할머니는 마레처럼 참을성이 없고, 과자를 좋아하고, 정원을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셨어요.
그래 마레에겐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가 바로 할머니였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쓰러졌다 다시 깨어나신 후론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과자를 먹는 법도, 신이 나게 뛰는 법도 이야기하는 법도 잊은 할머니는 하루 종일 텔레비전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어요.
마레는 처음엔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어요.
그러다 마레는 할머니의 병실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식구들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할머니의 말을 혼자 알아 들었어요.
할머니의 눈을 보며 글자를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낼 만큼 마레는 할머니를 가장 가까이에서 이해해 나갔고 둘 사이에는 통하는 교감이 따로 있었어요. 
그 사이 마레에겐 또 다른 슬픔이 찾아왔어요.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듣고 '바닥이 눈물로 흥건해져 침대가 눈물바다 위에 둥둥 뜰 것처럼' 울며 할아버지가 보고 싶고 또 할아버지의 머리카락을 한 번만 어루만져보고 싶다 말했어요.
간호사들은 못가게 말렸지만 마레는 할머니를 도와 할아버지에게로 갑니다.
두 눈을 감은 채 여전히 빙그레 웃고 있는 할아버지를 향해 할머니는 인사를 하고 할아버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할머니,, 이들의 이별이 아름답고 경건하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표지그림이 화사하고 예뻐서 책의 내용 또한 그러할거라 생각했는데.. 좀 어려운 주제를 담은 책이었어요.
그러면서도 가족간에 진정으로 만들어지는 소통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준비를 조심스러우면서도 아름답고 신비롭게 보여 줍니다.
이 책의 그림들은 대조적인 색채를 통해 아이의 심리를 매우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데요...
나무 위에 앉은 예쁜 아이 마레와 할머니가 아프기 전까지 할머니와 마레가 함께 하는 장면은 풍경들이 밝고 환합니다.
산들거리는 들판의 꽃들과 생기 넘치는 나무 위의 모든 것들 그리고 나란히 그네를 타는 이들의 표정도 더없이 행복하고요.
그러나 쓰러진 할머니 소식을 듣는 장면과 할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페이지의 그림은 어둡지요.

할머니와의 추억을 다시 일깨워주기 위해 그리고 할머니의 말을 알아들으며 벽에 그렸던 그림들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마치 할머니의 지워졌던 모든 기억들이 서서히 되살아난다는 것처럼..
앞 면지에 희미하게 그려진 그림들과 다르게 뒷면지는 과자와 머핀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마레가 아빠, 엄마라는 말 대신 처음 '과자'라고 말했듯 할머니도 '과자'라 말씀하시는 것!
글로 쓰여지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의 죽음 다음으로 희망이라는 글이 보이는 거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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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야 미안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고양이야, 미안해!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68
원유순 지음, 노인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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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눈 삼디기]를 쓴 원유순 작가님의 책으로 4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고양이야, 미안해>를 포함, 모두 여섯 편의 동화가 실려 있어요.
내 주변의 여러 존재 혹은 무관심하거나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이웃과 가족, 친구에 대한 관심을 소재로 한 동화들로 아이의 눈으로 보여지고 느껴지는 감성과 고민, 순수한 마음을 들여다 보게 됩니다.
여섯 편의 동화마다에는 다양한 상황에 닥친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어쩌면 경험해보지 않았거나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지만 당장이라도 혹은 언젠가라도 경험할 수 있는 일들처럼 그것이 낯설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자연스럽고 편안한 글은 그 또래 아이들처럼 다른 등장인물이 되어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공감하게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도도야, 어디 가니?>는 며칠 째 줄만 풀러주면 사라져버리는 도도의 행방을 쫓는 진이가 등장합니다.
순종진돗개가 아닐거라는 현이의 말에 부야가 난 진이는 마음 먹고 뒤를 쫓다가 올무에 걸려 피투성이가 된 오소리를 핥아주고 있는 도도를 보게 되지요.
똥개니 바람난 개니 하는 말에 자존심 상했던 진이는 도도의 행동을 대견해 하며 진짜 진돗개로 인정하고 아빠에게 도움을 청하러 달려갑니다.
사람이 놓은 올무 그리고 거기에 걸려 버린 오소리를 탈출시켜 돌봐주고 있는 도도..
도도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냥 상처나고 더러운 오소리였을지 모르지만 도도는 진이에게 오소리를 귀한 생명으로 여겨지게 합니다.     
<체육시간>은 체육시간에 몸이 아파 나가지 않은 주인공이 같은 반 싸움짱 지호를 어떻게 골탕먹일 것인가 고민하며 시작됩니다.
요즘 학교 폭력의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으로 당하는 아이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는데요..
통쾌한 복수를 꿈꾸면서 생각만으로도 걱정과 긴장을 늦추지 못하던 '나'는 결국 농구를 같이 하자는 지호의 뒤를 따르며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복수의 기회를 괴롭힘 대신 즐거운 상상으로 채우며 기분을 바꾸는 아이의 마음이 긴장되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스럽게 느껴졌어요.
<고양이야, 미안해!>는 길가에서 죽어가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한 은선이가 겪는 하루와 심리를 쫓고 있습니다.
애완동물을 만지지 못하지만 고양이를 돕고 싶었던 은선이는 그냥 지나치지 못해 동물병원과 친구를 찾아가지만 모두 거절당합니다.
그냥 잊어버리면 될 일이라고 눈 한 번 꾹 감고 잊으면 된다 생각해 보지만 어디선가 들리는 듯한 고양이 울음소리에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아프면 용기를 내야한다는 언니를 따라 고양이를 찾아가는 은선이..
하지만 고양이는 사라진 채 없고 은선이는 고양이에게 미안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조나단 알기>는 미국에서 온 사촌동생과 친하게 지내려 했지만 문화와 사고방식이 달라 자꾸 어긋나 갈등을 겪는 찬민이의 이야기입니다.
울면서 전화하는 조나단을 보며 마음이 애틋해진 찬민이는 된장찌개를 덜어주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요.
하지만 다시 또 서로 다른 언어 앞에 기우뚱~ 해지는 둘의 관계.. 찬민이의 마음이 재미나게 그려졌어요.
<우아하고 고상한 우리 할머니>는 해외출장을 간 엄마 대신 지민이를 돌봐주게된 할머니와 지민이가 등장합니다.
다른 사촌들은 키워주기까지 했으면서 자기는 일주일도 돌봐주지 못한다 했던 할머니에게 서운했던 지민이는 집에 오셔서도 그림 그리는 데 열중인 할머니가 영 못마땅하지요.
하지만 할머니의 어릴 적 꿈이 화가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지민이는 그동안의 오해를 풀고 오랫동안 꿈을 간직해온 할머니를 이해하게 됩니다.           
<전화 한 통만>에는 아빠 공장에서 돈을 떼먹고 달아났던 외국인 노동자 핫산이 도움을 청했을 때 망설이는 우주의 이야기에요.
아빠를 속인 핫산이 의심스러워 가족의 안부가 걱정된다며 전화를 한통만 쓰게 해달라는 부탁을 들어주기 어려워하던 우주는 전화기를 붙들고 흐느껴 우는 핫산의 눈물 앞에 자신도 기도를 하게 됩니다.
머리 속에서 고민하던 것들이 어느 순간 다 잊혀지고 마음으로 함께 울며 기도하는 동안 우주도 그만큼 성장하는 것이겠지요.
 
내 주변의 이웃과 가족, 혹은 그냥 지나칠지 모르는 동물들을 보는 따뜻한 시선과 긍정적인 깨달음이 있어 이야기마다엔 잔잔함이 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어떤 해답이나 결론 대신 여러 갈등이나 문제 속에서 망설이는 아이들과 그것을 해결한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이 책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축소판 같습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고민하고 갈등하게 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그것을 온전히 경험해보며 때론 상처와 후회로 때론 이해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나 뿐만 아니라 누구나.. 아이들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면 (때론 누군가의 가르침이나 조언을 듣기도 하지만) 자기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섯 친구들을 보며 아이들도 어떤 것이 더 옳은 판단이고 선택일지 스스로 생각해 보게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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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르뚜아 아저씨]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뽀루뚜아 아저씨 - 2010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 푸른숲 그림책 3
이덕화 글.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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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화 글. 그림 / 푸른숲주니어

언니가 꿈에 브라키오사우루스랑 놀았다고 하자 다섯 살 다혜는 어려운 말도 잘 아는 언니가 부러웠어요.
언니처럼 근사한 말을 하고 싶었던 다혜는 궁리 끝에 '뽀루뚜아'라는 말을 만들어냈지요.
하지만 언니가 그런 말이 없다고 하자 다혜는 어딘가에 있을 뽀루뚜아를 찾아 나섭니다
바둑이와 함께 산을 오른 다혜는 엄청나게 큰 산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어요.
다혜는 산 아저씨에게 '뽀루뚜아'라 불러도 되느냐 묻고 산 아저씨는 이름을 갖고 싶었었다며 아주 맘에 들어 합니다
뽀루뚜아 아저씨가 다혜를 어깨 위에 태워 신나게 달리자 숲 속의 동물들도 함께 달립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도 하고 구름과 바람에 날려온 꽃들은 아저씨의 모자와 옷이 되기도 했지요.
산들바람이 실어온 달콤한 꽃향기에 다혜는 아저씨 품속에서 잠들기도 했어요.
집으로 돌아온 다혜는 엄마 품에 안기며 친구인 뽀루뚜아를 자랑합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부러우리만치 자유롭고 창조적입니다. 
재잘거리는 이야기 속에는 수없이 많은 등장 인물들과 사건이 생겨나고.. 그것이 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하지요.
그리고 때론 놀면서 보이지 않는 비밀 친구를 곧잘 만들어냅니다.
이 책에서도 사람들이 볼 때는 멈추고 안 볼 때는 또 달리면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듯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이만의 특별한 비밀 친구가 등장합니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뽀루뚜아'를 찾아 나선 아이는 커다란 산 아저씨를 만나고.. 그에게 자신이 지은 근사한 이름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친구가 되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요. 

거리낌없이 다가가는 아이와 아이의 질문에 자상히 이야기 나누는 산 아저씨,,
그들의 이야기를 만든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맑고 순수하게 펼쳐지는 이야기처럼 이 책의 그림도 따뜻한 노란색이 주조를 이룹니다.
마치 봄의 느낌이랄까요.. 

2010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인 이 책은 표지그림의 화사한 노랑과 연두색이 먼저 눈길을 끌었는데요...
싸인펜과 작은 종이들을 붙여 꼴라주로 표현한 그림들은 산뜻하면서도 화사해 그림책을 읽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 주었습니다.


 

 

 

주인공 다혜와 바둑이, 뽀루뚜아 아저씨를 그릴거라는 유주에게 책에서처럼 싸인펜과 꼴라주로 그려보면 어떨까 물었어요.
싸인펜은 좋은데 꼴라주는 하기 싫다는 유주.. 주인공들을 그려 싸인펜이랑 색연필로 색칠하겠다 합니다.

뽀루뚜아 아저씨를 그린다 하곤 구름모자를 그리다가 '뽀루뚜아 아가씨'라며 모자에 꽃과 머리카락을 길게 그렸어요.
멍멍이 키나 뽀루뚜아 아가씨 키나 비슷하게 그리곤 다혜와 바둑이, 뽀루뚜아 아가씨 셋이서 달려간다 합니다.
싸인펜으로 윤곽선을 그린 다음 싸인펜을 사용해 여러 색깔로 바꿔가며 색칠했어요.
거침없이.. 선명하고 개성있는 뽀루뚜아와 멍멍 바둑이가 되었습니다.

뽀루뚜아 아저씨가 아가씨로 바뀌었고 또 다혜 뒤로 화산을 그렸길래 유주에게 다른 이야기를 지어보자 했어요.
뜬금없이 또루뚜아의 이름을 안경이로 바꿔준다더니...   
 

 

 

 

'다혜는 멍멍이와 안경이를 데리고 백두산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옆에 화산도 있었습니다.' 라고 적어 놓았어요.

다혜의 말풍선 "야! 저기 좀 봐!"의 저기는 백두산인데 멀리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합니다.
그리고 화산이 멀리 있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는 설명을 덧붙이더니 하트와 리본, 토끼를 그려 놓았어요.
하트와 리본, 꽃, 별, 토끼.. 내용에 상관없이 요즘 유주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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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이네 김장 잔치 지식 다다익선 43
유타루 글, 임광희 그림 / 비룡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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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민오락프로그램인 1박2일에서 김장철을 앞두고 김장특집여행을 한 적이 있었지요.
이 김치도 맛있겠고 저 김치도 맛있겠고.. 김치랑 함께 먹는 다른 음식도 맛있겠다.. 하며 텔레비젼을 지켜보던 큰 아이가 우리는 김장을 언제 하느냐, 어떤 김치를 담느냐, 자기도 김장을 해보고 싶다 하며 관심을 보였어요.
김장들을 시작하는 때,, 시댁으로 전화를 드렸더니 어머님께서 김장배추를 씻던 참이시라며 아이들 데리고 오가기 힘드니 올해도 그냥 내려오지 말라 하시더라구요.
매년 받아먹기만 하는 것이 죄송스러워 이번엔 꼭 가야지 했다가 막상 죄송하면서도 안도감 같은 기분이 드는건 또 뭐인지..^^
그런데 저희는 친정쪽에서도 주셔서 먹는터라 그냥 말기가 아쉬워 큰아이 학교에는 주말 체험학습 신청을 내고 금요일 오후에 김장나들이를 갔습니다.

시골 가며 보려고 책을 몇 권 챙겨갔는데 그중에 있던 [금동이네 김장 잔치]를 보며 큰아이가 "금동이랑 나랑 꼭 같네??" 하더군요.
온 가족이 모여 김장을 하는 날이라 학교에는 체험 학습 신청을 하고 아침 일찍 시골 할아버지댁에 온 금동이의 김장체험기가 정말 우리 상황이랑 똑같았습니다.
그래 "규현이도 배추도 뽑고 다듬어도 보고 김장도 해봐!! 그리고 체험 보고서도 써보는거야~" 하며 먼 길을 달려갔는데
우리 어머니 아버지.. 자식들 시간 아쉬울까봐 두 분이서 이미 뽑고 다듬어 배추들을 간해 놓으셨더군요.
김치에 들어갈 양념도 미리 다 다져 준비해 두셔서 결국 파와 갓만 다듬고 다시국물 내는 것만 살피고 하루가 저물었습니다.

시골에 온 금동이의 김장 체험기는 마지못해 배추를 뽑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뿔이 나서 배추 잎을 냅다 뜯어도 무를 뽑으며 묻은 흙을 털어도 엄마 아빠는 배추랑 무를 잘 다듬는다 칭찬을 하시지요.
바닥에 떨어진 무청으로 닭 흉내를 내며 딴청을 피워도 엄마는 금동이가 무청을 버리지 않고 모은다며 또 칭찬을 합니다.
식구들이 다 함께 모여 부침개를 먹으면서 기분이 풀린 금동이는 배추와 무를 나르는 데는 열심!
어른들은 배추를 갈라 소금물에 적셔 절인 다음 각자 야채를 밭에서 뽑아와 다듬거나 양념을 준비합니다.
커다란 독 안에 든 새우젓, 가마솥에 끓이는 다시국물을 살피면서 금동이는 새우젓이 김치의 감칠맛을 내고 다시국물이 김장의 육수로 쓰인다는 걸 배웁니다.
식구들이 줄지어 앉아 배추를 씻고 채반에 얹어 물이 빠지게 하니 하루가 갑니다.
전날 다듬어 놓은 채소와 양념, 고춧가루로 김칫소를 버무리면서 엄마는 금동이에게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다른 이유를 말씀하십니다.
저도 이번에 책을 읽으며 처음 안 사실..
금동이네 할아버지 댁도 젓갈을 많이 쓰고 육수도 넣는다는데 저희 친정집이 그렇고 금동이네 외할아버지 댁은 젓갈을 조금만 쓰고 육수는 안 넣는다는데 저희 시댁김치가 그래,, 저도 그 이야기를 더 보태 해주었어요.
식구들이 많은데도 동네 어른들이 도와주러 오셔서 함께 김장을 하고 아빠와 작은 아빠는 김치를 담은 독을 장독대 옆에 묻습니다.
김장 김치와 삶은 돼지고기, 생굴로 차린 점심 밥상 앞에 식구들의 행복한 모습이 보이고.. 금동이는 내년에도 김장하러 올거라 인사를 하고 집에 돌아갑니다.

김치를 만들기 위해 온 가족이 모여 서로 도와 재료를 준비하고 김치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어 자연스레 김치를 만드는 방법과 저장하는 방법 등을 소개합니다.
또 가족 뿐만 아니라 동네 이웃들이 함께 도와주러 오는 모습을 통해 이웃간의 정도 보여지고요..
식구들이 함께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웃는 모습이 잔치와 다름 없습니다.
책의 부록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 김치에 대한 소개와 계절별로 담가 먹는 김치의 종류, 김치에 대한 기록과 이름의 어원에 대해 실어 놓았습니다.
지도가 첨부된 지역별 김치와 김치가 가진 과학적 효능과 저장원리등도 소개하고 아이들이 자기집의 김치 담그는 법을 부모와 이야기하며 적을 수 있는 페이지가 실려 있습니다.  

이번에 저희 오빠 세 분과 올케언니들 세 분이 다 와서 거들었는데 실상 장갑을 끼고 김치를 버무린 사람이 없었어요.
시골이라 김장을 하실 때 품앗이들을 하셔서 동네 아주머니 세 분이 도와주러 오셔서는 장갑에 양념 묻힐거 없다고 어른들께서 다 하셨거든요.
그리고 예전 그대로 김장을 마친 후에는 김장김치는 물론 음식을 차려 식사를 대접하고 가실 땐 김치도 챙겨 가져가시도록 합니다. 
오랫만에 부모님 계신 곳에 형제들이 다 모였으니 색다른 별미도 해먹게 되고 김장을 했으니 보쌈도 해먹고 다 목욕탕에도 가고.. 그야말로 책 제목처럼 색다른 명절같이 잔치가 되었더랬습니다.
큰아이는 학교에 낼 체험학습 보고서에 김치를 버무리는 할머니와 옆에서 김치 맛을 보는 자기 모습을 그려놓고
한 일에는 김치 담는 것 구경하기, 외할머니 자전거 타기, 맛있는 음식 먹기로 써놓고 느낀점으로는 '식구들이 모두 다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어 좋았다' 라고 써놓았습니다.
원래 목적이었던 '김장체험'은 살짝 뒤로 밀리고 마치 외갓집에서 놀다오기가 된 듯한 체험학습 보고서였는데.. 금동이는 뭐라고 체험활동 보고서를 썼을지 궁금했어요. (뒷면지 한쪽에 '금동이의 체험학습 보고서'가 실려 있어도 좋았을 듯~^^)
김장을 한다고 가서는 김장을 하지 않고 왔지만 금동이가 느꼈던 것처럼 우리 아이도 가족들이 북적거리는 김장하는 날이 즐거운 날이었고 동네 어른들이 오셔서 함께 일하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이 책을 쓴 유타루 작가님도 어린 시절 김장할 때 식구들이 모두 모여 다 함께 김치를 담갔던 기억으로 책을 쓰셨다고 하네요.
우리 고유의 대표 음식 김치,, 그 참맛은 가족들이 함께 어울려 만드는 양념이 곁들여져 만들어진게 아닌가 싶어요.
시어머니, 친정어머니의 마음까지 담겨진 김치..
김장을 마쳐야 일년 농사가 끝났다 하시는 어른들의 말씀이 조금 실감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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