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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1 (양장)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이 소설의 그 유명한 첫 문장이다. "고만고만"과 "나름나름"으로 댓구를 이루는 문장으로 번역에 고심한 흔적은 있지만 다소 어색하다.그래서인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안나카레니나 첫문장에 대해 각 출판사의 번역본이 비교되어 있다.
여기서 행복한 가정은 레빈과 키티의 가정을 의미하고 불행한 가정은 안나와 카레닌의 가정을 의미한다고 하는 해석도 있는 모양인데, 너무 도식적인지 않나 생각한다. 겉으로 행복해 보이는 어떠한 가정이라도 안으로는 모두 불행의 씨앗을 감추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런지.
젊은날의 방탕과 정신적 고통을 겪고 회심이후 도덕주의자가된 톨스토이에게는 당연하겠지만 소설에서의 주인공은 톨스토이 자신의 자아를 반영한다. 이 소설에서의 주인공 안나 역시 육체적 자아를, 레빈은 정신적 자아를 상징한다고 한다고 하는데 제법 그럴 듯하다.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외국소설 특히 러시아소설은 등장인물의 이름이 길고, 애칭(별칭)이 있어 헷갈린다. 이 소설 역시 인물 관계도를 그려놓고 이름과 애칭(별칭)을 대입해서 읽어야 제대로 읽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소설 읽으면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긴 에밀졸라 소설은 가문 계통수를 그리는것이 필수인 것 같은데 그에 비하면 약과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오블론스키,돌리,카레닌, 안나,브론스키, 레빈, 키티 등이 중요인물이고, 모스크바(레빈이 살고 있는 곳)와 페테르부르크(안나가 살고 있는곳 )가 주요 공간적 배경이다.
27살의 애 둘 딸린 유부녀와 청년 귀족장교와의 비극적 사랑이라는 소설의 줄거리야 영화등을 통해 이미 익히 알고 있지만, 톨스토이는 왜 이런 치정관계와 비극을 소재로 이 긴 소설을 썼을까? 그 비밀의 열쇠는 책 맨앞에 나오는 “원수 갚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니 내가 갚아 주겠다”는 성서에서 따온 제사에 있지 않을까?
일단 안나의 입장에서 일밖에 모르는 무뚝뚝한 남편, 결혼생활의 무료함, 프랑스 문화를 동경하고,모방하는 가식적이고 허위에 찬 귀족사회(무도회와 극장).사랑의 설레임과 격정.아들에 대한 모성애와 남편에 대한 죄책감 등이 다루어 지고, 남편인 카레닌 입장에서 질투와 복수심, 그리고 용서라는 문제에 대한 심리적 갈등이 큰 줄기를 이루며 전개된다.
제1권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오빠가 가정교사와 연애하다 언니 돌리에게 발각되어 도와달라는 편지를 받고 안나가 모스크바에 가는데 기차역에서 브론스키를 처음 만나게 되고, 호감을 느낀다. 그런데,브론스키가 이때 안나에게 첫눈에 반해 저돌적인 애정공세를 하면서 안나가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이 주로 묘사된다. 또한 오쟁이진 남편 카레닌의 심리와 키티에게 청혼을 거절당한 레빈, 브론스키와 안나와의 관계때문에 충격받은 키티의 모습이 그려진다.
러시아 상류사회에서의 귀족들의 삶을 묘사하는 장면은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다. 톨스토이 자신의 경험도 많이 반영되어 있겠지만, 당시에는 유부녀와 청년장교의 불륜이 그리 비난할 만한 것은 아닌 것이고, 다만 공공연히 알려지거나, 그로인해 모욕과 비난을 받지 않는다면 쉬쉬하면서 넘어가 주는 것이 예의였던 모양이다.
"페테르부르크의 상류사회는 사실상 하나의 단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모두가 서로를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서로 왕래까지 하고 있었다. 안나는 서로 다른 세 집단에 친구를 비롯해서 밀접한 연줄을 가지고 있었다. 그 하나는 그녀의 남편이 속해 있는 직무관계의 관료적인 집단.또하나 안나에게 밀접한 집단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의 출세길을 연 집단으로 중심인물은 백작부인 리디야 이바노브나 였다. 나이들어 아름다움은 잃었지만 신앙이 두텁고 덕행이 있는 부인들과, 총명하고 학문이 깊으며 명예를 중시하는 남자들고 구성되어있었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티는 이 집단을 굉장이 존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나는 모스크바에서 돌아온 후 그녀는 이 집단이 못견디게 싫어졌다. 그녀도 다른사람들도 모두들 서로를 속이고 있는 것만 같아서 그 모임 속에 있기가 몹시 지루하고 거북해졌다.끝으로 안나가 교제하고있는 제삼의 집단은 흔히 말하는 그대로의 사교계,춤과 향연과 화려한 화장의사회, 화류계로까지 타락하지 않기 위해서 한 쪽 손으로 궁정을 야물게 붙들고 있는 이들이었다. 이 집단의 사람들은 자기들로서는 화류계를 경멸한다고 여겼으나, 사실상 그들의 취미는 그곳과 공통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동일한 것이었다.모스크바에 다녀온 뒤로는 자기의 정신적인 친구들을 피하고 대규모의 사교계로 발을 내디뎠다. 거기에서 그녀는 브론스키를 만났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뿌듯한 기쁨을 경험했다. 브론스키는 안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쫒아갔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녀에게 자기의사랑을 얘기했다.그와 만날때마다 그녀의 가슴속에는 기차에서 처음 보았던 그날과 같은 생생한 느낌이 불타오르는 것이었다."( 제2부 251~254쪽)
모지리 남편 카레닌이 아내 안나와 브론스키와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푸쉬킨처럼 깨끗하게 결투를 신청하여 결판을 내지 못하고 이 덜떨어진 인간이 하는 말과 안나의 변명과 태도, 화가난다.화가나!
“아니 제발, 내가 끝까지 얘기하게 해줘요. 난 당신을 사랑하고 있소. 그러나 난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게 아니오. 이런 경우에 가장 중요한 사람은 우리의 아들과 당신 자신이오. 거듭 말하지만, 내 얘기가 당신에게는 전혀 무익하고 부당한 것으로 여겨질지도 몰라요. 정말 그럴지도 모르오. 아마 모든게 내 오해에서 비롯되었을 거요. 만약 그렇다면 난 당신에게 용서를 빌어야 해요. 하지만 만약, 비록 내 생각에 티끌만한 근거라도 있다고 당신자신이 느낀다면, 그렇다면 난 당신이 잘 생각해 주길 바라오. 그리고 만약 당신이 마음속에 있는 말을 나에게 모두 털어놓기를 바란다면...” 안나의 이뻔뻔스러운 말 “나는 아무것도 말씀드릴게 없어요. 게다가 한술더 떠...”그녀는 미소를 참으려고 애쓰면서 불쑥 말했다. 정말이지 이제 그만 잠잘 시간이에요.”"( 제2부 293쪽)
브론스키의 애를 임신한후 브론스키가 참가한 경마장에 가는 장면 "나 그럼 다녀올게. 안녕! 안나는 아들에게 입을 맞추고 나서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쪽으로 다가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신이 와줘서 정말 반가워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그녀의 손에 입을 맞췄다. “자아.그럼 이따 봐요. 차 드시러 들르시겠죠. 아이 기뻐라!” 그녀는 환한 얼굴로 즐겁게 나갔다. 그러나 그의 앞을 벗어나자 마자 그녀는 자기의 손에 그의 입술이 닿는 곳을 생생하게 느끼고 혐오감에 떨었다 그녀는 그의 이러한 거동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메스꺼운 것들이었다‘ 명예심과 사행심, 저분의 마음속에 있는 것은 단지 그것뿐이다’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고귀한 견해라든지 문명에 대한 사랑이라든지 종교라든지 하는 것들은 모두 출세를 위한 무기에 지나지 않는다.“( 제2부 404,405쪽)
키티에게 청혼했다 거절당한 레빈이 시골로 내려가 전원생활에서 만족감을 드러내는 장면은 앞으로의 소설전개에 단초를 제시한다.
"레빈은 축사와 광에 있는 것도 즐거웠지만 들로 나오자 더욱 즐거워졌다. 나무껍질에 이끼가 디살아나고 새싹이 비어져 나올 듯이 부풀어 있는 자기의 나무 한그루 한그루를 보며 기쁨을 느꼈다.(제2부 310쪽)"
전지적 작가 시점의 이소설은 심리소설의 극치를 보여준다.톨스토이는 어린아이의 시각, 심지어 사냥개의 생각까지 세밀하게 서술하는데, 매우 인상적이긴 하지만 묵직한 주제에 대한 위대한 거장의 서술기법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사삭스럽다.
안나의 자식으로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으나 예닐곱살의 맏딸 탄츄로치카, 대여섯살의 막내아들 세료쥐아, 어린아이들도 눈치와 감각으로 분위기를 짐작한다. "‘이것은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 저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이람? 어떻게 내가 저 사람을 좋아 할수 있을까? 만약 그것을 모른다면 내 잘못이다. 그렇지 않으면 난 천치거나 나쁜아이인 것이다. 하고 어린애(세료쥐아)는 생각했다."(제2부 366쪽)
멧도요 사냥나가서 오블론스키가 레빈에게 키티가 결혼은커녕 굉장히 몸이 나빠져 신병치료차 외국으로 요양시켰다는 말을 전하자 라스카라는 개의 마음과 시각에서:
“그들이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동안 라스카는 귀를 쫑긋 세우고 머리위의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비난하듯 그들을 쳐다보기도 했다 ‘이런, 급기야 지껄일 틈을 찾고 말았군’ 하고 개는 생각했다. ‘새가 날아오고 있는데...여기 왔다, 정말 왔다, 놓쳐버리겠는 걸...’(제2부 326쪽)
유난히 추운 올겨울은 러시아 고전소설을 읽으며 보내보자고 생각했는데, 상당한 두께와 양이라 쉽지는 않다. 도스또옙스키까지는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여전히 내가 할수 있는 일은 시간나는대로 '그저 읽는다는 것' 뿐이다. 제2권에서는 어떤 흥미진진한 일들이 벌어 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