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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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이동진 김중혁이 팟캐스트에서 이야기한 소설7편에 대해 다시 글로 야부리를 깐 것들을 모았다. 요즘에 도대체 왜 이런 책들(독서, 글쓰기에 관한 책)이 많이 출판되나? 우리나라 문맹률이나 문자해독력이 이렇게 떨어졌는지... 한심해 하던 차에 사무실에서 굴러다니고 있던 책인 것이다.

 

숭고하고  윤리적인 속죄-[속죄]

우연과 운명, 권태와 허무, 그 가볍지 않은 무게-[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마지막, 당신이 만나게 되는 진실은-[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소년의 어떤 꿈에 대하여- [호밀밭의 파수꾼]

신기한 이야기에 숨겨진 카오스와 코스모스- [파이 이야기]

이렇게 강하고 자유로운 남자들- [그리스인 조르바]

그가 또다른 세계에서 만난 것은-[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가만 보니 '속죄'는 분수대 장면까지 읽다 말았고, '~존재의 가벼움'은 영화(프라하의 봄)와 책(조금 가물가물)으로 아지랑이처럼 느꼈으며 '예감은~' 앞부분 똑똑하고, 머리좋은 친구가 자살했다는 내용까지 읽으며 재밌을 것 같은 예감이었는데 무슨 일 때문이지 읽다 말았다.'호밀밭'은 막걸리 마신듯 헤롱거리며 지나왔고, '파이'는 달콤하게 영화로 먹어치웠으며 '조르바'는 어릴때 안소니 퀸을 본 후 책으로도 악수했다. 무채색의 '쓰쿠루'와는 같이 책으로 순례를 떠난 적이 있다.

 

대충 들춰보니 각 편마다 작가소개와 줄거리가 있고, 이동진 김중혁의 소설속 상황에 대한 생각과 감상평에 대한 얘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빨간책방'이라는 팟캐스트에서 나눈 얘기를 글로 다듬어 옮겨놓은 모양이다. '빨간책방'방송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어 뭐라 말 할수는 없지만, 독서저변을 확대하는데는 기여했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과연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이 책을 읽느니, 차라리 읽다만 '속죄'와 '예감'을 마저 읽고, 파이를 야금야금 책으로 씹어 먹는게 낫다 싶다. 그냥 그 자리에 놔둘려다 이 책의 진가는 여기에 있구나 하는 발견... 소설가 김중혁이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라는 사람을 평한 부분이 앞 겉장 표지에 있어 옮겨본다. (역쉬~ 요즘 대세는 이동진 이구만! 하는 감탄과 함께.)  

 

"성실한 사람.집요한 사람.섬세한 사람.꼼꼼한 사람. O형. 형식주의자. 형식이 재미를 만들어낸다고 믿는 사람.재미를 추구하는, 재미있는 사람. 그렇지만 가끔은 썰렁한 사람.진지한 사람.날카로운 사람. 그러나 어떤부분은 한없이 무딘 사람.

 

술자리의 중심에 있는 사람. 안주 맛은 모르지만, 맥주는 마실 줄 아는 사람.러브샷주의자. 끊이지 않는 이야기로 사람들의 귀를 붙드는 사람. 이야기에 실패하면 괴로워하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야기하는 사람.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 동어반복을 싫어하는 사람.같은 노래를 자주 부르는 사람. 자주 불러서 잘 부르는 사람.

 

붉은색 모나미153을 쓰는 사람. 아이폰 업그레드를 할 줄 모르는 사람. 기계치. 기계에는 약하지만 엑셀에는 강한 사람. 별점 매기는 사람. 별점의 강점과 파급력을 아는 사람. 별점이 다가 아닌 것도 아는 사람. 매일매일의 힘을 믿는 사람. 통계 내는 사람. 숫자를 믿는 사람. 아는 건 전부 다 알지만, 모르는 건 전혀 모르는 사람. 시간의 질보다 양을 믿는 사람. 그래서 무모한 사람.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쓰지만 존댓말을 벽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 다정한 사람. 천진난만한 사람. 마음이 여린 사람. 여린 마음이 부서지지 않도록 다짐과 반성으로 갑옷을 만드는 사람. 그렇게 만든 갑옷의 성능을 믿지 않는 사람. 자신을 코너로 몰고 가는 사람. 코너에 몰린 채 버티며 웃는 사람. 끈길진 사람. 끈질지게 모은 걸로 계속 묻는 사람. 이해하기 위해 묻는 사람.이해하기 위해 믿는 사람. 버텨내기 위해 쓰는 사람. 묻고 또 묻고, 대답을 듣고, 또 묻는 사람. 그리고 마침내 쓰는 사람. 힘들게 쓰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는 사람."

 

나 원 참~.. 이건 뭐 '사람에 대한, 사람을 위한, 사람의 칭찬' 이다. 끝부분  '힘들게 쓰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는 사람.'이라는 대목에서 그만 쓰려다가(이거 뭐하는 짓거리냐? 옮겨 적기도 힘들다.) 약올라서,뒷 겉표지에 '이동진이 본 김중혁'까지 마저 옮겨 쓰기로 한다.

 

"노블리스트. 다감한 사람. 민감한 사람. 산만한 사람. 엉뚱한 사람. O형.호모 루덴스. 모든게 노래가 될 수 있을 거라 믿는 사람. 유머와 농담으로 우회하는 사람. 하지만 필요할 때는 진지한 사람. 따뜻한 사람. 열이 많은 사람. 그러나 어떤 부분은 한없이 시크한 사람.

 

여자들에게는 언니 같은 남자. 수다의 맛을 잘 알고 대화의 흥도 잘 아는 사람. 가방성애자. 좀처럼 취하지 않고 자세도 흐트러지지 않는 사람.마지막에 남아 뒷모습을 봐주는 사람. 잘 있냐고 괜찮냐고 물어봐 주는 사람.귀가 깊어 대나무 숲이 되어줄 것 같은 사람. 파스타를 잘 만드는 사람.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구들링'하며 공상을 즐기는 사람. 자주 굴러서 둥글어진 사람.

 

샤프펜 만년필 유성펜을 쓰는 사람. 아이폰 아이패드를 갖고 다니는 사람. 애플러. 기계에도 강하지만 사람에 더 강한 사람. 일러스트레이터. 카툰을 그리고 명함도 만드는 사람. 잊히지 않는 선물을 줄 줄 아는 사람. 매일매일 동영상을 찍는 사람. 기록하는 사람. 도시의 탐색자. 곳곳을 다니지만 1인분의 삶을 흘리지 않는 사람. 그래도 가끔은 기댈 줄도 아는 사람. 그래서 마음이 가는 사람.

 

시시때때로 투덜대긴 하지만 운동경기 보다가 눈물도 흘리는 사람. 섬세한 사람. 자기만의 방을 가진 사람. 그 방에 처박히면 완전히 다른 사람. 그 방문을 열지 않고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 그렇게 저마다의 방을 가진 사람들이 따스하게 모인 세상을 꿈꾸는 사람.

 

180센티미터가 넘는 사람. 그래도 귀여울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람. 어눌한 사람의 목소리가 되는 사람."어"와 "으"를 틀리는 사람. 틀리지만 언어의 결과 질감에 누구보다 세심한 사람. 없는 것을 발명하는 사람. 숨은 것을 발견하는 사람. 쓰면서 질문하는 사람. 보고 또 보고,생각해 본 후 다시 또 보는 사람. 그리고 언제나 쓰는 사람. 다양하게 쓰는 사람. 유영하듯 흘러가며 끝까지 쓰는 사람."

 

어이 없음..졌다! (이 들은 결국 '계속 쓰고, 끝까지 쓰는' 사람들이다. 대단하다!) 사람에 대해 안다는 것...어떻게 이렇게 짝짜궁이 잘 맞을까? 배우자보다도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는 느낌...경외감이 든다.  인간 유형(발자크 "저리 가라"다.)에 대해 이렇게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현재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재능이고, 앞으로의 소설쓰기와 영화평론에도 큰 자산이 되긴 할 터이지만, A형인 나는 조금 의심이 든다. 과연 이 글을 김중혁이나 이동진 혼자서 다 썼을까? 이런 글을 만들기위해 출판사 '예담'에서는 얼마나 많은 편집회의를 열었을까? 하는...먹고 살기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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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7-12-08 1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팟캐스트 방송을 듣고 봐야 리얼하답니다.
두 분의 대화를 그대로 옮겨 책으로 만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방송은 띄엄띄엄 들었는데, 완전 잼나하면서 들었거든요
실상 책은 그에, 완전 못 미쳤던 기억이...^^

두 분이 서로를 평한 문장들, 다시 봐도 잼나네요~^^

레삭매냐 2017-12-20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이언 매큐언 읽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었는데 한참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쿤데라의 그 유명한 소설은 제법 읽었는데 완독
은 미처 하지 못했네요 아휴 참... 읽어야 하는
책들이 많아요. 내년에는 읽기 시작했지만 미처
끝내지 못한 책들에 집중해야 할까요.

저도 빨책 자주 들었는데 하도 잡소리들이 많아
서 그리고 관심 있는 책들을 안해 줘서 언제부
터인가 패스하고 있네요. 간만에 한 번 들어볼
까요.

sprenown 2017-12-2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안에 ‘속죄‘는 다 읽을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안되면 내년 설 전까지라도.ㅎㅎ
 
합체 (반양장) -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64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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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도 한장 남아 있는 2017년도... 그동안 뭐했지? 심란한 마음에 울적하다.가볍고,재미있는 소설책이나 읽어봐야 겠다 싶어 일전의 친구 알라디너의 리뷰를 통해 알게된 박지리 작가의 소설 하나를 골랐다.

 

 

이 책의 저자인 소설가 박지리에 대한 출판사의 소개를 보면, "문학을 배워 본 적 없는 이 젊은 작가는, 2010년 『합체』로 제 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한국 문단에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진지한 문제 의식,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는 독보적인 작법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동시대 작가와 독자,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비롯해 『양춘단 대학 탐방기』 『맨홀』 『세븐틴 세븐틴』(공저) 같은 작품을 남겼다. 2016년 9월 향년 3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되어 있다.

 

한참 왕성하게 창작을 하여야 할 나이에 그녀는 무슨 이유로 이 세상을 그리 일찍 떠났을까? 안타깝다. 더 우울해 질려고 한다. 빨리 소설에나 몰입해야지... 재밌고, 경쾌한 학원 명랑, 모험소설이다. 술술 잘 읽힌다. 그러나 통통튀는 학창시절의 대화와 어이없는 상황전개속에는 슬픔이 숨어있다.

 

작가는 조세희의 '난쏘공'을 차용("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쟁이였다.")하여 '오래전, 한 난쟁이 아버지가 하늘로 작은 공을 쏘아 올렸다. 그 공은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의문으로 이 소설의 첫머리를 열고, 공을 굴리며 관객을 웃기는 예능인 ‘난쟁이’  아버지가 후진하던 트럭에 치여 죽는 장면까지 이 소설의 각 장은 "아버지는 난쟁이였다."로 시작한다. 그렇다.무슨 천형의 문둥병 같은 '작은 키'는 일란성 쌍둥이인 오합,오체 두 형제에게 가장 큰 콤플렉스다.그러니 '키 크는 것'이 그들의 최고의 목표일 수 밖에 없다.

 

어느 날, 체는 동네 약수터에서 뱀독을 빼주며 알게 된, 자칭 ‘계도사’한테 키 크는 ‘비기’를 전수받고, 여름방학 동안 합과 함께 짐을 꾸려 계룡산으로 수련을 떠난다. 33일 동안 ‘형제동굴’에서 수련을 쌓아가기로 한 합과 체는 24일째 되는 날  라디오에서 '계도사'가 치매에 걸린 노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집에 돌아온다. 다소 허무맹랑한 소설의 결말은 예상대로 난쟁이 아버지가 하늘로 쏘아올린 작은 공이 놀라운 마술을 부리는 해피엔딩일 수 밖에 없고, '흙수저 삶'에 대한 위안이 될테지만, 소설가 박지리가 진짜 이 세상에 드러내고 싶었던 인상적인 말들과 소설창작의

고통에 대해 토로하는 말이 눈에 띄어 적어본다.

 

"체 게바라는 혁명 그 자체입니다. 이 세상은 아직도 부조리투성이예요. 힘 있는자가 약한자를 착취하고,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미 제국주의가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 아프리카를 좀먹고 있습니다. 다 뒤집어야 합니다. 형제들, 혁명을 해야 합니다. 지금의 현실에 이대로 쓰러져서는 안됩니다.체는 아직도 우리들 가슴속에 살아 있습니다."(46쪽)

 

""역사에 남는 혁명은 주로 정치와 관련된 것이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환경을 위해 분리 수거에 앞장서는 것도 혁명이고, 고생하시는 부모님 생각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혁명이고, 친구와 싸운 후 먼저 사과를 하는 것도 혁명입니다.저는 꿈을 가진 사람이 꿈을 이루기위해 노력하는 게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혁명은 빨간 머리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붉은 피가 만들어지는 바로 여기,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선생은 주먹으로 자신의 왼쪽 가슴을 툭툭, 쳤다."(50쪽)

 

" 비록 니가 그 개미 한 마리를 당장 죽일 수는 있다고 하나, 개미세계 전체를 무너뜨릴 수는 없지 않느냐. 오히려 이 개미의 죽음이 전해지고 전해지면 개미들은 더 강한 방어 체계를 만들 것이고 더 힘을 기를 것이다.멀리 보면 그렇게 해서 개미들은 진화하는 것이 아니겠느냐."(95쪽)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했지만 정작 끝이 보이지 않는 작업은 재미보다는 답답함을  더 많이 가져왔고, 잠깐의 성취감 뒤에는 어김없이 긴 좌절감이 따라다녔다. 그래서 책이 나오면 마냥 홀가분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막상 일을 다 끝내고 나니 시원한 마음 옆에 서운한 마음이 나란히 서 있다. 꼭 졸업을 하는 것 같다."(작가의 말, 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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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5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prenown 2017-12-05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녀의 죽음이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너무 안타깝네요..

양철나무꾼 2017-12-05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완전 좋게 봐서,
그의 전작에 눈독 들이고 있습니다.

님의 리뷰를 보니, 이 책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sprenown 2017-12-05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님 덕분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고맙습니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작가의 유작인 셈(아마 이 소설쓰기의 고통이 심했던 모양입니다) 인데 상당히 방대한 소설로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에 비하면 소품 정도에 불과합니다.^^. 저는 기회되면 ‘맨홀‘이라는 소설을 읽어볼까 합니다.^^.

munsun09 2017-12-05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북풀 친구중에 이 책을 읽으시는 분이 계시군요^^
전 일 때문에 꽤 오래전에 읽었는데
기억엔 없지만 겉표지만 봐도 반갑네요.~~

sprenown 2017-12-05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요즘 알라딘 분위기가 다운되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려고 했는데, 여전히 분위기가 엄숙하네요.^^,, 분위기 더 띄워야 할것 같아요..ㅎㅎㅎ

얄라알라 2017-12-06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17년을 한달도 안 남기고 무척 다운다운인데, 무슨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다시 읽고 싶어도, 무섭게 감동적이어서 쉽게 손이 안가는데..

요절한 작가님의 글을 몰입해 읽으시니 우울해질 틈이 없으시겠네요

sprenown 2017-12-06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북사랑님,
‘체르노빌의 목소리‘ 기회되면 읽어보겠습니다

cyrus 2017-12-06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지도 엄청 높은 작가를 제외하면 국내 작가의 부고 소식을 접하기 어려워요. 세상을 떠난지 며칠 이후에 알려진 경우도 있고, 부고 소식이 뉴스 메인에 오르는 일이 많지 않아요.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
바슬라프 니진스키 지음, 이덕희 옮김 / 푸른숲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중력을 거부하는 듯한 몸놀림과 섬세한 감정표현..발레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한번도 현장에서 발레공연을 본 적이 없다) 얼마전 니진스키의 '목신의오후' 라는 짧은 유투브 동영상을 보며 그렇게 느꼈었다. 이 책 역자 해설에도 "그가 공중에 날아오르는 방법은 너무나 불가사의해서 언어로는 도지히 설명이 불가능했다. 니진스키의 유명한 '엘레바시옹(날아오름)'에 대해 그것은 전혀 비현실적이고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사자는 자신의 비상한 묘기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 처럼 보였다"고 그와 춤을 춘 파트너의 증언을 소개하고 있다. 한마디로 '발레의 신'이다.

 

이 책은 영역본을 텍스트로 불역판을 참조했으며, 특별한 경우엔 러시아어 원본을 참조했다고  역자인 이덕희씨(이 분도 참 특이한 이력이 있다. 법학 전공자에 기자출신인데 니진스키를 만나서 이제는 대학에서 발레사를 강의하는 삶의 전환이 있었다)가 미리 밝혔는데, 중역에서 오는 오역의 의심을 전혀 느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가 정신이 붕괴시점(블로일러,프로이트, 융 등 쟁쟁한 정신의학자들 모두 치료에 실패함)에서 쓴 일기와 편지를 모아 1부 삶과 2부 죽음으로 구성해 놓은 것인데, 광인의 일기 답게 문법이나 논리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슬라프 니진스키는 1889년 폴란드태생의 춤꾼 부모에게서 우크라이나에서  천부적 재능(역시나 피는 환경이나 노력보다 중요한 걸까?)을 타고 태어나 자라면서 당시 최고 수준의 상트페테르 부르크 황실 발레학교에서 발레수업을 받았다. 이어 류보프왕자와 디아길레프라는 후원자의 도움으로 파리를 정복한 후 남미순회 공연중 헝가리 백작의 딸 로몰라와 결혼한다.여기까지는 천재 예술가의 평범한 성공기에 불과하지만 이후부터 비극이 시작 된다. 미국순회공연후 1917년 9월 30일 28세때 제2차 남미 순회공연에[페트루슈카]로 출연하는 것이 마지막 대중공연이 된다. 정신질환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그의 전기작가인 리처드 버클은 니진스키의 생애를 "10년은 자라고 10년은 배우고 10년은 춤추고, 그리고 나머지30년은 암묵속에 가려진 60평생"으로 요약했는데 그의 삶에 대한 적확한 표현이다고 생각한다.기나긴 정신요양원 생활을 전전한 끝에 1950년 영국에서 사망한 니진스키의 유해는 1953년 파리의 몽마르트로 이장되었는데 묘비앞에 페트루슈카의 분장을 한 니진스키의 좌상이 있다. (477쪽.)개인적으로는 이 책 249쪽에 있는 페트루슈카로 분한 니진스키(런던.1913)의 사진이 인상깊다. 슬픈 듯 광기어린 눈..

 

 

고흐나 니체처럼 천재 예술가나 사상가들에게는  정신병이 왜 생기고, 삶이 왜 비극적으로 끝나는 것일까? 당대의 권위있는 정신의학자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병의 원인을 어떻게 알수 있을 것인가.다만, 예민하고 풍부한 감수성, 이상에 도달하지 못하는 현실적 삶이 그들에게 고통의 족쇄를 채우기 때문이리라.(형의 이른 죽음,부모의 결별, 급우들의 시기와 질투에 따른 부상, 전쟁체험 등이 니진스키의 정신병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가 미쳐서, 스스로 신이라고 생각하며 쓴 일기의 시를 보자. "우리는 똥싸는 중이고 그대는 내가 눈 똥 속에 있다.~ (314쪽). 그러면서, 외로운 그는 사랑을 갈구하고, 또 사랑을 전하며 절규한다.

 

나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어 당신을 사랑 사랑한다는 것을~(322쪽).

 

이 책의 말미, 그가 어머니에게 쓴 편지에는 " 사랑하는 어머니, 저는 언제나 어머니를 사랑합니다."로 시작해서 "어머니께 키스를 보냅니다. 저를 사랑하는 모든이에게 제 키스를 전해주세요. 어머니의 아들 바샤." 로 끝난다. 휴우~ 긴 한숨... 나의 뺨에 그의 고통스러운 숨결이 와 닿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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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30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알라딘 중고책 서점에서 이 책을 샀어요. 로쟈님이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한 권이에요. 니진스키와 니체를 비교해보고 싶어요. ^^

sprenown 2017-11-30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이 책에도 나오지만 니진스키도 니체를 좋아합니다. 정신병의 양태도 비슷하고요 다만 니체는 생각(사상)때문이지만 니진스키는 예민한 감정이 원인일거예요.공통적으로 기질적인 문제가 있고요. 어린 날의 형의 죽음과 왕따로 인한 상처, 그리고 1,2차 대전 전쟁경험이 니진스키에게는 치유될 수없는 영혼의 고통이었던것 같습니다.

얄라알라 2017-12-06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이책 수년전 국제도서전 푸른숲 부스에서 보고 사진찍어 온 책인지라 더욱 반갑네요 실제 읽지는 못했는데 로쟈님도 추천하셨었나요?^^ 알라딘 서재 탐색다니며 정말 많이 배웁니다.

sprenown 2017-12-0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로쟈님의 인생책 중 한 권인가 봅니다. 이 책의 번역자인 이덕희님에게는 삶의 방향을 바꾼 책이기도 하고요.^^
 
일의 기쁨과 슬픔 -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가?,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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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이라는 작가가 요즘 상당히 인기 있는 모양이다. 역사학을 전공해서 소설도 쓰고, 철학적 에세이도 쓰면서 다른 일을 안해도 잘 먹고 잘 사는가 보다. 

 

위와 같이 시니컬하게 쓰는 이유는 질투심 때문이다. 그의 책은 한권을 읽지 못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었다. 나름 작가적 상상력과 감수성이 엿보이는 문장과 철학적이고도 지적인 문장이다.

 

이 책을 집어든 까닭은 달마가 동쪽으로 가는 까닭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이, 밥벌이가 지겨워서이다.(소설가 김훈과 김원일도 항상 투덜대는 말이다.) 20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 비슷한 일을 하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졌다. 그래서 올 여름에 알라딘 서재에 가입해서 책도 읽고, 그나마 허접한 글이라도 쓰고있는데, 여전히 지겹다.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지... 그렇다고, 욱하는 심정으로 때려 치울수는 없는 노릇. 그나마 20년 가까이 밥벌이를 하는 공로로 조금 여유도 생겼다.그래서 틈나는 대로 책도 읽고 알라딘 활동도 하지만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요즘은 '좋아요'도 갈수록 줄어든다.)  

 

이 책은 작가가 의도했는지 아니면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화물선에서 시작해서 항공기로 끝난다. 움직이는 것... 그렇구나!  그동안 너무 정체된 삶이었어.그래 여행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든다. 이 친구처럼, 또는 여행 작가처럼 여행과 글이 밥벌이의 수단이 된다면 일석이조이겠지만 그럴 재주나 능력이 안되는 나는 청약저축이라도 깨서 여행을 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차라리 그이들 보다 여행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으리라! 그네들은 결국 원고청탁에 따른 목적의식을 갖고, 밥벌이를 해야 하니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꼭 내 집이 있어야 하나? 그냥 평생 전세살지 뭐~..." 이런 생각까지 드니, 전셋돈 빼서 세계일주 크루즈 여행까지 하고 싶다.(이렇게 쓰는 손가락에 전기신호를 보내기 전부터 뇌에서는 직관적으로 이미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ㅎㅎ)  

 

기본적으로 이 책은 에세이고 포토 르포르타주. 유명 사진작가와 함께 몰디브의 참치잡이 현장, 물류현장, 비스킷 공장, 로켓발사 현장,송전탑, 회계사무실, 항공기제조 공장 등을 찍은 사진과 글..  대부분의 챕터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책 펴내기 참 쉽구나..." 이렇게 비아냥 거릴수 없는게 그의 감각적이면서 지적인 글솜씨 때문이다.

 

"참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물에서 이렇게 멀리 나와본 적이 없다. 이렇게 밝은 빛을 본 적이 없다.

어부들은 참치가 겁에 동맥에 피를 너무 많이 흘려보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안 그러면 저녁 식탁접시에 시커먼 살이 올라와 식욕을 망치게 될 테니까..이제 어부는 복수심이 불타오르 듯 격분하여 짐승을 두들겨 패며, 디베히 언어로 죽어가는 집승에게 욕을 퍼붓고 있었다. '니구발라,니구발라, 헤이 아루발라난'('이년아, 이년아, 넌 죽었다.')그가 여드레 만에 처음 잡은 참치였다. 집에서는 아이 여섯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치잡이 어부에게는 생존이 달린 삶이고, 슬픈 노동이지만 작가는 이렇게 관찰자의 시점에서  일상에 대해, 일상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와같이 이 책의 전편에 흐르는 작가의 문장을 유심히 읽다보면 이 작가는 자본주의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나름대로의  넓은 지식과 감성을 적당히 섞으면서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는 척도 한다.(그나마 꽤 솔직한 편이다.)

 

빌딩의 회계사무실에 대한 인상과 경험을 드러낸 그의 글을 보자." 델피 신전의 여사제 만큼이나 엄숙한 태도로 자신의 역할을 이행하는 안내원은 짧은 입문 의식을 거행한 뒤, 표찰을 건네주며 언젠가는 끌어내주겠다는 믿기 힘든 약속을 하면서 소파 쪽을 가리킨다.~ 이 회계사들의 건물에서는 모든 것이 우아하고 매끈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회계사는 나에게  책을 어떻게 또는 왜 쓰냐고 묻지 않고, 어떤 책의 세금을 몇 년에 걸쳐 낼 수도 있느냐, 아니면 출판할 때 전부내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들은 사람을 보면 먼저 신장부터 생각하는 신장 전문의와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일이란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니 누가 얼마나 일이 좋아서 하겠는가? 경영학이나 행정학에서 말하는 x이론,y이론 중에서 대다수는 x이론에 적합할 것이다.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도 마찬가지다. 일을 통해 '자아실현 욕구'을 충족한다는 것은 거의 이상에 가깝다. 그나마 생존과 안전욕구를 충족하고 나면, 사랑받고 싶어하는 애정욕구에 징징대는 게 대부분의 삶인것 같다. 주말에는 가까운 곳이라도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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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25 1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공한 덕후’, 즉 ‘덕업일치’를 이룬 사람이 욕구단계설 최상층에 위치한 사람들입니다. ^^

2017-11-25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브게니 오네긴 SNUP 동서양의 고전 4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최선 옮김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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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는 동서양 고전시리즈중 하나인가 본데, 푸슈킨 저. 최선 역주로 되어 있다. 단순한 번역자는 아니라는 의미겠다. 역자 최선은 한국러시아문학학회회장이자 대학교수인데, 이 책 '예브게니 오네긴'을 읽다보면 최교수의 푸슈킨에 대한 애정과 러시아 문화,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여실히 느낄수 있는 것이다.(난 솔직히 얼마전까지도 푸슈킨에 대해서는 이발소 그림에 덧씌여 있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를 쓴 러시아 시인으로만 알았다.)

 

차이콥스키의 오페라로도 유명하다는 '예브게니 오네긴'은 귀족청년 오네긴과 타티아나와의 사랑얘기를 그린 운문소설이다. 근데 도대체 운문소설이 뭐지? 하는 궁금증이 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19세기 독일문학사에 대한 것만 언급된다. 아마 일정한 음보나 율격을 갖춘 시적 이야기 정도가 될 터이다. 그러고 보니 서사시와의 차이는 뭔지 모르겠는데, "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 엇더한고"하는 우리 조선시대 가사문학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왼편에 러시아어 본문, 오른 편에 우리말 번역문이 실려 있고, 각 장마다 각주가 빼곡히 씌여 있는 식으로 구성되어있다. 러시아어 전공자나 러시아문화나 역사에 관심이 있고, 보다 충실한 독서를  하고 싶은 사람은 읽어 볼만 하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다 읽기에 벅차다. 이 책을 만드는데 엄청난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해서 러시아어는 아예 몰라 건너뛰더라도 각주는 중요부분을 참고하긴 했으나 다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푸슈킨도 이 소설을 1830년에 완성했는데 7년에 걸쳐 쓴 작품이다.)이런 나와 같은 독자를 위해 친절하게도 역자인 최교수는 앞부분에 이렇게 일러둔다

 

" 이 책의 가상적 독자는 세 부류이다. 첫번째 부류는 '오네긴'을 소리내어 읽고 해석하면서 번역을 참고하고 비교도 해보는 독자들이고, 두번째 부류는 역자주석까지 꼼꼼하게 이리저리 맞네 틀리네 따져보는 독자들이고, 세번째 부류는 러시아어를 몰라 러시아어는 그냥 그림삼아  보고 우리말로만 생각대로(소리 내거나 또는 눈으로만)읽으면 되는 독자들이다. 모두 역자에게 고마운 이들이지만  첫 번째 독자들이 가장 소중하고, 두번째 독자들이 든든하고 미덥다면,아무래도 이책 저책 읽어보기 좋아하는 세 번째 독자들이 가장 사랑스럽다." (욕심도 많으셔~..)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 러시아 청년귀족의 방탕한 삶과 사교계 문화, 푸슈킨의 외증조할아버지가 그 유명한 한니발장군의 후손으로 아프리카인이어서 푸슈킨이 흑인 혼혈이었다는 사실, 자존심과 명예 때문에 목숨을 건 결투(입회인 참가)가 흔했다는 점등을 알수 있었는데,이렇게 죽음을 불사한 결투는 "끝까지 가보자!" 고 하는 러시아(인) 특유의 막시말리즘이 반영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이 소설처럼 저자 푸슈킨도 아내를 희롱하며 집적대는 프랑스 망명 귀족 단테스와의 결투끝에 38살에 죽었으니 말이다. 가장 극적인 장면이랄수 있는 제6장. 무도회에서의 사소한 오해, 주위의 부추김으로 촉발된 친구 렌스키와의 결투는 결국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난다. 이에 대해 역자는 아래와 같은 설명을 덧붙인다.

 

 "제6장의 중심테마는 렌스키와 오네긴의 불행한 결투이야기이다. 귀족문화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삶은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하고,행동의 기본원칙으로서 명예를 확실하게 지키며 살아가는 삶이었고 귀족은 자신이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죽음에 직면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귀족이 자신의 인간적인 가치를 지키는 수단이었다."(253쪽)

 

 삶에 대해 권태와 오만과 냉소를 보내던 오네긴이 그에게 구애하던 타티아나를 냉정히 차버리다가, 그녀가 공작부인이 되어 나타난 후, 갑자기 그녀에 대한사랑에 불타 올랐으나 구애를 거절 당하는 장면.(정말 추하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미완성으로 끝나는 이 소설을 번역하고, 각주를 달면서 역자인 최선 교수는 진짜 고생했던 모양이다. 끝부분 운문체 역자 후기(아래 "2005년 2월 시작한 역자후기를 2006년 1월에 마치며") 를 보라!  이 분 정말 솔직하고, 화끈한 성격인 것 같다. 이 책을 내기까지 그녀는 그 이름 처럼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오네긴을 번역하면 웬일인지

노다지 각운이 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

자나깨나 전전긍긍 아으 으아 신음하다

구구절절 우왕좌왕 어머머 어~쩌지 하다

다 그만둘까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약강 4보격 14행으로 교대운, 병열운, 고리운

~

 으쌰 가자 으쌰 가자 으쌰 으쌰 가자 가자

하며 쓰고 쓰고 하며 가자 가자,가고 보자

달리다가 너무 이상해 지면 고쳐보려다

에라 모르겠다, 오기까지 생겨버렸다

어불성설 지지배배 다 하니, 다 그냥

그럭저럭 읽을 만큼 된 셈이다.

~

 

어쨌든 버텨 왔네, 누가 뭐래던.

하고 하고 하다 다하면 면발 바르르

다 풀어져 국수맛이 젬병이듯

애만 쓰고 뭣도 아닌 번역이 될 듯

하여 국수 먹는 애꿋은 남편에게 파르르

짜증낸 것 미안해라, 이제 입 다물게,

남편이여, 고맙네 이제 정말 끝. 끝낼게.

~

그나저나 우리 인생도 벌써 저무는가,

석양빛이 어쩌자고 저토록 눈부신가!

어쨌거나 정말이지 꽤나 오래 함께 한

이번 번역물이니 그대도 한번 읽어 보게

심심할 때  쉬엄쉬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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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21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문학 번역본을 볼 때 번역가가 누군지 확인해요. 믿고 읽을 수 있는 문장을 쓰는 번역가는 석영중, 박형규, 최선 등이 있어요. 또 있을 텐데 기억이 나지 않아요. ^^;;

sprenown 2017-11-21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