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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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스타일로 힘겹게 겨우 쓴 소설일 것이다... 이 책이 혹시 소설로서는 작가의 마지막 단행본이되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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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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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수는 19791220일 서울 서대문구 산외동 산18번지에서 죽었다.”로 시작되는 문장. 날 왜 찍냐? 라는 듯 카메라를 꿰뚫어 보는 눈빛... 인간의 생로병사와 희노애락에 대해 그는 얼마나 천착해 왔던가? 김훈. 그는 우리 문단에서 몇 안되는 문장가로 이름이 이미 높다. 아직까지도 연필로 꾹꾹 눌러쓰고, 지우개로 지우고 또 쓴다는 소설가. 김훈은 산문작가, 자전거 매니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소설 칼의 노래에서 권력의 비정함,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자의 인간적인 고뇌를 건조하면서 절제된 문장으로 아름답게 그려내어 우리 문단의 벼락같은 축복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한 산문집 자전거 여행에서는 우리나라 산과 강, 숲과 바다의 아름다움과 그 터전속에서 삶을 일구어 가는 뭇 생명의 기쁨과 슬픔, 가슴 떨림과 안쓰러움에 대해 살아 퍼덕이는 모국어로 감칠맛 나게 묘사한 바 있다  

이 책 뒤표지에 적힌 세상은 무섭고, 달아날 수 없는 곳 이었다.” 20세기한국현대사를 살아낸 아버지와 그 아들들의 비애로운 삶! 이라는 선전문구처럼 이 소설은 일제와 6.25한국 전쟁, 베트남전쟁을 거친 마동수, 마장세, 마차세 3부자의 삶의 여정에 대한 얘기다. 작가 후기에 나의 등장인물들은 늘 영웅적이지 못하다 그들은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죄 없이 쫒겨 다닌다. 나는 이 남루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라고 김훈은 쓴다.

 

사실 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그리 많지 않다. 아마 작가 자신의 자전적 요소도 다소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데, 해방후 상해에서 귀국하여 6.25를 거치고, 약초 캐러 돌아다니다 집에 겨우 와서 죽은 아버지, 마동수와 주인공인 차남 마차세의 대학중퇴, 12.12에 따른 언론사통폐합과 그로 인한 실직 등이 그렇다. 베트남에서 부상당한 전우를 죽이고 무공훈장을 받은 장남 마장세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남태평양의 괌과 팔라우에서 고철수집 사업을 하다  범죄를 저질러 결국 한국에 압송,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 사이 차남 차세는 결혼을 하고 오토바이 배달원으로 버티다 형의 주선으로 무역회사에서 취직한다. 그들의 어머니 이도순은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7년을 살다가 죽는다  

 

마씨 일가의 생애를 통해서 이 세상에 나서 살아간다는 것은 혈연 또는 인연의 사슬 속에서, 재갈물린 말이 하염없이 꾸역꾸역 걸어가는 일임을 작가는 말하는 듯 하다. 그래서, 그의 글에서는 이 땅에 존재의 희미한 흔적조차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세상의 냉혹함을 어쩔수 없이 받아들이고 살아야 한다는 숙명적 체념이 행간에 묻어난다. 소설 뒤편의 주석은 작가가 이 소설을 쓰면서 인용하거나 옮겨와 바꾸어 쓴 노래가사, 신문기사, 정부발표문, 단편소설,산문의 일부임을 밝히고 있다. 그의 글에 대한 정직성을 새삼 느끼게 한다. 91쪽에 인용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부분(유호 작사의 <전우야 잘 자라>)을 읽으면서 무찌르자 오랑캐로 시작하는 노랫가사와 함께 초등학교때 여자아이들의 고무줄놀이가 생각났다.

사내아이들은 그 고무줄을 끊어 도망가고...우리나라의 군사문화는 어린아이의 사소한 놀이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군사독재와 사회전반에 퍼진 군사문화... 이 한반도의 어쩔수 없는 운명이었을 것 일까  

 

사실 그의 전작 '칼의 노래'나 '현의 노래' 남한산성에는 상당히 못미치는 느낌이고, 그의 필력이 많이 떨어진 느낌이긴 하지만 역시 이 소설의 매력은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장에 있다.(다소 사삭스러운 감이 있긴하지만...)

소총 가늠구멍 속에서, 잇달린 산들이 출렁거렸다. 바람이 산봉우리를 훑어서 고지마다 눈이 회오리쳤다. ..... 천지간에 눈 비린내가 자욱했다. 팽팽한 밤하늘에서 별들은 추위에 영글어 갔다.”(p 15)

라는 군대 초병생활에 대한 묘사와 어머니의 글씨는 가나다라를 겨우 엮어가면서 비틀거렸는데, 혈연으로부터 달아나는 일의 어려움을 일깨워 주었다”(p 170) 또는  어둠에 파도 소리가 스몄다. 파도가 절벽을 때리고 깨질 때 푸른 인광이 일었다. 파도가 들어올 때, 소리는 어둠을 뒤덮으면서 밀려왔고, 파도가 물러설 때 소리는 어둠 너머로 밀려 나갔다. 들어오는 소리는 가득 찼고, 나가는 소리는 비어 있었는데, 발생이전의 소리처럼 음정으로 구분되지 않았다”(p186)라는 표현은 역시 김훈이다.” 라는 찬탄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는 온몸의 감각기관을 열어 빛과 소리, 냄새와 촉각을 이미지화하여 글로 표현하는 데 능숙하다. 그리하여 이 땅에서의 탄생과 소멸, 삶과 죽음의 과정이 "의당 그러하듯이", 우리네 일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김훈은 특히 존재의 유한성, 즉 죽음에 대해 어찌할 수 없음을 간명한 어조로 말한다. 그 죽음은 거룩하기도 하고, 사소하기도 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과 이순신의 죽음, 이토 히로부미의 죽음과 안중근의죽음, 그리고 이현상의 죽음과 차일혁의 죽음이 그리 멀지 않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갑자기 4년전 돌아가신 아버지, 그의 죽음을 생각했다. 일제 강점기와 6.25, 4.19. 5.18. 등 격동의 현대사를 관통하면서 아득하고, 스산한 삶을 살았을 아버지... 나는 내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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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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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혁명?동학농민운동?동학농민전쟁? 이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격동의 한말! 이 나라의 운명은 어떻게? 대원군,명성왕후(민비,명성황후),친일개화파,친로파, 그리고 전봉준...

그러나 이 한권의 책으로 모든것을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다소 밋밋하다

차라리 다이내믹한 스토리 전개를 위해 일정시간 또는 일정사건을 중심으로 전봉준의 내면적 갈등에 대한 세밀한 묘사에 더 집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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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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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고, 지긋지긋한 일상에 대한 한가닥의 위안.

답답하고, 울적한 현실에 대한 한모금의 비애.

 

김훈은 '삶이란 본디 그러한 것이다' 라는 숙명은 받아들이지만, 그래도 그래서는 아니된다는

저항의지를 가슴에 품은자.

그런 사람의 절망과 분노를 비릿한 삶의 언어로 또박또박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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