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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한동안 건강이 좋지 않았다. 잠을 못자는 것도 아닌데 자도자도 피곤하고, 병원 세 곳을 동시에 다니는 생애 첫 경험까지. 이게 꺾인다는 걸까 싶으면서도 조바심이 나기도 했고 여러 모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걸 이제야 확실히 안다.) 이 또한 성장통일 것이란 걸 알지만, 왜 그런지 알아도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니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몇 개월의 시간을 돌아보니 스스로를 위로해주고 싶다. 삽질하느라 고생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걸어오느라 애 많이 썼다, 그 속에서 얻은 게 있으리니 훌륭하지 않아도 쿨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시 나아지기까지 시간도 필요했지만 나 혼자였다면 그 상태 그대로였을 것 같다. 인간은 온전히 홀로 설 수 있어야 하지만 늘 혼자인 건 참 쓸쓸하고 슬픈 일이다. 감추고픈 못난 모습을 눈감아주는 가족과 친구가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지금껏 빛 한번 보지 못하는 두더지로 땅속 저 깊은 어느 곳에서 여전히 삽질만 하고 있었겠지. 현명해서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사람, 능력이 출중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아니라도 괜찮다. 서로의 고된 삶과 아직 자라지 못한 마음, 때로 너무나 짧은 생각을 감싸주는 누군가가 있기에 우리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이 못났지만 늘 그런 건 아니고 때로 잘난 것 같지만 그 또한 늘 그런 것 아니니, 우리는 지금까지 어우러져 시간을 보낸 것이리라. 만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선배들도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내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인연의 소중함을 새삼 생각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도 그 시간의 어느 지점에서 한데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이라니 얼마나 행복하고 멋진 일인지.
그리하여 2014년에는,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겠다.
울 땐 실컷 울고 털어 버리겠다.
분노할 일은 넘어가지 않되 소소한 화는 덮어 두겠다.
다 아는 척하지 않고 모르는 것에 도전하겠다.
쓰고 싶은 게 훨씬 더 많지만, 이것만 지켜도 큰 성공이란 걸 잊지 않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 있음이 행복이란 걸 기억하며 얼마 남지 않은 2013년을 잘 보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