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진전 1
젤리빈 글.그림 / 영컴(YOUNG COM)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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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재되는 웹툰 중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묘진전>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우연히 몇 화를 보고 빠져들어 팬이 되었는데, 젤리빈이란 재미있는 닉네임을 가진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해 더 놀란 기억이 난다. 수묵 느낌의 그림으로 유려하게 연출한 화면과 시적인 대사, 그것에 걸맞는 섬세한 사건 전개. 삼박자가 고루 맞어떨어진 이 작품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만화를 좋아하고 웹툰도 즐겨보던 내가 그 세계에 살짝 흥미를 잃어가던 중에 만난 <묘진전>은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알 것 같다가도 모를 신선한 웹툰이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얽히고 섥힌 가련한 이들의 끈이 어떻게 풀릴지 모르지만, 그 무엇이 되었든 기대할 만할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웹툰이 책으로 출간될 때 겪는 화면 분할의 아쉬움이 있다. 묘진전은 그 어색함을 그래도 잘 풀어냈는데 그러다 보니 컷이 작아졌다는 단점이 있다. 일러스트북이나 아트북 형식으로 조금 큰 판형에 맞춰 인쇄하는 건 아무래도 위험부담이 크겠지. 온라인의 인기가 판매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현실을 알기에 적극 주장은 못하겠지만,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좋은 좋이에 시원하게 인쇄된 걸 보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그렇지만 여하튼 그런 아쉬움이 있어도 별 다섯을 준다. 작품에 대한 팬심과 작가를 응원하는 마음, 가늘게 숨쉬고 있는 웹툰 출판이 계속되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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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 그녀
박수봉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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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없이 클릭했다가 마지막회까지 본 웹툰이다. 첫 연재물답게 호평과 비판을 모두 듣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미숙하다던가 하는 말들이 나에게는 아무 소용없었다. 두 번째로 찬찬히 봤을 때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이 만화와의 첫 만남에서는 그 모든 서툰 점들까지도 작품의 매력으로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아쉬운 부분보다 감탄한 점들이 더 많기도 하다. 얼굴은 선으로만 그리고 표정은 백면으로 남긴다던가, 본편에 의미있는 소품들에 포인트를 주는 방식이나 주인공의 내면을 비유적으로 드러낸 설정 등이 정말 첫 작품인가 싶을 만큼 놀라웠다. 긴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지금은 조금 부족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연출하는 능력은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칸이 없고 스크롤이 긴 웹툰의 성격을 잘 파악했다는 생각도 든다. 두어 정도의 컬러만 쓰고 있지만 감정은 풍부하다. 내가 여기서 장점을 늘어놓는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냐만은 후속권이 더욱 기대가 되는 만화가다. 

취향 탓도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일과 사랑을 능숙하게 처리하고 야망을 실현해가는 이야기보다는 일도 연애도 미숙하고 서툴고 그러면서 조금씩 적응해가는 장면을 더 좋아하니까. 주인공의 서툰 모습을 보고 한숨도 쉬고 응원도 하며 내 과거를 투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 돌아보면 아쉽고 그리운 순간에 대한 기록. 그건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다정함이 빚어낸 오해들과 그로 인한 상처들이 그저 어렸기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누군가의 어떤 점이 무슨 엇갈림을 만들어낼지는 지금도 알 수 없고, 다만 우리는 그 경험을 통해 내 마음과 다른 이의 마음을 알아갈 뿐이다. 물론 여전히 서툴기는 하다. 그래도 돌아보니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인생은 계속되고 이야기 또한 계속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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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The Top Secret season 0 시즌 제로 1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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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도 들어가지 않은 펜선일 뿐인데 때때로 차마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한 장면들이 나왔던 <비밀>. 그럼에도 이 만화를 끝까지 봤던 이유는, 그 적나라한 묘사를 통해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어두운 면들을 이야기하며 삶이란 무엇일까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아픔과 절망을 함께 겪은 마키와 아오키의 마지막이 그럼에도 평화로움을 확인하며 약간의 아쉬움과 큰 안도감을 느끼며 책을 덮었지만, 마키와 스즈키의 이야기는 과연 어땠을까 궁금했던 게 사실이다. 작가도 이들을 쉽게 보낼 수 없었나 보다. 이미 비극으로 끝난 이야기를 다시 들춘 것을 보면.

<비밀> 본편에 스즈키의 마지막을 나와 있기에 첫 권에 등장한 밝으면서 강한 그의 모습이 더 슬프게 다가온다. 앞으로 본편보다 더 처참하고 아픈 이야기가 전개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이 거대한 떡밥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겠지. 비록 종이 위에 살고 있는 가상의 인물일 뿐인지만 그들이 너무 많이 아프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뭐... 첫 권을 보아 하나 작가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ㅜ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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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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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건강이 좋지 않았다. 잠을 못자는 것도 아닌데 자도자도 피곤하고, 병원 세 곳을 동시에 다니는 생애 첫 경험까지. 이게 꺾인다는 걸까 싶으면서도 조바심이 나기도 했고 여러 모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걸 이제야 확실히 안다.) 이 또한 성장통일 것이란 걸 알지만, 왜 그런지 알아도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니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몇 개월의 시간을 돌아보니 스스로를 위로해주고 싶다. 삽질하느라 고생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걸어오느라 애 많이 썼다, 그 속에서 얻은 게 있으리니 훌륭하지 않아도 쿨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시 나아지기까지 시간도 필요했지만 나 혼자였다면 그 상태 그대로였을 것 같다. 인간은 온전히 홀로 설 수 있어야 하지만 늘 혼자인 건 참 쓸쓸하고 슬픈 일이다. 감추고픈 못난 모습을 눈감아주는 가족과 친구가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지금껏 빛 한번 보지 못하는 두더지로 땅속 저 깊은 어느 곳에서 여전히 삽질만 하고 있었겠지. 현명해서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사람, 능력이 출중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아니라도 괜찮다. 서로의 고된 삶과 아직 자라지 못한 마음, 때로 너무나 짧은 생각을 감싸주는 누군가가 있기에 우리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이 못났지만 늘 그런 건 아니고 때로 잘난 것 같지만 그 또한 늘 그런 것 아니니, 우리는 지금까지 어우러져 시간을 보낸 것이리라. 만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선배들도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내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인연의 소중함을 새삼 생각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도 그 시간의 어느 지점에서 한데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이라니 얼마나 행복하고 멋진 일인지.

그리하여 2014년에는,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겠다. 

울 땐 실컷 울고 털어 버리겠다.

분노할 일은 넘어가지 않되 소소한 화는 덮어 두겠다.

다 아는 척하지 않고 모르는 것에 도전하겠다.

쓰고 싶은 게 훨씬 더 많지만, 이것만 지켜도 큰 성공이란 걸 잊지 않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 있음이 행복이란 걸 기억하며 얼마 남지 않은 2013년을 잘 보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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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전날
호즈미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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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심장한 제목, 궁금해지는 표지 그림, 게다가 단편집! 보자마자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를 팍!

마침 <은수저>도 신간이 나왔기에 다른 책들과 함께 주문했다. 퇴근하니 책이 왔기에 바로 읽어 본 감상은, 기대보다는 쩝.. 가장 아쉬웠던 건 작가 스스로 반전이라는 거에 너무 얽매여있다는 느낌이었다. 호흡이 긴 장편은 시작부터 빵하고 터뜨려주지 않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정적으로 발전해갈 수 있는 반면, 단편은 짧다는 점이 장점이자 족쇄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흔히 택하는 방식이 '이럴 줄은 몰랐지?' 하고 반전을 주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 또한 잘못 쓰면 진부해지거나 열린 결말도 아닌 것이 영 어쩡쩡해질 수 있다는 함정이 있다. 여운을 주려다 안드로메다 간다고 할까. 여기서도 몇 편의 단편을 모아놓고 보니 그 결말의 반전이 반복적이고 심지어 참신하지도 않다; 몇 편은 완전히 짐작대로 흘러갔고, 다른 것은 이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던 것 중에 하나로 끝이 났다. 

솔직히 말하면 표제작의 승리라고 본다 이 책은. 그리고 그 편에 작가의 장점이 잘 녹아 있다. 안정적인 그림체와 담담한 연출, 감정의 적절한 강약 조절. <결혼식 전날>만큼은 인정! 아직 신인이고 책 한권으로 평가하기는 무리일 수 있지만, 오직 이 책만을 본 뒤의 느낌은 이렇다. 어설픈 판타지를 굳이 엮으려 하지 않으면 더 좋겠다, 결말의 반전에 집착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것.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알고 보면 모두 평범하지 않은 속내를 잘 포착하는 후미 요시나가처럼 담백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만화를 그려 주면 좋겠다. 순전히 내 소망이지만. 물론 다른 식으로 확 뻗어나가는 것도 좋다!

별 세 개 줘서 미안하긴 한데 그래도 다음 작품이 나오면 또 살 것 같다. 이제 시작인 작가니까 다음 행보가 어떨지 궁금하면서도 기대된다. 고흐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리고 있다는 작품은 또 어떤 느낌일지도 궁금한다. 다음이 기대되는, 새로운 창작자를 만나는 건 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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