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 그녀
박수봉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별 생각없이 클릭했다가 마지막회까지 본 웹툰이다. 첫 연재물답게 호평과 비판을 모두 듣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미숙하다던가 하는 말들이 나에게는 아무 소용없었다. 두 번째로 찬찬히 봤을 때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이 만화와의 첫 만남에서는 그 모든 서툰 점들까지도 작품의 매력으로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아쉬운 부분보다 감탄한 점들이 더 많기도 하다. 얼굴은 선으로만 그리고 표정은 백면으로 남긴다던가, 본편에 의미있는 소품들에 포인트를 주는 방식이나 주인공의 내면을 비유적으로 드러낸 설정 등이 정말 첫 작품인가 싶을 만큼 놀라웠다. 긴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지금은 조금 부족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연출하는 능력은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칸이 없고 스크롤이 긴 웹툰의 성격을 잘 파악했다는 생각도 든다. 두어 정도의 컬러만 쓰고 있지만 감정은 풍부하다. 내가 여기서 장점을 늘어놓는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냐만은 후속권이 더욱 기대가 되는 만화가다. 

취향 탓도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일과 사랑을 능숙하게 처리하고 야망을 실현해가는 이야기보다는 일도 연애도 미숙하고 서툴고 그러면서 조금씩 적응해가는 장면을 더 좋아하니까. 주인공의 서툰 모습을 보고 한숨도 쉬고 응원도 하며 내 과거를 투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 돌아보면 아쉽고 그리운 순간에 대한 기록. 그건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다정함이 빚어낸 오해들과 그로 인한 상처들이 그저 어렸기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누군가의 어떤 점이 무슨 엇갈림을 만들어낼지는 지금도 알 수 없고, 다만 우리는 그 경험을 통해 내 마음과 다른 이의 마음을 알아갈 뿐이다. 물론 여전히 서툴기는 하다. 그래도 돌아보니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인생은 계속되고 이야기 또한 계속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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