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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보이스> 이상은 작가 와 함께하는 피나바우쉬의 댄싱드림즈 


(2011. 03. 14)
 



어쩌다보니.. 10분 가량 늦게 도착한지라, 영화는 이미 시작된 후 였습니다.  

 

피나바우쉬의 댄싱드림즈 

영화소개 (네이버)

현대 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쉬와 평범한 10대 아이들이 만들어낸 기적의 무대가 시작된다!
2008년, 세계적인 안무가인 피나 바우쉬는 무용을 배워본 적이 없는 평범한 10대 청소년들을 뽑아 남성과 여성의 사랑의 감정을 독특하게 묘사해낸 그녀의 대표작 ‘콘탁트호프(Kontakthof)’를 공연하기로 결정한다. 아이들은 춤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무용가로 평가 받는 피나 바우쉬와 무용에 문외한인 10대 아이들의 몸짓이 만들어내는 기적의 무대가 스크린에 생생히 펼쳐진다.


예상과는 조금 다른 영화였습니다. 일단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띄고 있었죠. 그래서 이 영화는 사실, 피나바우쉬의 유명함이나 위대함, 혹은 열정적인 공연무대를 보여주는게 아닌, 평범한 10대 아이들이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춤을 통해 타자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의 다큐멘터리 입니다. 춤을 통해서 웅크린 자신을 일으켜세우기 위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살과 살을 맞대며, 나아가 춤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서, 타인앞에서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이지요. 아이들은 그런 과정속에서 선율과 몸짓을 이해하고, 서로의 우정을 돈독히 합니다. 무엇보다도 언어보다 앞서는 몸의 언어를 체득함으로써 좀더 진실하게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을테죠. 다큐멘터리형식이라 어떤 영상적인 화려함보다는 포장되지 않은 순수한 그들의 모습과 피나바우쉬를 통해 배우고 체득하는 과정이 중요히 다뤄지지만, 마지막 공연은 좀 더 보여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던..   

 


<본격적인, 이상은 작가와의 만남> 

어쨌든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은 이상은씨와 소통을 시도합니다.
(아래 소개될 대화는 본의아니게 생략, 왜곡, 늬앙스의 변화가 있을겝니다.)
 
피나바우쉬의 댄싱드림즈가 끝났을 때, 어쩌면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주는 것은 위로의 말이 아니라, 진실된 몸짓과 선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타인에게서 정말로 읽어내야 할것은 어떤 한마디가 아니라, 몸짓에서 흘러나오는 진심이라는 것을, 소통하기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것은 포장된 언어가 아니라, 꾸밈없는 몸의 언어란 것을 생각하며.. 이상은 작가님을 맞이합니다.
 
먼저, 전문진행자 못지않은 입담을 자랑하시는 북노마드 대표님의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물론 당시, 실제 진행의 시작은 아닙니다)

 
"이상은 작가의 책은 각자의 상처를 가진 일반인들에게 멘토가 되어주며,
(이상은 작가는) 그런 독자들을 치유해주는 저자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은 작가의 런던이야기


"20대때 런던에 처음갔을때, 거기서 미술을 배웠는데 가봤더니 고3코스 였어요. 유학생들이 '언니도 시험쳐봐라' 해서 시험도 봤어요. 기숙사도 괜찮았구요. 어쨌든..그 후에 한국으로 들어와서 '비밀의 화원' 수록된 음반을 만들었고, 부모님께서 '여행을 다니는건 좋지만, 돌아와서 한국에 있어라' 해서.. 지금까지 한국에 있다가, 한번더 런던을 가보고 싶었어요"

(이전에 일본에서 펫샵보이즈의 프로듀서와 함께 음반작업을 했던적이 있었는데, 스테프들이 영국인들이라서인지 좋은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악을 먹으며, 그때 경험한 영국적 시스템을 통해 그들이 사는 영국과 런던에 대한 환상을 가졌었는데, 막상 자비로 런던에 갔을 땐 아무래도 그때보단 못했다고 하시더랍니다.)
 
 
"여행기를 만들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읽는사람들 입니다. 읽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가 중요해서.. 말하자면 예술가로서의 근성이 없다고나 할까요!?^^ 쉽게 말하면 '신인의 자세' 라고도 할 수 있겠고.. 음악을 만들때도 처음엔 '어떻게 보일까' 하기도 했는데, 그런걸 보면 아직 글에 관해서는 때묻지 않은게 아닌가..^^;"

"그래서 처음에 막연하게 도움이 되야된다는 생각을 하다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야될까 생각해보니, 런던에 안가본 20-30대 여자분들.. 아니 그보다는 외국에 갖다오는게 조금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을 해서, (런던에처음 가보는)친구 두명을 데리고 갔습니다. 한명은 홍대에서 사는 목소리 작은 동생, 한명은 저와 같이 일했던 친구.. 혼자갔을때에 얻은것도 있지만, 런던에 가보지 않은 친구들을 데리고 가면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러므로인해 안가본 입장의 사람들의 이야기또한 다룸으로써 위에 언급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것이란 생각을 하신것일테죠.)


이상은씨의 말씀이 대략적으로 끝난후에, 대표님께서 (필기하고있는) 저를 보시며.. (제쪽을 보시면서 물어보시길래 처음엔 '설마 나겠어' 했습니다만.. 설마는 역시더군요.
 
대표님 : 혹시, '알라딘'에서 오셨나요? 인터넷 최고의 서점 알라딘! 실제로 책이 출간됐을때 여행 분야, 메인 탑에 올려주셔서.. 더 잘됐던..(좌중 다소 웃자) 아, 웃으시면 안됩니다. 영화속 대사처럼 우리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합니다. (영화속에서 피나바우쉬가 지도하는 도중에 그런 얘기를 합니다^^) 

알라딘에서 행사 당첨되서, 알라딘이 보내준 건 맞는데..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순간 멍하더군요. 그래서 "알라딘에서 온건 맞긴한데.." 라고 했었는데, 왠지 '알라딘에서 온 기자'로 보였을 것 같은 대답이었습니다.^^; (아무튼 행사장에서 이렇게 간떨리긴 처음이었네요)

대표님 : 이상은씨가 일본과도 많이 관련이 있으셔서.. 오늘 만나기전에도 일본의 대참사를 보며 이렇게 이날 즐거울 수 있는게 행복한거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며, 이상은씨께 일본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지만... 시간관계상..(생략하겠습니다.ㅠㅠ) 

이런 저런 얘기를 잠시 두런두런 나누고, 독자들의 궁금증에 대해서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질의응답 시간

(대표님께서 미리 준비된 독자들의 질문을 읽어주시고, 이상은씨께서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

 

첫번째 질문,

대표님 : '자유로운 영혼', '보헤미안'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상은 작가님. 아프리카 같은 오지나 인도 등이 아닌 런던으로 정한 이유... 는 좀전에 말씀해주셨고..

이상은님 : 아휴, 위험한 곳은 무서워서 못갑니다 ^^;
   


두번째 질문,

 
대표님 : 화이트데이와 어울리는 질문이네요. 지금 사랑에 빠져계신가요? 아까 사탕 못받으셨다고 하셨죠?^^;  

(이날 실은, 북노마드대표님께서 미리 이상은씨께 사탕을 준비해서 드렸습니다.)

이상은님 : 이런 쓸데없는 질문을!ㅠㅠ

대표님 : 아, 그래도 저희 독자가 될 수 있으니깐..

이상은님 : 아 네! 좋~은 질문입니다^^!!

 

세번째 질문,

 
대표님 : 이상은작가님, 어떤 남자라면 결혼하실 건가요?

이상은님 : 수녀나 성녀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그런거에 관심이 없는것 같아요, 많이...그게 멋있다고 생각해요.^^;;

  

네번째 질문,

 
대표님 : 골든디스크 애청자입니다. (11시에 라디오를 듣는다는건.. 하시는일이 궁금한데요..^^;) 이상은씨에게 라디오는?

이상은님 : 원하는 답을 얻기 힘드실지도 모르는데...^^;;  어느날 어떤 어머님이 자식보다 낫다고 하시더라구요. 왜냐면 매일 같은시간에 나타나니깐, 챙겨주고, 위로의 말도 해준다고하시며... 그때 많이 놀랬습니다. 사람들한테 힘이되는구나 하는걸 발견하고선... 처음엔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도 힘들지만ㅠㅠ) 음악이나 책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 저의 말도 안되는 헛소리가 도움될수있다는 생각을 안해봤었거든요.. 그래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대표님 : 실제로 혹시 그시간에 윤상꺼 듣는분? 91.9 기억해 주시구요 ^^;

 

다섯번째 질문,

 

대표님 : 나는 가수다 보세요? 출연하실 생각은? 97년에 잠깐 일때문에 캐나다에 갈때 챙겨갔던 유일한 테잎이 이소라씨의 '바람이분다' 였는데.. 이제 벌써 시간이 훌쩍.. 이상은씨도 담다디부터 비밀의 화원까지..(많은 명곡들이 있으시니깐..)

이상은님 : 아, 네, 섭외가 들어온다면 출연할 생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상은님이 아닌, 이상은님의 팬분이 노래도 불러주셨습니다.^^; 그렇게 마지막의 분위기는 한껏 흥겨워졌지요. 

 

※ 끼워넣기 - 북노마드 대표님의 농담 혹은 진실(!?) 

이상은님 : "여행을 마치고선, 책이 나오는데만 2년이 걸렸어요."

대표님 : "죄송합니다. 제가 혼자 일하다 보니..(늦어졌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질문답변 시간이 끝나고 대표님께서는, 
 
"이상은의 <런던보이스>, <삶은 여행>, 북노마드는 우리에게 위안과 치유와 믿음을 주는 이상은씨와
 계속해서 백발이 될때까지 음악과 여행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라고 솔직하게 고백해주시며, 자리를 옮겨서 상영관 밖으로 이동합니다.  

 

 (사진출처 : 문학동네) 

그리고 상영관 밖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싸인을 해주시고, 포토타임을 가지며, 자리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

이렇게 가수이자, 작가이신 이상은씨와 (영화와 함께하는) 두번째 만남을 마쳤습니다. 음악과 춤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에 관한 영화를 보고, 이상은 작가와 이야기 하는 것은 어쩌면, 짧은시간에 다 할 수 없는 그녀의 음악이야기를 어떤면에서 대신해주는게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술이 어떤 형태를 띄던간에, 그것들을 세상에 내놓는 창작자들은 항상 사람에 대해서, 사람을 향해서 고민할테니깐요. 혹은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종착점이 되는 곳일테니깐요. 그런면에서보면 시대를 막론하고 존레논, 피나바우쉬, 이상은 은 닮은꼴 일테죠.

가수로서, 작가로서, 라디오 진행자로서 많은 사람들을 치유해주고 보듬어주는 이상은님과의 만남은 그렇게 마무리 됩니다. 가수로서 하지못했던 이야기를 라디오와 책을 통해서, 또 책을 통해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이렇게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서 짧게나마 들어보고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그녀의 '치유하는 음악', '치유하는 글', '치유하는 대화' 가 언제까지고 계속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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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리뷰 - 이별을 재음미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 책 읽기
한귀은 지음 / 이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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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기도 한 연인들을 위한 날 중에 하나인 화이트데이. 그 즈음 나는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이 책을 읽고
집에서도 이 책을 읽는다. 책등아래 지하철의 긴 의자에는 남자한명을 제외하곤 연인들끼리 속삭이며 웃었다.
언젠가 봤던 우스갯사진을 보고선 피식하고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그 웃음엔 침전물이 섞여있었다.
책을 펼치고서도 쭈볏했다. 그들이 이 책을 보면, 무슨생각을 할까.

그때의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데서 오는 서글픔이었을까 아니면,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데서 오는 자괴감이었을까. 절대적 진리는 그 어디에도 찾기 힘들겠지만, 어렴풋하게 이별이라는 안개속을 더듬어 가는 일. 이별한 누군가를 애타게 찾아 헤맸건만, 거친안개의 끝에서 비에 흠뻑젖은 자신을 발견하는 일. 이책은 그것을 위한 책이었다.

 
프롤로그에서 한귀은 작가는 세상의 사람들을 단 두가지로 정의한다.

"이 세상 사람들은두 종류로 나뉜다. 실연당한 적이 있는 사람과 실연당한 적이 많은 사람."

실연이라 함은 명사로써 연애에 실패한 사람 이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실연이라는 것은 고작 이별의 테두리 안에 있을뿐이다. 이별이라는 단어를 실감하고, 그 단어가 지닌 무게를 알고나서 굳이 남녀간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수많은 것들과 이별하고, 멀어지고, 흐려지게 되지 않는가.

이 책은 총 32편의 문학작품을 가지고 그들의 이별을 진단하고 나아가 독자를 진단하는 책이다. (가끔은 영화도 언급된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크게 두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이럴 때이다.영혼의 치유 장소인 '책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할 때. BC1300년경에 책이 있는 곳, 도서관을 '영혼의 치유 장소'
라고 부른 사람은 이집트의 람세스 2세였다. BC 300년경 고대 그리스 도서관 입구에는 '영혼을 위한 약' 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책 테라피, 문학 테라피, 라는 말도 책과 문학, 그것이 갖는 치유의 능력을 나타낸 것이다. " (12P)

"어쩌면 당신의 연인은 독특한 책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불행히도, 그 책을 읽을 줄 모르고 품기만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은 자기 자신조차도 하나의 책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연인에게 읽힐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이별한 자는, 파지가 몇 장 섞인 불안정한 책이거나, 시인 기형도가 말했듯이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인' 책일 것이다. 이제 당신이라는 책을 다른 책의 힘으로 다시 편집하고 제본할 차례이다." (13P)


이 외에도 왜 책이어야 했는지, 독자들이 그간 인식하고 있어도 언어로는 풀어놓지 못했던 이유들을 설명하고, 그 근거로써 32가지 문학작품을 제시한다.

 

배수아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자신의 이미지를 매력적으로 각인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상대의 '지금 여기'의 상태를 이해하려고 하고 그 상태가 말하는 바대로 응대하는 것에 가깝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존재들이 타자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타자의 언어와 몸짓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정이현 [낭만적 사랑과 사회]

 연인은 신비의 장소이다. 우리는 그 연인에 대한 탐험가가 되어야한다. 그래서 이 세상 모든 연인들은 이미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그/녀에게 적용하는 사라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것, 아무도 모르는 것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다.
 

전경린 [물의 정거장]

 결국 "나는 너를 사랑해." 라는 문장에는 그것이 지시하는 직설적인 의미보다 더 강하고 절실한 욕망이 짙게 배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간혹, "나는 너를 사랑해."  라는 고백을 들을 때 순간 불편해지거나 두려워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성복 [남해 금산]

 애도는 어렵다. 어쩌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후기 프로이트는 <에고와 이드>에서 실연 후 발생하는 우울증을 병리적이거나 정신적인 질병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이별한 모든 자아는 우울증적이라고 말했다. 떠난 연인은 내 자아 안에 다시 자리잡는다.

 단언컨데, 누구라도 헤어진 연인을 완전히 잊지는 못할 것이다. 잔인하지만, 애도는 오랜시간 공회전만 한다. 애도해도, 애도해도, 애도는 끝나지 않고 영혼의 에너지를 조금씩 갉아먹는다 (...) 우리는 수많은 이별에 대한 애도의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하여 더 사랑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오래전 우리가 겪은 이별의 애도를 위한 것이다.

 


이 책은 서문에서 작가가 밝혔듯이,

이 책은 이별의 과정을 극복한 어떤 성숙한 사람이, 이별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 그러나 마침내 '애도'와 '희망'을 말하는 장에서는 점차 자존감을 회복하는 듯한 고요한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어쩌면 책 제목이야 말로 매우 적절하면서도 솔직하다. 이별에 관한 리뷰. 좀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여러 작가들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이별에 관해 리뷰하는 책이다. 심지어는 독자들이 이별을 중심화두로 생각지 않았던 책들에게서 까지 이별을 꺼내놓는다. 그래서 여기 32가지의 이별들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게 거미줄처럼 엮이어 있다. 그래서 때로는 그것들이 파편적으로 흩어져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목차대로,

1. 이별의 전조와 실연의 정황
2. 부정과 슬픔의 정황
3. 사랑에 대처했던 우리의 자세
4. 분노하고 애도하라
5. 사랑을 말해본다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이별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이별, 가공된 이별까지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게된다. 그래서 그 거미줄 같은 이별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탐색하게 된다. 거미줄이 그 복잡함만큼이나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모든 사랑과 이별이 제각각 이듯, 각각의 이유와 변명을 갖고 있듯, 닮기도 하고 닮지않은것 같기도 한 이야기들은, 종국엔 모두 그들의 이야기이도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 이기도 하고, 나아가서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게된다. 그래서 나는 한 목차의 책에서 발견한 이별이 다른 목차의 책에서도 발견되는 것을 느낀다. 

 때론 조금 위험함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읽지 않은 책들의 이별리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미리 그 책을 읽었다면 한귀은 작가의 이야기를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가끔은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용어들을 바라보며, '이별의 인문학' (이란 단어가 있다면) 같은 책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인문학이 어떤책인가. 처음엔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내려놓고 난 후에는 그 묵직한 지식과 지혜에 스스로가 감탄하지 않은가? (오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말 시중의 다른 인문학책처럼 어려운건 절대 아니다. 그저 어떤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을 뿐) 이렇게 느낀바대로 나에게 이책은 사실 그렇게 친절하지만은 않았다. 아마 여타의 이별에세이보다 전문적인 지식들이 동원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다소 어려웠다는 것은 그동안 너무 쉽게 바라봤던 것임을 증명하는건 아닌지. '이별'이라는 것은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절박한가' 의 문제일 것이고, 그러므로 쉽게 바라보든 어렵게 바라보든 그 모든이의 이별은 가치있다. 다만 누군가는 이렇게 감성으로서의 이별이 아니라 이성으로서의 이별을 얘기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이성을 거치고 다시 감성으로 들어가면 한뼘 성장해있을 것이다.

 여타의 이별치유서와는 조금 낯선 이 책에서 더욱 진한 향을 느낀다. 리뷰된 책들을 미리 읽어봤더라도 그정도로 깊게 들여다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언젠가 그 리뷰된 책들을 다시 읽어볼때, 나는 좀 더 성숙한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모든 이별과 상처는 다르지만 같았고, 그렇기에 어렴풋히 이해할 수 있을테니깐. 어쩌면 그동안 '이별'이라는 화두를 너무 낭만적으로만 생각해왔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의 목적은 세상에서 너무도 만연하고 쉽게 언급되는 이별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 옛 문헌들을 언급하고, 프로이트를 인용했으리라. 사랑과 이별은 어느순간, 어느장소, 어느누구에게도 존재했던 순간이니깐. 

 사랑이라는 매혹의 향이 다하고, 이별이라는 껍질을 벗겨내었을때, 비로소 자신에 대해서 발견하고, 껍질을 이해하고, 향을 다시한번 음미하기 위해서, 좀 더 구체적이었을 필요가 있었으리라. 세속된 언어와 비유로는 고만고만한 이별 토닥거림 밖에는 안되는 것임을 인지했기 때문이리라. 아무리 '꿈이기를..' 하고 속삭여봐도 언제나 이별은 '현재'에 있었으니깐.

 많은이들이 언젠가의 눈부시게 행복했던 순간들의 대가를 치른다. 우리는 요금소에서 통행료를 지불하여야 한다. 누군가는 그런 대가 없이 종착지에 다다르기도, 그 길 중간에서 타인의 사고를 목격하기도, 혹은 당사자가 되어 영영 그 요금소에도 닿지 못하기도 한다. (물론 대가란 것은 다의적인 해석을 포함하고, 무리가 따르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사랑은, 아무 데서나 시작되고, 이별은, 어떤 곳이든 따라붙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랑에 대해서는 패자일 수 있지만, 이별에 대해서는 패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별은 순전히 내가 짊어져야 할 사건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 감당해야 할 일에, 내가 진다면, 그것은 자기 삶에 대한 태만이자 무능이기 때문이다.(270P) 

 이 <이별리뷰>는 우주라는 도서관에서 이별로 분류된 이야기들, 혹은 이별이 포함된 (사실상) 모든 이야기들을 해체하게끔 도와준다. 그렇게 그 대부분의 이야기들을 해체하고 있노라면, 자신의 사랑, 자신의 이별 그리고 결국은 자신 또한 해체됨을 느낄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자신에 대한 진실은 아니더라도, 그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확률의 상승을 도모할 수 있다. (진실이란게 있다면) 간혹 거기까지 멀리 돌아간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자신이 지나온 길의 풍경을 오롯이 담아왔다는 것을 알게해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이별에 대한 책이 아니다. 사랑에 대한 책이다. 이별은, 사랑으로 가는 가장 먼 길이기 때문이다.(2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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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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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6.25 참전용사들에 대해서 어떤 기억을 갖고, 어떤 생각을 할까. 간간히 북측의 도발이 있을지언정 결국은 서로 밀고 당기는 남북한의 휴전이 계속됨으로 인해 젊은세대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전쟁과 휴전, 이산가족, 그리고 그 전쟁에서 스러진 수많은 영혼들에게 무덤덤해 질것이다. 겪지도 못한일에 대해 관심조차 사라져가는 것이다. 물론 이 얘긴 뜬구름 잡는 얘기다.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느냐면, 무기 판매를 비롯한, 냉전시대의 패권에 관하든 어쨌든 과연 6.25 해외참전용사들을 생각해 본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때문이다. 이 <울분>은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발발한 6.25 한국전쟁의 시기에, 미국에서 징병을 기다려야만 했던 한 주인공의 격정과 분노에 관한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은 굳이 어떤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염두해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적 불안과 개인적 분노를 함께 떠안아야만 했던 한 평범한 청년의 이야기다.  

수없이 쏟아져나오는 책들중에 한국전쟁이 언급되는게 새삼 새로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 혼돈의 시대에 멀리 떨어진 땅덩이에서 그 시대적 불안을 떼어내지못하고 살아가야만 했던, 그럼에도 그 불안에 잠식되지 않았던 한 청년의 이야기는, 6.25 라는 화두로 친근하면서도, 동시에 저 먼 미국땅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한 유대인 청년의 새로운 이면이기에 낯설고 새로웠다. 그 전쟁의 참상가운데서 한국 청년이 아닌, 미국 청년이 바라보는 전쟁의 시대는 개인에게 어떤 혼란을 가져다 주었는지. 이책은 그것만으로도 매우 흥미롭게 읽혀나갔다.  

앞서 전쟁이란 단어를 계속 운운했지만, 이 <울분>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먼 타국에서 그 시대를 살아갔던 한 청춘의 격정적 순간의 기록이다. 때로는 아귀가 딱 들어맞는 블럭같은 논리로, 때로는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분노로 불꽃같이 타올랐던 청춘의 기록말이다.  

 

과잉된 걱정으로 목을 졸랐던 아버지를 향한 울분 

"내 일은 닭 털을 뽑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내장까지 제거해야 했다. 똥구멍을 조금 째서 열고 손가락을 위로 집어넣어 내장을 잡은 다음 당겨 빼면 된다. 나는 그 일이 싫었다. 역겨워서 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것이 내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 기쁜 마음으로 배운 것 이었다.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것." (p17) 

마커스의 아버지는 매우 정직하게 자신의 정육점을 운영한다. 그 양심에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운영은 마커스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끼치고, 비록 아버지의 일을 도와주는 것이 마커스에게는 구역질나고, 때론 부끄러운 일일지라도 그 '정직함'만은 마커스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이다. 허나, 그런 아버지는 마커스가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극도의 걱정과 간섭을 하게된다. 심지어 이른 귀가시간에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문까지 걸어잠그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아버지로부터 배운 성실함과 정직함으로 마커스는 그저 열심히 학업에 열중했을 뿐인데도.  

"그래서 아버지가 그 아저씨 이야기를 믿었다는 거로군요. 아버지가 평생 눈으로 본 것을 믿지 않고, 가게 뒤에서 무릎을 꿇고 변기를 고치고 있는 배관공 말을 믿은 거예요!" (p25) 

그런 아버지의 과도한 관심과 걱정, 간섭 때문에 마커스는 첫번째 들어간 대학에서 더욱 멀리 떨어진 곳으로 편입하고, 기숙사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실제적인 거리는 벗어낫을지언정, 그 아버지에게서 배워온 신념과 정직함은 그에게 여전히 남아있었다. 

"아주 작은 일, 아주 사소한 일이 정말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오지요. 아버지가 그걸 증명하시네요!" (p26) 

마커스 스스로가 말했듯, 아주 작은일, 사소한 일로 시작된 아버지의 지나친 간섭과, 그렇게 사소하게 물려받은 아버지의 내력일지도 모르는 것들이 마커스의 운명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신념을 강요하는 대학을 향한 울분  

"내가 나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입증하려면 뭘 더 해야 한단 말인가?" (101p)  

마커스는 촉망받는 학생이었고, 누구보다 성실하고, 정직하며 올곧았지만, 그것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졸업을 하기 위해서 강압적인 채플수업을 끔찍히도 싫어했고, 자신의 이성교제를 좌시하지 않으려하며, 종교를 강요하는 학생과장과 언쟁을 벌여야만 했다. 게다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모독한 친구들 때문에 기숙사 방을 옮기는 일을 그에게 납득시켜야 하기도 했다. 자신의 정체성인 유대교부터, 강압적인 종교수업까지 그는 학생과장과 언쟁을 벌이고 말을 비틀며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학업성적이 우수했지만 학생과장은 그에게 더욱 더 엄격한 학교의 편협한 룰을 강요했다. 학교는 그에게 종교를 강요할 권리도, 이성교제를 좌지우지할 권리도 있지 않았음에도, 그의 행동, 정신 깊숙히 침투해서 자신들의 신념대로 행동하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불타는 청춘은 수긍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것에 타협하지 않는다.

"그 순간 토해버렸다... (중략) 나는 아버지나 룸메이트들과 전투를 벌일 배짱이 없었듯 학생과장과 전투를 벌일 배짱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런 약한 사람임에도 나는 전투를 하고 말았다." (121p) 

학생과장에게 불려가 몇번의 언쟁을 하는 도중, 결국 마커스는, 그때까지 자신에게 달라붙어있던 그 끔찍한 종교에 대한 강요와, 이성교제에 대한 간섭,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복잡하게 그려져 있는 분노와 자기 자신에 대한 증명을 학생과장에게, 학교에게 설득시켜야만 하는 것에 메스꺼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것은 그때까지 억지로 참고 억눌렀던 울분이 더이상 견디지 못해, 깊게 펌프질하는 심장에서부터 입을 통로삼아 쏟아져 나온 것이다. 

 

사랑을 모독하는 것에 대한 울분  

"청년들은 흔히 파란 불알이라고 알려진 통증, 즉 고환 주위로 넓게 퍼지는 지지고 찌르고 조이는 듯한 통증이 점차 사그라질 때까지 절름발이처럼 절뚝거리며 다닐 수도 있었다. 와인스버그의 주말 밤이면 파란 불알은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 예컨대 열시에서 자정 사이에는 수십명이 고통을 겪었다. 리비도라는 면에서 보자면 인생에서 그 수행 능력이 절정에 이른 나이임에도, 그 병의 가장 유쾌하고 자연스러운 치료법인 사정은 남학생의 성애경력에서는 늘 아슬아슬하게 놓치고 마는 미증유의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p59)    

출처도 알수없는 성지식이 실제적으로 발현되기도 하는 일반적인 시기. 그 중심에 마커스 또한 서있었으며, 그또한 여느 청춘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 혼돈과, 순수한 사랑의 사이에서 줄다리타던 나날에, 마커스는 올리비아라는 여자친구를 사귀게되지만 데이트에서 올리비아가 해준 펠라치오를 둘러싸고 많은 혼란에 휩싸인다. 자신또한 동정이었던 만큼, 거부하지 않고 자신에게 행해준 올리비아에 대해 마커스는 더욱 혼란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혼란은 타인들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로인해 올리비아까지 폄하게되기에 이르른다. 하지만 마커스가 결국 원한것은 그녀에 대한 비난은 아니었다. 그는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그녀를 원했고, 그만큼 사랑했다.

"나는 엘윈이 올리비아를 씨발년이라고 부르기 전에는 내가 그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p83)

 

모독된 애인을 의심하는 자신에 대한 울분   

"나는 그애가 두려웠다. 나는 아버지만큼이나 나빴다. 내가 바로 아버지였다. 나는 아버지를 뉴저지에 두고 온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불안에 나도 둘러싸이고, 불길한 예감에 나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오하이오에서 나는 아버지가 된 것이다."(p78)  

마커스. 너는 방금 어른이 된게 아니야. 아마 어렸을 때부터 평생 어른이었을거야. '아이' 인 너를 상상할수가 없어. 너는 틀림없이 네 주위의 애들 같은 아이는 절대 아니었을 거야. (p80) 

하지만 올리비아는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손목에 선명했고, 그것또한 마커스에게 혼란을 가중시킨다. 성실하고 올곧았던 마커스에게 그것은 그 올리비아의 인간됨을 판단하는 척도에 포함되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첫경험에 대한 의심과, 자살에 대한 경험을 통해 그녀를 잠시 멀리하게 되면서도, 그는 그녀를 원하고, 갈망한다. 다만, 그런 마커스의 혼란만큼이나 올리비아의 내부도 혼란스러워서, 그들은 때로는 다시 만나지 않을 것처럼 서로를 단념하다가도, 다시 만나게 된다. 마커스는 그렇게 올리비아를 꽉 쥐어잡지 못했던 자신을 원망하고 자책했다. 자신의 혼란을 기어이 밖으로 끄집어내 그들 사이의 벽을 만든것을.. 그는 후회하고, 되돌아가려고 했다. 자신의 그런 혼란을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친구들에 대해 경멸을 느꼈으며, 그렇게 이야기를 꺼낸것조차 후회했다. 마커스는 실은, 그런 자신을 이해해줄 사람을 단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마커스또한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그 애의 글을 마셨다. 그애의 이름을 먹었다. 편지를 전부 먹고 싶은 걸 참으려고 안간힘을 써야 했다.(81p) 

더 얘기해줘. 더 듣고 싶어. 왜? 너를 무척 좋아하니까. 너에 관한 모든 걸 알고 싶어. 무엇이 너를 너로 만들었는지 알고 싶어

이제 대학을 들어간지 채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간들, 자신과 사회, 종교에 대한 신념을 지키려는 청춘의 몸부림은 자신의 여자친구를 지키기 위해서, 그녀에게 더 옮은 행동을 하기위해서 부단히 고민하고 애를 쓰지만.. 마커스는 결국은 그러지 못했던 듯 싶다. 나이를 한참 먹어도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제대로 분간하는 것이 그 어떤것보다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모든것이 혼란스럽고, 세상을,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기 힘든 시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인생은, 때로는 그런 실수를 절대 용납하지 않기도 하는 것이 비극이라면 비극일까.

"그래서 그애의 칼자국 난 손목을 매의 눈을 가진 어머니의 시야 밖에 두기 위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ㅡ다시말해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다. 또."(153p) 

 

먼저 살아냈던 부모들이 그렇게 가르치려고 했던 사실들.

법률가가 되는 것에 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것이 피가 잔뜩 묻어 악취를 풍기는 앞치마ㅡ피, 기름, 내장 조각 등 손을 닦을 때마다 온갖 것이 묻었다ㅡ를 두르고 일을 하며 보내는 삶에서 가장 멀어질 수 있는 길이라는 것뿐이었다. (47p) 

아버지가 운영하는 정육점에서 멀어지는 길. 대학기간동안 징병을 유예받고, 혹은 징병된다 하더라도 ROTC를 통해 장교로 좀 더 안전한 곳에서 살아남을 확률을 높히는 것. 이것또한 마커스의 중요한 화두였다. 다만 그가 그것을 항상 염두해두고 감정을 다스릴만큼 이성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흠일 것이다.

"너는 네 감정보다 큰 사람이 되어야 해. 너한테 이런 요구를 하는 건 내가 아니야. 인생이 요구하는 거야. 안 그러면 너는 네 감정에 쓸려가버릴 거야. 바다로 쓸려나가 두 번 다시 눈에 띄지 않을 거야. 감정은 인생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될수 있어." (185p) 
 

어쩌면, 그런 청춘의 격한 감정과, 순간의 작은 분노들로 많은 것들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을 그의 부모들은 알고있었기에, 그의 아버지도 어쩌면 그것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그 이전에 2차대전서 돌아오지 못한 친척들을 경험하기도 했으니) 그를 그토록 걱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래 말처럼 어찌하겠는가. 그는 깨달을 수 없었던 것을. 그 시기에, 그 순간에, 마커스는 절대 알지 못했을 작지만 중요한 사실들을. 


"채플을 견디고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있었다면 마커스는 그로부터 열한달 뒤 와인스버그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을 것이다. 나아가 졸업생 대표로 고별사를 했을 가능성도 높았다. 그랬다면 그의 교육받지 못한 아버지가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려했던 것은 나중에 배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매우 평범하고 우연적인, 심지어 희극적인 선택이 끔찍하고 불가해한 경로를거쳐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239p)
   


과거의 기억만이 존재할 때

"인생의 매 순간을 그 자디잔 구성 요소까지 영원히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수 있었겠는가? 아니면 이것은 그저 나만의 내세일까? 각자의 삶이 독특하듯 각자의 내세도 독특한 것일까? 사람마다 다른 사람의 내세와는 다른, 지울 수 없는 지문 같은 내세를갖게 되는 것일까? 나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삶에서처럼 나는 오직 있는 것만 알 뿐이고, 죽음에서는 있는 것이 있었던 것으로 바뀔 뿐이다. 살아있는 동안에만 삶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다. 세사에서 사라진 뒤에도 계속 그 삶이 붙어 있게 된다. 아니면, 역시 이것도, 어쩌면 나만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p64)  

살아가는 생이 아니라, 살아온 생만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게다가 그것도 모르핀이라는 약물을 통해서 잠시나마 더듬어 볼 수 있는 처지의 그는 애처롭다. 그에게는 모든것이 너무 일렀다. 그리고 그 시기는 너무 좋지 않았다. 그는 그 기억이 끝나는 그 순간에, 세상에 모든것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을까?

"당신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ㅡ기억 위에 기억, 오로지 기억뿐ㅡ묻는다면 물론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여기'와 '지금'이 존재하지 않듯 '당신'도 '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존재하는 모든 것이 기억된 과거뿐이기 때문이다. 복원된 과거가 아니다. 그러니까 감각의 영역이 직접 다시 살아내는 과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되풀이될 뿐이다.(p66)
  

머나먼 땅에서 조금의 북진을 위해서 사천명의 연합군의 죽고, 불구가 되고, 다치는 그 순간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총소리 하나 들리지 않던 그 마을에서? 부모님이 그렇게 지나치게 간섭하던 것이 결국, 이런 사태를 짐작했으리란걸 알 수 있었을까? 권력이 자신의 신념뿐만 아니라 삶 자체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육체적 증거가 사랑을 좌우해서는 안되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청춘의 격분도 항상 낭만적으로 치닫지는 않는 다는 것을.... 

하지만 도저히 마커스를 어리석다고 바라보진 못하겠다. 아니, 우러러 보아진다. 

(내 앞에 그런 상황이 놓여져있을때 나는 그렇게 행동하진 못했을 테니깐.)

"나는 엘윈을 이해하지 못했다. 플러서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올리비아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도, 어떤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p85)  

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위대한 깨달음인것인가! 하지만 애처롭게도, 마커스에게는 그럴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먼 타지에서 일어나는 포탄의 아우성은 마커스에게 닿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청춘의 혈기 때문이었을까. 그가 결국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쨌든 청춘이라함은 모름지기 불의에 분노하고, 변화를 선도하고, 거침없이 정의를 이야기해야만 한다. 비록 그것이 어림없는 일이라도, 때로는 논리에서 이탈해도, 그것이야말로 치기어린 젊음의 상징아니겠는가? 우리시대는 점점 이성으로 진작에 무장한 청춘만이 배출되고 있다. 나라고 다를쏘냐. 이것은 분명 비극이다. 울분을 엄한데다만 토할 줄 아는 세상. 불의와 분노를 억누르는 것이 익숙해지는 세상. 그럼에도 마커스의 울분은 시대를 관통한다. 어딘가에(어쩌면 예상보다 많은 곳에서) 분명 그와 같은 불타는 청춘들이 울분을 머금고 있을테니깐. 그래도 청춘이라면, 그래야 하니깐. 그들을 걱정하는 기성세대또한 그 시기를 그렇게 통과했을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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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입소문이 자자했던 만화이다. 네이버에서 거의, 단편개그웹툰만을 봐온 탓인지, 까놓고 얘기해서.. <신과 함께>가 있는지도 몰랐다. (이건 정말 보통웹툰이 아니구나! 하는것들도 더러 발견하긴 했지만) 그런데, 이 책, 아니 이 만화.. 만약 영영 몰랐다면 얼마나 단맛만 보는 웹툰생활(?) 되었을지.. 늦게나마 접하게 되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의 만화였다.    

 

2010 온라인 만화상 수상작 <신과 함께> 이럼에도 몰랐다는건,,내 웹툰편식이 좀 심하긴 한가보다(사진출처:작가 블로그)

언젠지도, 누구인지도, 본건지 들은건지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런얘기를 들은적이 있는 것 같다. '지옥은 분명 만원(滿員) 일 것이다. 그러니깐 걱정하지 않는다.' 대충.. 끼워맞춰보면 이런 얘기였던것 같은데.. 그때 당시에는 공감을 많이 했다. 내가 지금 언뜻봐도 세상에는 지옥갈 사람이 차고 넘치는데, 나정도면 저승에서도 잘 되겠지.. 했었다. 그런데 왠걸. 그건 나의 지식이 참으로 형편없었기에 나왔던 생각이란걸 이 만화를 보며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한없이 선을 쌓아야 될 것이고, 저 위의 말을 했던 누군가도.. 자신의 생각을 수정해야만 할 것이라고. 왜냐하면, 저승은 생각보다 (어쩌면 이 생각이 너무 편협했지만) 굉장히 크고, 다양했고, 세상의 죄 라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것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저승에 대한 해박한 사전지식(?)을 배움과 동시에, 웃기도 하고, 눈물을 짜내기도 하는.. 이 만화는 그런 만화이다. 

"당신이 이승을 떠나기 전, 꼭 한번쯤 미리 읽고가야할 만화"   

  

 제일먼저 등장하는 김자홍이란 주인공은 40년을 평범하게 살아오다 과음으로 인해 저승으로 가게 되는 인물이다. 이 김자홍이란 인물이 저승삼차사(강림차사, 일직차사, 월직차사)를 만나 저승으로 향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승의 어귀까지 안내받은 김자홍은 자신의 변호사인 진기한을 만나게 된다. 김자홍과 헤어진 저승삼차사들은 김자홍을 데려가는 중간에 탈출한 다른 원귀를 좇게 된다. 이 만화는 이렇게 저승에서의 재판을 통과하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김자홍과 진변호사, 이승에서 원귀를 다시 데려가려는 저승삼차사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며 진행된다.   

 

 

소소한 웃음으로 전해지는 깨알같은 웃음, 센스있게 현대화된 저승의 모습 

웹툰을 보면 요즘표현으로 '빵빵'터지는 만화들이 참 많다. 정말 모니터보고 'ㅋㅋㅋ'를 수없이 연발해대며 미친놈처럼 웃어제끼는 만화들 말이다. 그리고 언제올라오는 날짜도 알면서, 기다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신과 함께> 도 웃기다. 물론 시종일관 웃기진 않는다. 웃기기도 한 만화이지만 웃길려는 만화는 아니니깐. 하지만 장담하건데, 'ㅋㅋㅋ'하는 웃음보다 훨씬 건강한 웃음일 것이다.(그렇다고 맨 위에서 언급한 웹툰들을 무시함은 아니다. 다만 내가 이제 이쪽에 좀더 마음을 둘 뿐이다. 물론... 여전히 난 그런 개그웹툰을 보며 'ㅋㅋㅋ'하며 웃겠지만) 어디가 어떻게 웃기다고 얘기해야 할까. 일단은 전에 없는 저승의 현대화(!?)와 더불어, 마치 우리가 사는 현재처럼 꾸며놓은 저승의 모든것들('HELL'BUCKS 라던가 '죄가쏙 비트' 라던가)은 깨알같은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할 것이며, 이런것들은 "에이 저승이 어디있어!?" 라고 말하던 사람도.. 왠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해볼만큼, 저승의 현실가능성을 (의도하던 아니던) 체감하게 되어, "정말 있을 것 같은데, 그럼 착하게 살아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하게해주는데 충분할 것이다. (어떻게보면, 여기 이승에서도 지옥처럼 살고있을 가련한 사람들을 상상해보면... 이승과 저승은 특별히 구분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그 외에 지옥을 헤쳐나가는 김자홍과 진변호사의 상황에서 특히나 유머러스한 부분을 많이 발견하기도 했는데, 이건 어떻게 말로는 설명이 힘들겠다. (직접보자) 

    

(지옥형벌을 제외하고) 최신화된 저승의 모습과, 생활에서 볼 수 있는 여러상품과,  

브랜드 들을 재밌게 활용하여  현실감(?)을 더해주며 덤으로, 저승에 대한 해박한 지식또한 아주 부담없이 배울 수 있다.

- 네이버 웹툰서 캡쳐한 화면. 모든 저작권은 저작권자 및 연재홈페이지, 출판저작사에 있습니다. -

 

잊고있었거나, 잘 몰랐던 지옥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충격, 밀려드는 안타까운 이야기들

나는 거의 저승을 지옥과 동일시 하고 있었는데.. 물론 저승 또한 이승과 다르게 무시무시한 것들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기도 했지만,(생각해보니 이승도 별 다를건 없다.아니 혹은 더 잔인하던가) 지옥은 저승에서 구체적으로 제가 판별된 사람이 죗값을 치루는 곳이니.. 아무래도 이제는 저승과 지옥은 확연히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난 정말 저승이라는 곳에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었다. 충분히 지옥갈 '자격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말이다). 게다가 '초군문'이라는 개념부터 시작해서 일직차사, 월직차사. 49제를 지내는 이유, 기원 및 한자가 어려워서 지금은 다 기억하지 못하는 저승의 열명의 판사들 등 을 아주 재밌는 만화를 보며 즐겁게 익혀가니 공부또한 확실히 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저 재미있기만 한 만화인가 하면은 또 그런것은 절대 아니다. <신과함께>는 재밌기도 한 만화이지, 재미만 있는 만화가 아니기 때문. 소소한 유머들이 자주 등장하며 깨알같은 웃음을 주기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 기본적으로 이 만화는 그 여느 무게감있는 만화들 만큼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단순한듯 보이는 그림체를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돌아온 생을 돌아보며 저승의 일곱심판을 진변호사와 함께 헤쳐나가는 김자홍의 여정과 더불어, 군대에서 사고를 덮기위해 살해당한 억울한 영혼을 달래주려는, 그리고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인간을 (나름의 방법으로)벌하는 저승삼차사의 이야기를 주욱 집중해서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기다 보면 도저히 더이상 페이지를 못넘길정도로 울컥하는 순간이 온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불의의 사고, 그것을 책임지는 것이 두려워 되돌릴 수 없게 만들어버린 끔찍한 죄와, 그 죄로인해 피해받고, 고통받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왜 착하게 살아야만 하는지 누가 강요하지 않아서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게다가 문득, 현역시절에 간접적으로 겪은 여러 크고작은 사고들을 떠올리며(모두 얘기로 들은 것들) 다소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던 일들을 떠올리며 절로 그들에게 너무나 미안해지고, 죄스럽더라. (사실 고백하건데.. 나는 누군가의 사정도 잘 알지못하면서도.. 부대로 찾아온 유성연의 엄마를 대하는 위병소 근무자들처럼, 그 사고당사자들을 얘기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제와서라도 그런 잘못들을 깨닫게 되어 참 다행이다) 여튼, 이런 뭉클한 부분까지 해서 구성된 <신과 함께>를 덮을때즈음이면, 저승이란 어떤 곳인지 좀더 구체적으로 알게되고, 자신이 아무렇지 않게 했던것들이 얼마나 많은 죄였고, 그것들이 사람들을 얼마나 상처입혔을지 반성해보고, 마음속으로나마 사죄하며, 앞으로 좀더 착하게 살기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것이라 본다. 

  

진변호사 일행이 제일 처음 만나게되는 도산지옥에 대한 부분과, 덕춘이 원귀의 사연을 알게되는 부분.  

지옥에 대해 아주 알기쉽게(?) 풀이해주며, 페이지를 넘기는게 머뭇거려질 정도로 가슴이 저리는 부분들로 이뤄져있다. 

(물론 위의 장면들은, 그것들의 서막에 불과한 장면들이다. 나머지는 읽으면서 느껴야 하니깐)

- 네이버 웹툰서 캡쳐한 화면. 모든 저작권은 저작권자 및 연재홈페이지, 출판사에 있습니다. -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죄와 벌을 다루는 것은 어찌보면 참으로 무거운 주제인데, <신과함께>는 심플한 그림과 현대에 맞춰 센스있게 발전시킨 저승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렇듯 웃음과 감동까지 주고있다. 게다가 불교와 도가의 사상이 융합된 저승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변호호사라는, 매우 적절한 각색거리는 이 만화의 중요한 뼈대이다. 다만 이야기적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승에서의 심판을 진행하는 과정과, 이승에서의 원귀의 한을 풀어주는 두개의 큰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좀 감정이입을하고 있는 와중에 다른에피소드로 건너갈 때가 한두번 있어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니깐.. 울컥울컥 하는데, 좀 더 이야기를 계속 (교차하지 않고)진행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한다는것..(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임) 책으로 볼때 느끼는 재미와 울컥함이, 모니터로 보게된다면 그 느낌이 조금은 반감되지 않을까.

 

이 만화를 모니터가 아닌 책으로 봐야하는 이유 

이같은 웃음, 감동, 지식을 전하는 만화이기에 봐야하는 점도 있겠지만, 되도록 책으로 한번쯤 읽어보길 권하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첫째는 한장한장 넘기며 보는 '손맛'은 절대 마우스의 '휠맛'과 비교할 수 없는 점이다. 디지털시대로 가는 길목인 시대이지만, 별수없이 아직은 아날로그 책읽기를 하는 많은 이들은 공감할 것이다. 게다가 이런 책이니 어느 장소나, 시간, 자세에 구애받지 않고 볼 수 있다.(맨처음 리뷰를 생각할땐, 웹툰과 단행본을 번갈아가며 보려고 했지만, 7-8화 정도를 웹툰으로 보다가 단행보으로 보게되니, 도저히 다시 웹툰으로는 못보겠더라)  둘째로는 여러 부록으로 포함된, 웹툰에는 없는 사진들과 설명들이다. 세번째는 모니터로 보지않기때문에 눈이 훨씬 편하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네번째는.... 이 만화는 그렇게 소장해서 몇번 더 볼 정도로, 가치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별로 착하지않은 나같은 독자는 잊어먹을때마다 한번씩 꺼내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조금 더 보완(?)됐으면 하는 점도 있다. 시대가 변화하는 추세이고, 웹페이지에 있던게 매체가 옮겨졌기에, 기존의 만화책 같지않게 고급스러운 종이재질과 흰바탕, 올컬러의 만화는 당연 진화의 과정이며, 시대의 변화의 한 과정이겠지만, 여느 출판만화처럼 바깥프레임과 책의 사면의 간격을 좀 줄였으면 어떨까 한다. 물론 그림체의 특성상 다양한 구도나, 극단적인 샷이 어렵고, 웹툰과의 연계로 인해 비율이나, 대략적인 설정의 제약사항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면에선 좀 더 종전의 출판만화같은 냄세를 풍겨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이것들은, 작가가 컷을 그릴때부터해서, 편집할때, 출간할 때 많은 수고가 들거나.. 힘든 일일지도 모르지만, 내 기준에서 보면, 그렇게 조금 더 수정된다면 많은 독자들이 이 만화를 좀더 쾌적한 여건에서, 반복해서 봐가며 착하게 살아갈 수(?)있을 것이다.  

  

왼쪽부터- 서울문화사 : TOON/박무직, 후르츠바스켓/나츠키타카야, 대원 : 나의지구를지켜줘/사키히와타리

 

왼쪽부터 <수사9단>(김선권/중앙북스), <낣이사는이야기>(서나래/형설라이프), <신과함께>(주호민/애니북스) 

이렇게 출판만화와 비교해보니 차이가 확연이 드러난다. 내가 앞서 말한 (개인적인) 바람은, 비단 <신과함께>에서만 있는 점이 아닌, 웹툰만화 전체를 아우르는 '형식'이라는 점. 그러니 출판만화와 웹툰의 환경차이나 만화의 장르적인 차이를 무시한 채 연재혹은 단행본 용출판만화책의 스타일을 웹툰출판만화에게 기대하는건 너무 개인적인 바람이 아니었나 싶다. 스포츠에도 체급이 나뉘고, 거기에따라 재미볼 수 있는 요소들이 조금씩 다르니깐 아무래도 이건 내 스스로가 적응해야 할 개인적인 문제라 여겨진다.

 

진변호사의 실사판 : 주호민 작가?

저승의 여러재판을 거치는 과정에서, 김자홍은 진변호사의 뛰어난 언변과 임기응변을 보고선, 혹시 신이 아니냐고 물어보는 부분이 있다. 좀 착한 김자홍도 무사하지 못했을지 모를 저승의 여러 관문을 열정적으로 함께 헤쳐나간 진변호사. <신과 함께>를 통해서, 저승은 어떤곳인지, 우리가 잊고사는 죄는 무엇인지, 그것들로 인해 사람이 어떻게 상처받는지, 그런 연유로.. 착하게 살아야만 하는것을 강요하지 않고도 뼛속깊이 가르쳐주고 있으니, 이 '주호민 작가'야 말로 '신급' 진변호사의 이승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다소 어린이 음식셋트의 모습을 하고선, 단맛/매운맛/깊은맛을 내어주는 고향음식 같은 만화... <신과 함께>, 당신이 이승에서 꼭 미리 봐둬야만 하는 'Must read 만화(책)' 이다. 물론 최대한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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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소리 마마 밀리언셀러 클럽 4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등장인물 모두가 어딘가 묘하게 보통사람들처럼은 보이지 않는 생활을 하고있다. 보육원에서 길러준 이와 길러진 이의 모자관계같은 결혼생활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주변머리없는 나는 이들이 주인공인줄 알았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길지 않았다. 누군가에 의해, 파괴된다. 그 살인자는 어떤 목적으로... 그것이 어떤 목적이었는지, 그 기원을 추적하는 것이 이 책의 큰 틀이다. 추리를 해가면서 읽는것보단, 주인공의 심리와 그녀 주변을 이루는 인간들의 허영과 이기를 좇는게 묘미지만, 어쨌든 그녀가 가지고 있는 내면과 외면의 진실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하나하나 드러나기때문에 어디까지 이야기를 하고, 덮어야 할지 머뭇거려진다. 역시 '추리해가면서 읽게되는 책'의 서평을 쓰는 일은 더 어려운듯 싶다.

 
살인자. 그녀의 정신은 뒤틀려있다. 자신의 엄마를 알지 못한다. 엄마의 유품이라고 누군가 알려준 낡은 구두 한켤레만이 그녀의 정신적 엄마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과거의 연줄을 이용하고, 이용할 가치가 없어지면 지워버린다. 그렇게 하면 아주 깨끗한 노트로 살 수 있으니까 자신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어쨌든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그러니까 과거의 인간관계를 이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결국 타인이기 때문에 어떤 번거로운 일이 생기거나 귀찮아지면 그만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해버리기 때문에 처리해야만 한다. 그래, 그래, 그런 거야 하고 아이코는 간단하게 결론에 도달했다. 그것이 아이코가 살면서 깨달은 지혜였다."
(p142-143)


마츠시마 아이코, 그녀는 태어나서 여덟살까지 창녀촌에서 길러졌다. 누구도 그녀를 따뜻하게 길러주지 않았다. 후에 그녀는 보육원에서 자라게 되지만, 그녀는 이미 평범한 소녀같은 생활을 하기에는 너무 험하게 길러졌었다. 자신과 이어진 것은 오직, 엄마의 유품이라 들었던 낡은구두 한켤레. 때때로 그녀는 구두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가시덤불 숲에서 길러진 그녀는 살육과 성, 그 어느것에도 어떤 분별력을 갖지 못한다. 자신이 필요한것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으며, 자신에게 해가 되는 존재들은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혹은 자신의 정신적 쾌감을 덧붙여 수단을 선택하기도 하며 살아나간다. 그리고 어느시점에서, 그녀가 더이상 그럴 수 없을만큼의 위기가 다가온다..

 
그녀에게 결핍된것은 무엇인가.. 인간으로서, 생명으로서 응당 받아야할 권리가 있는 따뜻한 사랑, 관심... 그것을 온전히 남들만큼 받지못한 한 인간이 닿을수 있는 극한지점을 '마츠시마 아이코'를 통해서 보여준다. 사랑받지 못한 과거의 상처를 지우고 싶은 한 인물. 그 과거의 상처와, 그로인해 지울 수 없었던 뒤틀린 정신세계를 갖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한 영혼이 살아가는 잔혹하고 슬픈 이야기. 맑은 방법으로 과거를 끌어안지 못한 채, 어두운 방법을 통해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삶을 찾고자 했었을 그녀의 슬픈 이야기.


자신이 의도하지않게 세워져버린 과거. 그것이 아무리 억울하고 분에 넘친다 한들..
한번 세워진 시간은, 한번 올라가버린 시간이라는 계단은 다시는 내려올 수 없다..
그것은 다음 계단에 발을 디디는 순간, 이전 층계가 사라져버리는 계단이기에.

 
"인간이라는 것은 과거에 일어난 일을 토대로 지금의 정신 작용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과거에 얽매여서는 발전이 없죠." (p231)


우리는 그저 앞에 남아있는 허들을 넘을 수 있을 뿐이다.. 이미 걸려넘어졌던 허들까지 다시 세워놓을 순 없으니깐...그 누구도... 어쨌든 누군가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을 뿐, 아이코와 같은 미련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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