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입소문이 자자했던 만화이다. 네이버에서 거의, 단편개그웹툰만을 봐온 탓인지, 까놓고 얘기해서.. <신과 함께>가 있는지도 몰랐다. (이건 정말 보통웹툰이 아니구나! 하는것들도 더러 발견하긴 했지만) 그런데, 이 책, 아니 이 만화.. 만약 영영 몰랐다면 얼마나 단맛만 보는 웹툰생활(?) 되었을지.. 늦게나마 접하게 되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의 만화였다.    

 

2010 온라인 만화상 수상작 <신과 함께> 이럼에도 몰랐다는건,,내 웹툰편식이 좀 심하긴 한가보다(사진출처:작가 블로그)

언젠지도, 누구인지도, 본건지 들은건지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런얘기를 들은적이 있는 것 같다. '지옥은 분명 만원(滿員) 일 것이다. 그러니깐 걱정하지 않는다.' 대충.. 끼워맞춰보면 이런 얘기였던것 같은데.. 그때 당시에는 공감을 많이 했다. 내가 지금 언뜻봐도 세상에는 지옥갈 사람이 차고 넘치는데, 나정도면 저승에서도 잘 되겠지.. 했었다. 그런데 왠걸. 그건 나의 지식이 참으로 형편없었기에 나왔던 생각이란걸 이 만화를 보며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한없이 선을 쌓아야 될 것이고, 저 위의 말을 했던 누군가도.. 자신의 생각을 수정해야만 할 것이라고. 왜냐하면, 저승은 생각보다 (어쩌면 이 생각이 너무 편협했지만) 굉장히 크고, 다양했고, 세상의 죄 라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것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저승에 대한 해박한 사전지식(?)을 배움과 동시에, 웃기도 하고, 눈물을 짜내기도 하는.. 이 만화는 그런 만화이다. 

"당신이 이승을 떠나기 전, 꼭 한번쯤 미리 읽고가야할 만화"   

  

 제일먼저 등장하는 김자홍이란 주인공은 40년을 평범하게 살아오다 과음으로 인해 저승으로 가게 되는 인물이다. 이 김자홍이란 인물이 저승삼차사(강림차사, 일직차사, 월직차사)를 만나 저승으로 향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승의 어귀까지 안내받은 김자홍은 자신의 변호사인 진기한을 만나게 된다. 김자홍과 헤어진 저승삼차사들은 김자홍을 데려가는 중간에 탈출한 다른 원귀를 좇게 된다. 이 만화는 이렇게 저승에서의 재판을 통과하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김자홍과 진변호사, 이승에서 원귀를 다시 데려가려는 저승삼차사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며 진행된다.   

 

 

소소한 웃음으로 전해지는 깨알같은 웃음, 센스있게 현대화된 저승의 모습 

웹툰을 보면 요즘표현으로 '빵빵'터지는 만화들이 참 많다. 정말 모니터보고 'ㅋㅋㅋ'를 수없이 연발해대며 미친놈처럼 웃어제끼는 만화들 말이다. 그리고 언제올라오는 날짜도 알면서, 기다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신과 함께> 도 웃기다. 물론 시종일관 웃기진 않는다. 웃기기도 한 만화이지만 웃길려는 만화는 아니니깐. 하지만 장담하건데, 'ㅋㅋㅋ'하는 웃음보다 훨씬 건강한 웃음일 것이다.(그렇다고 맨 위에서 언급한 웹툰들을 무시함은 아니다. 다만 내가 이제 이쪽에 좀더 마음을 둘 뿐이다. 물론... 여전히 난 그런 개그웹툰을 보며 'ㅋㅋㅋ'하며 웃겠지만) 어디가 어떻게 웃기다고 얘기해야 할까. 일단은 전에 없는 저승의 현대화(!?)와 더불어, 마치 우리가 사는 현재처럼 꾸며놓은 저승의 모든것들('HELL'BUCKS 라던가 '죄가쏙 비트' 라던가)은 깨알같은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할 것이며, 이런것들은 "에이 저승이 어디있어!?" 라고 말하던 사람도.. 왠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해볼만큼, 저승의 현실가능성을 (의도하던 아니던) 체감하게 되어, "정말 있을 것 같은데, 그럼 착하게 살아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하게해주는데 충분할 것이다. (어떻게보면, 여기 이승에서도 지옥처럼 살고있을 가련한 사람들을 상상해보면... 이승과 저승은 특별히 구분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그 외에 지옥을 헤쳐나가는 김자홍과 진변호사의 상황에서 특히나 유머러스한 부분을 많이 발견하기도 했는데, 이건 어떻게 말로는 설명이 힘들겠다. (직접보자) 

    

(지옥형벌을 제외하고) 최신화된 저승의 모습과, 생활에서 볼 수 있는 여러상품과,  

브랜드 들을 재밌게 활용하여  현실감(?)을 더해주며 덤으로, 저승에 대한 해박한 지식또한 아주 부담없이 배울 수 있다.

- 네이버 웹툰서 캡쳐한 화면. 모든 저작권은 저작권자 및 연재홈페이지, 출판저작사에 있습니다. -

 

잊고있었거나, 잘 몰랐던 지옥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충격, 밀려드는 안타까운 이야기들

나는 거의 저승을 지옥과 동일시 하고 있었는데.. 물론 저승 또한 이승과 다르게 무시무시한 것들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기도 했지만,(생각해보니 이승도 별 다를건 없다.아니 혹은 더 잔인하던가) 지옥은 저승에서 구체적으로 제가 판별된 사람이 죗값을 치루는 곳이니.. 아무래도 이제는 저승과 지옥은 확연히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난 정말 저승이라는 곳에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었다. 충분히 지옥갈 '자격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말이다). 게다가 '초군문'이라는 개념부터 시작해서 일직차사, 월직차사. 49제를 지내는 이유, 기원 및 한자가 어려워서 지금은 다 기억하지 못하는 저승의 열명의 판사들 등 을 아주 재밌는 만화를 보며 즐겁게 익혀가니 공부또한 확실히 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저 재미있기만 한 만화인가 하면은 또 그런것은 절대 아니다. <신과함께>는 재밌기도 한 만화이지, 재미만 있는 만화가 아니기 때문. 소소한 유머들이 자주 등장하며 깨알같은 웃음을 주기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 기본적으로 이 만화는 그 여느 무게감있는 만화들 만큼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단순한듯 보이는 그림체를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돌아온 생을 돌아보며 저승의 일곱심판을 진변호사와 함께 헤쳐나가는 김자홍의 여정과 더불어, 군대에서 사고를 덮기위해 살해당한 억울한 영혼을 달래주려는, 그리고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인간을 (나름의 방법으로)벌하는 저승삼차사의 이야기를 주욱 집중해서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기다 보면 도저히 더이상 페이지를 못넘길정도로 울컥하는 순간이 온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불의의 사고, 그것을 책임지는 것이 두려워 되돌릴 수 없게 만들어버린 끔찍한 죄와, 그 죄로인해 피해받고, 고통받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왜 착하게 살아야만 하는지 누가 강요하지 않아서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게다가 문득, 현역시절에 간접적으로 겪은 여러 크고작은 사고들을 떠올리며(모두 얘기로 들은 것들) 다소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던 일들을 떠올리며 절로 그들에게 너무나 미안해지고, 죄스럽더라. (사실 고백하건데.. 나는 누군가의 사정도 잘 알지못하면서도.. 부대로 찾아온 유성연의 엄마를 대하는 위병소 근무자들처럼, 그 사고당사자들을 얘기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제와서라도 그런 잘못들을 깨닫게 되어 참 다행이다) 여튼, 이런 뭉클한 부분까지 해서 구성된 <신과 함께>를 덮을때즈음이면, 저승이란 어떤 곳인지 좀더 구체적으로 알게되고, 자신이 아무렇지 않게 했던것들이 얼마나 많은 죄였고, 그것들이 사람들을 얼마나 상처입혔을지 반성해보고, 마음속으로나마 사죄하며, 앞으로 좀더 착하게 살기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것이라 본다. 

  

진변호사 일행이 제일 처음 만나게되는 도산지옥에 대한 부분과, 덕춘이 원귀의 사연을 알게되는 부분.  

지옥에 대해 아주 알기쉽게(?) 풀이해주며, 페이지를 넘기는게 머뭇거려질 정도로 가슴이 저리는 부분들로 이뤄져있다. 

(물론 위의 장면들은, 그것들의 서막에 불과한 장면들이다. 나머지는 읽으면서 느껴야 하니깐)

- 네이버 웹툰서 캡쳐한 화면. 모든 저작권은 저작권자 및 연재홈페이지, 출판사에 있습니다. -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죄와 벌을 다루는 것은 어찌보면 참으로 무거운 주제인데, <신과함께>는 심플한 그림과 현대에 맞춰 센스있게 발전시킨 저승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렇듯 웃음과 감동까지 주고있다. 게다가 불교와 도가의 사상이 융합된 저승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변호호사라는, 매우 적절한 각색거리는 이 만화의 중요한 뼈대이다. 다만 이야기적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승에서의 심판을 진행하는 과정과, 이승에서의 원귀의 한을 풀어주는 두개의 큰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좀 감정이입을하고 있는 와중에 다른에피소드로 건너갈 때가 한두번 있어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니깐.. 울컥울컥 하는데, 좀 더 이야기를 계속 (교차하지 않고)진행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한다는것..(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임) 책으로 볼때 느끼는 재미와 울컥함이, 모니터로 보게된다면 그 느낌이 조금은 반감되지 않을까.

 

이 만화를 모니터가 아닌 책으로 봐야하는 이유 

이같은 웃음, 감동, 지식을 전하는 만화이기에 봐야하는 점도 있겠지만, 되도록 책으로 한번쯤 읽어보길 권하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첫째는 한장한장 넘기며 보는 '손맛'은 절대 마우스의 '휠맛'과 비교할 수 없는 점이다. 디지털시대로 가는 길목인 시대이지만, 별수없이 아직은 아날로그 책읽기를 하는 많은 이들은 공감할 것이다. 게다가 이런 책이니 어느 장소나, 시간, 자세에 구애받지 않고 볼 수 있다.(맨처음 리뷰를 생각할땐, 웹툰과 단행본을 번갈아가며 보려고 했지만, 7-8화 정도를 웹툰으로 보다가 단행보으로 보게되니, 도저히 다시 웹툰으로는 못보겠더라)  둘째로는 여러 부록으로 포함된, 웹툰에는 없는 사진들과 설명들이다. 세번째는 모니터로 보지않기때문에 눈이 훨씬 편하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네번째는.... 이 만화는 그렇게 소장해서 몇번 더 볼 정도로, 가치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별로 착하지않은 나같은 독자는 잊어먹을때마다 한번씩 꺼내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조금 더 보완(?)됐으면 하는 점도 있다. 시대가 변화하는 추세이고, 웹페이지에 있던게 매체가 옮겨졌기에, 기존의 만화책 같지않게 고급스러운 종이재질과 흰바탕, 올컬러의 만화는 당연 진화의 과정이며, 시대의 변화의 한 과정이겠지만, 여느 출판만화처럼 바깥프레임과 책의 사면의 간격을 좀 줄였으면 어떨까 한다. 물론 그림체의 특성상 다양한 구도나, 극단적인 샷이 어렵고, 웹툰과의 연계로 인해 비율이나, 대략적인 설정의 제약사항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면에선 좀 더 종전의 출판만화같은 냄세를 풍겨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이것들은, 작가가 컷을 그릴때부터해서, 편집할때, 출간할 때 많은 수고가 들거나.. 힘든 일일지도 모르지만, 내 기준에서 보면, 그렇게 조금 더 수정된다면 많은 독자들이 이 만화를 좀더 쾌적한 여건에서, 반복해서 봐가며 착하게 살아갈 수(?)있을 것이다.  

  

왼쪽부터- 서울문화사 : TOON/박무직, 후르츠바스켓/나츠키타카야, 대원 : 나의지구를지켜줘/사키히와타리

 

왼쪽부터 <수사9단>(김선권/중앙북스), <낣이사는이야기>(서나래/형설라이프), <신과함께>(주호민/애니북스) 

이렇게 출판만화와 비교해보니 차이가 확연이 드러난다. 내가 앞서 말한 (개인적인) 바람은, 비단 <신과함께>에서만 있는 점이 아닌, 웹툰만화 전체를 아우르는 '형식'이라는 점. 그러니 출판만화와 웹툰의 환경차이나 만화의 장르적인 차이를 무시한 채 연재혹은 단행본 용출판만화책의 스타일을 웹툰출판만화에게 기대하는건 너무 개인적인 바람이 아니었나 싶다. 스포츠에도 체급이 나뉘고, 거기에따라 재미볼 수 있는 요소들이 조금씩 다르니깐 아무래도 이건 내 스스로가 적응해야 할 개인적인 문제라 여겨진다.

 

진변호사의 실사판 : 주호민 작가?

저승의 여러재판을 거치는 과정에서, 김자홍은 진변호사의 뛰어난 언변과 임기응변을 보고선, 혹시 신이 아니냐고 물어보는 부분이 있다. 좀 착한 김자홍도 무사하지 못했을지 모를 저승의 여러 관문을 열정적으로 함께 헤쳐나간 진변호사. <신과 함께>를 통해서, 저승은 어떤곳인지, 우리가 잊고사는 죄는 무엇인지, 그것들로 인해 사람이 어떻게 상처받는지, 그런 연유로.. 착하게 살아야만 하는것을 강요하지 않고도 뼛속깊이 가르쳐주고 있으니, 이 '주호민 작가'야 말로 '신급' 진변호사의 이승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다소 어린이 음식셋트의 모습을 하고선, 단맛/매운맛/깊은맛을 내어주는 고향음식 같은 만화... <신과 함께>, 당신이 이승에서 꼭 미리 봐둬야만 하는 'Must read 만화(책)' 이다. 물론 최대한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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