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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소리 마마 ㅣ 밀리언셀러 클럽 4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등장인물 모두가 어딘가 묘하게 보통사람들처럼은 보이지 않는 생활을 하고있다. 보육원에서 길러준 이와 길러진 이의 모자관계같은 결혼생활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주변머리없는 나는 이들이 주인공인줄 알았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길지 않았다. 누군가에 의해, 파괴된다. 그 살인자는 어떤 목적으로... 그것이 어떤 목적이었는지, 그 기원을 추적하는 것이 이 책의 큰 틀이다. 추리를 해가면서 읽는것보단, 주인공의 심리와 그녀 주변을 이루는 인간들의 허영과 이기를 좇는게 묘미지만, 어쨌든 그녀가 가지고 있는 내면과 외면의 진실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하나하나 드러나기때문에 어디까지 이야기를 하고, 덮어야 할지 머뭇거려진다. 역시 '추리해가면서 읽게되는 책'의 서평을 쓰는 일은 더 어려운듯 싶다.
살인자. 그녀의 정신은 뒤틀려있다. 자신의 엄마를 알지 못한다. 엄마의 유품이라고 누군가 알려준 낡은 구두 한켤레만이 그녀의 정신적 엄마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과거의 연줄을 이용하고, 이용할 가치가 없어지면 지워버린다. 그렇게 하면 아주 깨끗한 노트로 살 수 있으니까 자신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어쨌든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그러니까 과거의 인간관계를 이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결국 타인이기 때문에 어떤 번거로운 일이 생기거나 귀찮아지면 그만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해버리기 때문에 처리해야만 한다. 그래, 그래, 그런 거야 하고 아이코는 간단하게 결론에 도달했다. 그것이 아이코가 살면서 깨달은 지혜였다."
(p142-143)
마츠시마 아이코, 그녀는 태어나서 여덟살까지 창녀촌에서 길러졌다. 누구도 그녀를 따뜻하게 길러주지 않았다. 후에 그녀는 보육원에서 자라게 되지만, 그녀는 이미 평범한 소녀같은 생활을 하기에는 너무 험하게 길러졌었다. 자신과 이어진 것은 오직, 엄마의 유품이라 들었던 낡은구두 한켤레. 때때로 그녀는 구두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가시덤불 숲에서 길러진 그녀는 살육과 성, 그 어느것에도 어떤 분별력을 갖지 못한다. 자신이 필요한것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으며, 자신에게 해가 되는 존재들은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혹은 자신의 정신적 쾌감을 덧붙여 수단을 선택하기도 하며 살아나간다. 그리고 어느시점에서, 그녀가 더이상 그럴 수 없을만큼의 위기가 다가온다..
그녀에게 결핍된것은 무엇인가.. 인간으로서, 생명으로서 응당 받아야할 권리가 있는 따뜻한 사랑, 관심... 그것을 온전히 남들만큼 받지못한 한 인간이 닿을수 있는 극한지점을 '마츠시마 아이코'를 통해서 보여준다. 사랑받지 못한 과거의 상처를 지우고 싶은 한 인물. 그 과거의 상처와, 그로인해 지울 수 없었던 뒤틀린 정신세계를 갖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한 영혼이 살아가는 잔혹하고 슬픈 이야기. 맑은 방법으로 과거를 끌어안지 못한 채, 어두운 방법을 통해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삶을 찾고자 했었을 그녀의 슬픈 이야기.
자신이 의도하지않게 세워져버린 과거. 그것이 아무리 억울하고 분에 넘친다 한들..
한번 세워진 시간은, 한번 올라가버린 시간이라는 계단은 다시는 내려올 수 없다..
그것은 다음 계단에 발을 디디는 순간, 이전 층계가 사라져버리는 계단이기에.
"인간이라는 것은 과거에 일어난 일을 토대로 지금의 정신 작용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과거에 얽매여서는 발전이 없죠." (p231)
우리는 그저 앞에 남아있는 허들을 넘을 수 있을 뿐이다.. 이미 걸려넘어졌던 허들까지 다시 세워놓을 순 없으니깐...그 누구도... 어쨌든 누군가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을 뿐, 아이코와 같은 미련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