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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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6.25 참전용사들에 대해서 어떤 기억을 갖고, 어떤 생각을 할까. 간간히 북측의 도발이 있을지언정 결국은 서로 밀고 당기는 남북한의 휴전이 계속됨으로 인해 젊은세대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전쟁과 휴전, 이산가족, 그리고 그 전쟁에서 스러진 수많은 영혼들에게 무덤덤해 질것이다. 겪지도 못한일에 대해 관심조차 사라져가는 것이다. 물론 이 얘긴 뜬구름 잡는 얘기다.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느냐면, 무기 판매를 비롯한, 냉전시대의 패권에 관하든 어쨌든 과연 6.25 해외참전용사들을 생각해 본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때문이다. 이 <울분>은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발발한 6.25 한국전쟁의 시기에, 미국에서 징병을 기다려야만 했던 한 주인공의 격정과 분노에 관한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은 굳이 어떤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염두해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적 불안과 개인적 분노를 함께 떠안아야만 했던 한 평범한 청년의 이야기다.  

수없이 쏟아져나오는 책들중에 한국전쟁이 언급되는게 새삼 새로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 혼돈의 시대에 멀리 떨어진 땅덩이에서 그 시대적 불안을 떼어내지못하고 살아가야만 했던, 그럼에도 그 불안에 잠식되지 않았던 한 청년의 이야기는, 6.25 라는 화두로 친근하면서도, 동시에 저 먼 미국땅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한 유대인 청년의 새로운 이면이기에 낯설고 새로웠다. 그 전쟁의 참상가운데서 한국 청년이 아닌, 미국 청년이 바라보는 전쟁의 시대는 개인에게 어떤 혼란을 가져다 주었는지. 이책은 그것만으로도 매우 흥미롭게 읽혀나갔다.  

앞서 전쟁이란 단어를 계속 운운했지만, 이 <울분>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먼 타국에서 그 시대를 살아갔던 한 청춘의 격정적 순간의 기록이다. 때로는 아귀가 딱 들어맞는 블럭같은 논리로, 때로는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분노로 불꽃같이 타올랐던 청춘의 기록말이다.  

 

과잉된 걱정으로 목을 졸랐던 아버지를 향한 울분 

"내 일은 닭 털을 뽑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내장까지 제거해야 했다. 똥구멍을 조금 째서 열고 손가락을 위로 집어넣어 내장을 잡은 다음 당겨 빼면 된다. 나는 그 일이 싫었다. 역겨워서 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것이 내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 기쁜 마음으로 배운 것 이었다.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것." (p17) 

마커스의 아버지는 매우 정직하게 자신의 정육점을 운영한다. 그 양심에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운영은 마커스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끼치고, 비록 아버지의 일을 도와주는 것이 마커스에게는 구역질나고, 때론 부끄러운 일일지라도 그 '정직함'만은 마커스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이다. 허나, 그런 아버지는 마커스가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극도의 걱정과 간섭을 하게된다. 심지어 이른 귀가시간에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문까지 걸어잠그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아버지로부터 배운 성실함과 정직함으로 마커스는 그저 열심히 학업에 열중했을 뿐인데도.  

"그래서 아버지가 그 아저씨 이야기를 믿었다는 거로군요. 아버지가 평생 눈으로 본 것을 믿지 않고, 가게 뒤에서 무릎을 꿇고 변기를 고치고 있는 배관공 말을 믿은 거예요!" (p25) 

그런 아버지의 과도한 관심과 걱정, 간섭 때문에 마커스는 첫번째 들어간 대학에서 더욱 멀리 떨어진 곳으로 편입하고, 기숙사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실제적인 거리는 벗어낫을지언정, 그 아버지에게서 배워온 신념과 정직함은 그에게 여전히 남아있었다. 

"아주 작은 일, 아주 사소한 일이 정말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오지요. 아버지가 그걸 증명하시네요!" (p26) 

마커스 스스로가 말했듯, 아주 작은일, 사소한 일로 시작된 아버지의 지나친 간섭과, 그렇게 사소하게 물려받은 아버지의 내력일지도 모르는 것들이 마커스의 운명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신념을 강요하는 대학을 향한 울분  

"내가 나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입증하려면 뭘 더 해야 한단 말인가?" (101p)  

마커스는 촉망받는 학생이었고, 누구보다 성실하고, 정직하며 올곧았지만, 그것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졸업을 하기 위해서 강압적인 채플수업을 끔찍히도 싫어했고, 자신의 이성교제를 좌시하지 않으려하며, 종교를 강요하는 학생과장과 언쟁을 벌여야만 했다. 게다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모독한 친구들 때문에 기숙사 방을 옮기는 일을 그에게 납득시켜야 하기도 했다. 자신의 정체성인 유대교부터, 강압적인 종교수업까지 그는 학생과장과 언쟁을 벌이고 말을 비틀며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학업성적이 우수했지만 학생과장은 그에게 더욱 더 엄격한 학교의 편협한 룰을 강요했다. 학교는 그에게 종교를 강요할 권리도, 이성교제를 좌지우지할 권리도 있지 않았음에도, 그의 행동, 정신 깊숙히 침투해서 자신들의 신념대로 행동하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불타는 청춘은 수긍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것에 타협하지 않는다.

"그 순간 토해버렸다... (중략) 나는 아버지나 룸메이트들과 전투를 벌일 배짱이 없었듯 학생과장과 전투를 벌일 배짱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런 약한 사람임에도 나는 전투를 하고 말았다." (121p) 

학생과장에게 불려가 몇번의 언쟁을 하는 도중, 결국 마커스는, 그때까지 자신에게 달라붙어있던 그 끔찍한 종교에 대한 강요와, 이성교제에 대한 간섭,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복잡하게 그려져 있는 분노와 자기 자신에 대한 증명을 학생과장에게, 학교에게 설득시켜야만 하는 것에 메스꺼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것은 그때까지 억지로 참고 억눌렀던 울분이 더이상 견디지 못해, 깊게 펌프질하는 심장에서부터 입을 통로삼아 쏟아져 나온 것이다. 

 

사랑을 모독하는 것에 대한 울분  

"청년들은 흔히 파란 불알이라고 알려진 통증, 즉 고환 주위로 넓게 퍼지는 지지고 찌르고 조이는 듯한 통증이 점차 사그라질 때까지 절름발이처럼 절뚝거리며 다닐 수도 있었다. 와인스버그의 주말 밤이면 파란 불알은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 예컨대 열시에서 자정 사이에는 수십명이 고통을 겪었다. 리비도라는 면에서 보자면 인생에서 그 수행 능력이 절정에 이른 나이임에도, 그 병의 가장 유쾌하고 자연스러운 치료법인 사정은 남학생의 성애경력에서는 늘 아슬아슬하게 놓치고 마는 미증유의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p59)    

출처도 알수없는 성지식이 실제적으로 발현되기도 하는 일반적인 시기. 그 중심에 마커스 또한 서있었으며, 그또한 여느 청춘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 혼돈과, 순수한 사랑의 사이에서 줄다리타던 나날에, 마커스는 올리비아라는 여자친구를 사귀게되지만 데이트에서 올리비아가 해준 펠라치오를 둘러싸고 많은 혼란에 휩싸인다. 자신또한 동정이었던 만큼, 거부하지 않고 자신에게 행해준 올리비아에 대해 마커스는 더욱 혼란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혼란은 타인들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로인해 올리비아까지 폄하게되기에 이르른다. 하지만 마커스가 결국 원한것은 그녀에 대한 비난은 아니었다. 그는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그녀를 원했고, 그만큼 사랑했다.

"나는 엘윈이 올리비아를 씨발년이라고 부르기 전에는 내가 그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p83)

 

모독된 애인을 의심하는 자신에 대한 울분   

"나는 그애가 두려웠다. 나는 아버지만큼이나 나빴다. 내가 바로 아버지였다. 나는 아버지를 뉴저지에 두고 온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불안에 나도 둘러싸이고, 불길한 예감에 나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오하이오에서 나는 아버지가 된 것이다."(p78)  

마커스. 너는 방금 어른이 된게 아니야. 아마 어렸을 때부터 평생 어른이었을거야. '아이' 인 너를 상상할수가 없어. 너는 틀림없이 네 주위의 애들 같은 아이는 절대 아니었을 거야. (p80) 

하지만 올리비아는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손목에 선명했고, 그것또한 마커스에게 혼란을 가중시킨다. 성실하고 올곧았던 마커스에게 그것은 그 올리비아의 인간됨을 판단하는 척도에 포함되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첫경험에 대한 의심과, 자살에 대한 경험을 통해 그녀를 잠시 멀리하게 되면서도, 그는 그녀를 원하고, 갈망한다. 다만, 그런 마커스의 혼란만큼이나 올리비아의 내부도 혼란스러워서, 그들은 때로는 다시 만나지 않을 것처럼 서로를 단념하다가도, 다시 만나게 된다. 마커스는 그렇게 올리비아를 꽉 쥐어잡지 못했던 자신을 원망하고 자책했다. 자신의 혼란을 기어이 밖으로 끄집어내 그들 사이의 벽을 만든것을.. 그는 후회하고, 되돌아가려고 했다. 자신의 그런 혼란을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친구들에 대해 경멸을 느꼈으며, 그렇게 이야기를 꺼낸것조차 후회했다. 마커스는 실은, 그런 자신을 이해해줄 사람을 단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마커스또한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그 애의 글을 마셨다. 그애의 이름을 먹었다. 편지를 전부 먹고 싶은 걸 참으려고 안간힘을 써야 했다.(81p) 

더 얘기해줘. 더 듣고 싶어. 왜? 너를 무척 좋아하니까. 너에 관한 모든 걸 알고 싶어. 무엇이 너를 너로 만들었는지 알고 싶어

이제 대학을 들어간지 채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간들, 자신과 사회, 종교에 대한 신념을 지키려는 청춘의 몸부림은 자신의 여자친구를 지키기 위해서, 그녀에게 더 옮은 행동을 하기위해서 부단히 고민하고 애를 쓰지만.. 마커스는 결국은 그러지 못했던 듯 싶다. 나이를 한참 먹어도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제대로 분간하는 것이 그 어떤것보다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모든것이 혼란스럽고, 세상을,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기 힘든 시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인생은, 때로는 그런 실수를 절대 용납하지 않기도 하는 것이 비극이라면 비극일까.

"그래서 그애의 칼자국 난 손목을 매의 눈을 가진 어머니의 시야 밖에 두기 위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ㅡ다시말해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다. 또."(153p) 

 

먼저 살아냈던 부모들이 그렇게 가르치려고 했던 사실들.

법률가가 되는 것에 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것이 피가 잔뜩 묻어 악취를 풍기는 앞치마ㅡ피, 기름, 내장 조각 등 손을 닦을 때마다 온갖 것이 묻었다ㅡ를 두르고 일을 하며 보내는 삶에서 가장 멀어질 수 있는 길이라는 것뿐이었다. (47p) 

아버지가 운영하는 정육점에서 멀어지는 길. 대학기간동안 징병을 유예받고, 혹은 징병된다 하더라도 ROTC를 통해 장교로 좀 더 안전한 곳에서 살아남을 확률을 높히는 것. 이것또한 마커스의 중요한 화두였다. 다만 그가 그것을 항상 염두해두고 감정을 다스릴만큼 이성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흠일 것이다.

"너는 네 감정보다 큰 사람이 되어야 해. 너한테 이런 요구를 하는 건 내가 아니야. 인생이 요구하는 거야. 안 그러면 너는 네 감정에 쓸려가버릴 거야. 바다로 쓸려나가 두 번 다시 눈에 띄지 않을 거야. 감정은 인생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될수 있어." (185p) 
 

어쩌면, 그런 청춘의 격한 감정과, 순간의 작은 분노들로 많은 것들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을 그의 부모들은 알고있었기에, 그의 아버지도 어쩌면 그것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그 이전에 2차대전서 돌아오지 못한 친척들을 경험하기도 했으니) 그를 그토록 걱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래 말처럼 어찌하겠는가. 그는 깨달을 수 없었던 것을. 그 시기에, 그 순간에, 마커스는 절대 알지 못했을 작지만 중요한 사실들을. 


"채플을 견디고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있었다면 마커스는 그로부터 열한달 뒤 와인스버그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을 것이다. 나아가 졸업생 대표로 고별사를 했을 가능성도 높았다. 그랬다면 그의 교육받지 못한 아버지가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려했던 것은 나중에 배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매우 평범하고 우연적인, 심지어 희극적인 선택이 끔찍하고 불가해한 경로를거쳐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239p)
   


과거의 기억만이 존재할 때

"인생의 매 순간을 그 자디잔 구성 요소까지 영원히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수 있었겠는가? 아니면 이것은 그저 나만의 내세일까? 각자의 삶이 독특하듯 각자의 내세도 독특한 것일까? 사람마다 다른 사람의 내세와는 다른, 지울 수 없는 지문 같은 내세를갖게 되는 것일까? 나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삶에서처럼 나는 오직 있는 것만 알 뿐이고, 죽음에서는 있는 것이 있었던 것으로 바뀔 뿐이다. 살아있는 동안에만 삶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다. 세사에서 사라진 뒤에도 계속 그 삶이 붙어 있게 된다. 아니면, 역시 이것도, 어쩌면 나만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p64)  

살아가는 생이 아니라, 살아온 생만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게다가 그것도 모르핀이라는 약물을 통해서 잠시나마 더듬어 볼 수 있는 처지의 그는 애처롭다. 그에게는 모든것이 너무 일렀다. 그리고 그 시기는 너무 좋지 않았다. 그는 그 기억이 끝나는 그 순간에, 세상에 모든것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을까?

"당신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ㅡ기억 위에 기억, 오로지 기억뿐ㅡ묻는다면 물론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여기'와 '지금'이 존재하지 않듯 '당신'도 '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존재하는 모든 것이 기억된 과거뿐이기 때문이다. 복원된 과거가 아니다. 그러니까 감각의 영역이 직접 다시 살아내는 과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되풀이될 뿐이다.(p66)
  

머나먼 땅에서 조금의 북진을 위해서 사천명의 연합군의 죽고, 불구가 되고, 다치는 그 순간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총소리 하나 들리지 않던 그 마을에서? 부모님이 그렇게 지나치게 간섭하던 것이 결국, 이런 사태를 짐작했으리란걸 알 수 있었을까? 권력이 자신의 신념뿐만 아니라 삶 자체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육체적 증거가 사랑을 좌우해서는 안되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청춘의 격분도 항상 낭만적으로 치닫지는 않는 다는 것을.... 

하지만 도저히 마커스를 어리석다고 바라보진 못하겠다. 아니, 우러러 보아진다. 

(내 앞에 그런 상황이 놓여져있을때 나는 그렇게 행동하진 못했을 테니깐.)

"나는 엘윈을 이해하지 못했다. 플러서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올리비아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도, 어떤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p85)  

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위대한 깨달음인것인가! 하지만 애처롭게도, 마커스에게는 그럴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먼 타지에서 일어나는 포탄의 아우성은 마커스에게 닿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청춘의 혈기 때문이었을까. 그가 결국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쨌든 청춘이라함은 모름지기 불의에 분노하고, 변화를 선도하고, 거침없이 정의를 이야기해야만 한다. 비록 그것이 어림없는 일이라도, 때로는 논리에서 이탈해도, 그것이야말로 치기어린 젊음의 상징아니겠는가? 우리시대는 점점 이성으로 진작에 무장한 청춘만이 배출되고 있다. 나라고 다를쏘냐. 이것은 분명 비극이다. 울분을 엄한데다만 토할 줄 아는 세상. 불의와 분노를 억누르는 것이 익숙해지는 세상. 그럼에도 마커스의 울분은 시대를 관통한다. 어딘가에(어쩌면 예상보다 많은 곳에서) 분명 그와 같은 불타는 청춘들이 울분을 머금고 있을테니깐. 그래도 청춘이라면, 그래야 하니깐. 그들을 걱정하는 기성세대또한 그 시기를 그렇게 통과했을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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