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예술분야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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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시사인 만화- 신세기 시사 전설 굽시니스트의
굽시니스트 지음 / 시사IN북 / 2011년 3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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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총체 예술 개론- 총체예술 바그너에서 백남준까지
김수남 지음 / 월인 / 2011년 3월
16,000원 → 15,200원(5%할인) / 마일리지 46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1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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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강을 기억하다
강제욱 외 사진, 이미지프레시안 기획 / 아카이브 / 2011년 3월
32,000원 → 28,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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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주민일기
나난 외 지음 / 북노마드 / 2011년 3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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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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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스 - 2010년 퓰리처상 수상작
폴 하딩 지음, 정영목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팅커스』는 목사였던 할아버지, 땜장이이자 행상인이었던 아버지, 그리고 시계 수리공이었던 아들, 이 삼대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시계를 고치는 일로 가족을 부양해온 조지 워싱턴 크로스비는 여든을 넘긴 나이에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두게 된다. 병상에 누운 조지가 마침내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8일간, 마치 환상을 보듯 추억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 기억 속의 아버지가 추억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언제까지고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그 애틋한 기억을 노래한 작품이 바로 『팅커스』이다.

>>

처음 이책을 읽기 시작했을때, 그 세심한 문장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진정 '퓰리처상 수상작이란 이런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장은 매우 아름다웠고, 정교했다. 어떨땐, 그 아름답고 정교한 문장이 폭풍처럼 몰아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만큼 황홀하고, 어떨땐 몇 문장 사이로 그런 매혹적인 문장이 눈에 들어오고, 가슴을 요동케 했다.

책 소개와 같이 시계 수리공이었던 '조지'의 마지막 임종을 앞두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문장은, 그 문장과 문장사이라고 말할 틈도 없이 구체적이며 몽환적이다. 책의 앞부분부터, 나는 꿈과 현실사이에 오버랩되는 조지 워싱턴 크로스비와 마주친다.

지붕이 무너지면서 다시 나무와 못, 타르지와 지붕널과 절연재의 사태가 일어났다. 모루의 함대처럼 푸른빛을 가로질러 떠가는, 위가 납작한 구름들로 가득 찬 하늘이 보였다. 조지는 아픈 몸으로 밖에 나갔을 때의 그 습하고 얼얼한 느낌을 받았다. 그때 구름이 움직임을 중단하고 순간적으로 멈칫하더니 그의 머리로 곤두박질쳤다. 하늘의 푸른빛이 그 뒤를 이었다. 마치 배수구로 물이 빠지듯, 높은 곳으로부터 그가 있는 너저분한 콘크리트 구멍 속으로 빨려들었다. 그다음에는 별들이 떨어지며, 제자리에서 떨어져나온 하늘의 장식물들처럼 그의 주변에서 딸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마침내 고정한 압정이 빠진 듯 아무것도 남지 않은 황폐한 검은 공간이 지하실의 잡동사니 더미 전체 위로 늘어져, 조지의 혼란스러운 소멸을 덮어버렸다. (11~12p)

이것들을 대체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있는지도 몰랐던 지하의 비밀창고에서 먼 옛날의 해묵은 먼지가 가득내려앉은 글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 이야기가 소설인지, 일기인지도 구분 못하는 바보처럼 말이다. 그건 마치, 구름위의 글자에 주목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안개속의 불빛을 따라가는 것 같기도 했다. 어디까지가 꿈인지,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분간해 낼 재간이 없었다. 황홀과 고통이 동시에 내 눈을 흔들어놓았다. 머리는 진동했고, 앞뒤 문맥을 재차 읽어보며, 어디까지가 그의 묘사이고, 어디까지가 행동인지 구분해 내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명확히, 묘사임을, 알아챈다 하더라도, 그의 문장은 그것을 믿게하는 힘이 있었다. 묘사는 매우 구체적이었고, 정교했다. 마치 중간중간 언급되는 시계조립의 교본처럼 말이다.

물론 모든 부분이 그렇진 않다. 아마 정말, 모든 표현과 묘사가 이러했다면, 정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거나, 책을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난 아직 멀었어' 라면서 말이다. 어쨌든 요 근래에 소설하나에 이렇게 시간을 쏟은건 처음이었다. 날 위해서, 내가 원해서 들었던 책이건만, 곤욕을 치르기도 한 셈이다. 그럼에도 매혹적이다. 마치 장미의 모습과 똑 닮았다. 아니, 마약과 닮았을까. 문장들을 읽어내는게 때로는 정말 고단한 일이 될지라도, 그 아름다운 표현은 이책을 끝까지 들기엔 충분했다.

 
이야기의 진행은 크게 조지로부터 시작해서 그의 아버지인 하워드, 그리고 다시 그 하워드의 아버지로 향한다. 다만, 모든 묘사가 기억이라는 것에 근거하지만, 보편적인 현재는 조지가 되기에, 조지의 투병생활의 모습은 간간이 이야기 중간에 삽입된다. 그리고 케너 대븐포트 목사의 [합리적 기계공] 이란 책의 내용또한 중간중간 계속해서 등장한다. (목사라는 관점과 글을 쓰는 관점에서 본다면 영락없는 하워드의 아버지인데, 연도에서 다소 헷갈린다.)

네 아버지가 설교에서 늘 말하고 또 집에서 너에게 말하듯이 그 불확실성은 아름다운 것이며, 더 큰 확실성의 일부라는 것을 기뻐하라. 그리고 도끼가 장작을 물고 들어갈 때, 네 가슴 아픔과 네 영혼의 혼란이 곧 네가 아직 살아 있다는, 아직 인간이라는, 아직 세상의 아름다움을 향해 열려 있다는, 그런 것을 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전혀 없는데도 그것을 받았다는 뜻이라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어라. 그리고 네 가슴 아픔에 화가 날 때는 기억하라. 너는 곧 죽어서 땅에 묻힐 것이라는 사실을. (89p)

적잖은 문장들이, 삶을 꿰뚫는 통찰위에 아름다운 무늬로 치장되있다. 책을 읽을 때, 이야기 전체가 가슴에 남는 책이 있는가 하면, 어디를 접고, 어디를 밑줄그어야 할지 모를정도로 훌륭한 문장들이 쏟아져 나오는 책이 있는데, 이 <팅커스>는 당연히 후자이다.  


<팅커스>를 아우르는 이 삼대의 남자들은, 아니 이 삼대가 이룬 모든 가정들은 오묘하고, 흐릿하다. 더욱이 조지의 아버지인 하워드, 할아버지는 지금으로보면 지독한 몽상가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사람들이다. 하워드가 기억하는 그의 목사아버지 또한 유령같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으며, 언젠가 하워드는 사라진 아버지를 찾으러 어느 물가에 종일 몸을 담그고 있다가, 발작증세를 얻게된다. 땜장이인 하워드는 자신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수레에 실린 물건들을 갖고 조지가 도망쳤을 때도 오히려 조지가 멀리 갔기를 바랬고, 그의 발작을 견디다 못한 부인이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는 사실을 알고선, 멀지않은 날에, 물건들을 모두 팔아버리고 다른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집나간 그(하워드)가 단 한번 집으로 돌아와서 자신과 마주치는 기억을 생에 마지막에 떠올리는 조지의 마지막 회상-곧 이야기의 마지막-은 모든 것을 마무리짓는 묘한 절묘함이 있었다.

조지와 하워드, 그리고 하워드의 아버지가 모두 몽환적인 존재가 되는 근거는 어쩌면 단 하나이다. 이 모든것들이 조지의 기억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억이 풀어해쳐지는 과정에서 인칭은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해야 할 점은 그 모든것들도 기억이란ㅡ확실하고도 미지의 영역ㅡ에 것을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인물들의 불확실성과 겨우 형태를 유지하지만 톡 건드리면 흩어질 가루들 같은 인물들이 증명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팅커스>에서 그려지는 구체적인 묘사야 말로, 공간지각능력이 부족한 나에겐 '득'이기도 하고, '실'이기도 하다. 꽤나 구체적인 묘사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머릿속에 그려넣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보면 한숨이 나올때도 있다. 더불어,<팅커스> 문장은 때론, 그 길이에, 호흡이 압도 당할때가 있다. 들숨과 날숨을 어디에서 템포를 맞춰야 할지 쉽지가 않다. 그래서 독자는, 그 문장 사이에서, 문장과 문장사이가 아닌 하나의 문장이 이뤄지는 그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길을 잃는게 이 '폴 하딩' 이란 작가가 의도하는 게 아닐까? 때론 우리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기억이란 공간을 더듬어 가는 과정에서 길을 잃는건 어쩌면 별로 특이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인지하고있지 못할 뿐이지.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쉽진 않았지만, 즐겁기도 했던 책이다. 언젠가 한번 다시 들춰볼 것 같다. 아마 그때쯤이면 지금 희미하게 이해했던 순간들을 조금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둔한 눈으로는ㅡ물주머니와 신경, 기적 그 자체, 고움 그 자체, 빛을 포착하는 것. 그러나 본질은 숲도 빛도 어둠도 아니야. 내 서툰 눈길에, 내 둔한 관심에 흩어져버리는 다른 어떤 것이야. 잎과 빛과 그림자와 물결치는 바람으로 이루어진 누비이불이 혹시 갈라지면, 그 이면에 있는 것을 잠깐 볼 기회가 주어질지도 몰라. 자꾸 움직이다 꿰맨 곳이 저절로 느슨해질지도 모르지. 누가 느슨하게 풀어줄지도 모르고 그것을 꿰맨 존재가 잘못해서 길가의 사탕단풍 잎들 속에 헐렁한 바늘땀을 하나 남겨놓았을지도 몰라.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몰라도ㅡ별들의 빛, 중력, 어둠일까ㅡ실의 그 땀 하나가 바람에 움직이다 어떻게 헐거워진 거야. 바람은 늘 하얀 봉오리와 녹색 잎과 핏빛과 주황색 잎과 헐벗은 가지를 걱정하며 가만있지를 못하잖아. 그래서 뭔지는 몰라도 이 세상을 짠 재료 가운데 두 조각 사이가 헐거워져, 어쩌면 거기에 딱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구멍이 생겼는지도 몰라. 그런데 내가 아주 운이 좋아서 이 서랍이 달린 수레에 앉아 반짝이는 잎들 사이에서 그 구멍을 발견하고, 아주 민첩해서 은빛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고, 아주 용감해서 그 찢어진 틈에 내 손가락을 집어넣는거야. 손이 닿기만 해도 큰 고요와 평안을 얻을 수 있는 그 구멍에. (67p)

그것은 특별하진 않을것이다. 마치 위의 부분처럼, 딱 내 눈이 자리잡을 만한 단어사이의 여백을 잡아내는 일. 그래서 그 사이를 이어주는 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그것뿐일지도 모를일이다. 

이왕 책을 펼쳐 "조지 워싱턴 크로스비는 죽기 여드레 전부터 환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라는 구절과 마주쳤다면, 이제부터는 아예 딴 세상이라 생각하고 신발 끈을 조여맬 것, 아니, 신발을 벗어버릴 것 _ 정영목(번역가)

심지어 새 둥지를 만다는 방법에 관한 짧은 구절조차 눈부시다 _ 퍼블리셔스 위클리

모두가 맞는 말이다. 나에게 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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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3월 4주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도 좋은 영화들이 속속 개봉되고 있지만, 인디영화계 또한 아주 우수한 영화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개봉환경에서 열세에 놓인 영화들이지만, 메이저 흥행배우가 없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결코 뒤지지 않는 연출과 촬영, 연기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불가피하게 상업성이 개연된 영화들보다 좀 더 깊은 고민과 진정성이 담겨있는 점이 장점일 것입니다. 물론 이런 요소들이 균일하게 표현된 영화들은 사실 많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지금 소개하는 영화들은 북한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현재 개봉중인 <두만강>과 <굿바이, 평양> 그리고 이전에 개봉됐던 <어떤나라>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들은 우리가 살고있는 남한의 시선이 아닌, 각각 재중동포감독, 재일동포감독, 그리고 영미권에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우리와는 다른 시선과 시각, 그에 따른 다른 표현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두만강> 

감독 : 장률 / 배우 : 추이젠, 윤란, 최건, 이경림, 지안 쿠이

 

<영화소개> 

희망도 절망도 소리 없이 얼어가는 곳, 두만강 삶의 슬픔이 침묵으로 흐른다.

연변 조선족 자치주와 북한 함경도를 사이에 둔 두만강 변의 한 마을. 할아버지와 누이와 함께 사는 열 두 살 창호는 식량을 구하려고 강을 넘나드는 또래의 북한 소년 정진과 우연히 친구가 된다. 처음엔 축구시합 출전을 대가로 시작된 거래였지만 어느새 의리가 생긴 것. 하지만 탈북자들을 도와주던 마을 사람들이 점점 그들의 문제로 골치를 썩자, 소년들 사이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그러던 어느 날, 창호는 누이 순희가 탈북 청년에게 겁탈당한 사실을 알게 되고, 분노한 나머지 정진을 매몰차게 내친다. 그럼에도 정진은 창호와 했던 아랫마을 아이들과의 축구시합 약속을 지키기 위해 또 다시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서 마을에 나타나는데… 

  

우리나라의 상업영화계보다는, 해외영화제를 통해 더 많이 알려진 장률 감독의 여섯번째 장편영화입니다. 재중동포로서, 국가를 넘어 공간이 주는 정체성과 인간의 무력함, 관계의 무미건조함에 대하여 끊임없이 탐구해온 감독은 이번에 '두만강'을 소재로 두만강 인근에 사는 조선족들과 탈북자들의 모습을 사실적이면서도, 덤덤하게 그려냅니다. 사실, 이전까지의 작품들은 일반관객들이 호응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 <두만강>은 리얼리즘의 정서에 입각한 영화이면서도 극영화의 맥락을 놓치지 않아, 일반관객들도 충분히 부담갖지 않고 볼 수 있을만큼 잘 만들어졌습니다. 얼어붙은 두만강보다 차가운 현실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그들의 우정과 약속이 있습니다. 가끔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에 유쾌하게 웃어볼수도 있고, 어떤 절망앞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안도합니다.. 특히, 벙어리인 윤란(순희 역)과 최건(창호 역) 연기는 보는이의 감정을 모두 쏟아부을 수 있을만큼 자연스럽습니다. 


이 영화는 그 누구도 선(善)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각자가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의 역할에 맞게 살아갈 뿐이며, 인간의 선함과 악함은 어느 특정지역에 구분되어지지 않는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어디에라도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에게 탈북자를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길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조건없는 약속을 이야기 하고, 어른들의 세계에 아직 발을 들여놓지 않은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경계와 이념을 초월한 우정은, 북한 수뇌부의  괴씸한 도발들로 인해 쉽게 망각되어 버리는 우리네 '사람'에 관한 본질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 이렇게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내는 장률 감독의 예술적 자아에 그저 경의를 표하고 싶을 따름이다. <두만강>은 2010년 가장 푸대접받은 걸작이며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하고 절실하게 바라게 되는 영화이다.
(김영진 영화평론가)
* 나도 그렇다. 완벽히 동감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봐 주었으면 좋겠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로..

 

 

<굿바이, 평양>   

감독 : 양영희 / 출연 : 양선화, 양건화, 양영희

 

<영화소개>

양영희 감독은 전작 [디어 평양]을 통해 북한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다. 이번에는 1970년대 초 일본에서 북한으로 이주한 오빠의 딸 ‘선화’를 등장시킨다. 선화의 모습을 통해 일본에서 북한으로 간 이민 세대는 물론이고, 처음부터 북에서 자란 이민 후세대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다. 선화의 성장 과정은 아주 보편적인 것이지만, 북한이라는 사회 속에 담겨 있는 특별함이 은근하게 묻어난다. 또한, 북한 사회의 이민 세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을 통해 북한을 단순히 폐쇄적인 사회로 한정짓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보편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 지구상의 한 지역이 된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양영희 감독이 지닌 특별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의 모습을 통해 ‘북한’이라는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름에 평범함의 일상을 부여한다.  

<디어 평앙>을 연출한 재일동포 양영희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입니다.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되어버린 남한보다는 북한이 나을것 이란 아버지의 판단아래, 양영희 감독의 오빠들은 모두 북한으로 향합니다. 이후 그들은 영영 북한을 떠날 수 없게 되고, 그런 오빠들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으로 인해 그들의 부모님과 양영희 감독 자신은 함께 여러차례 북한을 방문하며,  혹 그러지 못할때는 여러가지 생필품을 지원합니다. 이런 방문의 여정들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 영화는, 6.25 이후의 이민세대는 물론이고, 현재까지 내려오는 그 후세대의 이야기를 차분하면서도 소박하고, 현실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때론 이 영화가 때로는 홈비디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족소장용이지, 애초부터 영화화를 목적으로 한 영상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현실이 먼저 극적으로 흘러가서, 곧 영화와 같은 이야기가 만들어 진 것이겠죠.) 물론 그것들이 우리가 흔히 보는 영화들의 화질보다는 조금 부족할지라도, 전문적인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어 극적으로 꾸며진 이야기가 아닌, 간단한 카메라로 그 순간을 하나 꾸밈없이 들여다본 날것의 시선은, 극영화나 자본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에서는 쉽게 담아낼 수 없는 순수한 이야기가 있다고 자신합니다.    

<굿바이, 평양>은 선화라는 아이의 성장사를 통해서 평범한 북한가정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때부터 혁명과 김정일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선화의 모습을 보며 때로는 개탄을 금할 수 없기도 하지만, 아직 이념이라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바라보면서도 이념을 대입해서, 미리 그들을 이분법 하고, 동정(同情) 해버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게끔 합니다. 또한 선화의 성장과 함께하는 가족들의 화목하면서도 벅찬 생활을 보면 때로는, 그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들이 그런 여건속에서도 그들 나름의 행복을 찾아서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하고선, 그들의 행복이 우리의 행복보다 낮다고 어찌감히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두가지 국가를 함께 가져야만 했던 감독자신의 국가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빼놓을 순 없습니다. 그래서 양영희 감독은, 국가라는 개념이 한정하는 요구와 정체성을 벗어나, 그저 같은 핏줄로써, 모든 정체성의 고민이 녹아버리는 가족을 통해서 북한이 아닌, 우리 한국사람이 사는 평범한 이야기를 하고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특별한 가족임에도 말이죠.  

표면적으로, 위트있고 쓸쓸한 "아- 정전입니다. 영광스러운 정전입니다" 라는 선화의 말을 통해서 우리는, 주어진 공간에 적응하며, 때묻지 않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을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나라>  

감독 : 대니얼 고든 / 출연 : 박현순, 김송연

<영화소개>

우리가 북한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결코 알 수 없었던 모든 것 평양 소녀 현순와 송연이의 지상 최대의 쇼! 뉴스에서 본 북한은 잊어라 전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화제의 다큐멘터리

북한 최고의 행사인 전승기념일 매스게임에 참여하게 된 여중생 13살 현순이와 11살 송연이는 김정일 장군님께 자랑스런 모습을 선보이기 위하여 열심히 연습에 임한다. 카메라는 연습이 시작된 겨울부터 공연이 있는 9월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오로지 당에 대한 충성심으로 이겨내는 모습과 더불어, 때론 가끔 연습을 몰래 빼먹기도 하고 공부하라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지겹기만 한 여느 십대 소녀들과 같은 모습을 지닌 평양소녀 현순이와 송연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가게 된다. 이를 통해 이제까지 한 번도 우리에게 있는 그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평양에 사는 중산층 가정의 일상생활이 여과 없이 드러나면서 그 동안 교과서와 뉴스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북한의 현재 모습을 들여다보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북한의 집단체조를 통해서, 북한의 체제를 유지케했던 근원을 살펴보고, 그로인한 북한주민들의 맹목적인 충성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북한의 체제와 북한 수뇌부의 도발을 이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의 여러 경축일날 행사중의 하나인 집단체조는 주인공인 현순이와 송연이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입니다. 그것은 휴전이후로 뿌리깊게 전해져 온 자신들의 지도자에 대한 경배이기도 한 셈이니깐요. 이것은 서방국에 대한 적대감과 그 맥락을 함께합니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6.25 전쟁 때 우리 남한에게는 당연히 득이 되었을 미군의 폭격이, 북한군뿐만 아니라 많은 북한주민들까지도 희생시켰고, 그로인해 시작된 미국에 대한 반감 (정확히는 수뇌부가 그것을 체제유지의 한 방편으로 이용하게 된)은 지금까지도 북한주민들의 의식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게됩니다. 전쟁에는 이기고 지는게 없으니깐요. (이부분은 길게 다뤄지진 않습니다.)  

어쨌든 중요한것은, 북한의 그런 집단체조를 비롯한 여러 집단행동이, 개인에게 강한 소속감과 책임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결국 맹목적인 (지도층에 대한) 추종을 가능케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사회적인 맥락에 대한 분석과 동시에 영화는 평범하면서도, 조금 특별한 두 소녀들을 통해 어떤 이념보다도,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조금 더 잘하고 싶고, 자신이 노력하는 일에 조금 더 인정받고 싶은 아이들의 모습을 비춰줍니다. 그저 자신에게 최대의 영광이 그 집단체조인원 선발에서 뽑히고, 지도자에게 보여지는 것이 다인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움과 연민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그리고 <굿바이, 평양>과 같이 다큐멘터리 형식을 띔으로써, 두 소녀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도 꾸밈없이 드러납니다. <굿바이, 평양>과 다른 점이라면, 북한 사회의 모습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뤘다는 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굿바이, 평양>이 개인적인 기록과 개인적인 감정이 중심이라면, <어떤나라>는 좀더 중립적인 시각에서 중산층의 가정과, 소녀들의 꿈, 체제에 대한 이야기를 섞어가죠.

(이런 표현이 적절하다 생각진 않지만) 북한의 집단체조는 가히 예술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아름답습니다. 다만, 그처럼 정교하고 아름다운 모습들이, 순수 개인의 예술적 욕구와 목표를 위해서가 아닌, 체제결속의 수단으로써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애석한 점일테지요. 그럼에도 거기서 좌절도 하고, 행복도 느끼는 현순이와 송연이를 보면, 여러생각이 들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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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굿바이, 평양>, <어떤나라>는 모두, 우리와 같은 평범한 북한, 혹은 조선족의 이야기들로 그려집니다. 평범하단 이야기는, 우리만큼의 생활수준이 아니라 우리가 북한하면 떠올리는 '기아'와 '아사'가 전면으로 부각되지는 않는단 얘기죠. 그래서 이 영화들은, 북한에 대해 어떤 동정이나 연민도 강요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이 영화들은 많은 북한사람들이 처한 최악의 현실을 반영하지는 못할테지요.) 다만, 우리처럼 여러 성향의 사람이 존재하고, 이념너머 순수한 약속을 존중하며, 어떤 일에 대해서 (비록 그 근거는 다르더라도) 자긍심을 느끼고, 평범한 일상의 행복에 감사하기도 하며, 때로는 불가항력적인 헤어짐에 안타까운 정서를 이야기 합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두만강'을 연출한 장률 감독의 말처럼) '북한주민' 또는 '조선족' 이라는 단어들을 통해 일반화된 개념으로 그 사람들을 한데묶어 바라보는게 아닌, 김씨, 이씨 등의 우리와 같은 한 개인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적어도 한가지는 건져오신 것이라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이 영화들을 보고 그동안 제가 바라봤던 북한에 대한 시선과, 바라보아야 할 북한에 대한 시선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한편의 영화를 즐겁게 봤다면 그것은, 일정한 돈으로 시간을 잘 쓴것 이겠죠. 하지만, 극적인 요소나 화려한 영상미는 여느 영화들에 비해 조금은 부족할지라도 영화관을 나왔을 때 어떤 깊은 울림과 고민을 안겨주었다면, 그것은 일정한 돈으로 시간을 잘 쓴것이 아니라, 돈과 시간으로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얻어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얻은 것. 곧, 어떤 성찰에 대한 투자가 되는게 아닐까요.

참고적으로 덧붙이자면, <두만강>은 눈쌓인 두만강 인근 마을을 매우 빼어나게 담아내며, 상업영화에도 뒤지지 않는 반면, <굿바이, 평양>은 영상면에서 상대적으로 조금 아쉽더군요. 이것이 장점은 아니겠지만, 날것 그대로의 평범한 북한 주민의 일상을 담아내는데는 적절했고, 또 그럴수밖에 없던 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영화에 집중하는데 특별한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니었구요. 다만 상업영화를 많이 봐오신 분들이라면 조금은 감안하고 봐주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디지털로 개봉된 곳도 있긴한데, 그쪽은 제가 보질 못해서 말씀드릴수가 없겠네요. 좀 더 낫지않을까 생각합니다만, 개봉관이 드물군요.)

상대적으로 개봉관과 적고, 일정이 짧기 때문에 혹시 관람을 계획하신 분이라면 서둘러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두만강>은 그래도 좀 수월한 편이지만, <굿바이 평양>같은 경우는 <두만강>보다 먼저 개봉하기도 해서 상영일정이 많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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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io 2011-03-23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한국사람..... 참 의미있는 제목이고, 글 역시 매우 좋네요^^

기다리는 자 2011-03-25 23:05   좋아요 0 | URL
글솜씨가 부족해서, 각각 영화들의 특성을 제대로 뽑아내질 못했네요. 좋은 영화들인데.. 공통점만 이야기한듯.. 느낌은 완전히 다른 세편의 영화인데 말이죠! 조금 수정해보려구요. 그럼에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novio 2011-03-31 18:06   좋아요 0 | URL
당첨, 축하합니다^^

기다리는 자 2011-04-06 23:01   좋아요 0 | URL
부족한글 응원해주셔서 좋은 결과 나왔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전출처 : 기다리는 자 > <런던보이스>이상은 작가와 함께하는 피나바우쉬의 댄싱드림즈

<런던보이스> 이상은 작가 와 함께하는 피나바우쉬의 댄싱드림즈 


(2011. 03. 14)
 



어쩌다보니.. 10분 가량 늦게 도착한지라, 영화는 이미 시작된 후 였습니다.  

 

피나바우쉬의 댄싱드림즈 

영화소개 (네이버)

현대 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쉬와 평범한 10대 아이들이 만들어낸 기적의 무대가 시작된다!
2008년, 세계적인 안무가인 피나 바우쉬는 무용을 배워본 적이 없는 평범한 10대 청소년들을 뽑아 남성과 여성의 사랑의 감정을 독특하게 묘사해낸 그녀의 대표작 ‘콘탁트호프(Kontakthof)’를 공연하기로 결정한다. 아이들은 춤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무용가로 평가 받는 피나 바우쉬와 무용에 문외한인 10대 아이들의 몸짓이 만들어내는 기적의 무대가 스크린에 생생히 펼쳐진다.


예상과는 조금 다른 영화였습니다. 일단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띄고 있었죠. 그래서 이 영화는 사실, 피나바우쉬의 유명함이나 위대함, 혹은 열정적인 공연무대를 보여주는게 아닌, 평범한 10대 아이들이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춤을 통해 타자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의 다큐멘터리 입니다. 춤을 통해서 웅크린 자신을 일으켜세우기 위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살과 살을 맞대며, 나아가 춤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서, 타인앞에서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이지요. 아이들은 그런 과정속에서 선율과 몸짓을 이해하고, 서로의 우정을 돈독히 합니다. 무엇보다도 언어보다 앞서는 몸의 언어를 체득함으로써 좀더 진실하게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을테죠. 다큐멘터리형식이라 어떤 영상적인 화려함보다는 포장되지 않은 순수한 그들의 모습과 피나바우쉬를 통해 배우고 체득하는 과정이 중요히 다뤄지지만, 마지막 공연은 좀 더 보여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던..   

 


<본격적인, 이상은 작가와의 만남> 

어쨌든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은 이상은씨와 소통을 시도합니다.
(아래 소개될 대화는 본의아니게 생략, 왜곡, 늬앙스의 변화가 있을겝니다.)
 
피나바우쉬의 댄싱드림즈가 끝났을 때, 어쩌면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주는 것은 위로의 말이 아니라, 진실된 몸짓과 선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타인에게서 정말로 읽어내야 할것은 어떤 한마디가 아니라, 몸짓에서 흘러나오는 진심이라는 것을, 소통하기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것은 포장된 언어가 아니라, 꾸밈없는 몸의 언어란 것을 생각하며.. 이상은 작가님을 맞이합니다.
 
먼저, 전문진행자 못지않은 입담을 자랑하시는 북노마드 대표님의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물론 당시, 실제 진행의 시작은 아닙니다)

 
"이상은 작가의 책은 각자의 상처를 가진 일반인들에게 멘토가 되어주며,
(이상은 작가는) 그런 독자들을 치유해주는 저자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은 작가의 런던이야기


"20대때 런던에 처음갔을때, 거기서 미술을 배웠는데 가봤더니 고3코스 였어요. 유학생들이 '언니도 시험쳐봐라' 해서 시험도 봤어요. 기숙사도 괜찮았구요. 어쨌든..그 후에 한국으로 들어와서 '비밀의 화원' 수록된 음반을 만들었고, 부모님께서 '여행을 다니는건 좋지만, 돌아와서 한국에 있어라' 해서.. 지금까지 한국에 있다가, 한번더 런던을 가보고 싶었어요"

(이전에 일본에서 펫샵보이즈의 프로듀서와 함께 음반작업을 했던적이 있었는데, 스테프들이 영국인들이라서인지 좋은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악을 먹으며, 그때 경험한 영국적 시스템을 통해 그들이 사는 영국과 런던에 대한 환상을 가졌었는데, 막상 자비로 런던에 갔을 땐 아무래도 그때보단 못했다고 하시더랍니다.)
 
 
"여행기를 만들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읽는사람들 입니다. 읽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가 중요해서.. 말하자면 예술가로서의 근성이 없다고나 할까요!?^^ 쉽게 말하면 '신인의 자세' 라고도 할 수 있겠고.. 음악을 만들때도 처음엔 '어떻게 보일까' 하기도 했는데, 그런걸 보면 아직 글에 관해서는 때묻지 않은게 아닌가..^^;"

"그래서 처음에 막연하게 도움이 되야된다는 생각을 하다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야될까 생각해보니, 런던에 안가본 20-30대 여자분들.. 아니 그보다는 외국에 갖다오는게 조금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을 해서, (런던에처음 가보는)친구 두명을 데리고 갔습니다. 한명은 홍대에서 사는 목소리 작은 동생, 한명은 저와 같이 일했던 친구.. 혼자갔을때에 얻은것도 있지만, 런던에 가보지 않은 친구들을 데리고 가면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러므로인해 안가본 입장의 사람들의 이야기또한 다룸으로써 위에 언급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것이란 생각을 하신것일테죠.)


이상은씨의 말씀이 대략적으로 끝난후에, 대표님께서 (필기하고있는) 저를 보시며.. (제쪽을 보시면서 물어보시길래 처음엔 '설마 나겠어' 했습니다만.. 설마는 역시더군요.
 
대표님 : 혹시, '알라딘'에서 오셨나요? 인터넷 최고의 서점 알라딘! 실제로 책이 출간됐을때 여행 분야, 메인 탑에 올려주셔서.. 더 잘됐던..(좌중 다소 웃자) 아, 웃으시면 안됩니다. 영화속 대사처럼 우리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합니다. (영화속에서 피나바우쉬가 지도하는 도중에 그런 얘기를 합니다^^) 

알라딘에서 행사 당첨되서, 알라딘이 보내준 건 맞는데..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순간 멍하더군요. 그래서 "알라딘에서 온건 맞긴한데.." 라고 했었는데, 왠지 '알라딘에서 온 기자'로 보였을 것 같은 대답이었습니다.^^; (아무튼 행사장에서 이렇게 간떨리긴 처음이었네요)

대표님 : 이상은씨가 일본과도 많이 관련이 있으셔서.. 오늘 만나기전에도 일본의 대참사를 보며 이렇게 이날 즐거울 수 있는게 행복한거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며, 이상은씨께 일본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지만... 시간관계상..(생략하겠습니다.ㅠㅠ) 

이런 저런 얘기를 잠시 두런두런 나누고, 독자들의 궁금증에 대해서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질의응답 시간

(대표님께서 미리 준비된 독자들의 질문을 읽어주시고, 이상은씨께서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

 

첫번째 질문,

대표님 : '자유로운 영혼', '보헤미안'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상은 작가님. 아프리카 같은 오지나 인도 등이 아닌 런던으로 정한 이유... 는 좀전에 말씀해주셨고..

이상은님 : 아휴, 위험한 곳은 무서워서 못갑니다 ^^;
   


두번째 질문,

 
대표님 : 화이트데이와 어울리는 질문이네요. 지금 사랑에 빠져계신가요? 아까 사탕 못받으셨다고 하셨죠?^^;  

(이날 실은, 북노마드대표님께서 미리 이상은씨께 사탕을 준비해서 드렸습니다.)

이상은님 : 이런 쓸데없는 질문을!ㅠㅠ

대표님 : 아, 그래도 저희 독자가 될 수 있으니깐..

이상은님 : 아 네! 좋~은 질문입니다^^!!

 

세번째 질문,

 
대표님 : 이상은작가님, 어떤 남자라면 결혼하실 건가요?

이상은님 : 수녀나 성녀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그런거에 관심이 없는것 같아요, 많이...그게 멋있다고 생각해요.^^;;

  

네번째 질문,

 
대표님 : 골든디스크 애청자입니다. (11시에 라디오를 듣는다는건.. 하시는일이 궁금한데요..^^;) 이상은씨에게 라디오는?

이상은님 : 원하는 답을 얻기 힘드실지도 모르는데...^^;;  어느날 어떤 어머님이 자식보다 낫다고 하시더라구요. 왜냐면 매일 같은시간에 나타나니깐, 챙겨주고, 위로의 말도 해준다고하시며... 그때 많이 놀랬습니다. 사람들한테 힘이되는구나 하는걸 발견하고선... 처음엔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도 힘들지만ㅠㅠ) 음악이나 책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 저의 말도 안되는 헛소리가 도움될수있다는 생각을 안해봤었거든요.. 그래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대표님 : 실제로 혹시 그시간에 윤상꺼 듣는분? 91.9 기억해 주시구요 ^^;

 

다섯번째 질문,

 

대표님 : 나는 가수다 보세요? 출연하실 생각은? 97년에 잠깐 일때문에 캐나다에 갈때 챙겨갔던 유일한 테잎이 이소라씨의 '바람이분다' 였는데.. 이제 벌써 시간이 훌쩍.. 이상은씨도 담다디부터 비밀의 화원까지..(많은 명곡들이 있으시니깐..)

이상은님 : 아, 네, 섭외가 들어온다면 출연할 생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상은님이 아닌, 이상은님의 팬분이 노래도 불러주셨습니다.^^; 그렇게 마지막의 분위기는 한껏 흥겨워졌지요. 

 

※ 끼워넣기 - 북노마드 대표님의 농담 혹은 진실(!?) 

이상은님 : "여행을 마치고선, 책이 나오는데만 2년이 걸렸어요."

대표님 : "죄송합니다. 제가 혼자 일하다 보니..(늦어졌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질문답변 시간이 끝나고 대표님께서는, 
 
"이상은의 <런던보이스>, <삶은 여행>, 북노마드는 우리에게 위안과 치유와 믿음을 주는 이상은씨와
 계속해서 백발이 될때까지 음악과 여행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라고 솔직하게 고백해주시며, 자리를 옮겨서 상영관 밖으로 이동합니다.  

 

 (사진출처 : 문학동네) 

그리고 상영관 밖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싸인을 해주시고, 포토타임을 가지며, 자리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

이렇게 가수이자, 작가이신 이상은씨와 (영화와 함께하는) 두번째 만남을 마쳤습니다. 음악과 춤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에 관한 영화를 보고, 이상은 작가와 이야기 하는 것은 어쩌면, 짧은시간에 다 할 수 없는 그녀의 음악이야기를 어떤면에서 대신해주는게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술이 어떤 형태를 띄던간에, 그것들을 세상에 내놓는 창작자들은 항상 사람에 대해서, 사람을 향해서 고민할테니깐요. 혹은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종착점이 되는 곳일테니깐요. 그런면에서보면 시대를 막론하고 존레논, 피나바우쉬, 이상은 은 닮은꼴 일테죠.

가수로서, 작가로서, 라디오 진행자로서 많은 사람들을 치유해주고 보듬어주는 이상은님과의 만남은 그렇게 마무리 됩니다. 가수로서 하지못했던 이야기를 라디오와 책을 통해서, 또 책을 통해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이렇게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서 짧게나마 들어보고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그녀의 '치유하는 음악', '치유하는 글', '치유하는 대화' 가 언제까지고 계속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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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리뷰 - 이별을 재음미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 책 읽기
한귀은 지음 / 이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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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기도 한 연인들을 위한 날 중에 하나인 화이트데이. 그 즈음 나는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이 책을 읽고
집에서도 이 책을 읽는다. 책등아래 지하철의 긴 의자에는 남자한명을 제외하곤 연인들끼리 속삭이며 웃었다.
언젠가 봤던 우스갯사진을 보고선 피식하고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그 웃음엔 침전물이 섞여있었다.
책을 펼치고서도 쭈볏했다. 그들이 이 책을 보면, 무슨생각을 할까.

그때의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데서 오는 서글픔이었을까 아니면,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데서 오는 자괴감이었을까. 절대적 진리는 그 어디에도 찾기 힘들겠지만, 어렴풋하게 이별이라는 안개속을 더듬어 가는 일. 이별한 누군가를 애타게 찾아 헤맸건만, 거친안개의 끝에서 비에 흠뻑젖은 자신을 발견하는 일. 이책은 그것을 위한 책이었다.

 
프롤로그에서 한귀은 작가는 세상의 사람들을 단 두가지로 정의한다.

"이 세상 사람들은두 종류로 나뉜다. 실연당한 적이 있는 사람과 실연당한 적이 많은 사람."

실연이라 함은 명사로써 연애에 실패한 사람 이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실연이라는 것은 고작 이별의 테두리 안에 있을뿐이다. 이별이라는 단어를 실감하고, 그 단어가 지닌 무게를 알고나서 굳이 남녀간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수많은 것들과 이별하고, 멀어지고, 흐려지게 되지 않는가.

이 책은 총 32편의 문학작품을 가지고 그들의 이별을 진단하고 나아가 독자를 진단하는 책이다. (가끔은 영화도 언급된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크게 두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이럴 때이다.영혼의 치유 장소인 '책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할 때. BC1300년경에 책이 있는 곳, 도서관을 '영혼의 치유 장소'
라고 부른 사람은 이집트의 람세스 2세였다. BC 300년경 고대 그리스 도서관 입구에는 '영혼을 위한 약' 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책 테라피, 문학 테라피, 라는 말도 책과 문학, 그것이 갖는 치유의 능력을 나타낸 것이다. " (12P)

"어쩌면 당신의 연인은 독특한 책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불행히도, 그 책을 읽을 줄 모르고 품기만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은 자기 자신조차도 하나의 책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연인에게 읽힐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이별한 자는, 파지가 몇 장 섞인 불안정한 책이거나, 시인 기형도가 말했듯이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인' 책일 것이다. 이제 당신이라는 책을 다른 책의 힘으로 다시 편집하고 제본할 차례이다." (13P)


이 외에도 왜 책이어야 했는지, 독자들이 그간 인식하고 있어도 언어로는 풀어놓지 못했던 이유들을 설명하고, 그 근거로써 32가지 문학작품을 제시한다.

 

배수아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자신의 이미지를 매력적으로 각인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상대의 '지금 여기'의 상태를 이해하려고 하고 그 상태가 말하는 바대로 응대하는 것에 가깝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존재들이 타자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타자의 언어와 몸짓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정이현 [낭만적 사랑과 사회]

 연인은 신비의 장소이다. 우리는 그 연인에 대한 탐험가가 되어야한다. 그래서 이 세상 모든 연인들은 이미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그/녀에게 적용하는 사라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것, 아무도 모르는 것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다.
 

전경린 [물의 정거장]

 결국 "나는 너를 사랑해." 라는 문장에는 그것이 지시하는 직설적인 의미보다 더 강하고 절실한 욕망이 짙게 배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간혹, "나는 너를 사랑해."  라는 고백을 들을 때 순간 불편해지거나 두려워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성복 [남해 금산]

 애도는 어렵다. 어쩌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후기 프로이트는 <에고와 이드>에서 실연 후 발생하는 우울증을 병리적이거나 정신적인 질병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이별한 모든 자아는 우울증적이라고 말했다. 떠난 연인은 내 자아 안에 다시 자리잡는다.

 단언컨데, 누구라도 헤어진 연인을 완전히 잊지는 못할 것이다. 잔인하지만, 애도는 오랜시간 공회전만 한다. 애도해도, 애도해도, 애도는 끝나지 않고 영혼의 에너지를 조금씩 갉아먹는다 (...) 우리는 수많은 이별에 대한 애도의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하여 더 사랑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오래전 우리가 겪은 이별의 애도를 위한 것이다.

 


이 책은 서문에서 작가가 밝혔듯이,

이 책은 이별의 과정을 극복한 어떤 성숙한 사람이, 이별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 그러나 마침내 '애도'와 '희망'을 말하는 장에서는 점차 자존감을 회복하는 듯한 고요한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어쩌면 책 제목이야 말로 매우 적절하면서도 솔직하다. 이별에 관한 리뷰. 좀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여러 작가들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이별에 관해 리뷰하는 책이다. 심지어는 독자들이 이별을 중심화두로 생각지 않았던 책들에게서 까지 이별을 꺼내놓는다. 그래서 여기 32가지의 이별들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게 거미줄처럼 엮이어 있다. 그래서 때로는 그것들이 파편적으로 흩어져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목차대로,

1. 이별의 전조와 실연의 정황
2. 부정과 슬픔의 정황
3. 사랑에 대처했던 우리의 자세
4. 분노하고 애도하라
5. 사랑을 말해본다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이별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이별, 가공된 이별까지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게된다. 그래서 그 거미줄 같은 이별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탐색하게 된다. 거미줄이 그 복잡함만큼이나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모든 사랑과 이별이 제각각 이듯, 각각의 이유와 변명을 갖고 있듯, 닮기도 하고 닮지않은것 같기도 한 이야기들은, 종국엔 모두 그들의 이야기이도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 이기도 하고, 나아가서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게된다. 그래서 나는 한 목차의 책에서 발견한 이별이 다른 목차의 책에서도 발견되는 것을 느낀다. 

 때론 조금 위험함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읽지 않은 책들의 이별리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미리 그 책을 읽었다면 한귀은 작가의 이야기를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가끔은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용어들을 바라보며, '이별의 인문학' (이란 단어가 있다면) 같은 책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인문학이 어떤책인가. 처음엔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내려놓고 난 후에는 그 묵직한 지식과 지혜에 스스로가 감탄하지 않은가? (오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말 시중의 다른 인문학책처럼 어려운건 절대 아니다. 그저 어떤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을 뿐) 이렇게 느낀바대로 나에게 이책은 사실 그렇게 친절하지만은 않았다. 아마 여타의 이별에세이보다 전문적인 지식들이 동원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다소 어려웠다는 것은 그동안 너무 쉽게 바라봤던 것임을 증명하는건 아닌지. '이별'이라는 것은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절박한가' 의 문제일 것이고, 그러므로 쉽게 바라보든 어렵게 바라보든 그 모든이의 이별은 가치있다. 다만 누군가는 이렇게 감성으로서의 이별이 아니라 이성으로서의 이별을 얘기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이성을 거치고 다시 감성으로 들어가면 한뼘 성장해있을 것이다.

 여타의 이별치유서와는 조금 낯선 이 책에서 더욱 진한 향을 느낀다. 리뷰된 책들을 미리 읽어봤더라도 그정도로 깊게 들여다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언젠가 그 리뷰된 책들을 다시 읽어볼때, 나는 좀 더 성숙한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모든 이별과 상처는 다르지만 같았고, 그렇기에 어렴풋히 이해할 수 있을테니깐. 어쩌면 그동안 '이별'이라는 화두를 너무 낭만적으로만 생각해왔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의 목적은 세상에서 너무도 만연하고 쉽게 언급되는 이별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 옛 문헌들을 언급하고, 프로이트를 인용했으리라. 사랑과 이별은 어느순간, 어느장소, 어느누구에게도 존재했던 순간이니깐. 

 사랑이라는 매혹의 향이 다하고, 이별이라는 껍질을 벗겨내었을때, 비로소 자신에 대해서 발견하고, 껍질을 이해하고, 향을 다시한번 음미하기 위해서, 좀 더 구체적이었을 필요가 있었으리라. 세속된 언어와 비유로는 고만고만한 이별 토닥거림 밖에는 안되는 것임을 인지했기 때문이리라. 아무리 '꿈이기를..' 하고 속삭여봐도 언제나 이별은 '현재'에 있었으니깐.

 많은이들이 언젠가의 눈부시게 행복했던 순간들의 대가를 치른다. 우리는 요금소에서 통행료를 지불하여야 한다. 누군가는 그런 대가 없이 종착지에 다다르기도, 그 길 중간에서 타인의 사고를 목격하기도, 혹은 당사자가 되어 영영 그 요금소에도 닿지 못하기도 한다. (물론 대가란 것은 다의적인 해석을 포함하고, 무리가 따르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사랑은, 아무 데서나 시작되고, 이별은, 어떤 곳이든 따라붙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랑에 대해서는 패자일 수 있지만, 이별에 대해서는 패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별은 순전히 내가 짊어져야 할 사건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 감당해야 할 일에, 내가 진다면, 그것은 자기 삶에 대한 태만이자 무능이기 때문이다.(270P) 

 이 <이별리뷰>는 우주라는 도서관에서 이별로 분류된 이야기들, 혹은 이별이 포함된 (사실상) 모든 이야기들을 해체하게끔 도와준다. 그렇게 그 대부분의 이야기들을 해체하고 있노라면, 자신의 사랑, 자신의 이별 그리고 결국은 자신 또한 해체됨을 느낄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자신에 대한 진실은 아니더라도, 그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확률의 상승을 도모할 수 있다. (진실이란게 있다면) 간혹 거기까지 멀리 돌아간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자신이 지나온 길의 풍경을 오롯이 담아왔다는 것을 알게해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이별에 대한 책이 아니다. 사랑에 대한 책이다. 이별은, 사랑으로 가는 가장 먼 길이기 때문이다.(2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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