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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본 것 - 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
하나 베르부츠 지음, 유수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7월
평점 :
이 책은 시간순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을 인터뷰 하여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컨텐츠를 보고 분석하고 사람들, 그 중에서도 유해컨텐츠를 분류하고 조치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다루기에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자신들이 보았던 유해 컨텐츠를 묘사하듯, 주인공은 자신의 삶과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끔 시각적이고 일상적인 비유를 무척 자주 섞어가며 설명합니다. 나아가 주인공의 회상들은 마치 우리가 주인공을 촬영한 컨텐츠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보통 우리가 이런 유해컨텐츠를 감수하는 사람들에게 궁금한 것들은 얼마나 자극적이고 잔인한 컨텐츠를 봤는지, 트라우마는 없는지 등등 일것이라는 것이 뻔합니다. 저 또한 그런 호기심이 가장 앞섰고, 이 책의 주인공인 케일리 또한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은 실제인지 허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런 부분을 묘사한 부분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딱히 등장인물들이 그것으로 인해 무척 강한 트라우마에 괴로워했다는 느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진 않습니다.
즉 유해 컨텐츠의 몇몇 사례가 묘사되지만 그것보다 중심이 되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고, 그것으로 인해 영향받는 그 감수자들의 모습과 변화 입니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 영향은 예상보다 격정적이지 않았습니다. 트라우마에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모습보다는, 일상에 조금씩 낯선변화가 생겨나거나 혹은 자신들도 인지하지 못한 채로 그들이 변화해버린 모습을 그려내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우리의 모습처럼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역시, 우리가 시청하는 컨텐츠가 우리의 삶에 조금씩 긍정 또는 부정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보통 경계하게되는 종류의 유해컨텐츠 -폭력적이건 잔인하거나 성적인 것- 를 통해 우리가 자극적인 것에 중독되는 것 만큼이나, 우리가 편협하고 아집만 남아있는 바보가 되는 것이 무서운 일이 될 것 이라는 것.
어쩌면 현재의 이 갈등의 시대는 정말 무서운 것이 어떤 것인지 증명해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네영카 를 통해 책을 지원받아 가이드 없이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