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밤의 약속
이진휘 지음 / 인티N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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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가족이나 연인을 간병하는 이야기.. 흔하지는 않더라도 현실에서 분명 끊임없이 존재하는 이야기는 분명하다. 온갖 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도 어렴풋이 기억한다. 영화나 드라마에도 있다. 어릴적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1리터의 눈물] 을 보면서도 많이 눈물을 그렁거렸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DVD 와 원작 책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아직까지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새로울게 없어 보였는데, 실제 인물들을 영상으로 보고나니 또 생각이 달라졌다. 글로만 느끼는 이야기가 아니라, 눈 앞에 실제하는 사람을 보고나니 마음이 또 달라지나 보다.

책을 읽기 전에는,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가까스로 의식을 찾았지만 온몸이 마비되어 전처럼 이전처럼 보통사람으로 살 수 없는 여자친구를 10년이 넘게 간병하는 저자에 대해 '여자친구를 간병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으로 견딜 수 있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마치 저자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것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처음 여자친구가 쓰러지던 날들에 대해 서술하고, 둘의 만남과 각자 -저자인 진휘 씨와 상대인 수경- 를 읽은 후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작가의 솔직한 고민들과 괴로움, 고백과 다짐들을 읽으며 나는 나의 오만한 예상이 이미 작가가 오래전에 했던 고민임을 알았다. 누군가가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을, 10년이 넘게 매일 밤 슬픔과 좌절 속에서 숱하게 했을 고민을 나는 단 10초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게 아닐까 하고 부끄러웠다.

이 책은 분명 놀라운 기록이고 기적이다.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없는, 먹는것부터 배변까지 챙겨야 하는 연인을 10년이 넘게 보살피는 것이 그러하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게 다가 아니라 거기서 시작한다.

이 이야기를 만나는 사람이 그렇듯, 왜? 어떻게? 에 대해 작가 스스로도 답을 찾고 헤매고, 다짐을 하는 과정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가 어떤 이였는지 묘사한다.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애정이 뭍어나는 두 사람에 대한 묘사는 대단한 어떤 사람이 아니라, 무척 매력적이고 멋진 사람에 대한 묘사다.

그들이 그런 일을 겪고, 희망을 갖고 치료와 재활을 시작하다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절망하고 좌절하고 또 거기서 어떤 사소한 몸짓들을, 희망들을 찾아 더듬더듬 나아가는 길. 거기서 저자가 느끼는 솔직한 생각과 고백들. 이 이야기의 특별함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어떤 어려움을 가까스로 극복해서 자신들의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더 좌절감을 갖기도 하고, 방황하고, 방법을 찾는 과정에 대한 솔직한 고백들이 이들이 여태껏 겪었던, 겪고있는, 겪게 될 미래를 목도하고 겸허하게 바라보고, 미약한 응원을 갖게 해준다. 그러니 이 책은 단순히 감동적인 이야기를 넘어선 너무나 치열하고 절절한 고백이었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인 샤갈의 그림을 보며 앞으로 나는, 여기 진휘 작가와 수경씨가 현실과 꿈 그 어디에라도 이렇게 마음껏 유영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꿈에서 마주한 아름답고 선명한 순간들을 현실에서 누리는 날도 언젠가는 찾아오겠지.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단순한 열망이 아닌, 원래 자신이 꿈꿨던 진짜 삶의 모습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여행을 즐기며,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영국 런던 거리를 누비며, 참담한 현실이지만 꿈이 있어 수경이 버틸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긴 밤의 약속 (1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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