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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영화들
이남 지음 / 미메시스 / 2025년 3월
평점 :
수많은 리뷰어들을 통해 '재밌는' 혹은 '꽤 잘 분석한' 리뷰들도 넘처나는 시대에 책을 통해 영화를 읽는 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영화가 주는 해답은 '한국적이고', '명확한 방향' 과 '집요함' 이다.
'사회학자 봉준호' 에 관한 책이라고 스스로 표명하는 이 책은 애초에 재미를 통해 '재미'를 보려는 책이 아니다. 정말 사회학자 봉준호와 그의 영화들에 관한 책이다. 세상에 수많은 리뷰와 분석을 통해 사회 와 봉준호와 영화들 의 관계는 사실 새삼스럽지 않은 접근이겠지만, 이렇게 '한국사회' 라는 시선을 통해 집요하게 파고들면서도, 샷바이샷 분석까지 망라하는 (특히 가장 최근작인 미키17 까지 아우루는) 작업은 분명 흔하진 않을 것이라 본다.
학술적인 접근과 유튜브에서의 시각/청각적 재미를 고려한 '리뷰'에 익숙해서인지 사실 집중력을 발휘하는데에 조금 시간이 걸렸다. 저자가 영어로 출간된 작품을 한국어로 다시 수정하고, 미키17 까지 포함시켜 출간한 이야기부터 담론별/작품별 파트를 나누기 전 사회학적인 관점을 통한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 부분 까지는 이 책에 적응해나가는 시간이었다. 약 50페이지 까지.
그 다음부터는 흥미와 속도가 붙는다. 거시적인 접근이 미시적으로 파고들며 사회적인 관점과 장르와 영화사적인 관점, 그리고 장면분석을 통해 흥미를 더해간다. 헐리우드 영화의 문법, 장르의 관습, 샷바이샷을 오가는 분석들을 통한 재미가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한국) 사회를 통한 시선을 중화시키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이 사회적으로 바라볼 여지가 많은 작품들이라고는 생각했었지만 이렇게나 구석구석 그 궤적이 남아있는 줄은 사실 잘 몰랐다.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리뷰들이 너무나 감성적,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초반에 다소 버거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지 사실 이 책이 집요하게 파고드는 '한국사회' 라는 렌즈를 통한 분석들도 흥미로운 (그리고 동시에 안타깝고 답답한)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이 책은 읽을수록 재밌어졌다. 초반에는 기대하지 못했던 재미다. 다소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내용들이 있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예술이 그렇듯 한 부분(장면)이 하나의 담론만을 가지진 않기에 충분히 용인할 수 있다.
한국사회속의 봉준호 감독 그리고 그 감독이 만들어 낸 작품들. 그 작품들이 역으로 봉준호 감독과 한국사회를 어떻게 비추고 담론을 만드는지 이 책은 집요하고 흥미롭게 펼쳐낸다. 그것들을 따라가다보면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깊게 보면서도, 또 한국사회적 맥락에서 넓게 이해하고 나아가 감독 봉준호와 사회학자 봉준호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서평은 네영카 를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
"이처럼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현실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범죄 스릴러 장르를 재편성하고 재창조해 내야 한다. 게다가 경찰이나 형사가 할리우드와 한국의 미스터리 영화 혹은 탐정영화에서 어떻게 다르게 묘사되는지 그 차이에 주목하는 일은 [살인의 추억]에 담긴 봉준호의 사회 논평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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