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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 누구에게나 너무 무서워서 친구나 사랑하는 이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이 있다. 너무 꼬여서 아무리 애써도 도려낼 수 없는 그런 비밀. 어떤 이들은 무시하는 쪽을 택해서 그것을 깊이 묻은 채로 무덤까지 가져간다. 워낙 감쪽같이 숨기기에 때로는 자기 자신도 그런 비밀이 있다는 것을 잊는다. - (본문중)
헨리 데이와 바꿔치지 않았다면 테스를 알지 못했을 테고, 자식도 갖지 못했을리라. 이 세상으로 돌아올 방법을 찾지도 못했을 테고, 어떤 면으로 파에리들은 내게 제 2의 기회를 준 셈이었다. (본문중. )
어린시절엔 억압되던 자유를 누리기 위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20대가 지나고 나면 자유는 얻었으되 책임이라는 짐을 어깨에 짊어져야한다. 결국 모든 나이에는 스스로 감당하는 나이만큼의 삶의 무게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성장하면서 내면의 자아를 만나게되고 그 속에서 방황하며 과거와 미래의 만남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이라는 점에서 정신치유적이며 선과 악의 판타지가 아니라 그 중간쯤의 진실을 예리하게 파헤친 매우 놀라운 소설이다.
읽는내내 몸에 부대껴 지는 진실처럼 생생했고 판타지소설의 요소중 한가지만 가지고 교묘하게 사실과 혼합시켜 실제보다 더 실제같은 스토리라는 것을 느꼈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는 구성 전체가 마법과 판타지의 요소라 읽다보면 다른 세상을 구경해보는 신비함과 참신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스톨른 차일드]는 성장스토리의 단지 장소만 다르지 충분히 있을만한 일들같은 익숙함과 진지함을 그려냈다.
즉, 이 책은 판타지와 성장소설의 중간인 새로운 장르다. 헨리데이는 '바꿔친 아이'다. 그는 파에리에게 납치되어 바꿔친 아이의 권리가 찾아오기까지 100년동안이나 기다린다. 파에리들은 몸이 자라지 않으며 신비한 능력들 몇가지를 가지고 있다. 얼굴생김새를 바꿀수도 있고 뼈를 늘이거나 좁은 곳을 통과할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에는 매우 큰 통증이 따른다. 그들은 세세한 소리까지 들을 수 있으며, 야생 동물들의 예민한 감각까지 가지고 있다. 어찌보면 '피터팬'처럼 평생 자라지 않으면 완전 좋은 게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파에리들은 일반 아이들이 부모에게 사랑받고 그러다 성장하게 되고 사랑을 하게 되며, 자신의 가정을 만들어 행복하게 사는 것을 동경한다. 그래서 파에리 멤버인 스펙은 엄마가 되는 기분이 어떨까. 하고 묻곤한다. 파에리들은 평생 자라지 못하는, 그래서 사랑도, 자유도, 자신의 의미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불행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어떻게든 '바꿔친 아이'가 되어야만 했고 이 관습은 몇백년이 지나도 많은 파에리들이 소수만 남은 가운데서도 간신히 유지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아이젤이 오스카를 납치해 '바꿔친 아이'가 되려고 했지만 결국 아이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파에리로 살것이냐, 바꿔친 아이로 살 것이냐. 아이로 영원히 살 것이냐, 어른으로 자랄 것이냐. 야생에서 살 것이냐, 문명으로 돌아갈 것이냐. 버려진 아이로 살 것이냐, 가정이 있는 곳에서 살 것이냐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아이젤의 머리속을 혼란스럽게 했고 결국 그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아이젤의 죽음은 '바꿔친 아이' '헨리데이'에게는 당황과 두려움을 안겨주었고 파에리들에게는 오히려 여태까지의 관습이었던 '바꿔친 아이'가 되려던 마음이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애니데이'와 바꿔친 아이 '헨리데이'의 만남이 있는 과정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알게 되기까지 많은 내면의 경험을 하게 된다. 30년이 지나는 기간동안 하루도 불안함을 버리지 못했던 바꿔친 아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아버지의 자살. 자신의 진짜 이름이 '구스타프'라는 것을 알게 되고 진짜 자신의 과거를 알기 위해 짚어가면서 가족의 불행사까지 알게된다. 바꿔친 아이가 자신의 자리에 들어와 구스타프 행세를 했을 때부터 그의 친형은 구스타프가 바꿔친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서서히 진행되고 만 불행의 그림자.
그 속에서 태어난 자신의 혈족인 브라이언과의 만남. 죄책감에 시달리며 불안하던 바꿔친 아이 '헨리데이'의 불행한 모습을 보게 된 '애니데이'는 이제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에도 너무 늦었지만 그동안 맺혔던 감정도 한 순간에 풀게 된다. 두 사람의 만남과 화해속에선 찐한 감동과 해후의 만족스러움이 느껴진다.
자신의 진짜 이름이 '헨리데이'라는 걸 알게 된 '애니데이'와 자신의 과거의 이름이 '구스타프'였다는 것을 알게된 '헨리데이'.
다소 이야기가 장황하고 복잡할 수 있었지만, 용케도 헷갈려 오류를 범하는 실수 없이 완성도있는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 '키스 도냐휴'. 이번 작품으로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연출될지 무척 궁금하다. 그리고 키스 도나휴의 첫 멋진 '장편소설'의 만족스러움을 그의 차기작품에 다시 기대를 걸어본다.
< 인상깊은 구절 - "네 문제가 뭔지 알아? 훈련을 안 하는 거야. 훌륭한 작곡가가 되고 싶다고 하지만 한 곡도 쓰지 않잖아. 헨리, 진정한 예술은 '되고 싶다'라는 헛소리가 아니라 훈련이야. 그냥 음악을 연주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