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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매튜 메이 지음, 박세연 옮김 / 살림Biz / 2010년 1월
평점 :
서른 개의 바큇살이 바퀴통에 모여 있으나,
바큇통 복판이 비어 있어서 쓸모가 있고,
찰흙을 이겨 옹기그릇을 만드나,
그 한가운데가 비어 있어 쓸모가 있다.
문과 창을 만들어 방을 만드나,
안이 비어 있기 때문에 방으로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있음은 이로움을 위한 것이지만
없음은 쓸모가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 노자의 도덕경 - 15p
스푸마토(안개와 같이 색을 미묘하게 변화시켜 색깔 사이의 윤곽을 명확히 구분지을 수 없도록 자연스럽게 옮아가도록 하는 명암법)와 논피니토 기법(초벌 그림의 미완성 부분을 아틀리에에서 완성하는 기법)을 예로 들어가며 비어있음이 얼마나 우아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무언가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계발서같기도 하고 인문서, 혹은 심리학서 같기도 한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의 목적은 분석이 아니라 훌륭한 사례 제시를 통해 어떤 것이 더 우아한 아이디어가 될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아함에 이르기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여백, 비움, 생략을 통해서 완성품보다 더 고급스럽고 가치있는 완벽한 창조물이 만들어진다. 바로 이런 것들에 더해 구성 요소로써 대칭, 유혹, 지속성에 관한 여러가지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 우아한 아이디어이다.
사례로 제시된 프랙털, 끈 이론, 항아리 두개로 만드는 냉각 시스템은 매우 흥미롭다.
나일 강 수위의 변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일주일 동안의 변화가 백 년 동안의 추이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영국 해안선의 전반적인 형태가 특정 부분의 불규칙한 모양과 비슷하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만델브로트는 단계별로 유사한 패턴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인공적으로 만든 다양한 도형에서는 물론, 자연 세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확신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 낸 단어가 바로 '프랙털'이었다. 프랙털이라는 용어는 라틴어 'fractus'에서 나온 것으로, '중단된' 혹은 '파괴된'이라는 뜻이다. 프랙털은 '자연의 지문'이라고도 불린다. -80p,81p 정리
프랙털 연구를 바탕으로 이끌어낸 결과는 자연과 모든 현상은 불규칙한 모양의 규칙적인 패턴에 의해 만들어진 매우 신비한 세상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끈이론과도 연결될 수 있다.
끈 이론은 진동이라는 가장 작은 단위를 바탕으로, 기존의 상호 모순적인 이론들을 하나로 묶어서 가장 작은 것부터 가장 거대한 것까지 한꺼번에 설명할 수 있는 통합 이론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 65p
이 두가지 연구는 발상의 전환과도 연관이 깊다. 세상의 만물이 그저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패턴이 있다고 해서 신비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끈이론을 통해서는 더 발전된 심오한 사상을 만날 수 있고 뇌영역의 움직임을 활발히 할수도 있다. 이런 준비 자세로 말미암아 새로운 시각으로 우아함에 도달하기가 한층 쉬워지며 발상의 전환이라는 제법 어려운 과목에도 접근하기가 수월해진다.
[그림예시1]

- 17p
[사진예시2]
[그림예시3]


- 153p
다비드 상을 어떻게 조각했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대리석에서 다비드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다비드가 아닌 부분들을 깍아낸 것 밖에 없습니다."
[어린 왕자]를 쓴 생텍쥐페리는 이런 말을 남겼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쿠바 태생의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는 이렇게 썼다. "나의 작업은 작품 속에서 무거움을 없애는 것이었다. 나는 글을 가볍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 169p
이들 예술가들은 모두 최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만 창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창조를 하면서 평범한 아이디어라 해도 깍고 다듬고 없앤 후 최고의 우아한 아이디어로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작업은 쉽지 않다. 왜냐? 250P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에이브러험 매슬로는 "망치 밖에 없는 사람에겐 세상이 온통 못으로만 보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개인과 집단의 차원에서 비합리적인 편견이 치명적인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오늘날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을 지닌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주제 전문가'라고 부른다. 하지만 전문 지식이 때로는 우아한 해결책을 가로막기도 한다. 주제 전문가들은 종종 객관적이지 못한 인식 모형을 만들어낸다. - 250p 본문 정리
그렇다면 가장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가장 무식한 사람이라는 말인가? 물론 아니다. 공유 공간 설계자인 벤은 이렇게 말한다 "사물들의 움직임과 관련하여 우리들의 시도 중 가장 잘못된 점은, 우리가 합리적으로 여기는 것 대부분이 실제 관찰이 아니라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먼저 관찰을 한 뒤에 설계를 했더라면,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낼 필요조차 없었을 겁니다." - 255p 정리
본문정리를 통해 의문점과 그에 대한 답을 해보았다. 여기서 관찰이라는 것이 사실, 쉬워보이지만 제법 귀찮고 어려운 일이다. 관찰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매우 유심히 살펴보아야 하므로 피곤함이 뒤따른다.
동료인 왓슨 박사가 홈즈에게 범죄 현장에 도착하는 즉시 추리가 떠오르는지 물어보았을 때, 홈즈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도 확인하기 전에 추리를 하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질 수 있네. 사람들은 사실에 들어맞는 이론을 세우는 게 아니라, 이론에 맞게 사실을 고치는 나쁜 버릇이 있지." - 263p
여기까지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결국 이 책 속의 모든 내용은 끈이론으로 연결되어있다.
끈이론 - 생략 - 대칭 - 유혹 - 지속성 - 발상의 전환 - 관찰 - 우아한 아이디어
= 끈이론
끈이론으로써 우아한 아이디어에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멈춰 서서 바라보고 적절한 질문을 던질 수 있을만큼, 그리고 곧바로 결론으로 뛰어드는 인간의 본성을 제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아한 해결책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키플링의 시 한편을 제시한다.
내겐 성실한 하인 여섯 명이 있다네.
(내가 아는 모든 것들은 이들에게서 배운 것이다)
하인들의 이름은 무엇, 어디, 언제,
그리고 어떻게, 왜, 누구이다.
나는 그들을 육지와 바다로 보냈고,
동쪽과 서쪽으로 보냈다.
하지만 모든 일을 마친 후,
나는 모두에게 휴식을 주었다.
- 루디야드 키플링의 시 '아기 코끼리' 중 -
-273p
책 속에 있는 내용들이 모두 사례이고 아이디어들이다보니, 읽고 난 후 뭔가 가득찬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물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가질 때 좀더 발상적인 참신한 아이디어. 즉, 우아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지 알게 되어 뿌듯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계발서에 더 가까운 느낌이 든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최고의 법칙이라고 광고되어 있는 이 책이지만, 사실 실전에서는 많은 관찰이 필요할 듯하다. 책은 봄으로써만이 배우는 것이 아니다. 실천이 바로 진정한 배움이다.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좀더 생산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면 이 책은 그만큼 실력을 발휘한 것이다. 하지만 가치관을 바꾸는 데 일조한 것만큼만 해도 제법 가치가 있는 책으로 인정될 수 있을것이다.
제일 뒤편에 프롤로그로 짜여진 각주 부분에는 본문 자료에 관한 참고자료와 함께 참고 사이트까지 나와 있으니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한층 재미를 업그레이드 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