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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평점 :
미국을 비롯한 서강세력이 19세기까지 식민지를 통해 땅을 넓혀 세력을 확보하는 영토전쟁을 하는 동안 그들은 제국주의신념과 산업사회를 거쳐 자본주의의 선두로 앞장서 가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그 시대에는 세력이 컸던 소련은 사회주의 진영으로 서구 열강끼리도 두파로 나뉘게 되었다. 19세기의 대표적 서양의 이념은 아마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나 사회주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 또한 서강세력이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지를 놓고 연구를 한 끝에 자기네들이 아시아를 식민지화하는 대표나라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그렇게 일본의 식민지나라에 포함되게 된 한국은 일본이 미국의 권력에 밀리면서 다시 미국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중국에서 그 시절 대표적인 사상으로 모택동이라 불리우는 사람에 의해 '문화혁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면 대한민국에선 남한은 미국의 손에, 북한은 소련의 손안에서 딱히 사상 때문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사상이라는 명분을 세워 서로를 믿지 못했다.
1950년대는 6.25가 터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김구' 선생에 의해 통일의 희망이 있었지만 결국 남과 북은 다른 나라의 이간질과 비슷한 개입으로 인해 형제끼리 오해하게 되고 같은 민족끼리 증오하게 되었다.
요네하라 마리의 '마녀의 한다스'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김씨의 말 중 - "독일은 점령받을 원인을 제 스스로 만들었고, 따라서 분단된 원인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있지요. 하지만 우리 조국은 아닙니다."
- 3천만 명 이상의 사망자에 4천만 명에 가까운 부상자를 낸 인류 사상 최악의 역사가 된 제 2차 세계대전을 계획한 것은 독일, 일본, 이탈리아였다. 연합군의 추격을 받고, 침략한 곳에서 철수하여 본국까지 쫓겨 들어가 항복한 독일이 전후 처리로 인해 점령당한 것은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반도는 1910년에 한일합방된 이래 세계대전때마저도 일본의 확장주의 침략전쟁에 희생되었다. 게다가 연합군은 일본을 점령했을 뿐 아니라 한반도까지도 점령 아래 두었다. 일본군 잔당이 아직 남아 있다는 이유로, 그 때문에 민족이 분단되어 버렸다. 한반도는 미,소군에게 점령당할 원인을 자초하지 않았다.(원인을 만든 것은 일본이다) 따라서 분단 원인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 101,102p
어쨌든 그렇게 갈라진 남과 북은 21세기 들어서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다.
'강남몽'은 한국의 변천사가 가장 많았던 '8090'시대 대한민국 시절을 시작으로 1950년대 이전 조선의 상황에서의 인물들을 살펴본다. 작가가 인물을 표현할때의 시선은 지극히 중립적이다. 친일파, 친미파등 기회주의자들은 상황에 맞게 유리한 고지를 따내어 시대의 권력파에서 편안하게 살아간다. 그런가하면 운동가는 언제 어느때고 죽을 수 있는 위태한 상황이며 남한에서는 빨갱이라 하여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죽는 일도 허사하다. 그런 그들에게 사상적 갈림이라 하기보다는 반대파를 골라내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뉘앙스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한에서 민주주의를 내세워 공산주의를 배척하지만 그 시절 남한의 어느 곳에도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는 실현된 적이 없었고, 북한 또한 마찬가지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를 훑어낸 부분 어느 것도 '강남몽'에서 발견할 수 없다는 자체가 작가가 시대의 모순을 찝어낸 일부러 준비해놓은 도구가 아닐까.
그럼으로 우리는 책속의 인물 자체를 보며 100% 비판하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기회주의자를 비판하기 전에 먼저 시대상황에서 그들 나름의 고충과 살아남기 위한 수단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특정 인물들을 통해 시대가 변하는 모습들을 드러내면서 그 시대 때문에 변변찮이 가난의 바닥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그 시대 때문에 권력과 돈을 잡은 자들을 보여주면서 삶의 바탕과 내부의 욕망들을 표현해낸 '강남몽'은 이 모든 것이 자리잡게 된 배경을 시사한다.
마지막에 백화점이 무너져서 살아남은 단 한 사람은 '정아'였다. 그녀는 백화점 직원이었다. 가난하지만 성실한 부모와 장애가 있는 동생을 두었지만, 가난한 것 빼고는 걱정이 없어 행복했던 가족. 정아는 동생에게 '휠체어'를 사주고 싶지만 그것이 너무 비쌌기 때문에 좀더 돈을 벌어 모아서 사주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건물이 무너져 그 밑에 깔려 있을 때 그녀는 얼굴은 보지 못하지만 '박선녀'의 목소리와 만나게 된다. 그녀와 죽음이 가장 임박한 상황에서 주고 받는 이야기는 역시나 가족 이야기다. 재력이 있는 선녀는 '정아'의 이야기를 듣고 구출되면 자신이 그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고 하지만, 막상 건물 밑에 깔린 그녀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뿐더러 자신부터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할 판이다.
그런 박선녀에게 정아는 말한다. '사모님이 다 해주실 수 있단 말씀 다신 하시지 마세요.' - 338p
'강남몽'의 마지막 장면은 그 모든 권력과 돈을 가졌단들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건물들의 잔해 속에서 살아난 생명에서 일깨워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작가는 '정아'라는 인물에게서 희망과 해피엔딩의 틀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