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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망치 - 2005년 일본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ㅣ 블랙 캣(Black Cat) 10
기시 유스케 지음, 육은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젊은이란 어느 시대에도 어쩔 수 없는 모순 덩어리이지요.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으리만큼 폭발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는데도 몹시 상처받기 쉬워, 어른이라면 견딜 수 있을 어렵잖은 일로 바스러져 버리기도 하죠. ... 마치 유리로 만든 흉기처럼."
"그럴지도 모르죠. 그러나 문제는 유리로 된 망치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겁니다." - 460p
모든 곳에 CCTV가 달려 있고 비상구를 벗어나면 경비실에 있는 경비원의 눈을 피해갈 수 없는 빌딩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일명 '밀실 살인사건'. 사장실에 있던 사장이 죽자 그 옆방에 있던 전무가 의심을 받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작 그는 그 시간동안 잠에 빠져 있었으므로 무죄를 주장한다. 마침 비서는 그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말한다. 그러나 그 증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변호사 준코는 그의 결백을 풀기 위해 도둑이 더 잘 어울리는 듯한 열쇠전문가 '에노모토'를 부른다.
먼저 '에노모토'와 '준코'가 실마리를 잡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으로 전반부를 채운뒤, 후반부에는 다시 새로운 인물의 전후사정에 의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친이 빌린 돈 때문에 사채업자로부터 쫓기게 된 '아키라'. 그는 자신을 감추기 위해 모르는 사람의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를 가지고 자신의 사진으로 주민등록증을 만든다. 새로운 신분으로 자신을 감추었지만, 사채업자를 상처 입혔던 터라 신변에 위험을 느껴 지역을 바꿔가며 도피생활을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가짜 신분으로 살 수만은 없었던 아키라는 위험한 결심을 하게 된다.
우선, [유리망치]는 구성만큼은 뛰어난 편이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두 이야기 속에서 각자 풀어가는 실타래를 붙잡고 글을 읽다보면 서로 맞아 떨어지며 맞물리는 작용들에서 작가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결과적으로 유리창 자체를 드러낸다는 부분은 상상이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너무 피곤한 범죄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이 책의 매력은 아무래도 풀어나가는 방식과 구성세트가 아닐까 생각된다.
김전일과 코난 같은 추리만화가 생각나게 하는 <유리망치>는 만화와는 또다른 소설만의 추리적 재미를 지니고 있다. 다소 중간중간 너무 설명을 길게 빼 지루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추리면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작품이다.
1+1=2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1+1=창문 이라고 하는 사람이 이 책을 더 재미나게 보지 않을까. 내 기준으로만 놓고 보자면 재미로는 완전 만족스럽진 않지만, 방식과 구성면에서는 싫지 않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