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즌 빈스 블랙 캣(Black Cat) 12
제스 월터 지음, 이선혜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전과기록도 없고 운전면허증도 없으며 이름 조차 정확하지 않은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법을 지키며 사는 시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악한이라고 볼 수도 없다. 자기 자신을 ’투명인간’이라 칭하면서 만일 스스로 원한다면 완전 새로 태어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16세 이후로 투표권을 잃었다가 36세가 되어서야 새로운 이름과 신분으로 투표권을 지니게 된다. 한번도 투표조차 해보지 못한 범죄자. 그런 그에게 투표권이 생겼을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나라의 시민으로써의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이 모든 건 증인 보호 프로그램이라는 소재로부터 시작된다.

 영화 시나리오를 목적으로 이 책을 썼다가 다시 소설용으로 바꾸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듯이 책을 읽다보면 영화 이미지가 떠오르는 듯하다. 뉴욕의 뒷골목 배경의 마약, 매춘, 범죄자들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한 이 책을 보면 영화 ’아이 러뷰 유 뉴욕’에서 보여준 밝은 모습의 뉴욕과는 상반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부패한 도시의 모습과 가장 사랑과 활기가 넘치는 모습의 도시의 모습이 같은 도시라는 것이 어째보면 아이러니스럽듯이, <시티즌 빈스>에서 또한 주인공의 투표권을 가지지 못한 존재감 없는 과거의 모습과 투표권을 가진 투명인간과 비슷하지만 존재감 있는 현재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아이러니를 발견할 수 있다.


 이야기 중간 중간 살인이 일어나고 형사가 등장하고 마피아까지 나와 이야기가 얽히고 섥히지만 그런 이야기들로 이 책을 구성했을지언정 알맹이는 빈스를 통해 범죄자의 존재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악과 선의 대립이 아닌 회색들의 대립을 엿볼수 있다. 그 속에서 정치가와 정부, 법에 대한 글쓴이의 비판적인 시각을 추가로 읽을 수 있다.


 스릴러나 추리보다는 한 인간을 통해 이어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존재에 대한 사념적인 소설이 이 책을 소개하기에 더 어울리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만일 내가 두번째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편집오류 - 273p(이 페이지 두번 있습니다)부터 288p까지 한번 더 반복됩니다. 편집오류가 좀 큰 듯. 한장이 아니라 제법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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