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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의 시대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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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리비안의 해적이 코믹판타지라면, '해적의 시대'는 '리얼드라마'다. 작가 '마이클 클라이튼'이 이 작품을 남기고 죽었다는 게 무척이나 안타깝다. 책의 표지 접힌 면에 있는 재미나고 장난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사진을 보노라면 그가 더이상 작품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쥬라기공원',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라는 영화를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게 봤지만, 작가에 대한 상식은 없었는데, 그가 바로 '마이클 클라이튼' 이라는 사실에 내심 반가움과 놀라움이 교차됐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 흥미를 느끼긴 했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고 보았었다. 그런데 몇장몇장 넘길수록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었다. 특히 눈에 띄는 인물. 처음부터 왠지 주인공일꺼란 생각이 강하게 들던 '헌터'는 역시나 주인공인셈이었다. 물론 캐릭터마다 개성이 강해 모두가 주인공 못지 않은 카리스마를 풍기지만, 일단 모험 스토리라면 대표적인 주인공이 필요하다. 
 


 바람끼 강하고 장난스럽지만 험한 바다앞에서는 진지한 선장의 카리스마를 뽐내며 선원들을 이끄는 '헌터'는 영리한 머리와 남보다 뛰어난 통찰력으로 스페인의 보물을 찾으러 불가능한 시도를 시작한다. 헌터의 로빈후드처럼 사람을 잘 끌어모으는 매력 탓인지 목숨을 걸고 보물원정대가 되려는 인재들이 모이고, 그속에 남장을 한 '라쥐', 킬러이자 믿음이 가지 않는 '상송', '엔더스' ,'무어' , 화약을 잘 다루는 유대인 '돈 디에고'등을 대표적 인재를 모으게 된다.
 


 그들의 중심으로 헌터는 제임스 앨먼 총독에게 지원을 받아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소문난 카살라가 점령한 '마탄세로스'로 향한다. 그러면서 전설의 괴물 '크라켄'을 만나기도 하고 용의 입이라 불리는 장소에서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게다가 카살라에게 잡혔으나 상송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했다가 다시 스페인과 바다 위에서 해전를 벌이기도 한다. 마침 불어닥치는 태풍과 함께 바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들과 마주선 그들의 모험이 흥미진진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작가의 탄탄한 표현력과 상식이 비롯된 내공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혼돈의 시대, 뺏는자와 뺏기는 자가 존재하던 때, 해적의 모습을 밝은 모습으로 그려낸 '해적의 시대'는 재미와 스펙타클한 흥분을 맛볼 수 있다. 두번째 재미는 조금만 기다리면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화하는 것에서 영상미로 실컷 맛볼 수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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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 빈민가 아이들에게 미래를 약속한 베네수엘라 음악 혁명
체피 보르사치니 지음, 김희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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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내가 가족 중 한 사람이 음악인인 집안에서 태어났더라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엘 시스테마는 내게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 엘 시스테마는 모든 사람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아브레우 박사는 이 모든 사람의 아버지이다. 나는 진심으로 말할 수 있다. 아버지란 당신을 낳은 사람이 아니라 당신을 키운 사람이라고."  - 27p

 어릴 때 '천사들의 합창'과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면서 묘한 환상에 젖어들곤 했었다. 음악에 대한 동경을 하면서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것. 음악은 내게 그런 것이었다. 내가 살던 곳은 다중주택이었기 때문에 하나의 큰 대문에 각자의 집의 현관문이 달려 있었다. 그래서 옆집은 현관문 하나만 열려 있으면 같은 공간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옆집에는 나른한 오후가 되면 매일같이 피아노를 치는 여인이 있었다.

 나는 몰래 그 여인의 뒷모습을 본채 피아노소리를 들으며 오후 나절을 보내곤 했다. 지금 내게 남아 있는 기억이 과거에 일어났던 그 일보다 좀더 판타지스러울지도 모른다. 어쩌면 여인은 아줌마였을수도 있고 피아노소리는 그리 훌륭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것이 오로지 그곳뿐이었기 때문에 나는 처음 그곳에서 겪었던 경험과 느낌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어렴풋이 음악의 힘을 느꼈던 것 같다. 음악에 다가가고 싶었지만 형편이 안되어 다가갈수는 없었다. 대신 나는 그저 내 마음대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특별한 누군가만이 손댈 수 있는 것. 그것이 음악이었다.

 아브레우 박사가 한국에 있었더라면 한국은 원래 감정이 충만하고 작은 나라라 더 똘똘 뭉친 음악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베네수엘라가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들은 누군가 이끌어주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쉽다. 되물림되는 가난과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스스로 그 굴레에서 빠져나오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그 아이들을 모두 빛의 세상으로 이끄는 일을 상상해낼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라는 말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듯하다. 아브레우 박사가 바로 그 기적의 가능성을 믿은 사람이다. 그는 거리의 아이들의 손에 악기를 쥐어주었고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던 슬픔과 충동을 음악에 분출시키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이 더 감성을 틀어짜는 것같이 들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엘 시스테마 덕분에, 음악 덕분에 나는 완성된 인간이 되었습니다." - 44p 베이스를 연주했던 리차드 블랑코 우리베의 말

 음악을 통해 아이들은 행복해졌고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게 되었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경험은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 44p
 엘 시스테마에 들어온 소년 혹은 소녀는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지탱해줄 소중한 가치와 관계를 얻게 된다. 아이들은 여기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음악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예술적 표현은 아이가 자기만의 독특한 감수성과 내면의 확신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 129p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이며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며, 끊임없는 자기 확신이 그들을 목표에 다가가게 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은 오케스트라에 가족같은 소속감을 느끼며 더더욱 열심히 노력하고 자신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해간다.

 아브레우 박사가 시작한 이 프로젝트가 지금은 이렇게 큰 열매를 맺고 있지만 처음에만 해도 무모한 도전이라 일컫어지며 많은 사람들이 그 결과에 대해 별 기대가 없었다는 것은 그에게는 지금의 결과가 더 큰 놀라움과 성취성, 만족스러움을 가져다 주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내린 판단을 뒤엎고 기회를 꼭 붙들고 성공적으로 이어가는 자신들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에 예술적, 문화적 혜택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공헌을 했다. 이 혁명적인 프로그램은 아브레우 박사가 처음부터 분명히 했던 인간적, 교육적 본질 덕분에 한 나라를 내부적으로 통합시킬 수 있는 모델, 음악을 변화의 기본 도구로 삼는 사회적 모델을 만들어냈다. - 128p

 한장한장 넘기며 만나게 되는 엘 시스테마에 속해 있는 음악가들의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기회를 잡은 이가 그 속에서 의미를 찾기만 한다면 불우한 자신의 환경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비록 그것이 엘 시스테마에 속한 감동적인 이야기일지라도 이 글을 읽는 사람 모두는 자신의 인생에 빗대어 보며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가난과 관련하여 가장 참담하고 비극적인 일은 일용할 양식이나 거처할 공간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 아무것도 안 될 거라는 느낌, 존재감의 부재, 공적인 존중의 부재야말로 가장 비참한 일입니다." - 268p 테레사 수녀

 뉴욕의 교도소에 8년째 복역 중인 여죄수에게 "사람들이 왜 가난한 것 같나요?"라고 질문했을 때 이런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그 문제는 아이들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정신적 삶을 가르쳐야 해요. 가르치는 방법은 간단해요. 아이들을 연극이나 박물관, 음악회, 강연회 등에 데리고 다녀주세요. 그렇게 하면 아이들은 더는 가난하지 않게 된다니까요. 길거리에 방치된 아이들에게 도덕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말이에요." 여죄수가 말한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정신적 삶'이 뜻하는 것은 성찰적 사고 능력이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는 성찰적 사고 능력과 의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 269p
 
 
 희망을 가져보기도 전에 꺼지는 씨앗들이 얼마나 많은지 한시간만 세상을 둘러보아도 얼마든지 알 수 있다. 풍족한 물질적 삶속에서 평생 부족함을 모르던 사람은 비록 모든 걸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경험과 그 경험으로 인한 감동을 느낄 수는 없다. 힘들고 실패적인 경험들은 뼈저린 깨달음과 지혜를 가져다준다. 음악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시키는 일이다. 그러기에 그들의 녹녹하고 진실된 마음이 녹아있는 음악은 사람들에게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울림을 전해준다.

 엘 시스테마. 그들이 전해주는 음악선물이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며 희망의 씨앗이 번지고 있다고 들었다. 언젠가는 그 씨앗이 한국에도 상륙되기를 기다려본다. 또, 그것을 위해 개인 각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본다. 음악만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아브레우 박사가 했던 시도를 해본다면 이것이 바로 미래 발전의 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 기억에 남는 문구 (많은 글귀가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엘 시스테마의 매니저에게 '엘 시스테마'가 이룬 가장 큰 성취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에,
 "아브레우 박사는 베네수엘라의 모든 어린이에게 오케스트라에 속할 권리, 문화를 즐기고 인생과 직업에서 다른 가능성을 가질 권리, 음악의 빛과 지혜 속에서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볼 기회를 선물했어요." -108p

 "지칠수록 몸을 더 혹사시켜야 해. 그래야 피로를 뛰어넘어 계속할 힘을 얻을 수 있어." - 41p 아브레우 박사의 말 중 
 

 (검색해보니, 영화도 있더군요. 조만간에 꼭 보고 말꺼예요 ^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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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데이즈>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파인 데이즈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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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지 신비로운 이야기 미스테리한 이야기가 등장했다. Fine days, Yesterdays, 잠들기 위한 따사로운 장소, Shade 단편이다. 파인데이즈에 등장하는 '그애'라는 인물은 뭔가 알 수 없는 미지의 힘을 지녔고, 자신은 그것을 잘 인식하면서도 힘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이 신비의 소녀는 모습 자체가 아름다워 이야기속 주변 인물들을 모두 매혹시킨다.

 수줍음이 많고 소심한 간베는 그런 '그애'의 모습을 그리고 싶어하지만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그래서 반성문을 쓰면서 얼굴을 조금 익힌 '나'는 '그애'에게 대신 간베의 부탁을 전해준다. 간베는 비로소 '그애'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얼굴을 그리기가 쉽지 않다.

 옥상친구 '야스이'는 '나'와 나름 친한 친구로 이혼한 모친 밑에서 살지만 거의 무관심과 방치 아래에서 제대로 된 평범한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어느날 옥상에서 '니야케'가 떨어져서 죽었다. 그는 변태선생으로 불리며 평판이 좋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바지를 끌어내린 채 떨어져 죽었으니, 당연히 소문이 많이 돌았다. 그런데 하필 그 자리에 '야스이'가 함께 있었고, 야스이는 '나'에게 자신과 니야케의 관계를 충격적인 사실을 말해준다.

 간밤에 전화를 해 야스이를 지금 당장 지켜달라는 '그애'를 말을 들은 '나'는 긴가민가 하면서 야스이를 찾아내고 함께 있다가 섬찟하고 이상한 체험을 하게 되는데,,

 도대체 '그애'는 누구이고, 일이 생기고 난 뒤 사라진 그 애를 기억하고 있는 미래의 '나'는 어떻게 이 일을 받아들여야 할까. 그럼에도 '나', '간베', '야스이'는 각각 다른 미래를 살아가고, 겁쟁이 소심쟁이 간베는 미술로 성공해서 성격도 활발하고 외향적으로 바뀌었다. 과거의 그애에 대한 기억은 어렴풋이 묻어둔 채.

 '조금은 슬픈 예감이면서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어른이 된 것이다.' - 86p
 '과거 언젠가 그곳에 무언가가 분명 존재했다는 사실과 지금은 분명 사라졌다는 사실을. 그때, 그렇게 눈부시다고 생각했던 그 애의 이름도, 지금은 기억하지 못한다.' - 87p


 '파인데이즈'는 미스테리한 청소년기의 기간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청소년기의 설명하기 복잡한 혼돈을 거쳐 성장한다. 그 시기가 지나 어른이 되고 나면 분명 과거가 존재했었지만 사라진 무언가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그것이 아름다웠던, 섬찟했던, 끔찍했던 간에 분명 어른이 된 후의 기억은 과거 그때와는 분명히 다른 사실일 것이다.

 어쨌든 미스테리적인 이야기가 건네는 메시지에서는 한가지 사실만이 내재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여러가지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이점에 따라 독자들은 여러가지 느낌을 얻게 되는 듯하다.

 '잠들기 위한 따사로운 장소'에서는 초능력을 가진 사악한 여자가 나온다. 이 여자에게는 남동생 '요시모토'가 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이 능력을 가지고 자신이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을 죽게 만든다.

 요시모토는 이런 누나 때문에 사생활과 인간관계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되지만 운명적이게도 대학교에서 만난 '나'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들의 사랑은 쉽지 않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결말은 그런 그들을 모습을 곧 발견하게 될 사악한 '누나'의 발걸음 소리로 위험과 짜릿한 궁금함을 암시한다.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을 통해 함께 진행되는 'yesterdays' 또한 구성방식이 참신하고 흥미롭다.

 'shade'는 예언과 암시가 깊이 묻어나는 단편이다. 설마했던 것이 정말이 되어 버렸을 때의 허탈감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해주는 미스테리식 이야기로 흥미도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모두 개성있고 가벼운 듯 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담고 있는 네 가지 이야기를 통해 진부하고 상투적인 스토리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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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트 -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김명남 옮김 / 동아시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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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rst란
, 이온화 세기를 측정하는 이온화상자로 우주선(宇宙線)을 관찰할 때, 때때로 이온쌍이 갑자기 많이 발생하여 우주선의 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현상을 인간 역학 연구에 대입하여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개개인들과 전체를 살펴본 것이 이 책의 중점 내용이다.






  

 특이하게도 이 책의 구성에는 옛날 16세기 헝가리 십자군의 이야기와 현대의 여러가지 현상들 두 부분이 나뉘어져 있다. 역사의 저편에는 ’죄르지 세케이’라는 인물과 ’이슈트반 텔레그디’라는 두 인물이 중요하게 부각되는데, 그 이유는 ’세케이’라는 인물은 무작위성과 예측불가능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보편적인 인간 행동의 법칙에서 아웃사이더인 인간형이고, ’텔레그디’는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전제사항을 말미암아 바라바시는 텔레그디가 과학적 도움 없이도 미래를 예측했었기 때문에 지금 현대에서 과학적 도움과 통계, 여러가지 실험과 정보를 통해서라면 앞으로의 미래 예측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즉,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단지 더 중점으로 연구해야 할 대상은 바로 ’세케이’같은 아웃사이더 인간형이다. 세케이 같은 인간형은 그리 흔한 인간형이 아니며 빌게이츠, 아인슈타인 등도 마찬가지다. 본문에는 그런 대표적 인물로 ’하산 엘라이’가 등장하는데 그는 자신의 피부색과 잦은 여행 때문에서 공항에서 항상 테러범으로 오인되어 수색 당하는 인물이다.


 번번히 공항에서 잡히자 그는 자신이 가는 경로마다 사진을 찍어 개인 블로그에 간단한 메모를 곁들여 올린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전혀 기분 나빠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런 문제에 적응한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공개함으로써 수상함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사진이나 글을 올린 기간이 매일 일정했던 게 아니라 어느 시기에 몰려 한꺼번에 올린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특성을 폭발성의 행동 패턴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에 엘라히는 거짓말 탐지 조사를 하고 다시 자신의 결백을 증명했지만, 아직도 그에 대한 연구는 끝나지 않았다.


 이런식의 폭발성 행동 패턴 또한 일정한 규칙을 지닌다. 예를 들어 주사위를 던져 6이 아닌 다른 숫자만 나올 확률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6이라는 숫자는 일정한 간격에 따라 계속 나올 수 있으며 이런 무작위적 현상 위의 일정한 규칙속에서 멱함수 법칙을 발견한다.


 나아가 앨버트로스의 움직임, 조지아는 어디에?라는 도장이 찍힌 돈의 추적, 아인슈타인이 연구했던 원자들의 궤적을 그린 여러 실험들이 멱함수 법칙과 레비 비행을 묘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레비 비행과 멱함수 법칙의 차이는 사과 맛과 사과의 관계와 같다’ - 277p
에서 저자는 설명한다. 마구잡이로 걸을 때 각각의 점프마다 대체로 비슷한 거리로 이동한다면 그것이 바로 규칙적 마구잡이 걷기다. 아인슈타인이 연구했던 원자들의 궤적이 그런 부류였고, 좀더 혼란스러운 형태의 마구잡이 걷기는 브로그만이 관찰했던 지폐들의 움직임이다. 이런 경우는 특수하기 때문에 레비 비행이라는 별도의 이름까지 주어졌다. 따라서, 레비 비행은 마구잡이 걷기의 특수한 한 종류이고, 멱함수 법칙은 레비 비행을 여타 평범한 마구잡이 걷기와 구별 지어주는 특징이다. -277p 참조


 저자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유행했던 사스나 인플루엔자 같이 신종 바이러스가 어디를 근원지로 두고 각자 지역으로 전염되는지 경로를 궁금해했다. 이를 알아야 전염병을 막는 데 사실 그에 대한 자료가 미흡했다. 만일 이 상태로 약도 없는 신종 바이러스가 유행한다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병에 오염시킬 것은 어렵지 않은 예상이다. 이런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인간 역학 연구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역사의 인물들, 수학, 물리적 형태, 여러가지 상황, 동물실험, 인간실험 등 다양한 통계와 정보들이 쉽게 읽히지만은 않고 오히려 해답보다는 더 생각할 꺼리를 가져다주지만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귀를 팔에 이식한 예술가 이야기는 섬찟하기도 하다. 각자의 이야기들은 모아져 전체의 주제로 귀결되는 자료로 정리된다.  
 

 지금까진 수집된 데이터와 자료들이 폰 마케팅처럼 상업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쓰이고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저자의 목적은 더 다양한 곳에 있다.


 사실 달나라에 가서 분화구에 ’푸아송’이라는 과학자들의 이름을 새기기도 하고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의 곳곳을 관찰하지만 일기예보는 지금도 그리 정확하지 않다. 일주일 뒤의 날씨라면 거의 동전 던지기의 확률처럼 찍어 맞추기라 무용지물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조지오웰의 ’1984’에서 등장하는 ’빅브라더’의 감시하에 프라이버시가 보호되지 않는 세상이라면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인간의 행동 패턴의 지도를 완성하는 날에는 빅브라더보다 더 겁이 날지도 모른다. 이것이 과학의 양면이랄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지금같이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에 전염병이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을 예방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도의 정보라면 선을 두고 용인해야 하는 부분이 생길 듯하다. 그것이 앞으로 고찰해야할 가장 어려운 과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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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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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가장 예뻤던 날들을 묻는다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주인공들은 언젠가 사랑을 했던 그 시절, 함께 사랑하던 사람들이 있었고, 방향을 모르고 방황하던 시절, 외로워하며 함께 웅크리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으며, 같은 의견을 가진 영혼끼리 어울려 불의에 맞써 싸우던 때가 아니었을까..

 이 책을 보면 공선옥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생각난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 사람들이 숱하게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을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
나는 너무나 불행했고
나는 너무나 안절부절
나는 더없이 외로웠다
(  이바라기 노리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중에서)
 

 이 소설은 가장 예쁘고 풋풋한 스무 살 무렵의 청춘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아픔을 견뎌내는 모습이 애틋하게 그려진다. 이런 비슷한 배경을 끌어안고 '누군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또한 이십대의 사랑,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개개인의 아픔들이 이야기를 구성하는 뿌리처럼 얽혀 너무나 예뻤지만 너무도 가슴 아픈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차분하고 절제적인 문장은 서정성과 더불어 가을 밤 조용히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같이 감성을 일깨운다. 자칫 이 단조로움이 지루해질 무렵, 나는 아마 나만의 과거로 흘러가버리는 경험을 해보기도 했던 것 같다.


 오오, 나는 이 글쟁이들에게 정말 질려 버렸다!
 유익하고 즐겁고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은 도무지 쓰려 들지 않고
 땅속에 숨겨진 온갖 더러운 비밀만 캐고 있다....!
 그런 자들에겐 더 이상 글을 못 쓰도록 해야 하는데!
 그래, 대체 이것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글을 읽고, 자기도 모르게 망상에 잠기고
 말도 안 되는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오고...
 정말이지, 그런 자들에겐 글을 못 쓰게 해야 한다.
 정말 한 줄도 못 쓰게 막아야 한다.                 - V. F. 오도예프스끼 공작

 
 
 도스또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의 본문을 들어서기 전에 써진 내용이다. 도스또예프스키는 지극히 실존적인 글을 썼고 글 속에서 어떤 판단이나 행복함만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의 글이 시작되기 전에 이런 서문 아닌 서문이 실려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분명 이 글 그대로라면 도스또예프스끼는 오도예프스끼 공작이 글을 막고 싶은 작가였을 것이다. 그러나 속뜻을 살펴보면 반어적으로 오히려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이 너무나도 사람들의 감성을 파고들고 한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도록 만드는 매력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서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도예프스끼 공작은 도스또예프스끼의 글을 읽고 그의 작품이 한동안 머릿속을 가득 메웠을 것일테다.

 문학이라면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번 읽고 끝나버리는 것이라면 그건 문학으로써의 기능을 하지 않는다. 불현듯 생각나고 기간이 지나면 다시 한번 읽어보게 되고, 그렇게 다시 읽을 때 또달리 읽히는 게 진정한 문학이다.

 나는 달을 가르킬 때 손가락이 아닌 그너머를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책 한권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짧게 줄여)'어.나.벨.'에서의 20대의 외로운 영혼 '정윤'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얼마 되지 않은 아픔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개인의 상처를 지니고 있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친구를 사귀려 시도하지 않는 그녀가 유일하게 손을 내밀고픈 또다른 상처를 지닌 '미루'와 '명서'를 만나게 되고, 그들의 관계 속에 스며들어 이상적인 삼각의 관계를 만들어낸다.

 그들에게 윤교수는 크리스토프 이야기를 해주며 그대들이 크리스토프인지, 그의 등에 업힌 아이인지 묻는다. 이것은 간접적인 물음이다. 이 물음은 조금 헷갈릴 소지가 있긴 하지만 아마도 내가 세상을 지고 가는 사람이냐, 세상에 업혀 가는 사람이냐를 묻는 궁극적 물음일테다. 윤교수는 삶을 두려워하는 20대 그들에게 위안와 격려, 힘을 아낌없이 불어넣어주는 존재다. 그는 하늘을 밝혀주는 하나하나의 등불이 되라며 마지막 숨을 놓을 때까지 마지막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어쩌면, 그들은. 또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듣고 내 안의 에너지를 발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20대여, 당장 밧줄을 집어던져라
   안전한 항구에서 벗어나라
   항해하라. 탐험하라. 꿈꾸라
   그리고 네 자신의 열정을 발견하라    - 마크 트웨인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하기전에 막상 실제에서 또한 이성보단 행동과 감정이 앞서나가는 경우가 많다. 감성으로 문학을 이해한다면, 문학이니까.. 라는 말로 현실성이 없다고 잡아때기는 어려운 경우가 있다. 지금 이 경우처럼.

 시대의 배경이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틀림없이 시대는 개개인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 배경 밑에 개개인들이 얽히고 섥혀 겪는 상처와 아픔을 살며시 짚어가며 부각시킨 '어.나.벨.'은 애잔하고 잔잔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작가가 새벽에 이 작품을 써서였을까. 그 새벽의 뿌엿함과 반투명 어둠을 이 작품에서 확인한 것 같다. 그 시절이 가고 그 뒤로는 아무일도 없었네.. 라는 글로 끝나지 않고 마지막에 '어디야? 내가 그쪽으로 갈께.'라는 문장의 마무리는 시도의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다.

 너무 가슴 아파 건들 수 없는 상처들은 다시 희망의 불로 살아난다. 그 불을 살려냄으로써 작가는 미래를 긍정한다. '이 소설에서 어쩌든 슬픔을 딛고 사랑 가까이 가보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이 읽히기를, 비관보다는 낙관 쪽에 한쪽 손가락이 가 닿게 되기를, 그리하여 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언젠가'라는 말에 실려 있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꿈이 읽는 당신의 마음속에 새벽빛으로 번지기를...' 378p 작가의 말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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