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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생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평점 :

한때는 나이를 먹어가며 다양한 사람을 겪을수록 사람에 대해 전체적으로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인연을 두고 다 안다고 단정 지어 말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건 하나로 정의될 수 없으며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그 또한 상대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오래 알고 지냈고 두터운 사이일지라도 무슨 이유에서건 관계가 멀어지는가 하면, 반대로 알고 지낸지 얼마 안 되었더라도 그 누구보다 잘 통하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니 사람의 삶이란 언제 어떻게 흘러갈지, 어디서 누구를 만날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포구에서 노숙을 하던 박호구가 남장 차림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던 최윤서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소설은 박호구의 현재와 어린 시절을 오가며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잘 보여준다. 그의 어린 시절은 외로움 그 자체였다. 대개의 사람들은 가족은 소중하고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고 보살핀다고 여기겠지만 사실 꼭 그런 가족, 그런 부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름꾼인 아버지와 무당에 빠져 있는 어머니. 어린 박호구에게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아닌 괄시와 폭행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괴롭힘과 따돌림이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주변을 원망하지 않았는데, 불평 대신 자신만의 교훈을 터득하며 생활하는 그 모습이 보통의 아이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라 그런지 오히려 더 마음 아프게 다가왔던 것 같다.
나는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다. 아이들의 그런 냉소적 대우를 참아내는 일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과거의 고통과 씨름하지 말라는 교훈을 터득하게 만들었다. (p.35)
가출 후 버스터미널에서의 생활, 예술 곡예단, 거기서 우연히 만나게 된 단심이네, 경찰에게 운동권이라 오해받고 강제 입대한 후 나중에 터미널 풀빵장사에 이르기까지. 그에게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매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소소한 것에서 행복함을 느끼고 만족을 했던 주인공. 그리고 그는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마찬가지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 역시 사람이라는 것을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알려준다.
새삼 소설을 통해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그동안 일상의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더불어 우리는 어떤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오늘 하루는 시간을 내어 자신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행복감을 좌우하는 것은, 유흥가에 우쭐거리는 불빛처럼 휘황찬란한 인생 메달을 차고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낯선 사람이라 할지라도 웃는 얼굴로 얘기하며 작은 재미를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280)
"여길 떠나도 그리고 당나귀를 찾아도 우리 함께해요. 나는 아저씨 따뜻한 손을 잡고 잠들 수 있다면 그걸 최상의 행복으로 생각할게요. 손이면 됐어요. 더 바란다면 과분한 일이지요. 아저씨도 말했잖아요. 분수 모르는 과욕이 재앙을 부른다고. (...중략...) 나한테는 오래 걸어도 지칠 줄 모르는 다리가 있고, 아저씨에게는 남들은 볼 수 없는 것도 볼 수 있는 눈이 있잖아요." (p.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