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의 나는 당연히
지금의 나보다 더 순수했을 것이다,착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게 웬걸,
우연히, 그냥, 무심코 학창시절에 썼던 일기를 읽게 되었는데
읽는 순간 "누구세요?"라고 물을 뻔했다.
욕을 대놓고 안 썼다 뿐이니 격렬한 표현이 난무하다거나
때로는 너무 진지해 어떻게 하면 이런 문장이 내 머릿속에서 나올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아, 질풍노도의 시기란 이런 거구나. 일기장 속에는 솔직하고 날 것 그대로의 내가 있었다.
가끔은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유치함까지 보이니 자꾸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글씨체는 지금이나 예전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

 


그래도 일기를 읽으며 그 시절의 좋았던 추억들도 새록새록 떠올라 재미있더라.
일기든 아니든 무언가를 쓸 때는 이왕이면 그 순간들을 자세히 써놓는 게 좋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었다.
상대방의 이름과, 주고 받던 대화라든가 말이다.
단순히 무슨 일이 있었다고 기록하는 것보다 당시의 분위기를, 기억을 더 잘 살려준다고나 할까.
왠지 모르게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기분마저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귀찮다며, 쓸 게 없다며 일기쓰기를 멈췄었는데 이제는 종종 쓰도록 노력해봐야겠다.
나중에 유치하다며, 왜 이런 글을 썼을까 또 혼자 부끄러워하더라도 이것은 글로 남기는 사진 같은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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